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78)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79화(78/157)
기도문의 효능 (5)
집을 뛰쳐나간 첫째 아들, 강재준.
그가 누구에게 갔는지는 불 보듯 뻔하다.
정재숙이 말하길 아들은 ‘그놈’을 죽이고 싶어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놈은 아마 강재준이 겪은 사고와 관련된 관계자일 테지. 그도 아니면 가해자라던가.
비단 태구만 눈치챈 건 아닐 터. 시청자는 물론이고 펭라리 모자도 알고 있다. 그가 누굴 찾아갔는지 말이다.
다만, 태구가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그것이 언제 어떻게 또 어떤 방식으로 그에게 깃들었는지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강재준의 휠체어에 손을 뻗었다. 그리하여 태구는 볼 수 있었다. 그것이 강재준에게 찾아온 때를.
***
침대에 누워 있는 펭라리의 형이 보인다.
초점 없이 풀려있는 눈동자, 벌어진 입 사이로 흘러내리는 침, 축 늘어진 팔···
남자는 그야말로 산송장과 다름없는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어맛! 내 정신 좀 봐. 트로트를 들려줘 할 시간인데··· 잠깐만, 재준 씨. 내가 딱 이것만 보고 얼굴이랑 몸 닦아 줄게요.”
그리고 그런 강재준의 옆을 지키는 여인이 있다. 그만뒀다는 요양보호사인 성싶다.
그녀는 호들갑을 떨며 티비를 켰다.
유명 MC 와 순박한 얼굴을 한 남자가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자, 이제 결과만을 남겨 두고 있는데요. 황동우 씨!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후회 없는 무대 보여주신 것 같아요?]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후회는 없어요. 실은 얼마 전, 제 인생에 아주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후회 없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거든요. 그러니까 이미 끝낸 무대 돌아보지 않겠습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자··· 멋있는 마인드네요! 그런데 힘든 일을 겪으셨다고요?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으음, 아니요. 당시 제가 너무 힘들어서 그 일 자체를 기억 속에서 지웠어요. 굳이 기억할 필요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사람은 지금을 살아야 한다잖아요.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경쟁을 떠나 노래할 수 있고 또 팬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그걸 본 여자는 탄식했다.
“아유, 참. 벌써 노래 다 부르고 결과 기다리고 있나 보네. 우리 동우가 부르는 노래 들었어야 했는데. 끄응. 그나저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나? 저 고운 얼굴 찌푸리는 것 좀 봐. 내가 다 속상하네.”
그와 동시에 산송장처럼 누워만 있던 강재준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으, 으으으.”
풀린 눈에 초점이 잡히는 순간이었다. 그는 영상 속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소리를 내려 애쓰기까지 한다.
“으으, 어어어억, 억!”
“으응? 재준 씨도 저 사람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그녀는 재준의 반응이 호감이라 여겼다.
“어어, 어으어.”
“좋은가 보네. 나도 저 사람 참 좋아하거든요. 황동우라는 출연진인데 사람이 참 선해 보이죠? 노래는 또 얼마나 잘한다고. 어유, 조금만 더 일찍 틀었으면 노래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 아니면 내가 너튜브로 틀어드릴까? 그래야곘네! 그거 들으면 불편한 몸도 싹 나을 거예요. 보자, 내 핸드폰이···”
“어어, 끄어어억!”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과한 반응을 보이는 강재준이었다. 이제는 발작 수준으로 몸을 떨고 게거품까지 문다.
“어, 어머. 왜 이러지? 자, 잠깐만. 119, 119···”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그녀가 핸드폰을 찾으러 거실로 뛰쳐나가는 순간이었다.
그때.
스으윽—
그것이 왔다.
강재준의 어둡고 메마른 마음이 불러낸 존재였다.
그것은 곧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강재준과 같은 외형을 지닌 모습이었다.
다를 게 있다면 그것은 제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사고 전의 강재준처럼.
“어때, 내 모습이? 다시 이렇게 돌아가고 싶어?”
그것이 재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놀랄 거 없어. 난 네 편이니까. 네가 나를 불렀잖아.”
“으어, 어어.”
“저기 저 네모난 상자 안에 있는 저놈. 저놈을 찢어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내가 온 거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저놈을 찢어 죽이고 다시 예전처럼 일어서는 거야. 물론 대가가 있어야겠지.”
“으으.어,어.”
“돈? 그딴 건 필요 없어. 내가 원하는 건 네 영혼이니까.”
“우으으.”
“탁월한 선택이네.”
그렇게 재준은 그것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
“그것을 직접 불러낼 정도라니, 그 증오가 대단했구나···”
당시 상황을 파악한 태구가 혀를 차며 읊조리는 찰나였다.
[태정태세문단세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누구한테 갔는지는 나도 암ㅋ 펭라리 엄마가 말한 그놈 아님? 우리도 그 정도 생각은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어머니. 그놈 주소가 어찌 됨? 빨리 태구한테 알려주세요. 아들 찾아야죠. ㅈㄴ 위험한 상태잖아요.
전자녀 음성에 정재숙이 반응했다.
“그전에 살았던 집 주소는 아는데 지금은, 지금은 어디 사는지 몰라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던 거예요. 그래도 이름은 알고 있으니···”
그녀의 음색은 불안한 듯 떨리고 있었다. 다수의 시청자가 그녀를 위로하며 묘수를 냈다.
– 경찰에 신고한다 한들 경찰이 냉큼 주소 내놓겠음?
– 어머니 진정하세요. 저한테 좋은 방법이 있음요. 이름이랑 나이 알면 방송에서 걍 까요.
– ㅇㅈ. 실시간 시청자 수 30만의 힘을 믿어 보세요.
– 주소 바로 땁니다.
그럴듯했다. 그러나 태구는 고개를 저었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었으니. 태구는 불안에 떠는 정재숙을 보며 물었다.
“제가 찾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름 알고 있다고 하셨고, 생년월일도 알고 계세요?”
“생년월일이요? 생년월일까지는··· 아!”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정재숙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 서랍장을 뒤졌다. 가해자와 작성한 합의서를 떠올린 것이다. 그 안에 놈의 신상 명세가 기재되어 있었다.
“여기요, 여기!”
일단 묻길래 찾아 주긴 했는데 갑자기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가해자 생년월일은 왜···”
“어디 사는지 확인하려고요. 잠시만요.”
태구는 저들의 눈엔 보이지 않을 명부 책을 꺼내 펼쳤다. 이놈이구나!
“같은 인천 땅 아래 살고 있네요.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고요. 분명 그쪽으로 갔을 테니 바로 출발해야겠어요.”
그에게 있어 생자의 위치를 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저승의 신물을 갖고 있었으니.
“에?”
“으응?”
“?!”
하지만 아경을 비롯한 이들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시청자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 ???? 찾았다고
– 이름과 생년월일만 알면 주소를 따는 퇴마사가 있다?
– 미친; 내 돈 들고 튄 새끼 있는데 걔 좀 찾아줘. 제발. 그 새끼 사탄 들린 거 같음ㅠ
– 실종자 가족들 난리 나겠네.
– 이러니 내가 주작을 의심 안하겠ㄴㅑ고.
– 선생님. 이건 또 무슨 능력인데요?
그러한 반응에 태구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쌀이라도 뿌리면서 말할 걸 그랬나.’
***
같은 시각.
검은색 차량 옆으로 여자들이 몰려든다. 얼마 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 황동우를 보기 위함이었다.
“동우야. 요즘 스케줄 때문에 많이 힘들지?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우선이야. 자, 이거 받아. 유명한 한의원에서 맞춘 공진단이야.”
황동우가 차창 밖으로 불쑥 머리를 내밀어 보였다.
“아이참, 이런 거 안 주셔도 된다니까요. 저는 공진단 같은 약재보다 이렇게 팬들과 대화 나누고 얼굴 마주 보는 게 더 힘 나요. 지금도 그래요. 솔직히 조금 전까지는 너무 피곤했는데 여러분 보니까 피곤이 싹 가시는 거 있죠? 헤헤.”
애교가 가득한 말투와 순박한 미소. 황동우의 팬 조련 실력은 아이돌 가수 못지않았다. 그에 중년 여성들의 팬심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어머멋!”
“어쩜 저렇게 예쁘게 말할까. 우리 동우, 부모님은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르겠네.”
“그래도 이건 챙겨가. 응?”
“내 것도! 좋은 지갑 들고 있어야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거라고 했어.”
그녀들은 자지러지게 소리치며 가져온 선물을 창문 안으로 들이밀었다. 나이대가 있는 팬들인 만큼 가져온 선물도 고가가 많았다. 황동우는 매의 눈길로 명품 브랜드가 박힌 종이봉투를 훑었다.
“이번만 받을게요. 다음부턴 정말 이런 거 갖고 오지 마세요. 알겠죠? 어어? 이제 출발하려나 봐요. 누님들 위험하니까 물러서세요. 그리고 항상 사랑합니다.”
그는 그리 말하며 번개 같은 속도로 명품 종이봉투를 골라잡았다. 이윽고 그를 태운 차량이 속도를 올렸다. 창문을 올린 황동우는 이전과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달리는 차안.
“에이, 씨발. 안목하고는. 하여간 나이는 못 속여요. 이딴 걸 누가 한다고. 차라리 이럴 거면 돈으로 주던가.”
챙겨 든 선물의 내용물을 확인한 그가 거칠게 욕설을 뇌까린다. 순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와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이게 진짜 그의 모습이었다.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를 해야 했다니까.’
운전대를 잡은 매니저는 고개를 저으며 룸미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황동우와 눈을 마주하고 말았다. 이런 젠장, 조졌다.
“뭐?”
“그게 고개 돌리다가 그만···”
“지랄하고 있네. 그 눈깔이 고개 돌리다가 마주한 눈깔이냐?”
“죄송합니다.”
“알면서 왜 죄송한 짓을 할까. 금방 들통날 구라를 왜 칠까? 내가 존나 우스운 거지.”
“아니, 아닙니다!”
“아니긴.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 어? 그딴 식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눈깔 뽑아 버린다고.”
퍼억!
카메라도 없고 팬도 없고. 분노를 참을 필요 없었다. 그는 운전석을 쾅쾅 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같잖지도 않은 게 사람 열받게 하고 있어. 야, 속도 올려. 기어가냐? 안 그래도 피곤해 뒈지겠구먼. 너 일부로 그러지?”
“아닙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서요. 저기 아이도 있고···”
“뭐 어쩌라고. 쟤 건너기 전에 밟으면 될 거 아냐! 무슨 애새끼 핑계를 대.”
“죄송···”
“그 말 하기 전에 밟으라고, 썅!”
퍼억, 퍽—!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멈칫하면 바로 주먹이 날아올 것이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매니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속도를 올렸다. 이제 막 길을 건너려던 아이가 철퍼덕 주저앉는다. 놀란 모양이다.
“야야. 신경 끄고 앞을 봐. 사고 나서 행사 못 뛰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 엉? 그리고 애새끼들은 원래 저러면서 크는 거야. 차에 치일 뻔 해봐야 다음번엔 조심하고 그러지. 그때 그 새끼도 그렇게 조심했어야 했는데··· 조기 교육을 잘못 받은 거지.”
“···”
“어쭈, 대답 안 한다 이거지?”
“아, 아뇨.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얼마나 퍼부었을까.
머지않아 그를 태운 검은색 밴이 멈춰 섰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리라.
“동규 형님. 도착했습니다. 다음 스케줄은 이틀 후에 잡혀 있고요. 그때 제가 모시러 오겠습니다.”
“쉴 때 연락하지 말고 나 없다고 퇴근할 생각도 말고. 오늘 선물 받은 거 인증샷 제대로 찍어서 올려라. 멘트 똑바로 쓰고.”
“···그러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형님.”
그렇게 차에서 내린 황동우는 자신의 안식처로 향했다. 세대 입주가 끝나지 않은 신축 빌라였다. 신도시 개발 중인 동네로 이렇듯 이제 막 올린 빌라가 많은 동네였다.
“아오, 하도 처 웃었더니 광대가 저리네. 늙은이들 비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니까.”
그는 혼잣말을 뇌까리며 도어락을 열었다. 그러면서 입고 있던 허물을 하나둘씩 벗어 던지며 거실로 향했다. 그가 지나온 자리에 양말, 바지와 같은 것들이 널브러졌다.
그리하여 도착한 거실. 그곳에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우뚝 서 있었다.
“씨발. 깜짝이야!”
놀란 황동우가 반사적으로 욕설을 입에 담았다. 불청객은 씩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흐, 흐.”
“너, 너 뭐야. 설마 사생팬···인가?”
“얘를 모르는구나. 까맣게 잊었구나, 그럴 줄 알았지. 히히.”
미친놈이다. 그것도 단단히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제 보니 입고 있는 옷도 그랬다. 길에서 주워 입기라도 한 것처럼 품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다.
황동우의 본능이 소리쳤다. 도망치라고,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저거 미친놈이라고. 그는 황급히 등을 돌렸다.
그러던 그때였다.
깜빡, 깜빡,
갑자기 거실 전등 및 현관 센서 등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고.
쿠쿵, 쾅쾅!
소리와 함께 열려 있던 작은 방문이 닫혔다.
괴현상에 놀란 황동우는 주춤거렸다.
“아아악!”
그 순간,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찾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