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79)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80화(79/157)
기도문의 효능 (6)
강재준의 기억을 통해 본 가해자의 집.
본래는 혼자 가려고 했었다.
그랬는데 펭라리가 고집을 피웠다.
“성가시게 하지 않을게요. 그냥 집 밖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거기까지만 같이 갈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그렇게 애원한 것이다. 빈손으로 가겠다는 것도 아녔다.
“고 매니저님도 여기 있으면 카메라는 어쩌시게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네? 저 잘 찍어요!”
태구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애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펭라리 같은 인간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가족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들.
그리하여 허락했고 펭라리는 카메라를 들게 되었다.
“개새끼, 십쌔기, 진짜 찢어 죽일 새끼!”
그런 펭라리가 부들부들 떨며 거친 욕설을 입에 담는다. 뭐가 그리 화가 나는지 눈에 핏발을 세우기까지 한다.
– 펭라리야 갑자기 왜 그러누;
– 그러게. 택시 기사 아저씨 당황한 거 안 보이니?
– 저것도 사탄 들린 거 아니겠지?
– 펭라리. 당장 기도문 읊는다 실시.
“씨발. 형님들. 그런 거 아니에요. 순간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요. 어떻게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기서 살 생각을 했는지, 진짜 너무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펭라리 가족의 집에서 가해자의 집까지는 택시로 15분 거리.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그러나 그가 분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조금 전, 지나쳐 온 사거리 때문이다.
– 왜? 여기 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음?
– 그러고 보니 펭라리 니네 형, 대체 무슨 사고로 그렇게 된 거야?
– 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폭행 피해자인가?
– 폭행이면 감방을 찾아갔겠지. 사고 난 지 1년 지냈다며. 벌써 출소했다고?
“하··· 저희 형. 폭행이 아니라 음주운전 피해자예요. 그리고 저기 저 앞, 사거리가 당시 사고 지점이고요.”
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놈은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고 있지 않다고. 그랬다면 이곳에 살 수가 없다. 볼 때마다 생각날 테니까, 괴로울 테니까, 후회할 테니까!
‘그런데도 이곳에 살아? 아무 생각이 없는 거지. 개새끼!’
세상 참 불공평하지 않은가. 피해자인 형은 날마다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데, 저놈은 조금의 거리낌도 미안함도 없이 세상을 살고 있었다니.
– 아;; 음주운전 피해자셨구나
– 형량 작게 나온 거 이제야 이해 감.
– ㅇㅈ 대한민국에서 음주만큼 관대한 게 없지.
– 알콜 버프 감형 제대로 받았겠네.
– 사탄 맛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놈인걸?
– 니맘내맘. 그런 의미로 태구야 퇴각하자.
그런 펭라리의 말에 시청자들도 분노를 참지 못했다. 더 나아가 누군가는 이러한 달풍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코인갑부 님. 달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진짜 퇴각 마렵다ㅋㅋ 그래서 말인데. 태구야. 대세에 따르는 게 어떰? 그 새끼한테 사탄의 매운맛을 보여주자. 택시 기사한테 출발지로 다시 돌아가자고 하는 거임. 그리고 이곳까지 걸어서 다시 온다. ㅇㅋ? 내 말대로 하면 달풍 오만 개 바로 쏨. 콜?
최대한 천천히 가라는 미션이다. 펭라리의 아픔에 공감하는 척, 분노하는 척 굴지만 코인갑부의 의도가 뻔히 보인다. 그는 펭라리 형이 사고 치길 바라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 자극적인 방송을 보고 싶었으니.
공짜로 보겠다는 것도 아니다. 태구가 혹할만한 금액을 걸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달풍 오만 개가 뉘 집 개 이름인가. 오백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른 BJ였으면 냉큼 수락하고도 남을 금액—!
펭라리는 불안했다. 그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소리쳤다.
“코, 코인 갑부 형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퇴각은 무슨 퇴각이요. 우리 형은 어쩌구요. 그 찢어 죽일 놈 하나 때문에 우리 형 인생 조질 일 있어요? 늦게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형 앞길은요! 그러니까 그런 미션 걸지 마요. 네? 태구 형님도 콜 안 하실 거죠? 저 코인 갑부 형님이 건 오백은 저랑 저희 엄마가 어떻게 마련해···”
“콜은 무슨. 약속했잖아. 내가 도와주겠다고. 그러니까 오백 마련할 필요도 초조해할 필요도 없어. 대충 다 온 것 같으니 내릴 준비나 해.”
태구는 일말의 고민 없이 말했다. 그러한 태구의 반응에 몹시 기분이 나빠진 시청자였다. 그럴 만도 했다. 돈 많은 그는 항상 회장님 취급만 받았으니.
[코인갑부 님. 달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태예 시절 때는 죽으라면 죽는시늉도 하던 놈이ㅋ 이제 좀 유명해졌다 이건가? 오백 미션을 까고ㅋ 아님 미션 금액 천으로 올려줄까? 그럼 호출 할래? 이천? 삼천? 얼마면 되는데 불러봐ㅋ 부르는 대로 줄라니까. 택시 돌려 ㅡㅡ
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휘저었다. 태예는 무슨,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건지. 게다가 돈이라면 그도 많다. 이전과 다르다.
“망령도 아닌 것이 말귀를 영 못 알아먹네. 고 매니저, 지금 보고 있지? 코인 갑부 저거 쳐 내. 앞으로 내 방송 못 보게 하고. 그리고 앞으로 거절했는데도 계속 미션 쏘는 애들 다 그렇게 처리해.”
그래서 아쉬울 게 없었다. 태구는 거리낌 없이 코인갑부를 추방했다.
– ㅋㅋㅋ와. 태구 폼 미쳤네.
– 갓직히 개꿀로 삼천 빨아 먹을 기회였는데.
– 3천으로 유세는ㅋ 지금 태구 방송 보는 실시간 시청자 수가 몇인데.
– 그니깤ㅋㅋ우리가 천 원씩만 싸도 얼만데요.
– 난 안 쏠건데.
– 그럼 내가 분 맡음. 만원 쏠게.
그러한 태구의 태도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그와 동시에 태구를 태운 택시가 신축 빌라 앞에 멈춰 섰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리다. 여기서부턴 약속대로 태구 혼자 가야 했다.
“말한 대로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들고 있는 그 카메라도 나한테 주고.”
방송은 가능한 계속 진행할 생각이었다.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으니.
펭라리는 카메라를 건네며 제 형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고, 태구는 거침없이 빌라 계단을 올랐다. 마침내 3층 301호 앞에서 걸음을 멈춘 태구. 저 안에 그것이 있었다.
– 오오. 드디어 도착한 것 같은데.
– 제대로 오긴 한 거야?
– 솔직히 난 아직도 의심스럽다. 검증 ㄱ!
– 근데 도어락 설치되어 있는데?
– 이름이랑 생년월일만으로 가해자 주소 알아낸 태구인데 그깟 비밀번호를 모를까.
“실례하겠습니다.”
태구는 망설임 없이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철컥거리는 소리에 이어 빠르작거리는 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그렇게 현관문은 별다른 저항 없이 열리고 말았다.
– ?????
– 실례는 진작 한 것 같은데요. 선생님.
– ㅋㅋㅋ 그냥 힘으로 여는 거였냐.
– 이랬는데 그 놈 집 아니면 어쩜?
– 바로 무단침입으로 고소미 먹는거지.
시청자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누군가는 환호를, 누군가는 현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후자 반응은 금세 사그라들고 말았다.
처참한 집안 꼴이 카메라에 담겼기 때문이다. 들어선 집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것에 저항한 흔적이 집안 곳곳에 남아 있었다.
널브러진 옷가지, 흰 벽에 튄 붉은 핏방울, 장식장에서 떨어진 잡동사니···
마치 범죄 현상을 보는 듯했다.
시청자들은 확신했다.
– 여기 맞네요. 확실합니다. 선생님.
– 나는 믿고 있었음.
– 피 쩐다; 사람 피 맞겠지?
– 모르지. 또 고양이 피 일지도.
– 이미 당했네. 당했어.
– 저 정도 출혈이면 이미 늦은 거 아님?
그런 난장판 속.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흔적이 있었다.
태구가 서 있는 현관에서 일곱 발자국 앞 바닥.
‘I I’ 형태로 남겨진 핏자국이었다.
길게 이어진 핏자국은 거실과 맞붙은 방 쪽과 이어져 있었다. 저 방으로 질질 끌고 간 모양이다. 태구는 벼락같은 속도로 거실을 가로질렀다.
“으으.”
저 안에 그놈이 있었다. 다행히 늦진 않은 듯싶다. 미약한 인간의 신음이 태구를 기쁘게 했다. 더불어 잔뜩 신난 짐승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인간들은 그 주둥이가 문제야. 네놈도 마찬가지고. 흐흐, 그 네모난 박스 안에 들어가 그렇게 말했지?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사람은 지금은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말해줘서 참으로 고맙단 말이야. 그때 이놈이 나를 불렀거든. 자신처럼 네 다리와 팔을 꺾어달라고, 그 목을 찢어 달라···”
그렇게 태구가 방문 앞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
그것 역시 뒤늦게 태구의 존재를 눈치챘다. 모처럼 느끼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에 기뻐 시간을 끈 게 패착이었다.
‘이런.’
당장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가까이서 느껴지는 더러운 기운이 놈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계약자의 영혼을 먹고 힘을 키우려했다. 그러려면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그럴 생각으로 문을 닫았다. 찰나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
콰쾅!
– 이것이 폴터가이스트 현상?
– 지금 들어오지 말라는거지?
– 아! 까비. 들어갈 수 있었는데.
– 응. 들어갈 수 있어.
– 철문도 열었는데 나무문 쯤이얔ㅋㅋㅋ
그러한 괴현상에 시청자들은 놀래 하면서도 다음 수순을 직감했다. 악귀가 닫은 문은 곧 열릴 거라고. 어디 태구 방송 하루 이틀 보나.
퍼어억!
그리고 그들의 직감은 맞아떨어졌다.
문을 향해 냅다 돌진한 태구였다. 이어서 나무 문을 그대로 통과해 버리는 게 아니겠나. 다만, 충돌 과정에서 들고 있던 카메라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태정태세문단세 님. 달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어어? 이거 와이라노. 카메라 챙겨 가야지!
태구는 돌아가지 않았다. 카메라를 떨어뜨린 건 고의였으니. 게다가 돌아가는 상황이 꽤나 시급하다. 그에, 그는 엄청난 속도로 강재준을 향해 달려갔다.
시퍼런 날붙이를 든 강재준, 아니 그것.
“흐이익!”
쉬시시식!
그것이 만신창이가 되어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 황동우의 목을 향해 칼날을 내리꽂고 있다. 계약자가 원하는 대로 성대를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팔과 다리는 이미 진즉에 비틀어 꺾어 버린 상태였다. 남은 건 목 하나뿐이리라.
그리고 마침내 그 목도 따게 되었다.
찰나의 순간, 서늘한 칼날이 보들보들한 살과 맞닿았다.
···고 생각했다.
까앙!
쇠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
“어딜.”
그랬다. 날붙이가 찌른 것은 신성력으로 무장한 태구의 왼손이었다. 악기가 가득한 날붙이와 신성력이 맞닿는 순간 하얀 광채가 폭발했다.
동시에 강재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강력한 신성력에 경악한 것이리라. 기도문을 읊은 것도 아닌데 온몸이 저릿하다.
“끼아아아아악!”
그게 시작이었다. 그것이 곧 고통스러운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것의 귓가를 때렸기 때문이다.
지구인들에겐 볼품없는 외계어처럼 들리겠지만, 악귀는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자신들을 구속하는 기도문의 본질을.
“여신님이여. 영혼을 멸망시키기 위해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모든 악을 심연으로 쫓아내 버리소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하소서.”
“끼아, 아아악! 못 가, 안 가!”
그것은 입술을 씹으며 발악했다. 이 몸을 벗어나는 순간 끝이다. 태구의 강력한 신성력이 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나가면 이놈도 죽어, 끼아아악!”
그런 이유로 그것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강재준의 몸뚱이를 볼모로 잡고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이윽고 강재준의 양쪽 눈과 코와 입에서 검붉은 피가 줄줄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발전 없는 새끼들 같으니.”
예상한 바였다. 그래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태구는 사납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