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80)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81화(80/157)
기도문의 효능 (7)
이단 심문관, 테오로 살았을 시절.
대륙을 누비며 수 천, 수 만의 악마를 멸절시켰다.
많이 죽여본만큼 놈들의 패턴을 줄줄 꿰고 있는 태구였다.
발악에 발악을 거듭하다 종국엔 이렇듯 계약자를 인질로 잡는데.
“크, 크헉.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
가끔은 계약자의 목소리를 내 맛깔스러운 연기도 곁들인다.
사제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찰나의 방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지금.
태구를 바라보는 강재준의 눈에 일그러진 공포가 새겨져 있었다.
물론 태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강재준의 엄마가 아녔다.
“어디 계속 해 봐.”
그의 손이 서슴없이 강재준의 모가지를 움켜쥔다.
“커, 커흑, 제발 살려주세요. 엄마, 엄마 아빠···”
“아빠 없던데.”
문고리를 부순 강한 악력이 강재준의 기도를 압박했다. 정확히는 태구의 손아귀에서 흘러나오는 성스러운 기운이 강재준의 온몸을 단단히 옭아맨다.
“끄으, 으아아악!”
헤스티아 님이 내려주신 권능, 신성력이었다.
아픈 이를 치유해주고 사악한 악령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힘.
그리하여 신성력이 가진 두 가지의 성질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강재준의 양쪽 눈과 입 그리고 코에서 피가 쏟아지고 멎기를 반복했다.
“놔, 놔! 그 더러운 손 놓으란 말이야! 이 육신 안에 있는 내장을 터트리고 뼈마디를···”
제 수작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그것은 금세 추악한 본성을 다시금 드러냈지만.
“그럴 수 있으면 그래 보라니까?”
“끼아아아악—!”
“그러게 아까 나왔으면 좋았잖아.”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태구는 연신 신성력을 쏟아내며 축성을 이어갔다.
핏덩이 악마는 태구의 상대가 되지 못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뚜뚜뚝—
“끄, 끄으으. 끄, 까아악. 그만, 그만해.”
강재준이 쏟아내는 피의 양이 점점 줄어갔고.
그러한 장면은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 지금 저거 구마 중인거지?
– 진심 태구 발이랑 피 밖에 안 보여.
– 펭라리 형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피분수 토하는 듯.
– 음주운전 새기는?
– 안 보이네. 카메라 각도를 저쪽으로 틀면 좋겠는데.
그러던 그때였다.
“끄, 끄웨에엑.”
무언가를 토해내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거뭇한 덩어리가 떨어졌다. 강재준이 뱉어낸 것은 그것의 본체였다.
– 저거 뭐임;;;;
– ㅅㅂ 나만 보이는 건 아닌 모양이네.
– ㅁㅊ; 근데 그림자 같기도 하고 신기하다.
“끼어, 꺼어억.”
검은색 피부, 반절 잘려나간 뿔, 염소의 눈을 한 그것이 불온한 숨결을 내뱉으며 고통스럽다는 듯 몸부림 치고 있었다.
다만, 카메라는 그것의 모습을 온전히 담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시청자들 눈엔 그림자처럼 보이는 것이리라.
태구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강재준의 몸을 떠받들며 한쪽 발로 그것의 몸뚱이를 내리눌렀다. 그런 다음 양복 차사를 불렀다.
“···어, 음. 말씀하신대로 오늘도 일이 많을 것 같네요.”
이승에 몸을 드러낸 양복차사는 처참한 현장을 둘러보며 그리 말했다.
사지가 뒤틀린 채 꼴깍 꼴깍 숨 넘어가는 신음만 내뱉고 있는 예비 망자1, 사악한 기운 흘리고 있는 존재, 제 한 몸 가누지 못하는 예비 망자2, 부서진 나무 문 근처에 놓인 카메라까지.
그는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태구가 제압한 존재를 저승에 넘기고 상황을 정리해야했다. 그 전에 확인부터 해야지.
“그보다 선생님 발밑에 있는 그것이 차원을 넘어온 존재 맞습니까?”
양복 차사의 질문에 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히 설명을 덧붙였다.
“이곳저곳을 떠돌다 인간의 강한 증오심과 적의를 느끼고 직접 찾아온 모양이야.”
반면, 양복차사를 보지 못 하는 시청자들은 태구가 자신들에게 설명 해 주는 줄 알았다.
– 지금 사탄 이야기 하는 거 맞지.
– ㅇㅇ카메라 좀 들고 말하지.
– ㅅㅂ혼자 간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ㅠ
– 펭라리 밑에서 대기하고 있잖아. ㄱㄱㄱ
– 혹시 음주운전 새기 죽었나? 그래서 카메라 안 드는 거?
– 오, 그럴듯한데? 일단 들어보자.
“직접 찾아왔다구요? 선생님이 부축하고 계신 그 인간에게요? 확실히 저쪽은 아닌 것 같은데···”
“저쪽은 가해자고 이쪽이 음주운전 피해자. 사고를 당한 그날 이후부터, 이 남자의 삶은 지옥이었어. 그렇게 자신은 지옥 속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데, 가해자는 티비에 나와 행복하다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니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이 사람이 그걸 본 순간, 그것이 깃든 모양이더라고.”
“지난 번엔 물건에 깃든 악령을 조종해 인간을 꿰어 내더니, 이번엔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니. 흐음. 일단 그렇게 보고 올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여기 있는 두 인간, 곧 명이 다할 것 같은데··· 살리실 작정인가요? 아니면 한 명만?”
양복 차사의 눈길이 정재준에게 닿았다. 악마계약자 정재준. 그는 계약 전의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정확히는 그보다 더 안 좋아하진 모양새였다.
그럴만도 했다. 그것과 계약한 자체가 그의 생명, 더 나아가 영혼의 수명을 갉아먹는 행위였으니. 이대로 두면 꼼짝없이 삼도천을 건너게 될 터였다.
저쪽에 널브러져있는 인간, 황동우도 마찬가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 절어있고 잘못 끼운 조립한 관절 인형 마냥 기괴하게 비틀려 있는 팔과 다리. 조금 전까지는 미약하게나마 신음을 흘리더니 지금은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다.
‘죽어 마땅한 놈.’
그렇지만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심판자는 악마가 아닌 태구가 되어야 했으니. 더군다나 황동우가 저렇게 죽어버리면 상황이 아주 곤란해진다.
때마침 시청자 하나가 달풍을 쏘아올린다.
[태정태세문단속 님. 달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잠시만. 가해자가 티비에 나왔다니? 설마 연예인임? 아니지? 아니다. 그냥 보여주셈. 왜 입으로만 방송하는건데ㅠ 파먹힌 고양이 사체도 보여주더니. 아니면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 그럼?
“그게 아니라 퇴마 마무리 중이라 그래. 기다려봐. 곧 끝나니까.”
태구는 그리 말하며 양복차사에게 할일을 지시했다. 현장에 있는 이들의 기억과 흔적을 지워달라 지시한 것이다.
양복 차사는 바로 일을 시작했다. 그사이, 태구는 그것을 신전 밑바닥에 잠시 처박아 두었다. 그와 동시에 거뭇한 형태가 연기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 오오. 사라진다, 사라진다!!
– 역대급일줄 알았는데 걍 껌이었네ㅋㅋ
– 그나저나 사탄 퇴마하면 형은 어케 되는거지?
– 그러게. 다시 사지마비 되는 거 아냐?
시청자들은 비로소 퇴마가 끝났다 생각했다. 때마침 저승차사도 제 할일을 마쳤다. 피범벅 된 집안을 말끔히 돌려놓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 황동우의 기억을 조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황동우는 사실과 다른 조작된 기억을 갖게 되었다. 양복차사가 심어준 기억은 그랬다.
삿된 것에 홀린 강재준이 그의 집안에 몰래 침입하여 과거 일을 사과하라며 협박한다. 그 순간, 강재준의 얼굴이 해괴하게 변했고 이를 본 황동우가 깜짝 놀라 기절한 것이다.
– 어, 어어?
– 뭐야. 피 갑자기 사라짐 ㅡㅡ
– 또야? 또 카메라에 악령 씌워져 있었던거임?
– 그게 무슨 소리에요?
– 유정원 사진기사때랑 똑같네.
물론 태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강재준과 황동우의 고장난 몸을 고쳐주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한 두사람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후우, 이제야 끝났네. 펭라리 형도 무사하고 저쪽도 무사해. 큰일 터지기 전에 때마침 잘 왔지.”
태구가 태연히 바닥에 놓인 카메라를 들어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방안을 한번 스으윽 훑었다.
“으, 으··· 씨발. 뭐야.”
때마침 신성력으로 몸을 회복한 황동우가 정신을 차렸다.
태구는 그런 황동우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다.
– 어???????????????
– 저거 펭라리 형 아니잖아.
– 음주운전 가해자?
– 음주운전 가해자가 저 새기였어?
– 트로트가수 황동우다ㅡㅡ
그렇게 음주운전 가해자의 실체가 까발려지는 순간이었다. 태구는 태연히 그에게 걸어갔다.
“어떻게 정신이 좀 들어요?”
“너, 너 뭐야···”
“퇴마사이자 bj로 활동하고 있는 강태구 입니다. 실은···”
황동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태구의 설명을 들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런 일이 있었군요.” 하고 보내줄 순 없었다.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잔뜩 흥분한 황동우는 입술을 짓씹으며 소리쳤다.
“퇴마사? 악귀? 씨, 씨발. 이것들이 쌍으로 지랄을 하고 있네.”
방금 정신을 차린 그는 상황 파악을 제대로하지 못 했다. 태구의 얼굴도, 그 손에 들린 카메라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 했다. 그게 패착이었다.
****
한편, 같은 시각.
실시간 시청자 수 30만 명.
성별도 사는 곳도 직업도 다른 이들이 모여 태구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시청자 중에는 취재 활동을 하는 ‘기자’도 있었다.
그것도 꽤나 많은 기자가 태구의 방송을 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가장 많은 클릭수를 자랑하는 기사가 바로 태구와 관련된 기사였으니까.
다시 말해 그들은 열일 중인 것이다. 발 빠른 기자 몇은 방송을 통해 현장을 유추했고 그곳으로 달려가 잠복을 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퇴마가 끝나면 태구의 인터뷰를 딸 계획이었다. 그랬는데···
“트, 특종이다.”
“가해자 황동우, 트로트를 불러줘 참가자네.”
“최종 12위 입상자, 미친. 이런 놈이 어떻게 입상을 아니 출연을 했지?”
“가, 가. 달려! 퇴마도 끝났잖아!”
생각지도 못한 특종을 주웠다.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을 불러온 프로그램의 출연진이 음주운전 가해자였다니!
흥분과 함께 격분한 그들은 황동우의 집을 향해 내달렸다.
“어어?”
그런 기자들의 등장에 펭라리로 홀린 듯 계단을 올렸다.
퇴마도 끝났겠다 무서울 게 없었다.
“···진짜 깨끗하네. 핏자국이 하나도 없어.”
그리하여 도착한 3층, 301호.
그들은 활짝 열린 현관문 너머로 보이는 멀끔한 집안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이렇듯 실제로 보니 더욱 신기했다. 마치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허나, 이렇듯 놀라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들의 목적은 따로 있었으니까.
“실례합니다.”
“황동우 씨!”
집 앞에 몰려든 기자들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악귀? 빙의? 나는 그딴 거 모르겠고 저 새끼 가만 안 둘거야.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남의 집에 몰래 처 들어 와 있어? 미리 말하는데 선처 같은 건 바라지도 마. 내가 제대로 콩밥 먹일 테니까. 어어? 잠깐만. 이 소리 뭐야. 너 이새끼 설마 방송 켰어? 누구 마음대로 찍···어요? 당장 꺼요. 나 이대로 안 넘어···어어? 여기요!”
그 순간, 불안에 떨던 황동우의 얼굴에 자신감이 깃들었다. 그는 하던 말을 끊고 잽싸게 방에서 뛰쳐나왔다.
거칠게 반응했지만 실상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는 상태였다. 이상하게 태구와 저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식은땀이 절로 나고 피가 식는 기분을 느낀 것이다.
더불어 악귀는 무슨 악귀냐고 했지만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장면. 남자의 얼굴과 표정이 괴이하게 변하던 그 장면을···
다시금 떠올리니 입안이 바짝바짝 마른다. 그런 상황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는 마른 하늘에 단비처럼 느껴졌다.
“도,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렇게 황동우가 현관으로 뛰어나왔고, 그 순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황동우다!”
“찍어!”
“황동우 씨. 과거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방금 전 피해자 분에게 그렇게 말씀하셨죠. 콩밥을 먹이시겠다구요. 다친 곳은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진심이십니까?”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숨겨둔 과거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쏟아지는 질문에 황동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과거, 프로그램에서 그런 인터뷰를 하신 적 있죠? 사람은 지금이 중요하다고요. 지금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황동우 씨. 대답해 주시죠”
기자 한명이 과거 인터뷰를 들먹였다.
“꺼, 꺼어어억.”
그 순간 황동우는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마치 온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피가 차갑게 식어간다. 그와 동시에 저항없이 뒤로 고꾸라지는 황동우. 그런 그의 뇌리를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그때, 내가 왔어, 인터뷰, 주둥이, 행복···’
“아, 아아아악!”
황동우는 자지러지게 비명을 내지르며 힘겹게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제 목을 감싼 채 바닥을 기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본인도 몰랐고, 몰려든 기자들도 몰랐다.
“왜, 왜저래.”
“황동우 씨! 괜찮아요?”
“페이크 아냐?”
“119 불러—!”
그런 난잡한 상황에 태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건장한 성인 남성을 들쳐매고 있었다. 펭라리의 형, 강재준이었다.
“어? 강태구 퇴마사다!”
“태구 님. 바, 방송 보고 달려왔어요. 근데 황동우 씨가 갑자기 저런 반응을 보이는데···”
“퇴마는 다 끝냈고 상황도 설명했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흥분해서 그런가? 아무튼 119 불러요.”
태구는 그렇게 말하며 황동우를 지나쳤다. 그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도와줄 마음이 없었으니까.
“부르기야 불렀는데··· 어어? 가시게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황동우가 저리 발작하는 이유는 태구 때문이었다. 육신에 새겨진 기억은 저승차사가 지웠을지 몰라도 영혼에 새겨진 기억과 감정은 그대로였다. 태구가 남겨두라 시킨 것이다.
그로인해 영혼에 깊게 새겨진 공포는 저렇듯 종종 그를 괴롭힐 것이다. 삿된 기운에 대항할만한 기운을 불어넣어줄 수도 있지만, 태구는 그러지 않았다.
황동우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으니. 그렇게 태구는 미련없이 황동우의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