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82)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83화(82/157)
성전으로 (1)
정확히 반나절이다. 양복차는 업무 시작 반나절 만에 천여 통의 사연을 확인했다.
거짓 사연과 진실 사연을 간파하는 건 그에겐 너무 쉬운 일이었다.
확인해 보니 천여 통의 사연 중 60%는 거짓이었고, 40%는 망령에 의해 고통받는 이들이 보낸 것이었다.
40% 사연자들, 그들은 진정 태구의 도움을 바랐다. 그러나 꼭 태구가 나서지 않아도 되었다.
어느 정도 양복차의 선에서 해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정지안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제가 사는 집 아래층에 살고 있던 남자가 집에서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그 남자가 매일 밤 저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짓을 해요. 이런 걸 귀접이라고 하나요? 도와주세요. 이사를 하였는데도 어떻게 알아서···]“쯔쯔. 몽달혼이 붙은 모양이네. 그나저나 서울 구로구라··· 이거 821번 구역인데 한번 확인해 보라고 해야겠네.”
이렇듯 동료 차사에게 전달하면 그만이었으니.
다만, 그의 선에서 해결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구역이 불분명해 동료 차사에게 넘길 수 없는 사연이 그러했다.
지금 보는 사연이 그런 경우이리라.
[얼마 전, 저희 오빠가 여자친구와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부터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성전이라는 곳에 가야 한다며 오밤중에 뛰쳐나가기도 하고, 제 몸을 학대하며 괴상한 기도문을 읊기도 합니다. 멀쩡해 보이다가도 갑자기 저렇게 급변하는데 그럴 때마다 눈빛이나 목소리가 변합니다. 오빠의 목소리가 아니에요. 직접 찍은 영상 첨부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그리고 아래는 저희 오빠의 인적 사항···]첨부된 영상을 보건대 빙의는 확실했다. 그런데 어디서 어떤 경로로 망령에 홀렸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본인이 겪은 일이 아니기에 상세한 설명이 생략된 것이리라. 이전 귀접 사연과는 결이 달랐다.
그에 복차는 사연에 기재된 인적 사항을 토대로 명부록을 훑어보았다.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이런 기록을 보게 될 줄이야.
“허어, 이거 참 특이한 경우네.”
남자의 생애가 기록된 명부에 따르면, 남자는 오늘 객사차사를 만나게 된다.
다시 말해 객사하여 삼도천을 건너게 될 거란 말이다. 그런데 남자의 명부에 수정사항이 발생했다. 모종의 이유로 삶이 이어진 것이리라. 그야말로 구사일생이다.
한데, 문제는 이어진 삶의 기간이 고작 14일이라는 것.
“객사에서 자살이라···”
이주일 후, 남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이대로 둘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양복차는 해당 사연을 태구에게 전달하게 되었다.
***
복차가 사연을 골랐다면 아경은 사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잘 골랐네. 이걸로 가자. 약속 잡을 수 있으면 바로 잡아줘.”
더불어 사연을 보낸 이와 약속까지 잡았다.
그리하여 지금.
태구는 사연자와 마주 할 수 있었다. 혼자는 아녔다. 양복차가 태구의 곁에 있다. 그리고 저쪽도 둘이다.
“사연을 보냈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요.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부적도 써봤고, 복숭아 나뭇가지를 구해서 때려보기도 하고 아무튼 별의별 짓을 다 했어요. 그러다가 펭라리 님 방송을 봤는데 저거다 싶었죠. 정말 효과가 있더라구요. 그래도 태구 님이 한 번만 더 봐주세요. 본인 말로도 괜찮다고 하고, 이제 이상한 행동도 안 하긴 하는데··· 마음이 영 놓이지 않아서요.”
간절한 어투로 태구에게 그리 묻는 여자.
그녀가 사연을 보낸 여동생이고.
“나 진짜 괜찮다니까? 그러니까 태구 님. 나 말고 우리 혜수, 아니 제 여자친구 좀 구해주세요. 걔가 그렇게 연락 끊을 애가 아니거든요.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그 귀신이 우리 혜수를 성전에 끌고 간 게 분명해요. 그러니까 우리 혜수···”
그리고 그런 여동생 옆에 앉은 남자가 이상행동을 했다는 그녀의 오빠, 유목현이다.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했는지 눈 밑이 퀭하고 기력이 없어 보인다.
“오빠 상태부터 확인하고, 그러고 나서 혜수 언니 이야기해도 안 늦어!”
그런 꼴을 하고 있으니 여동생이 걱정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몇 번을 말해! 나 괜찮다고! 이제 그 속삭이는 말도 안 들리고 이상한 노래도 안 들린다고!”
하지만 외적 모양새만 그렇게 보일 뿐, 유목현이 내뿜고 있는 기운은 맑다. 다시 말해 그에게 붙어있는 망령은 없단 말이다. 이를 확인한 태구는 입씨름하는 남매를 보며 말했다.
“맞아요. 괜찮아요. 다 동생분 덕분이에요. 기도문 외웠다고 했죠? 잘했어요.”
“그럼···”
“이쪽, 그러니까 유목현 씨 근처를 맴도는 존재는 따로 없어요. 보이는 것도 없고 느껴지는 기운도 없습니다.”
“하아, 됐다. 그 말만 기다렸어요. 진짜 다행이다. 하느님, 아니 태구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랬다. 유목현은 여동생이 읊은 기도문 덕분에 객사할 팔자를 면했다.
다만, 죽음의 그늘에서 다 벗어나진 못한 상태다.
이주일 후. 그는 여자친구의 죽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충격에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다.
이게 명부에 적힌 그의 앞날이었다. 하지만 명부가 절대적인 건 아니다.
한번 수정된 명부, 두 번 수정 못 할까.
그래서 유목현에게 물었다.
“그보다 여자친구분 성함이···”
“혜, 혜수요. 임혜수.”
“생년월일은요?”
“1991년 2월 20일이요.”
이제 어디 한번 확인해 볼까나.
‘들었지?’
다만 확인은 자신이 아닌 복차가 할 터. 태구의 사인에 양복차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부를 뒤적거렸다. 어차피 생자의 눈엔 보이지 않는 저승의 신물이었으니.
그사이, 태구가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여자친구분한테도 귀신이 붙은 것 같다고 했죠?”
“붙은 것 같은 게 아니에요. 확실해요. 그날, 그 여자들을 만났을 때 혜수도 같이 있었으니까요. 그중 하나는 저에게 왔고 나머지 하나는 혜수를 찾아간 게 분명해요.”
“그날?”
“네. 그날이요.”
유목현의 목울대가 꿀렁거리고 동공이 흔들린다. 다시금 떠오른 기억에 긴장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 모습을 본 태구가 신성력을 흘려주었다. 그리하여 진정을 찾은 유목현이 그날을 입에 담는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어요.”
***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시골길.
상향등을 켠 차 한 대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앗, 목현 오빠. 이 사진 진짜 잘 나왔다. 내 프사로 걸어야지.”
달리는 차량, 조수석에 앉은 임혜수가 방싯 미소를 띠며 핸드폰 본다.
“무슨 사진?”
“헤헤. 오빠 고기 구울 때 내가 몰래 찍었지롱.”
당일 아침, 둘은 오지로 차박을 떠났다. 오지 차박은 자연을 사랑하는 두 사람의 취미였다. 그런데 차박 중 갑작스럽게 연락받게 된 유목현이었다. 일과 관련된 전화였다.
그런 이유로 급작스럽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여자친구 입장에선 화가 날 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분위기는 여전히 화기애애했다. 결혼을 앞둔 커플의 위엄이리라.
“몰래 찍었다고? 진짜 잘 나온 사진 맞아? 또 저번처럼 엽사 찍어서 프사로 올리는 거 아냐?”
“그게 무슨 엽사야! 내 눈엔 귀엽게만 보이더만!”
“네 눈에만 귀엽겠지요. 됐고, 어디 줘 봐. 내가 직접 봐야겠어.”
유목현은 전방을 주시한 상태로 왼손을 뻗었고, 임혜수는 키득키득하며 몸을 틀었다.
“어허! 보긴 뭘 봐요. 운전에 집중하셔야죠. 그러다가 큰일 난다구.”
“내 운전 경력이 몇 년인데요. 그리고 손만 뻗었지 눈은 전방 주시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걱정할 것 없습니다. 게다가 오가는 차도 없는데, 뭘.”
“이런 시골길은 차만 조심할 게 아니래. 갑자기 산짐승이 확 튀어나오기도 하고, 또 경운기 같은 것도 세워져 있고 그렇다던데? 그러니까 우리의 안전한 귀갓길을 위해서 사진은 나중에 보세요. 제 프사를 통해서요!”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래. 그럼 나도 내가 가장 아끼는 사진, 프사로 올려야겠네.”
“으응? 가장 아끼는 사진?”
“왜 그 사진 있잖아. 지난번에 차박할 때 나방 보고 기겁···”
임혜수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유목현의 말허리를 끊는다.
“아잇! 그거 아직도 안 지웠어? 내가 지우라고 했잖아—!”
“그렇게 귀여운 사진을 어떻게 지우겠어. 평생 간직해야지.”
유목현은 태연히 반응했다. 결국 임혜수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아으, 진짜! 알았어. 보여줄게. 보여주고 허락 맡고 프사하면 되잖아! 자, 들고 있을 테니까 빨리 봐!”
그녀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유목현을 향한다. 핸드폰 액정 안에는 고기를 굽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유목현이 잠시 고개를 돌렸다.
“오, 나름 괜찮네.”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무튼 합격!”
“칫, 합격이라고 해서 봐줬···”
그러던 그때.
임혜수가 눈을 크게 뜨며 앞을 향해 손을 뻗는다.
“어, 어? 앞, 앞! 오빠 앞—!”
“흐업.”
그런 여자친구의 비명에 유목현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익——!
그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앞을 봤다.
자동차 전면 유리 넘어.
회색 옷을 입은 여자가 있다.
정확히는 둘이었다.
20대로 보이는 여자 둘이 멈춰 선 자동차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혜, 혜수야. 괜찮아?”
“으응. 나는 괜찮아.”
괜찮다는 말에 안심하는 것도 잠시.
불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여자들이 진짜—!”
유목현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창문을 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분노로 인해 이성을 잃은 것이다.
“아니, 위험하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거기 서 있으면 어쩌자고요!”
어느새 운전석 창문 옆으로 다가온 여자.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저기 앞까지만 태워다 주세요.”
“뭐라고요?”
“태. 워·주·세. 요.”
이제야 여자가 하는 말을 알아들은 유목현.
기가 찼다.
“하,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태워주세요? 저기요. 이런 때는 사과가 먼저죠. 지금 크게 사고 날 뻔한 거 알아요?”
“오빠, 그만해. 그냥 가자.”
높아지는 목소리에 임혜수가 남자친구를 말렸다. 그런데 그 순간, 불쾌한 시선이 느껴졌다. 임혜수는 느껴지는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엄마야!”
그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저를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와 마주했기 때문이다.
단발 머리를 한 여자가 창문에 얼굴을 박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이어서 그녀가 실로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든다. 그리고는 조수석 유리창 위로 손가락을 놀리는데···
끼익, 끼이익——
‘+’
십자가였다. 임혜수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단발머리 여자가 보고 있던 것은 제 얼굴이 아닌 제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임을.
어쩐지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본능이 경고한다. 당장 자리를 피하라고.
“오, 오빠. 이 여자들 이상해. 빨리 가! 그냥 가자! 가가—!”
그에 임혜수는 곧장 소리쳤고.
유목현은 액셀을 밟았다.
그 역시 이상한 경험을 했으니.
덜컥, 덜컥, 덜컥.
운전석 창문 옆에 선 여자가 대뜸 열린 창문 안으로 얼굴을 드밀며 손잡이를 당기는 게 아니겠나.
실로 기괴한 여성들의 행동에 두 사람은 기겁하여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그런데···
“왜, 왜 이래. 왜 이래!”
얼마 가지 않고 그대로 서버리는 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