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83)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84화(83/157)
성전으로 (2)
주행 도중 갑자기 시동이 멈췄다.
동시에 유목현의 심장도 쿵 바닥으로 떨어졌다.
“왜 이러는 건데, 왜! 제발 좀 걸려라, 걸려!”
그는 절박한 음성을 내뱉으며 스마트 시동 버튼을 필사적으로 눌러댔다. 그러면서 핸들을 꺾기도 하고 액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아대기도 한다.
당장 그가 느끼는 공포감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임혜수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를 방증하듯 그녀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다.
여자들의 동태를 확인하기 위해 쳐다본 조수석 사이드미러에서 섬뜩한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리라. 그녀가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흐끅, 오빠. 저 여자들 좀 봐. 진짜 미쳤나 봐, 대체 왜 저러는 거야. 허으으.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어.”
유목현은 연거푸 시동 걸기를 시도하며 고개를 꺾었다. 여자친구의 말마따나 그녀들이 멈춘 차량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한데, 걸어오는 모양새가 영 괴이하다.
“미친.”
자신들을 태워달라 말하던 긴 머리 여성은 얼굴 근육을 한껏 일그러뜨린 채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고.
“같이 가요. 태워주세요.”
그 옆에 선 단발머리 여성은 양팔을 좌우로 길게 내뻗은 채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하늘님을 믿는 자,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될지어다. 그러니 함께 가자, 하늘님께 경배하고 하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지.”
마치 대형 십자가가 걸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내뱉은 말 역시 괴이하고 불길하고 생각하는 그 순간.
임혜수와 유목현은 여자들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것들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다.
“귀, 귀···”
뒷말을 내뱉진 않았으나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여자들은 귀신이라고.
그게 아니고서 차량 밖에서 웅얼대는 저 여자들의 목소리가 이렇듯 크게 들릴 리 없다. 꼭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게다가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시골길.
여자들이 입고 있는 옷, 얼굴, 그리고 신발 신지 않은 맨발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여자들의 본질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푸르르—
자동차 시동이 다시금 걸렸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유목현은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일념하에서 엑셀을 밟았고 멈추고 서길 반복했다.
허나, 그들은 무사히 그 도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달리는 차 안.
“···”
“···”
유목현과 임혜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안은 고요한 적막만이 맴돌았다. 괜히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가 다시 마주하게 될까 봐 겁을 먹은 것이리라.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이젠 여자들의 모습도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도로에 오가는 차도 몇 있다.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인다.
“하아.”
그에 임혜수가 참아온 숨을 깊게 내쉬며 물었다.
“···오, 오빠. 나 창문 좀 열어도 될까? 너무 어지러워, 찬 바람 좀 쐬야 할 것 같아.”
“그래. 그러자.”
마침 유목현도 같은 마음이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놀란 가슴이 진정될 것도 같았으니까.
그리하여 창문을 열려던 때였다.
빠아아아앙—— 빵, 빵—!
그들의 뒤에서 달리고 있던 화물차 운전사가 거칠게 클락션을 누른다. 저들의 눈엔 보이지 않았으나 화물차 운전수은 볼 수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차량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고 있는 모습을···
허나, 차 안에 타고 있는 임혜수와 유목현은 까맣게 몰랐다.
“엄마야!”
그래서 놀란 소리를 지르면서도 이렇듯 창문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열린 창문으로 그것들이 들어왔다.
“···갑자기 왜 클락션을 울리지.”
그 이유를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순간, 유목현의 차량을 앞질러 가는 화물차. 화물차 운전사가 달리는 유목현의 차를 보며 고개를 꺾는다. 이윽고 멈춘 시선,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유목현이 그 시선을 따라갔다. 아니, 따라갈 필요도 없었다.
“태워 달라고 했잖아——!”
바로 등 뒤에서 몹시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렸으니.
“꺄아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손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끼이익!
유목현은 그렇게 핸들을 꺾었다.
***
“그러고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더라고요. 그래도 천만다행이었어요. 저나 혜수나 크게 다친 곳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한편으론 그렇게 사고가 나서 다행이기도 싶기도 했고요. 그렇게라도 거기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실상 그들은 벗어난 게 아녔다. 외려 그곳에서 무언가를 달고 온 것이다. 그걸 퇴원 후 집에 돌아가서야 깨닫게 되었다.
“다음 날부터 어깨가 미친 듯이 아팠어요. 사고 후유증인가 싶어 다시 병원에 가보려고 했는데···”
현관에 놓인 거울, 그 안에서 그걸 보았다. 자기 어깨 위에 무등 타듯 올라간 여자와 덜렁거리던 두 다리. 어둠에 잠긴 시골길에서 마주한 그 여자 귀신이었다.
“그때부터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것 같았어요.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로지 기도 그리고 또 기도밖에 없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생각을 하거나 집 밖으로 나서려고 할 때마다 그 여자가 그렇게 속삭였기 때문이다.
‘회개하지 않으면 천벌을 내릴 거야. 그 여자, 죽일 거야.’
그러면서 얼음장보다 차가운 손으로 제 얼굴을 후려치는데 그럴 때마다 온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결국 그렇게 남자는 여자의 뜻대로 몇 날 며칠 기도를 이어갔다.
“누구한테 기도하라고 하던가요?”
“하늘 님이요. 구원받고 싶으면 하늘 님에게 빌라고, 그분을 찾아봬야 한다고 그랬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그것이 말했다.
이제 저와 함께 성전으로 가자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대로 홀린 것 같아요. 처음엔 그 여자가 나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중엔 내가 원해서 그러고 있더라고요. 더러운 몸을 정화해야 할 것만 같고, 하늘님을 직접 뵙고 싶고 경배하고 싶은 마음도 샘솟았고···”
그래서 그것이 성전으로 가자고 했을 때 유목현은 당장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갈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그러나 성전행은 어림도 없었다. 태구에게 사연을 보낸 여동생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의 걸음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저는 그래도 다행히 동생 덕분에 멈출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혜수는 아니에요. 혜수한텐 정말 저밖에 없어요. 동생도, 오빠도, 누나도 하물며 부모님도 안 계세요. 내가 어떻게든 빨리 정신을 차리고 혜수를 챙겼어야 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는 이미 연락 두절 상태였으니.
그렇게 유목현은 자신이 겪은 영적 현상에 대해 털어놓았고.
“선생님, 잠시만요.”
양복차는 찾은 임혜수의 생애 명부록을 태구에게 건넸다. 태구가 명부록을 빠르게 훑었다.
1991년 2월 20일 묘시에 태어난 임혜수는 익일 아사한다. 그녀의 죽음은 놀랍지 않다. 이미 유목현의 명부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니까.
그가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임혜수, 그녀가 생애 마지막으로 머문 장소였다. 그리고 그 또한 명부에 기재되어 있었다.
“들어보니 유목현 씨, 임혜수 씨 두 분 다 종교령한테 당한 것 같네요. 성전이라는 곳은 아마 종교령들이 집단으로 모여있는 곳일 겁니다. 저들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곳이죠. 이를테면 폐교회나 폐기도원 그도 아니면 폐수양원 같은 곳이요.”
“우리 혜수가 지금 그런 곳에 있단 말이에요? 그렇게 위험한 곳에···”
겁이 얼마나 많은 애인데, 유목현은 초조하게 말을 덧붙였다. 태구는 그런 그에게 말했다.
“일단은 여자친구분 일은 저한테 맡기고 몸 좀 추스르고 계세요.”
여자친구는 자신이 찾아서 데려오겠다고 말이다.
***
세월이 흐르면서 저승 신물도 시대에 맞게 변했다. 명부록 역시 마찬가지다. 임혜수의 생애 마지막 위치는 현재 주소법에 맞게 표기되어 있었다. 그녀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시골 야산에서 죽는다.
‘그곳이 그들이 말하는 성전이겠지.’
그녀의 위치를 확인한 태구와 복차는 곧장 성전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네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또 두어 번의 택시를 갈아타고서야 도착한 곳.
민가 하나 없는 어두운 도로 한복판.
성전은 도로 건너편에 자리한 야산 안에 있다.
다만, 야산으로 통하는 진입로가 없기에 도로 가에 설치된 펜스를 넘어야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쉽사리 갈 수 없는 장소다.
길이 잘 닦인 이름난 흉가와 차원이 다르다.
태구와 복차는 무성하게 자라난 풀을 밟아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얼마 후.
그들 앞으로 붉은색 건물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새.하.늘.수.양.원.’
건물을 철옹성처럼 둘러싼 높은 철제 울타리 위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새하늘수양원이라고.
“제대로 찾아왔네.”
높디높은 철제 울타리 끝은 죄다 녹이 슬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마치 피를 머금은 창날처럼 보이게 했다. 실제로 비릿한 냄새가 태구의 코끝을 스쳤다.
‘피에 절은 망령들이 바글바글하는구나.’
양복차도 이를 느끼곤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느껴지는 기운이 꽤 많은데요? 차사들 호출할까요, 선생님?”
“굳이? 우리 둘이면 충분해. 게다가 망자들도 망자들이지만 당장 급한 건 산자야. 그 여자부터 데려 나와야지.”
바른 말이다. 망자를 수거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임혜수를 구원하기 위해 온 것이지.
“허면 방송은 어떻게 할까요? 지금 켤까요? 아니면 들어가서 켤까요?”
“당연히 지금 켜야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유목현, 그가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태구는 그를 위해 방송을 켰다.
[강태구 님이 방송을 켰습니다]여느 때처럼 방송 시작과 동시에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는 시청자.
[펭라리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유목현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태정태세문단속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헤멘입니다.
– 약혼녀 찾는다는 공지 보고 왔습니다.
– 나도 긴급 공지 보고 들어옴.
– 어쩐지 오늘 방송하는 날도 아닌데 키더라니.
– 형님. 저도 왔습니다.
– 펭라리 어서 오고.
이미 그들은 방송 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경이 사연과 함께 방송 내용에 대해 공지를 적어 올렸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태구는 설명을 생략할 수 있었다.
대신 거침없이 철문 앞으로 걸어갔다.
“유목현 씨, 보고 있죠? 여자친구분 무사히 데리고 나올 테니까 걱정마시고요. 사실 안 보면 좋겠는데··· 쓰읍. 아무튼 들어가겠습니다.”
태구는 그리 말했고 복차는 그런 태구의 뒷모습과 철문을 카메라에 담았다.
당연하게도 철제 울타리 위에 걸쳐진 ‘새하늘수양원’ 간판도 찍히게 되었다.
이를 본 시청자 중 하나가 달풍을 쏘아올렸다.
[내꿈은사이비교주 님. 달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새하늘수양원? 설마 새하늘교에서 운영하던 건가?
– 새하늘교가 뭔데?
– 나 왜케 이름이 낯익지;;; 잠만.
– ㅡㅡ 정말 새하늘교 건물인가요?
채팅창이 시끌벅적해졌다.
그럴만도 했다.
[내꿈은사이비교주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 어린애들은 모를 수도 있겠다. 새하늘교 ㅈㄴ사이비임. 80년대에 집단 자살사건으로 유명해졌는데. 아마 못해도 300명은 넘게 죽었지 않았나? 근데 얘네들이 수양원 같은 거 운영하는지는 몰랐음.
새하늘교는 80년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사이비 종교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