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85)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86화(85/157)
성전으로 (4)
굳은 진흙 바닥에 새겨진 발자국은 270 이상을 웃도는 사이즈로 보인다.
발자국 주인은 남자가 분명하다.
물론 여자도 270 이상 신을 수 있지.
그렇지만···
[유목현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제 여자친구 발 사이즈는 235입니다. 저 사람도 제 여자친구나 저처럼 망령에 홀려 이곳을 찾은 걸까요? 아니, 그보다 제 여자친구가 정말 이곳에 있는 건 맞나요?
이렇듯 남자친구가 등판하여 아니라고 하지 않나.
그런 유목현의 달풍에 시청자들은 태구를 대신해 대답했다.
– 태구가 여기 있다고 하면 있는거임ㅋㅋ
– 그보다 저 발자국 주인 좀 찝찝한데?
– 그러게. 망령에 홀린 거면 차라리 다행인데
– ??? 그게 왜 다행이누.
– 정신머리 멀쩡한 인간이 저길 기어들어갔다고 생각해봐ㅡㅡ 그게 더 무섭지.
– 이를테면 수배자. 검거 피하려고 흉가 전전한다잖아.
– ㅋㅋㅋㅋㅋㅋ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그러면서 퍽 불길한 의견을 덧붙이는데 복차가 보기에 그게 또 그럴듯하다. 채팅창을 확인하지 않는 태구였기에 복차가 이를 전달했다.
“선생님. 어느 시청자 형님께서 말하길 수배자가 이곳에 숨어든 것 같다고 하시는데요.”
“글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
태구의 반응은 담백했다.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에 당황할 필요 없었다.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유목현이 불안해할 테니까. 그렇지만서도 남몰래 걸음에 속도를 올리는 태구였다.
공터를 가로지르고 나지막한 계단을 오르자 5층짜리 붉은색 건물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긴 세월 방치된 탓에 붉은색 외벽돌은 이가 빠진 듯 군데군데 비어있었고, 붉은색 벽돌을 메운 시멘트 역시 갈라진 상태.
당연하게도 창문 역시 다 깨져있다.
그렇게 깨진 창문 안쪽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삭은 커튼이 나부끼는데 그 모습이 마치 등지고 선 여자의 머리카락처럼 보인다.
– 저기 창문에 서 있는 거 사람 아님?
– 찾았다! 가 아니라 커튼이네;;
– 그나저나 가까이서 보니까 더 쫄린다.
– ㅇㅏ까 수배자 들어갔다고 한 거 취소할래.
– 나도. 아무리 감방 가기 싫어도 저긴 안 감
태구와 복차는 서슴없이 건물 안으로 발을 드밀었다.
밖에서 보던 것처럼 내부 역시 스산하고 음산하기 그지없다.
1층 로비 곳곳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먼지 쌓인 각종 집기와 야생동물의 배설물 더 나아가 썩어 문드러진 짐승의 사체도 보였다. 그로 인해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한다.
“허으, 냄새 장난 아니네요.”
복차는 미간을 찌푸리며 꼼꼼히 내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 단지 그뿐?
– 편안함 봐랔ㅋ 떨리지 않는 것이 시몬스급임.
– ㅇㅈ. 화면 떨림 하나도 없네 ㅎㄷㄷ
– 그 사장에 그 직원ㅋㅋㅋ 폼 무쳤다.
– 봉차야. 어ㄸㅐ? 뭐 보이는 거 있어?
“형님들 제 이름은 봉차가 아니라 양복차입니다. 그리고 당장 보이는 망자는 없습니다. 나타나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아이구, 잠깐 대답하는 사이 저만큼이나 가셨네.”
복차의 말마따나 1층 로비는 싸늘한 냉기만 감돌고 있었다. 망령은 어디에도 없었다. 귀기가 넘실거리는 현장과 어울리는 모습은 아녔다.
[태정태세문단속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래. 봉차야, 너만 믿는다—!
복차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앞서간 태구를 좇았다.
걸음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조금만 방심해도 거리가 벌어져 있다.
지금도 그랬다. 분명 나란히 들어왔는데 어느새 저 앞에 선 태구. 그가 허리를 구부린 채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줍고 있다.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86. 성전으로 (4)
모옹깡
“새 하늘 수양원 입소를 환영합니다?”
빠르게 태구와 거리를 좁힌 복차가 그의 손에 들린 내용물을 보며 중얼거렸다.
태구는 이곳, 새하늘수양원을 소개하는 빛바랜 팸플릿을 보고 있었다.
[새 하늘 수양원 입소를 환영합니다.] [입소자격 : 새하늘님의 자녀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새하늘님의 권능이 담긴 성스러운 물로 다친 영혼을 치유해 보세요.] [새 하늘 수양원 시설 안내] [1층 로비, 1층 기도 강당, 1층 원무과, 2층 생활실, 2층 치료실···]“치료실도 있고 또 다친 영혼 운운하는 걸 보니 여긴 일종의 병원 혹은 요양원 같은 곳이었나 봐요.”
– 수양원이라길래 도 닦는 곳인가 했더니 요양원이었어?
– 근데 아주 수상쩍은 요양원이다.
– ㅇㅇ 새하늘님의 권능이 담긴 성스러운 물 뭔데
– 군침 싹 도는데?
– 같은 사이비 교인만 받아서 소문 안 난 듯.
“요양원은 무슨, 내가 보기엔 그저 감옥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태구의 시큰둥한 반응에 복차가 빠르게 말을 정정했다.
“감옥이요? 아! 그러고 보니 요양원보다는 감옥이란 말이 더 적절하겠네요.”
문득 태구의 손에 아작난 망자 셋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쇠몽둥이를 질질 끈 채 공터를 떠돌아다니던 그것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것들이 꼭 교도관처럼 느껴진 것이다.
“쯔쯔, 그 흉한 쇠몽둥이를 누구에게 휘둘렀을지···”
대충 예상이 갔다. 이곳에 입소한 입소자들이었겠지. 복차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덜컥, 덜컥—
그사이 태구는 손에 들린 팸플릿을 바닥에 던지며 눈앞에 보이는 문을 다 열어젖히고 있었다.
원무과, 약재실, 비품실···
느껴지는 기척은 없었다. 굳이 그 안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하여 별다른 소득 없이 1층 복도 끝에 다다른 때.
쿠당탕탕탕—!
하는 요란한 소리가 고요한 1층 복도에 울려 퍼졌다.
당장 태구 앞에 자리한 문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기도 강당]“형님들. 들으셨죠? 안쪽에서 새어 나온 소리입니다.”
복차의 친절한 설명에 채팅창은 “드가자”로 도배되었다.
시청자들은 닫힌 문 너머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달칵—
그러나 태구에 의해 열린 문 너머의 풍경은 그들의 상상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 ??? 뭐냐. 아무것도 없잖아.
– 기도 강당이 왜 이따우야; 의자도 없네
– 그럼 그 소리는 어디서 들린 거지?
– 또, 또 들린다!
– ㅈㅓ기 바닥 좀 확대해 봐. 들썩인 거 같다고ㅡㅡ
기도 강당은 그야말로 텅 비어 있었다.
앞서 지나온 복도엔 온갖 집기가 널려있던 반면 여긴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다.
바닥은 깨끗했고 양쪽 벽에는 사진 걸린 액자들이 줄줄이 걸려 있다.
그러한 광경이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소음을 낼 만한 집기도, 사람도 없는데 거듭해서 쿵쾅하는 소리가 연거푸 이어졌기 때문이다.
쿵, 쿵, 쿵!
그 순간.
짜기라도 한 듯 태구와 복차의 고개가 한 방향으로 꺾인다.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서.
“인제 보니 여기 다 모여 있었네요.”
“본인들이 죽은 줄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야.”
쿵, 쿵, 쿠웅—!
문이 닫히는 소리도,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도 아녔다.
이는 기도 강당에 발이 묶인 지박령들이 내는 소리였다.
기도 강당은 텅 비어 있지 않았다.
[할렐루야랴랴야야야···] [새하늘님이시여 환난에서 구해주소서] [아아— 우리의 구원자이진 새하늘님 믿습니다레베렐레렐]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망자가 바닥에 쿵쿵 머리를 찧으면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바닥에서 몸을 펄떡거리는데.
쿵, 쾅캉캉!
그럴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내부를 울린다.
[벙개의 신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방금 또, 또 들렸어! 이 소리 여기서 난 거 맞지? 뭐가 모여 있다는 거야?
설명은 복차의 몫이었다.
“여기 기도 강당에 발이 묶인 망자들이요.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아주 개미 떼처럼 버글버글하네요. 하나 같이 처참한 모습을 한 상태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기도에 전념하고 있어요. 쿠웅, 쿠웅 하는 소리도 저들이 낸 소리고요”
– 무친;;; 혼란하다. 그 소리가 이 소리라고?
– 내가 그랬잖아. 바닥 들썩이는 거 같ㄷㅏ고!
– 처참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보통 망자들은 죽는 그 순간에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 있는 망자들은 다 그 모양새가 좋지 못하네요. 저기 저 여자는 왼쪽 귀에서부터 오른쪽 귀까지 쭉 이어지는 자상이 있어요. 그리고 그 아래 목을 가로지른 선도 보이고요.”
벌어진 살갗 사이로 늘어진 혈관이 보인다. 끔찍한 모양새였다. 다만, 본인은 모르는 모양이다. 그 덜렁거리는 머리통을 서슴없이 바닥에 찧는 걸 보면 말이다.
“또 이 앞에 어린 여자는 머리통이 반쯤 부서져 있네요. 마치 둔기 따위에 맞은 것처럼요. 제 생각엔 이곳에서 탈출하다 공터를 지키던 관리자들에게 당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벙개의 신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근데 귀신들 앞에서 그렇게 품평해도 됨?
“말했잖아요. 기도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이렇게 다가가 코앞에서 쳐다봐도 신경도 안 쓰는걸요. 다들 세뇌가 단단히 됐어요.”
그렇게 강당 내부 풍경을 설명한 복차는 다시금 카메라 초점을 태구에게 맞췄다.
태구는 강당을 떠나지 않았다.
‘산자를 여기로 부른 이유가 뭘까, 이 넓은 건물 중 그녀를 어디로 데려갔을까···’
답을 줄만한 존재를 찾았기 때문이다.
태구는 광기에 사로잡힌 망자들을 가로질렀다. 그리하여 그의 걸음이 멈춘 곳은 사진 액자가 줄줄이 걸려 있는 벽 앞이었다. 벽에는 새하늘 수양원 관리자와 이곳을 거쳐진 입소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 여기 찍힌 사람들 다 죽은 거 아님?
– 어쩐지 좀 꺼림칙하다 ㅎㄷㄷ
– 머히 ㅑ버히저ㅚㅓㅂ리뱌ㅓㅂ이ㅓㅂ
– 봤어? 봤ㅈㅣ? 나만 본 거 아니지?
– ㅁㅊ 붉은 옷 어디 감.
그때.
채팅창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기 때문이다.
머리를 깔끔하게 틀어 올리고 붉은색 상의를 입고 있던 사진 속 여인.
그 여인이 일순간 사진 속에서 사라진 것이다.
놀랄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목현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어? 저기 맨 윗줄에 있는 여자둘··· 그날 도로에서 저랑 제 여자친구가 본 여자들이에요. 진짜 여기가 저들이 말하는 그 성전인가 봐요. 태구님, 제발 제 여자친구 좀 빨리 찾아주세요.
유목현이 다시금 달풍을 쏘아올리던 그때였다.
두탕탕!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역한 냄새가 폐부에 스며들었다.
냄새의 근원은 등 뒤였다.
[누가, 신성한 기도 시간에, 돌아다니라고 했지?]복차가 황급히 뒤를 돌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태구는 한발 앞서 몸을 돌린 상태였다. 게다가 언제 뽑았는지 그의 손엔 도끼가 들려 있었다. 도끼맛을 볼 대상은 명확했다.
“자, 자살 귀이면서 악한 기운을 가진 망자입니다. 벽에 걸려있던 사진 액자에 깃들어 있었네요.”
복차는 바닥에 떨어진 액자와 허공을 번갈아 찍었다.
비록 카메라에 찍히진 않았으나 그의 눈엔 선명히 보이는 악귀.
[더러운, 사탄, 마귀들.]생전 깔끔하게 틀어 올린 머리는 산발이 된 상태였고, 뽀얀 피부는 퍼렇게 변해 있었다. 그것이 뱀처럼 쭉 내민 검은 혀로 태구의 목덜미를 옥죄려 했다.
써억!
그러나 어림도 없었다. 돌아선 태구는 무심히 도끼를 놀렸다.
[끼이아아아악 !]무심한 손짓 한 번에 검은색 혀가 툭 잘려 바닥으로 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진 혀는 밟힌 지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악귀가 역겨운 악취를 뿜어내며 괴성을 지른다.
태구를 바라보는 그것의 얼굴엔 일그러진 공포가 가득했다. 익숙한 시선이었다. 태구는 손을 뻗어 그것의 목을 거칠게 그러쥐며 생전의 기억을 되살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