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87)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88화(87/157)
성전으로 (6)
악령의 기억을 보기 전까지는 수양원 전체를 성전이라 일컫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었다.
성전은 교주의 개인 공간을 뜻했다. 놈의 탐욕을 채우던 공간. 그 안에 들어선 놈은 본인의 추악한 진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쉬이이이——”
기억 속, 교주는 저렇듯 뱀 같은 소리를 내며 공포에 잠긴 혹은 반쯤 정신 나간 여성 신도를 유린하곤 했다.
그리고 지금.
“쉬이이이—— 이익!”
생전, 교주가 버릇처럼 내뱉던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온다.
– ?????????? 이게 어케 바람 소리누.
– ㅇㅇ 남자 목소리다. 발자국 남인 듯.
– 근데 아까랑 좀 다른 것 같은데? 잔뜩 화났어.
– 이 안에 약혼녀 있다매.
– ;;;; 아. 촉이 말한다. 불길하다고.
[하지마, 하지마!] [도망쳐@%$!!#!#@] [감히, 새하늘 님, 신부를···]더불어 다른 망자의 비명도 들려온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성싶다.
태구는 황급히 성전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아, 아아···”
소리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본인의 머리를 힘없이 내리치는 살아있는 여자, 임혜수와 그녀의 뒤에서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망령 둘.
[가, 가, 나가, 나가, 나가] [건들지마아아악!]마지막으로 임혜수 앞에 서서 음흉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 남자까지.
“쉬이이— 후우. 그래, 이 맛도 나쁘지는 않지.”
성전 안에는 여럿의 영혼과 산 자가 함께 머물고 있었다.
그중 먼저 태구의 시선을 사로잡은 존재는 임혜수 앞에 선 남자였다.
180 남짓한 키, 알몸을 덮은 거뭇한 가운, 눈썹에서부터 볼까지 이어진 상처 자국, 그리고 그런 남자의 어깨에 올라타 음란한 말을 지껄이고 있는 교주의 혼령.
예상대로 교주는 산자의 몸을 빌려 제 탐욕을 채우려 하고 있었다.
[벙개의 신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ㅁㅊ 진짜 남자네. 발자국 남인가 봄. 근데 저 찢어진 가운은 어디서 구한거냐? 광신도한테 홀린건가? 눈깔이 반쯤 돌아있는데. 저기요??
– 방금 한 말 들음? 이 맛도 나쁘지 않대;
– 아무래도 광신도 색귀에게 홀렸나 봄.
– ;;;;;;;;;;;;;; 근데 왜케 낯이 익지.
– 이래서 설명도 없이 서둘러 왔구나.
– 태구는 다 알고 있었던 거임.
– 약혼남아 눈 감아ㅠ
그때, 태구의 시선을 느낀 남자가 파팍 고개를 돌린다. 초점 없는 눈동자에 살기가 실리는 순간이었다.
[감히, 허락도 없이, 죽여.]제 시간을 방해받은 남자는 손에 들린 목재를 휘두르며 태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우우우웅—!
허공을 찢는 날카로운 파공음 뒤로 묵직한 타격음이 이어졌다.
빠각!
놈이 휘두른 십자가 목재가 태구의 머리통을 가격한 것이리라.
쿠웅.
“끄아아악아아악!”
그런데 고통스러운 비명은 태구의 입이 아닌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태구가 오른손을 뻗어 남자의 어깨를 강하게 찍어 눌러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저항 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어버린 남자였다.
– 오우 제기랄; ㅈㄴ 아프겠다.
– 어쨌든 선빵은 저쪽이 친 거임.
– ㅇㅇ 이건 정당방위다 이거야.
– 거기다가 저쪽은 흉기 들이밀었잖아.
– ;;;;;;;;;;;; 아니 얘들아. 너네 안 놀랍냐?
– 태구 방송 하루 이틀 보냐?
– 태구 몸뚱이 방어력 만렙인 거 몰랐서?
그 잠깐의 터치로 남자의 몸에 달라붙은 교주의 기억과 남자의 기억이 혼재되어 태구의 뇌리를 스친다. 순간 태구가 험악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끄아, 아아아악!”
남자는 임혜수와 달리 무고한 일반인이 아니었다. 성범죄로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 출소한 범죄자였다. 역겨운 놈의 기억이 태구를 화나게 만들었다.
“저랑 잘 맞는 몸뚱이를 잘도 구했구나.”
– 궁합이 좋다는 말인가?
– ;;;; 귀신한테 홀린 것도 서러운데ㅠㅠㅠ
– 근데 오늘따라 태구 분위기가 좀 살발하네.
– 빙의자들 대할 때 ㅈㄴ 친절하게 대했는데.
– 아 진짜 저 사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다시 말해 악령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놈이란 말이다. 그랬기에 남자를 다루는 태구의 손속은 매울 수 밖에 없었다.
태구는 남자의 몸에 깃든 망령을 밖으로 빼내지 않았다. 그 상태 그대로 생전 교주가 신도에게 했던 행동을 그대로 답습했다.
빠각!
“크아아악!”
꿇어앉은 남자의 안면을 후려친 것이다.
일순 부러진 남자의 코에서 픽하며 핏물이 튀었지만 태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물어지려는 놈의 상체와 교주의 망령을 꼭 붙잡은 상태로 다시금
빠각—!
연속타를 날렸다.
“끼아아아악!”
그러자 태구의 손에 꼼짝없이 붙잡힌 남자가 이빨을 드러내며 최후의 발악을 한다. 악령들의 주특기,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서늘한 한기가 몰아쳤고 그와 동시에 바닥을 뒹굴던 물건들이 허공으로 치솟으며 태구를 향해 쏘아진다.
패래래래랙—
[벙개의 신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ㅄ허ㅣㅂ 러ㅣ!! 이거 뭐야. 사람 시체야?
가느다란 다리 한 개, 봉긋한 가슴···
얼핏 보면 토막 난 시신처럼 보였다.
– 가슴이다 ㅎㄷㄷㄷㄷ
– ㅡㅡ; ㅁㅊ 그거밖에 안 보이냐?
– 아니. 그래서 이게 맞냐고ㅠㅠ
– ㄴㄴ 이번에도 카메라에 악령 씐 거임.
– 근데도 태구 눈 하나 깜짝 안 하는거 봐라.
보이는 것만 그럴 뿐 진짜 시신은 아녔다.
물건의 정체는 과거, 교주가 직접 뜬 여성 신도의 석고였다.
방안엔 다른 물건도 많았다. 그런데도 석고상이 허공으로 떠오른 이유는 놈의 사념이 가장 많이 깃든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게 태구를 화나게 했다.
“새하늘교 교주, 염병기. 살았을 적에도 남의 영혼을 짓밟는 시궁창 같은 삶을 살더니 죽어서도 변한 게 없네.”
태구가 서늘한 눈빛을 띠며 남자의 머리채에서 손을 놓았다. 그로 인해 남자의 몸뚱이는 바닥으로 허물어진다.
– 광신도 섹귀가 아니라 교주였어?
– 잡몹인지 알았는데 보스몹이었네.
– ㄴ태구 앞에선 잡몹임.
– 어쩐지 태구가 ㅈㄴ 세게 나간다고 했다.
– 그래도 그렇지 ㅠ 홀린 사람 잘못은 아니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태구는 제 몸을 맞추고 바닥으로 떨어진 누군가의 신체 한 부위를 집어 들었다.
[그아아아, 아아악. 사탄마귀···]그사이, 교주의 혼이 남자의 몸에서 빠져나온다. 놈이 벌레처럼 바닥을 기었다. 태구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이리라.
태구가 의도한 바였다.
퍼어억—!
“치욕스러워하는 피해자를 강제로 붙들고 석고를 뜰 땐 몰랐겠지. 네가 뜬 석고에 네가 맞아 뒈질 줄은 말이야.”
[끼아아아아아 !]“아, 아니다. 뒈지지는 않을 거야. 딱 뒈지기 직전까지만 맞자.”
태구는 말한 바를 그대로 지켰다. 손이 얼얼할 정도로 교주의 대가리를 깨부순 것이다. 그리하여 놈이 소멸하기 직전, 신전의 하층부에 놈의 영혼을 처박아 넣었다.
그때. 복차가 그리 물어왔다.
“선생님. 이것은 어찌 처리할까요? 지옥불 맛을 단단히 봐야 할 성싶은데.”
고개를 돌려보니 그의 발치 아래로 망령 하나가 쓰러져 있다. 임혜수의 몸에 깃들어 그녀를 조종하던 망령이었다.
[이이익! 새하늘님을···]망령은 그물에 걸린 고기처럼 옴짝달싹 못 했다. 차사들의 병기, 포박줄에 꽁꽁 묶인 탓이었다. 물론 시청자들 눈엔 보이지 않았다.
– 뭐야. 복차도 잡았어?
– 아까 어딜 감히 이러면서 막 발길질하던데
– 교주 말고 또 다른 망령도 있나보ㅏ
– ㅇㅇㅇ태구한테 달려들라고 했다고 했음.
그런 상태에서도 태구를 보며 분한 듯 이를 가는 여자 망령. 교주를 그리 만든 태구에게 분노한 것이리라.
“내가 처리할게.”
태구는 고개를 저으며 그리 말했다. 교주를 향한 맹목적인 믿음이 실로 안타깝고 어리석어 보였다.
아니, 어쩌면 교주의 진면모를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는 걸지도. 어쨌든 어리석음이 면죄부가 될 순 없다.
그리하여 태구는 복차가 잡은 망령 역시 신전의 하층부로 집어처넣었다. 쌓아온 죄업에 따라 벌을 받아야 했으니까.
또한,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아직 더 남아있다.
“사, 살, 살려, 살려, 주세요.”
바닥에 쓰러져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하고 있는 남자.
– 어? 아까 소리 지르던 목소리랑 다름.
– 퇴마 끝났으니까
– 눈깔도 정상으로 돌아왔네.
– 저 사람 신고하는 거 아니겠지?
– 오늘 좀 과격하긴 했음
남자의 정체를 모르는 시청자들은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에 태구가 뒤늦게 그의 정체를 입에 담으려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영혼 한 조각을 수거하던 찰나였다.
“신고는 저 인간이 아니라 내가···”
[태정태세문단속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드디어 기억났다. 아오ㅡㅡ 내가 낯 익다고 했지? 저 새끼 한 달 전에 전자발찌 끊고 토신 놈임. 아주 흉악한 십새라고! 눈깔 돌아오니까 이제야 알아보겠네. 아오, (링크)
시청자 중 하나가 급하게 달풍을 쏘아 올렸다. 남자의 사진이 실린 기사도 함께 첨부했다.
[누범기간 중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이 공개 수배됐습니다. 10대 청소년 3명을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돼 5년 형을 선고 받은 염 씨가 출소한 지 불과 10일 만에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범행 이후 전자 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염 씨의 사진을 공개합니다. (전신사진) 조속히 검거될 수 있도록 시민분들의 적극 협조 바랍니다···]출소한 지 고작 10일 만에 같은 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 남자는 천하의 쌍놈이었다. 놈의 정체를 확인한 이상, 그를 걱정하는 시청자는 없었다.
– 저거 완전 개새끼였잖아.
– 내가 저런 놈 걱정을 했다니ㅡㅡ
– 그래서 아까 태구가 그렇게 말했던건가? 지 같은 몸뚱이 골랐다고.
– 역시 태구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 그래서 거기 주소가 어찌 됨? 현상금까지 걸린 놈이네.
오히려 더 패줬어야 하는데, 제대로 즐겼어야 하는데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러한 시청자의 반응에 화답하듯 갑자기 바닥에 나뒹굴던 석고상 하나가 허공으로 치솟는다.
쐐애액 ! 다시금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발생한 것이리라. 다만, 전과 다를 게 있다면 그 방향이 달랐다.
“어어,억.”
엎어진 남자의 그곳을 향해 떨어진 석고상. 그에 남자는 비명을 다 내지르지도 못한 채 까무룩 기절하고 말았다.
“아직 퇴마하지 못한 망령 하나가 남아 있었거든.”’
태구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 태구를 찍는 복차는 새삼 한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임혜수 씨. 남자친구 유목현 씨가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태구의 따스한 음성이 들렸다. 태구가 기진맥진하여 쓰러진 임혜수에게 다가온 것이다. 며칠간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한 그녀는 앙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져있긴 하다만 큰일은 안 당한 것 같으니.
“남자친구 보러 가야죠. 내가 데려다줄게요. 이제 다 괜찮아요. 나쁜 꿈··· 꿨다고 생각합시다.”
태구는 그런 그녀에게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퍼렇게 질린 낯빛에 자그맣게 생기가 도는 순간이었다. 그 덕에 임혜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잠, 잠깐만요. 혹시 제 주변에 여자아이가 있나요?”
그리하여 그녀가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