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9)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9화(9/157)
첫 번째 신도
성력 깃든 오함마가 콘크리트 벽을 두드린다.
콰아앙—!
몇 번 두드리지 않았음에도 콘크리트는 금세 부서지고 만다.
그렇게 깨진 시멘트 틈 사이로 벽돌이 보인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아래 공간, 그 사이 무언갈 감추고 벽돌을 쌓아 미장한 것이다.
태구는 콘크리트에 이어 그런 벽돌까지 단숨에 부숴버렸다. 그 결과 마침내 여자의 본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 있구나.”
가히 처참한 모습이었다.
‘흑흑.’
타인이 봐도 말문이 턱 막힐 모습일지 언대 본인은 오죽할까.
여자가 서글피 눈물을 흘렸다.
“어디 봐, 그 그릇이란 게 대체 뭔지 나도 좀 보자.”
그사이 멀찍이서 태구를 찍고 있던 흑룡이 다가왔다. 그리고 까무러쳤다.
“으아아아악!”
상상조차 하지 못한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시체라니, 내 집에 시체라니!
누런 이불에 둘둘 말린 저것은 분명 사람의 시신이었다.
태구가 찾는 것이, 본체라는 것이 시신일 줄이야. 그는 정말 몰랐다.
그릇이라길래 곧이곧대로 정말 그릇인 줄로만 알았다.
왜 옛말에 그런 말도 있잖은가. 귀신들은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니 버려진 물건은 함부로 집에 들이지 말라고.
그래서 흑룡은 오래된 그릇 따위에 귀신이 붙어있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눈앞엔···
“뼈, 뼈뼈···”
회반죽 시멘트와 흙 따위로 얼기설기 덮인 이불과 그 이불 아래 삐죽 삐져나온 뼈가 보인다. 다시 봐도 그건 사람의 손이다.
기절할 것만 같았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방송 정지’를 당할까 봐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아래로 내리는 그였다.
“호들갑 그만 떨고 경찰에 신고부터 하거라.”
그런 흑룡을 보며 태구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여자의 어깨를 퍽퍽 토닥여주었다. 참으로 서툰 손길이었다.
“이제 다 됐다. 더 이상 힘든 일은 없을 것이야.”
“흑흑흑.”
“또한 네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너를 이렇게 만든 종자들은 마땅한 벌을 받게 될 거야. 그래야 맞는 거고.”
“그보다 저는, 저는···”
처참한 제 껍데기를 마주하니 용서했다는, 이제 와 벌이 다 무슨 소용이냐는 빈말은 나오지 않는다. 그녀라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들을 어찌 용서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녀에겐 복수보다 더 간절한 염원이 있다. 욕심은 화를 부르기에 그저 원하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한 것일 뿐이다.
“네 맘 다 안다. 아이를 지키고 그 아이와 다시 만나고 싶다 말했지. 그 염원은 내가 이뤄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더냐. 그러니 걱정 말거라. 네가 원하는 대로 될 터이니.”
“저, 정말 그럴 수 있나요? 제가 품었던 아이를 볼 수 있을까요?”
“난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된다고 했으면 되는 거다.”
“아아···”
태구의 확답에 여자는 애써 눈물을 삼키며 활짝 웃어 보였다. 확실히 우는 것보다 웃는 게 보기에 좋아 보인다.
“자, 잡거라.”
태구도 그런 여자를 마주 보며 퍽 자애롭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여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곧이어 여자가 그 손을 맞잡았고, 순간 그들이 서 있던 공간은 뒤집어졌다.
[’김수인’ 영혼(일반)의 신전 입장을 허락하시겠습니까?] [Y/N] [신성력 10을 사용합니다.]***
“여, 여긴?”
이곳에 백색의 영혼을 데리고 온 건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것도 그분을 모르는 영혼을 데려온 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여긴 심상의 신전이라고 하는 곳이다.”
보통 이곳에 발을 딛는 존재는 마인이나 마족.
태구는 그것들을 끌고 와 하층부에 가둬 놓곤 했었다. 소멸보다 더한 고통이 있음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렇다고 악인들만 데려오는 건 또 아녔다. 간혹 지금처럼 백색의 영혼을 데려올 때도 있었다.
그런 영혼은 당연히 하층부로 보내지 않는다.
대개 보살펴 줄 명목으로 데려왔기에.
그들이 머물 곳은 따로 있다.
“심상의 신전이요?”
“내가 섬기는 분의 축복이 내려진 공간이란다.”
“그러니까 천국 같은 곳인가요?”
“천국이라···”
새삼 웃음이 나온다. 누군가는 이곳을 천국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지옥과도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양면적인 공간이 아닌가.
“살면서 아니 여태껏 들어보지도 또 보지도 못한 곳이라서요. 제가 잘못 말한 건가요?”
허나, 김수인에겐 천국 같은 곳이 되겠지. 태구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못 들어본 게 당연하겠지. 이곳 사람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곳이니까. 그러니 그냥 편하게 천국이라 생각하거라. 네가 간절히 원하는 그 염원을 이뤄줄 수 있는 공간이니 네겐 천국이나 다름 없을 터.”
그 말을 들은 여자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언제 울었냐는 듯 기대감에 가득 찬 모습이다.
“염원을 이뤄줄 수 있는 공간··· 제가 원하는 건 정말 그것뿐이에요. 다른 건 욕심 내지 않을게요. 제가 품은 아이를 보고 싶어요. 그 아이를 지켜주고 싶어요. 그 아이와 함께하며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나라면서 세 개나 말하는구나.”
“아, 아···”
이게 아닌가? 농으로 말한 것인데 김수인이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거, 참 겸연쩍게 말이지.
“어쨌든 일맥상통하는 염원이니 셋이라도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 크흠. 이쪽으로 따라오너라.”
태구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이끌고 제단 앞으로 걸어갔다.
신전은 태구의 공간이지만 신이 내려주신 권능.
무릇 남의 집에 왔으면 그 집 어른에게 인사를 하는 건 기본 아니겠나.
그럴 목적으로 여자를 끌고 제단 앞으로 온 것이다.
여자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태구의 뜻에 따랐다. 아이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지킬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할까. 악신을 섬기라해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따를 것이다.
그렇게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분께 인사를 올렸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분에게 말이다.
한편, 태구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가면 제대로 된 옷 좀 가져와야겠군.’
인제 보니 그녀의 차림새가 영 엉망이었다.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은 죽기 직전에 입고 있던 옷. 당연히 그 옷이 깨끗할 리 없다. 군데군데 검붉은 피가 묻어있고 찢어져 있기까지 하다.
보기 영 그렇다. 이래서 영혼을 데려오면 손이 많이 가는 법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아앗!”
돌연 여자가 소리를 내지른다. 비명 같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몹시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구는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분을 만난 것인가?
[’김수인’영혼을 신도로 구분합니다.] [첫 신도를 구했습니다.] [신성력을 부여합니다(+30)] [신도는 성력 소모 없이 신전 거주 가능합니다.]아니나 다를까다.
“헤, 헤스티아 님이 허락해 주셨어요. 이곳에 있으라고. 이곳에서 아이를 만나라고. 흐읍. 또, 또 아이가 느껴져요. 제 안에 아이가 있어요. 태구 님.”
말해 준 적도 없는데 그분의 존함과 제 이름을 알고 있다. 그분의 의지를 전해 받은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신도가 될 줄은 몰랐다.
덕분에 사용한 신성력이 회복되었다. 정확히는 회복을 넘어서 늘어나기까지 했다. 태구가 신성력을 얻는 방법은 대개 마인을 잡아 족치면서다. 그것들을 멸하면 신성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더욱 수월하고 간편한 방법으로 신성력을 얻었다. 괜히 꽁으로 얻은 것만 기분이다. 태구는 기분 좋게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바라는 대로 될 거라고.”
“정말이지, 흐윽. 너무 기뻐요.”
“앞으론 좋은 일만 있을 게다. 그보다 여인이 아이를 품는 기간이 열 달이었던가?”
끄덕끄덕
“하면 열 달 후에 그 아이를 직접 볼 수도, 안아 볼 수도 있겠구나.”
“흐읍. 네, 그럴 거예요. 정말 생각지도 못 했는데··· 너무 감사해요.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약속을 지키는 것뿐인데, 무얼. 아무튼 그때까지 네가 지낼 곳을 알려주마.”
태구는 여자를 이끌고 상층부로 데려갔다.
스킬이 보관된 스킬 도서관을 지나고, 신물을 보관하던 창고를 지나고, 그가 사용하는 연무장을 지나서 도착한 곳.
그곳은 마치 호텔의 복도를 보는 것 같았다. 끝도 없는 복도를 두고 양옆으로 객실이 나열되어 있다.
이곳이 바로 백색의 영혼들을 위한 공간이리라.
“이곳에서 지내면 된단다. 한데, 머무는 이도 없고 세간살이도 다 사라져 영 허전할 텐데. 괜찮겠느냐?”
여자는 배 위에 손을 올려두며 말했다.
“아이와 함께 잖아요. 저는 더 바라는 게 없습니다. 설령 여기가 지옥이라도 저는 행복할 거예요.”
태구가 고개를 주억이며 볼을 긁적였다.
“그렇지. 이젠 둘이지. 쓰읍. 아무튼 그러면 좀 쉬고 있거라. 나는 정리할 일도 있고 해서 이만 나가야 봐 할 것 같으니. 아, 그리고 부를 일이 있거든 제단으로 내려와 나를 찾으면 되느니라.”
“그럴게요. 감사해요.”
그러고는 그녀를 혼자 두고 다시금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처리할 일이 남아 있었다.
***
집 앞으로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쳐졌고, 현장 감식을 위해 과학수사대가 방문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었다. 시신을 발견한, 아니 찾아낸 태구와 흑룡은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했다.
“아, 몇 번을 말해요! 퇴마하다가 발견한 거라니까요? 여기 제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진짜 용하거든요. 영혼이랑 막 소통하고 그래요. 그 시체 묻힌 것도 그래서 알게 된 거고요!”
“······”
“예예. 이해해요. 물론 믿기 힘드시겠죠.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근데 뭐 어떡해. 그게 사실인걸! 그렇지, 태구야?”
“···하, 나참. 경찰 생활 십 오 년 만에 이런 진술은 또 처음 듣네.”
두 사람의 일관된 진술에 형사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강압적으로 굴 때도 있었고, 버럭 소리를 내지를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이름 김수인, 그녀의 동생 되는 김지민과 그 남편이 공모하여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더이다. 살해 동기는 그녀가 둘의 불륜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고. 당시 남편이 119에 신고를 하려 했는데···”
이어지는 태구의 말과 국과수로 넘어간 시신의 신원이 맞아떨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흑룡과 태구에게선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 한 것도 한몫했다.
“거, 진짜 용하시네. 이럴 게 아니라 도사님!명함 한 장만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결과 형사는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형사 몇이 명함을 요구하기도 했다.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애석하게도 당장 줄 명함이 없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어쨌든 용의자는 금세 특정되었다.
태구의 말마따나 죽은 김수인의 여동생과 그 남편이었다.
심지어 김지민은 죽은 언니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카드를 사용하고, 그녀의 차를 몰고, 그녀의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한 사실은 금세 ‘뉴스’를 통해 퍼져나갔다. 온오프라인이 들썩였다.
유명 프랜차이즈 서민 갑부 창업주의 죽음, 가해자는 남편과 여동생. 화차 같은 그녀의 삶 등.
자극적인 키워드가 온라인을 뒤덮었다. 사람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타올랐다.
그런 상황에 두 연놈이 기름을 끼얹었다. 대형 로펌을 선임해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대형 로펌을 선임한 그 돈 역시 죽은 ‘김수인’의 돈이다.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 공범 긴급체포.] [암매장 사건 용의자, 시체 은닉만 인정.] [’가족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 대형 로펌 선임, 살인죄 아닌 폭행치사죄 주장 할 것으로 보여···]금수만도 못한 뻔뻔한 행태에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래서 죽은 자만 불쌍하다고 하는 거라고. 사람을, 가족을 그렇게 죽여도 돈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법이 필요하다고···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말은 태구 역시 공감하는 바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래서 그가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