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90)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91화(90/157)
층간소음 (1)
불교에는 팔열지옥이라 부르는 여덟 지옥이 있다.
그런 팔열 지옥 중 하나, 대규환지옥.
거짓말을 하여 타인의 희망을 꺾거나 타락하게 만든 망자들이 가는 지옥이다. 그곳에 떨어진 망자들은 생전 자신들이 내뱉은 거짓말이 만들어 낸 환영에 의해 고통받게 된다.
그런데 그 고통이 너무 심하여 절규를 참지 못하고 울부 짖게 되는데 그로 인해 팔열지옥 중 가장 시끄러운 지옥으로 이름나 있다. 그리고 태구의 신전에는 대규환지옥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공간이 있다.
그런 신전 하층부에 들어선 광신도 망령 떼와 새하늘 교주의 영혼.
“새하늘님—!”
광신도 망령 떼가 감격스러운 눈빛을 한 채 교주와 주변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신성력 덕분인지 광신도 망령 떼는 전과 다르게 사고를 할 수 있었고 대화 또한 가능했다. 기도 강당에 묶여 할렐루야만 외치던 전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다만, 그릇된 믿음은 여전하다.
“여기가···”
“정말 우리를 구원해 주셨어.”
당장 내뱉는 말이 이를 방증한다. 그들은 습관처럼 할렐루야를 외쳤다.
“할렐루야—!”
“저기가 바로 내 집이야, 내 집이라고.”
간절히 꿈꾸던 곳에 왔기 때문이다.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눈엔 멋들어지게 지어진 집이 보였고, 누군가는 탁자 위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봤으며, 또 누군가는 돌탑처럼 올라간 금붙이와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다.
그렇게 바라던 곳에 도착한 광신도 망령 떼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을 향해 내달린다.
그 순간.
“끼아아아악!”
금괴탑에 손을 뻗던 여자가 비명을 내지른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단번에 다른 망령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중에는 교주도 있었다.
“?”
교주는 여자 신도의 팔을 타고 올라가는 벌레를 보았다. 붉은색 벌레의 생김새는 마치 딱정벌레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딱정벌레는 아니다.
붉은 벌레가 여인의 입에 들어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어아악···아, 아버지, 우어, 아버지.”
여인의 입안으로 들어간 벌레 떼는 순식간에 그녀의 잇몸과 이 그리고 혀를 갉아 먹었다. 여인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입안으로 손을 넣었다. 벌레를 빼내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눈동자를 굴려 교주를 찾았다. 새하늘, 아버지만이 저를 구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이는 맹목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아버지, 아버지.”
“꺄아아이아아악!”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집을 향해 내달리던 망령도, 차려진 밥상에 손을 뻗은 망령도 하나같이 교주를 부르짖는다. 그들도 금붙이에 손을 뻗은 망령과 비슷한 상황이었으니까.
멋들어진 집의 대문을 연 망령은 그곳에서 나온 괴생명체와 마주해야 했다. 차마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생명체는 망령의 입을 붙잡아 벌린 다음, 그 안으로 무언가를 쏟아붓는다. 앞서 본 붉은 벌레였다.
진수성찬이 차려진 테이블로 걸어간 망령도 같은 처지다. 망령은 뭐에 홀린 듯 벌레를 먹고 있었다. 애초에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은 음식 따위가 아니었다. 버글거리는 벌레 떼였지.
코끝을 스치던 향기가 역겨운 피 냄새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으으으으···”
교주는 두려운 얼굴을 하며 제게 손을 뻗는 망령들과 거리를 벌렸다. 그것들을 구해 줄 교주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구해줄 능력이 없었다. 거짓말만 일삼는 사이비 교주였으니.
그로 인해 그는 신도들을 등진 채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어디가?”
그의 앞을 막아서는 존재와 마주하게 된 것이리라. 아무 감정 없는 눈빛으로 교주를 쏘아보는 남자. 교주를 이곳에 집어처넣은 남자, 태구였다.
“뭐, 뭐야. 너 뭐야. 무당···같은 게 아니야?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었는데.”
“···”
“대체 날 어디로 끌고 온 거야!”
교주가 외쳤다. 두려워하는 티를 감추려 애쓰는 게 눈에 보였다. 그 물음에 태구는 입꼬리를 씨익 올린 채 대답했다.
“새하늘에 가기 위해선 더러운 죄업을 씻어내야 한다고 했었지?”
“?”
“그 죄업을 씻어내기 위해 누군가는 네놈에게 딸을 바쳤고, 또 누군가는 평생 모아온 돈을 바쳤고, 또 누군가는 제 몸뚱이와 노동력을 바쳤지. 어쨌든 여기도 그런 공간이야. 생전 네놈들이 지은 죄업을 씻어내는 곳.”
다시 말해 형벌이 내려지는 장소, 지옥이란 말이었다. 그 순간, 교주는 제 앞에서 벌벌 떨어대던 광신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두려웠다. 이를 알아챈 태구가 눈꼬리를 휘게 접으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저벅, 저벅.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진다. 광신도 입에 벌레를 쏟아붓던 괴생명체가 거리를 좁혀 오고 있는 것이리라.
“자,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내가 다 잘못했습니다. 시키시는 건 뭐든 할 테니···”
교주는 본능에 따라 행동했다. 그 옛날, 제게 무릎을 꿇었던 신도들처럼 그 역시 태구를 보며 거듭 빌었다. 하지만 그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질질질—
“아아아아, 아아아아.”
어느새 거리를 좁혀온 괴생명체가 그의 머리통을 끌어당겼으니까. 교주는 저항 없이 그것의 손에 질질 끌려가야 했다. 그리고 여타 다른 망령들과 똑같이 끔찍한 형벌을 받아야 했다.
“끼아아아아악!”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른 망령들처럼 소리를 내지르는 것 외에는.
“···?”
“아버지?”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초라한 교주의 본모습을 보게 된 망령들이었다. 친구와 애인 하물며 가족과 자신 마저 버린 채 교주만을 따랐던 광신도들. 개중에는 예은의 엄마도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아아아 ! 우리 구해야 하잖아아아악!”
“왜, 왜···”
그들의 얼굴에는 경악과 분노 허망함과 당황함 같은 온갖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마주한 현실을 부정하기도 했지만, 그렇다 해서 가짜가 진짜가 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그들에게 남은 건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앞으로 겪게 될 고통뿐이었다.
태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하층부를 벗어났다.
상층부는 하층부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해피 앉아!”
“컹컹—!”
절규와 비명이 아닌 밝은 웃음소리가 태구의 귓가를 스친다.
“아이구, 말도 이렇게 잘 들어요. 자!”
“컹컹컹컹!”
“어어? 왜 이리로 와. 저기로 간식 던져줬잖아!”
예은과 해피였다. 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돌아온 예은은 여전히 신전에 머물고 있었다. 아이는 당분간 아니 꽤 오래 이곳에 머물 터였다. 태구가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헥헥, 헥헥—!”
해피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예은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는 예은의 품에 달려들어 그 입 주변을 핥아준다.
“아잇, 또 이러네. 간지럽단 말이야.”
“끼잉.”
“설마 전에 다쳤던 거 때문에 그러는 거야? 이젠 괜찮은데···”
그런데 그 부위가 공교롭게도 생전 다친 부위다. 물론 태구의 신성력 덕분에 깨끗이 아문 상처이기도 했다.
“컹컹, 컹컹—!”
“진짜야 ! 아저씨가 치료해 주셨잖아. 이제 하나도 안 아파. 간지럽기만 한 걸?”
그 순간, 핥기를 멈추는 해피였다.
“컹!”
“어? 바로 떼는 거 보니 진짜 아픈 줄 알고 핥아준 거였구나? 헤헤, 고마워.”
예은은 눈을 휘게 접으며 해피의 얼굴에 제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나 생각해 주는 사람이 많아서 너무 좋다. 우리 아빠도 그렇고, 해피 너도 그렇고 태구 아저씨랑 수인 이모까지···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좋아. 하루하루가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간 아빠도 이곳으로 오겠지? 그때, 우리 아빠 소개해 줄게. 해피야.”
가만히 아이의 말을 듣고 있던 태구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빠, 해피, 나, 수인 씨. 넷이 다야? 아닐 텐데. 복차도 있고 유목현씨랑 임혜수 씨도 있잖아.”
그제야 태구의 존재를 눈치챈 해피와 예은이었다.
“컹컹컹!”
“앗, 아저씨——!”
둘은 경쟁이라도 하듯 태구를 향해 달려왔고, 태구는 그런 둘을 가볍게 안아 올렸다. 태구와 예은 그리고 해피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
같은 시각.
“으, 우리 오빠 얼굴 축난 것 좀 봐. 이거 어쩔거야.”
달프리카 대표 여캠, 윤화. 그녀가 꺼칠한 남자의 얼굴을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다.
“네가 봐도 심해?”
그리고 그런 윤화의 손가락을 붙잡는 남자. 그 역시 윤화와 같은 동종업계 종사자다. BJ란 말이렸다.
BJ강준. 그는 배우 뺨치는 수려한 외모로 여심을 공략하는 남캠이었다. 그렇기에 외모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곧 재산이었으니.
“완전. 그러니까 내일 내가 다니는 피부과 같이 가자.”
“하아, 가야지. 가야 하는데··· 내일 말고 모레 가자. 오늘이랑 내일은 여기서 하루 종일 잠만 잘래.”
“잠이요? 잠은 죽어서 자는 거라며.”
“진짜 죽을 것 같아서 그래. 며칠 동안 한숨도 못 잤다니까?”
그런 강준의 얼굴에 문제가 생겼다. 잡티 하나 없는 뽀얀 피부는 누렇게 변해 있었고, 거무튀튀한 다크서클은 광대까지 내려와 있다.
“흐응. 솔직히 구라 같아.”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층간 소음 때문이었다.
“아, 진짜! 구라 아니라니까—!”
더 정확히는 귀신이 일으킨 층간 소음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이렇듯 여자친구 집으로 피신까지 오게 된 것이리라.
그러나 윤화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본래도 남자친구 강준은 장난과 거짓말을 잘 치는 인간이었으니.
“그럼 어디 자세히 좀 얘기해 봐. 응? 귀신이랑 마주쳤다며. 그거 어떻게 생겼어? 진짜 그 주문이 효과가 있긴 한 거야?”
“···”
“이봐, 이봐. 구라니까 입을 꾹 다물지.”
그게 아니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기에 말을 아끼는 것이다. 더불어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차마 여자친구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일을 겪었다. 그 일을 어찌 입에 담을 수 있을까.
“졸려, 잠 좀 자자.”
그 순간, 윤화가 선을 넘었다.
“어어? 지금 자면 그 귀신이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그러자 강준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표정을 굳히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씨발 진짜.”
“앗. 오빠 화났어?”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윤화가 서둘러 그의 팔을 붙잡고는 애교를 시전한다.
“놔라.”
“장난이란 말이야. 응?”
“···”
“알았어. 내가 미안해. 다시는 그 이야기 안 꺼낼게. 그러니까 빨리 다시 눕자. 우리 오랜만에 보는 거잖아. 빨리, 빨리! 내가 재워줄게.”
강준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못 이긴 척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애교 때문이 아니었다. 참을 수 없는 깊은 수마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자자, 자자—”
곧이어 머리를 쓰다듬는 여자친구의 손길이 느껴진다. 모처럼 느끼는 편안함이었다. 그렇게 강준이 눈을 감았다.
“푸우.”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드르륵, 쿵, 쿵, 쿵—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강준이 신음을 흘린다.
“으, 으으···”
섬뜩한 악몽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 때가 껴있는 뾰족한 손톱, 얼굴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 언뜻 보이는 붉은 눈동자와 희끄무레한 것이 껴있는 이빨···
소름 돋는 행색을 한 여인이 강준을 쫓고 있었다.
‘으으으, 으으으. 안돼. 잡히면 안 돼!’
꿈속, 강준은 죽기 살기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불행히도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어깨춤을 붙잡는다.
그 순간.
“허억!”
서늘한 한기와 함께 부릅 눈이 떠졌다.
그리고 보았다.
천장에 발을 부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붉은 눈동자.
[자기야, 집에 안 오고 여기서 뭐 해]꿈속에서 본 그 여자였다.
놀란 강준이 입을 달싹거리려는 찰나.
[쉬이이이—]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그의 목을 휘감는다.
“컥, 컥컥.”
동시에 강준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드미는 그것.
[내가, 얼마나 찾고 또 기다렸는데. 근데, 저년은 누구야?]그것의 두 눈에 분노가 가득 차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