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93)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94화(93/157)
층간소음 (4)
괜히 탑티어가 아니다. BJ강준의 집은 청담동 고급 빌라촌에 있었다.
한 층당 한 세대씩 총 5세대로 구성된 고급 빌라의 2층.
“여기에요. 잠시만요.”
삐빅, 삑삑.
현관문 앞에 선 강준이 떨리는 손으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다. 이어서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그런데 문을 열지 않고 머뭇머뭇하는 강준이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문을 열면 그 안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그것이 확 튀어나올 것만 같다. 그런 강준의 마음을 눈치챈 태구가 입을 열었다.
“1층 출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안 좋은 기운이 그득하게 묻어있긴 한데 딱 그 정도예요. 들리는 소리도 없고, 별다른 기척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문 열어도 돼요.”
“그, 그럼, 안에 없다는 말이죠?”
끄덕끄덕. 강준은 그제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가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후우, 그럼 열게요. 아 그리고 태구 형님. 제가 한참 어리니까 말 편하게 해주세요.”
“그래. 태구야. 나처럼 그냥 편하게 해. 오다가다 몇 번 본 적도 있다면서.”
태구와 함께 온 흑룡이 말을 보탰다. 당장 현관 앞에는 태구를 비롯해 다섯이 서 있었다. 다 함께 강준의 집을 찾은 것이리라.
“그럼 그렇게 하지, 뭐.”
태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동시에 강준은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먼저 들어가 태구 일행을 맞이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급하게 나온 터라 집이 엉망···으아악!”
별안간 강준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내질렀다.
“왜왜? 태구가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했잖아.”
그 뒤를 바짝 붙어 따라가던 흑룡이 뒷걸음질 쳐서 나오는 강준의 어깨를 그러쥐었다. 그러면서 미간을 팍 찡그리는 흑룡이었다. 아경도 다르지 않았다.
“허으, 그나저나 너 난방 켜두고 갔냐? 이거 완전 찜통이네.”
“탄내도 나는 것 같은데요?”
문이 열린 집안은 찜통 그 자체였다. 아경의 말마따나 어렴풋이 탄내도 났다. 이 때문에 강준이 비명을 내지른 것이다. 패닉에 빠진 강준이 흑룡의 손을 뿌리치며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 그 여자야. 그 여자가 왔다고! 부, 분명 안에 없다고 했으면서! 놔, 이거 놔. 놓으라고! 푸파포···”
“태구가 없다고 했으면 없는 거야, 임마. 정신 차려.”
“놔, 놔. 도망가야 해. 푸파포···”
흑룡의 강한 악력이 강준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결국 강준은 새하얗다 못해 퍼렇게 질린 얼굴로 기도문을 외울 수밖에 없었다.
기도문으로 인해 몇 차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강준. 그는 기도문을 맹신하고 있었다. 기도문을 외우고 있으면 감시받는 기분에서 벗어나는 것만 같았고, 실제로 그것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것도 보았다.
다만, 그 이후 귀신은 자신이 기도문을 외울 수 없는 잠든 때만 찾아오거나 그도 아니면 목소리를 내뱉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썼다.
목에 난 상처도 그 때문이다. 어쨌든 강준은 잔뜩 공포에 질려 필사적으로 기도문을 외웠다.
그때, 그의 등 뒤로 손 하나가 올라온다. 태구였다. 태구는 몹시 흥분한 그의 몸 안으로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로 인해 그제야 진정을 찾은 강준이었다.
“허어, 허으···”
“아까 말했잖아. 아직 안 왔다고. 그보다 집을 비워둔 지 얼마나 됐지?”
“저, 정말인거죠? 없는 거죠? 근데 왜···”
질문에 맞지 않는 답이 돌아온다. 좀처럼 태구의 말을 믿지 못하고 같은 질문을 쏟아내는 강준의 태도에 흑룡이 퉁명한 말투로 그를 타박했다.
“근데 왜? 뭐? 태구가 없다고 몇 번을 말해. 태구 말 믿지도 못하면서 왜 도와달라고 찾아왔대?”
태구는 그러지 말라는 듯 손을 뻗었다.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으니까.
“놀랐을 거야. 그 망령, 아니 귀신과 마주했을 때마다 맡았던 냄새나 기운이 당장 지금과 같았을 테니까. 그래서 그 여자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 걸 테고.”
순간, 강준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어떻게! 맞아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그 여자가 찾아올 때마다 그리고 그 여자 꿈을 꿀 때마다 항상 탄내가 코끝을 찔렀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탄내가 나니까 저도 모르게 여자가 있는 거 아닐까 하고···”
“당장은 이곳에 없어. 그런데 여기에 꽤 오래 머문 것 같아. 그래서 이렇듯 집안에 귀기가 가득한 것이고. 그래서 물은 거야. 집을 얼마나 비워뒀냐고.”
태구는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했고, 강준은 홀린 듯이 질문에 답을 했다.
“···그날 그 일 있고 나서 바로 나갔으니까 일주일 조금 안 된 것 같아요.”
“그사이 한 번도 찾지 않았고?”
“어떻게 여길 다시 들어오겠어요.”
“흐음.”
그 말을 들은 태구는 눈썹을 찡그리며 침음을 흘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녔다. 여태껏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복차도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점 찍은 산자가 이곳에 없는데도 부지런히 들락날락했다?”
복차의 말마따나 부지런히도 들락거렸다. 집안을 에워싼 강한 귀기가 이를 증명한다.
거기다 의도적으로 제 기운을 잔뜩 흘려놓은 그것이었다. 다른 망령의 접근을 막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마치 자신이 점 찍은 먹이이니 넘보지 말라는 듯 말이다.
“대체 여기서 뭘 했을까요?”
태구를 향한 복차의 물음에 답을 한 건 강준이었다.
“저, 저를 찾으러 왔던 거 아닐까요?”
그럴듯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틀렸다. 태구와 복차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어디에 있는지 빤히 아는데 굳이 여길 온다고?”
“어, 어떻게요. 그러고 보니 아까도 그러셨잖아요.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방법이 있다고. 대체 그게 뭐예요? 그 여자가 절 어떻게 찾아내는 거예요?”
강준의 재촉에 태구가 고개를 까닥였다.
“현관에 서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내 말이!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빨리 들어와. 그래야 방송을 켜지! 시청자 형님들 기다리고 계신다고. 흐으, 근데 이 귀기인가 뭔가 때문에 숨이 아주 그냥 턱턱 막히네.”
집주인의 안내 없이 어느새 집 안으로 들어간 흑룡이 고개를 돌아보며 소리친다. 아경도 흑룡의 바로 옆에 있었다.
“저쪽이 거실이죠? 저는 먼저 가서 방송 켤 준비할게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성큼성큼 앞을 향해 걸어나갔다. 벌벌 떠는 강준과 퍽 다른 모양새였다.
수 어번의 경험이 아경과 흑룡을 단련케 한 것이다. 태구를 향한 믿음도 한몫했다.
집안에 귀신이 있다 한들, 갑자기 그것이 들어온다 한들 태구가 있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한편, 흑룡의 고성에 아차 싶은 강준이었다.
“제, 제가 마음이 급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쪽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해주세요.”
그는 그리 말하며 태구와 함께 거실로 걸어갔다.
거실로 향하는 길, 태구는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집안에는 검은색 발자국이 이리저리 찍혀 있고, 미처 치우지 못한 옷가지에는 그것의 손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티셔츠, 바지, 그리고 속옷에까지.
특히나 강준의 속옷에는 그 흔적이 아주 강하게 묻어 있었다. 붉은색 팬티가 아주 거멓게 보인다. 그렇게 집안은 온통 그것이 남긴 흔적으로 가득했다. 이를 본 태구는 짐작할 수 있었다.
‘대체 뭘 했는지 대충 알만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태구는 물건과 지나온 바닥에 묻은 귀기를 날려버렸다. 사우나에 들어온 것만 같던 뜨거운 열기가 한층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아, 왜 속옷이 여기··· 어? 바, 방금 태구 형님이 하신 거예요?”
바닥에 떨어진 팬티를 치우던 강준이 놀란 눈을 했다. 뜨거운 열기가, 코끝을 스치던 탄내가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어서 태구의 끄덕임에 강준의 얼굴이 밝아졌다. 태구의 능력을 몸소 체험하고 보니 한시름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셋은 곧 아경과 흑룡이 있는 거실에 도착했다.
“형님들. 연결 어때요? 잘 나와요? 아, 태구 지금 현관에서 들어오고 있어요. 어, 이제 오네. 태구야 방송 미리 틀었어.”
아경은 채팅방을 보고 있었고, 흑룡은 카메라를 든 채 거실 이곳저곳을 찍고 있었다. 그러기도 잠깐.
– ㅇㅇㅇㅇ네 모공까지 잘 보임.
– 와. 강준이 집 공개 안 하는 BJ중 하나였는데, 개이득.
– 거실 쥰내 넓어. 소파 크기 좀 봐.
– ㅎㄷㄷ 이런 집도 층간 소음을 겪는구나.
– 귀신이 내는 소리라서 들린 거 아님?
– 그나저나 그 잠깐 사이에 강준 얼굴 폈네.
– 태하—!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태구가 담기는 순간이었다.
[숨참고기다리다사망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태구! 왜 이제와ㅠ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궁금해 미치는 줄 알았다고! 빨리 아까 해주기로 했던 말ㄱㄱ
태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주기로 했던 말?”
– 나도 그거 기다리고 있었음.
– ㅇㅇ. 귀신이 어떻게 강준 찾아내는지 알랴준다고 했잖아.
– 집 도착하면 알랴준대매!!!
– 이봐, 이봐. 또 까먹었어.
– 태구 방송은 걍 알아서 주워 먹어야 함.
“아아. 난 또 뭐라고. 안 그래도 그 이야기 하려던 참이었는데.”
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구를 바라보았다. 비단 그뿐만은 아니었다. 복차를 제외한 모든 이의 시선이 태구를 향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귀신이 널 찾아낸 게 아니야.”
“네? 그게 무슨···”
“네가 부른 거지.”
“제가 부르다뇨? 제가 언제요! 아니, 그보다 제가 그딴 걸 왜 부르겠어요!”
[모태솔로53년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난 그 답을 알지. 왜 부르냐고? 좋았으니까. 미치게 좋았으니까! 그러면서 아닌 척은. 내가 이럴 줄 알았어ㅡㅡ 그래서 예뻤냐? 다 걸린 마당에 좀 솔직해지자.
“씨발, 안 이쁘다고. 몇 번을 말해! 흉측해서 그 눈도 제대로 못 보겠다고—!”
태구는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작정하고 부른 게 아니라 너도 모르게 그걸 불러낸 거지. 왜 다들 그런 말 들어본 적 있을 거야. 귀신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귀신이 그 옆에 다가와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말.”
– 그거 걍 괴담으로 떠도는 말 아니에요?
– 진짜면 귀신 귀 ㅈㄴ밝네.
– 그러니까 강준이 목소리를 듣고 찾아온다는거지?
그 말을 들은 강준은 그럴리가 없다며 대꾸했다.
“내가 자기 이야기 하는 걸 듣고 날 찾아왔다고요? 그럼 더 말이 안 되는데요. 그 여자 이야기 한 적 별로 없어요.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무튼 몇 사람한테만 했단 말이에요. 그것도 초반 며칠에만요.”
나중에는 무슨 일 있냐는 지인들의 연락에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강준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입을 다문 날에도 여자는 여지없이 강준을 찾아냈다.
“입으로 내뱉지 않아도 그 귀신 생각은 계속했겠지. 또 나를 찾아내는 건 아닐까, 이번에는 또 어떻게 나를 놀라게 할까 하는 그런 불길한 상상 말이야.”
“···아?”
그 말을 들은 강준은 낭패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이야 다물면 그만이지만 생각까진 저도 어쩔 수 없었으니.
자기도 모르게 떠올려지는 걸 어쩌란 말이냐.
지금도 그렇다. 저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그 여자를 떠올리게 된다.
‘생각하지 마! 아니, 생각해야 하는 건가? 그래야 그것이 올 테고 태구 형님이 처리해 주실 테니까··· 근데 만일 일이 잘못되면?아아— 몰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강준이 마른세수를 거듭하던 그때.
[숨참고기다리다사망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 그래서 아까 그렇게 말했던거구나? 어차피 알아서 찾아올거라고. 지금도 그 여자 이야기 하고 있으니까···
– 네비게이션on
– 이쪽으로 오고 있겠다ㅎㄷㄷ
– ??? 어쩌면 이미 왔을지도 모르지.
– 뭐 느껴지는 거 없어?
달풍 때문일까. 괜스레 뒤통수가 찝찝하다. 채팅창을 확인하고 있던 흑룡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하여 마주하게 된 눈동자.
닫힌 거실 커튼 사이로 태구 일행을 지켜보는 검은색 동공과 마주하게 된 흑룡이었다.
흑룡은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