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96)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97화(96/157)
층간소음 (7)
여자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끼아아아악!]사랑이란 말로 포장된 폭력이 얼마나 아프고 무서운 것인지를.
‘그 남자들도 이만큼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은 물론 하지 않는다.
“잘 기억해 둬. 나도 좋은 마음으로 이러는 거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잘 알 거 아니야.”
상관없다.
참회를 바라고 내리는 벌이 아니었으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와 같은 마음으로 이렇듯 도끼를 휘두르고 있다.
그렇게 태구가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매캐한 연기와 탄내가 집안을 가득 메웠고, 망령이 엎어져 있는 대리석은 가뭄 난 논바닥처럼 갈라졌다.
– 저 정도면 거의 몸뚱이를 다 토막 내는 정도 아니냐?
– 그나저나 갑자기 서럽네.
– ????
– 퇴마도 자가가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거구나 싶어서.
– 야 너두? 나도 똑같은 생각 했음. 귀신보다 집주인이 더 무섭다고ㅠ
시청자들은 도끼를 휘두르고 있는 태구의 움직임을 보며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댔다. 망령의 모습을 볼 순 없었으나 쉽사리 상상할 수가 있었다.
그때,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강준이 악다구니를 지르며 발광했다.
“더, 더 확실하게 죽여버려요! 아주 그냥 다 죽여 버려! 미친년, 내가 너 때문에 그간 고생한 거 생각하면 흐으,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이 뇌리를 스쳐 갔기 때문이다.
[301호입니다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제발 확실하게 처리해 주세요. 그 얼굴 다시는 볼 수 없게 제발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해주세요.
비단 강준만 그런 건 아니었다.
그의 이웃사촌이자 여자의 또 다른 피해자 역시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태구는 딱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도끼를 회수했다. 저들이 바라던 대로 해 줄 참이었다.
[크, 크어···꺽꺽]그의 앞에는 곧 소멸할 것 같은 망령이 꿈틀거리고 있다. 비명을 지를 힘도 몸부림을 칠 힘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모습이 꼭 그 옛날 피해자와 같았다.
태구는 그런 망령을 보며 손을 뻗었다. 망령은 힘없이 눈을 감았다. 끝이라고 여긴 것 같다. 몰라서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흐음. 아무래도 거기가 딱인 것 같은데··· 아마 너도 마음에 들 거야. 네가 선택한 길이니까.”
태구는 그리 말하며 망령을 신전의 하층부로 처박아 넣었다. 정확히는 하층부와 연결된 저승, 화탕지옥으로 보냈다. 아무래도 태구의 신전보다 그곳이 조금 더 적합할 듯싶었으니.
“후우, 이제 다 됐어. 더 이상 여자가 밤마다 찾아오는 일도 찝찝한 시선을 느낄 일도 없을 거야.”
그리고는 악다구니를 내지르고 있는 강준을 보며 퇴마의 결과를 알렸다.
그 말을 들은 강준의 얼굴에 개운함이 실리는 순간이었다.
[301호입니다.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태구 형님. 저 강준 형님 위층 사는 형님 팬인데요. 제가 비밀번호 알려드릴 테니까 우리 집도 한 번만 올라가 주시면 안 되나요? 귀신 들린 물건 같은 거 있는지 한 번만 확인해 주세요. 네? 저도 형님한테 사연 보냈는데ㅠㅠ
강준의 이웃사촌이 다시금 달풍을 쏘아 올렸다.
그 역시 태구의 능력을 통해 집안을 정화하고 싶은 것이리라.
그러나 그럴 필요 없었다. 퇴마가 끝난 이상 그것이 뿌려놓은 귀흔과 귀기는 다 사라졌을 테니까.
태구가 이를 설명하며 말을 이었다.
“또 귀신 들린 물건 같은 것도 없을 거야. 애초에 저 망령은 물건 따위에 붙어서 온 게 아니니까.”
[301호입니다.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럼요?
“네 뒤를 밟고 따라온 거지.”
[301호입니다.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왜요? 왜 하필 저였대요? 저 잘못한 거 진짜 하나도 없거든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는데 왜 그런 게 저한테 붙었을까요. 귀신을 부르는 주문 같은 걸 외운 적도 없고 폐가 같은 곳도 가본 적 없어요.
301호와 강준은 그 답을 알고 싶었다. 세상에 귀신은 많으니까. 언제 또 이런 일을 겪을지 누가 알겠나. 그런데 이런 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냥 너랑 강준의 얼굴이 제 마음에 들어서 따라붙은 거뿐이야.”
그 옛날, 편의점 손님을 좋아했던 이유와 같았다. 여자는 지독한 얼빠였다.
– 어우야. 나도 조심해야겠다.
– 응. 넌 아니야.
– 못 생겨서 다행인 적은 첨이네.
– 예상은 했지만 황당하다.
– 아니. 지 목숨 버릴 정도로 사랑한 편의점 남자는 어쩌고?
“아, 그래. 그 사람···”
태구는 여자의 기억을 다시금 곱씹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 여자, 죽고 나서도 그 남자를 찾아갔더라고.”
[물음표살인마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ㅁㅊ진짜 지독한 년이네. 그래서 그 남자 어떻게 됐는데? 설마 죽은 건 아니지? 죽어서 301호한테 붙은 건 아니겠지?
다행히도 아니다. 태구가 고개를 휘저으며 대답했다.
“멀쩡해. 그렇게 찾아낸 남자가 예전 같지 않았거든. 그때, 여자가 지른 불은 여자의 몸만 태웠던 게 아니었던 거야.”
그로 인해 멀끔한 남자의 얼굴 위로 흉측한 상처가 새겨졌다. 그것이 남자를 버리게 된 원인이었다.
“그러던 때에 우연히 301호를 본 거고. 목 왼편에 작게 점이 있고 보조개가 있던데. 맞아?”
[301호삽니다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보조개 맞아요. 저 보조개 있어요! 목에 점도 있고요 ㅠㅠㅠㅠ당시 301호는 멀찍이서 걸어오는 친구를 보며 손을 까닥이고 있었다. 빨리 제게 오라는 신호였다.
그때부터 그것이 달라붙었다. 친구와 301호 사이에 서 있던 여자가 301호의 손짓을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 지한테 오라고 한 줄 알았다고?
– 걍 지맘대로 생각하는 듯 ㅎㄷㄷㄷ
– 이래서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하는거다.
– 근데 듣다 보니까 그 귀신 지조가 ㅈㄴ없다.
– 딱 강준이 과네
“어쨌든 이제 다 괜찮아졌으니까 마음 편히 가져도 돼. 아, 그리고 귀신한테 시달린 여자친구가 있거든 전해줘. 앞으로는 별일 없을 거라고. 강준 너도 마찬가지고. 그동안 다들 힘들었을 거야.”
여자는 남자들만 괴롭힌 게 아니었다. 제 남자에게 붙은 여자를 떼어내기 위해 실로 악독한 수를 쓴 귀신이었다. 살았을 적에도 그랬고 죽은 지금도 그랬다.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 법이었으니.
이를 증명하듯 누군가 달풍 하나를 쏘아 올렸다.
[강준10새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태구 님. 악몽은 알겠는데 혹시 집안으로 벌레 떼가 들끓는 것도 그 귀신 때문인 건가요?
누가 봐도 강준과 관련된 여성이었다. 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끓는 벌레 떼, 집 앞에 버려진 동물의 사체, 길을 걷는 중 누군가 미는 듯한 느낌, 거듭되는 악몽, 몸에 남은 멍 자국··· 흐음. 아무튼 미심쩍은 느낌이 들면 다 그것이 벌인 수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게 시작이었다.
[강준10새기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준아. 들었지? 손해 배상 제대로 청구할 거니까 방송 끝나면 바로 연락해라. 아, 내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겠다? 워낙 만난 여자들이 많으셔서 말이야? 눈밑점녀라고 하면 알려나? 아무튼 꼭 연락해? 아님 어케 되는지 두고 보자고^^
[윤띠앙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 개빡쳐.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나한테 미안해서 매니저 집에 가서 잔다고 하더니 이제보니 다른 여자 집에 간 거였어?ㅋ 난 그날 이후로 가위에 눌려서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있는데.
[채수영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너 진짜 무섭다. 그러면서 우리 부모님은 왜 만난 건데?
여자 시청자들이 강준을 찾아대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시청자가 아는 여캠도 있었다.
– 강준의 삼천궁녀 라인업 화려하넼ㅋㅋㅋㅋ
– 여자들 이 갈았다. 뒈졌다..
– 퇴마보다 이게 더 재밌어.
– 그래서 강준 10새기 님. 윤화 맞음?
그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벌벌 떨며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입꼬리를 히죽히죽 올리며 태세를 전환했다. 탑티어 BJ의 몰락을 지켜보는 건 재밌기 짝이 없었다.
“꺼, 꺼, 방송 끄라고—!”
반면, 당사자는 다르다. BJ강준은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기분을 느꼈다. 이대로 있다간 큰일 날 것만 같았다. 그에 강준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흑룡을 향해 다급히 달려들었다.
“어허? 왜 이래. 끄긴 뭘 꺼. 이거 네 방송 아니거든. 태구가 끄라고 하면 모를까 왜 네가 난리야. 그리고 애초에 동의한 일이잖아.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냐.”
흑룡은 벼락같은 속도로 몸을 틀었다. 예상과 다른 상황에 결국 강준은 폭발하고야 말았다.
“씨발, 그때랑 상황이 다르잖아!”
그래서 해선 안 될 말을 하고야 말았다.
“꺼, 끄라고—!”
“어떡해. 태구야 꺼? 형님들한테 인사도 해야 하는데···”
“이 새끼가 진짜 ! 너희 지금 나 엿 먹이려고 그러는 거지? 지금이 기회다 싶었지? 그래서 벽에 써진 거 읽어달라고 했을 때 그냥 처 읽은 거고! 이제 알겠네!”
채팅창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강준을 욕하는 내용이었다. 흑룡도 같은 마음이었다.
“저거 완전 미친놈이네. 야, 네가 도와달라고 전화 걸었잖아. 벽에 써진 내용도 네가 읽어달라고 한 거고. 하여간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르다더니 딱 그 꼴이네.”
그렇지 않아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 강준이었다. 그런 와중에 살살 긁는 흑룡의 말을 들으니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
또한, 흑룡의 말마따나 이제는 아쉬울 게 없는 상황 아닌가.
“지랄. 내가 전화했을 때 존나 기뻤겠지. 싱글벙글했을 거야. 옛날 일 갚아줄 생각 하면서. 그때부터 계획 세운 거 아니냐고—!”
강준은 그리 소리를 지르며 태구 일행을 주르륵 훑어보았다. 그 순간, 아경과 그녀 앞에 놓인 노트북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본능적으로 아경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스르륵—
그와 동시에 정신을 잃으며 앞으로 고꾸라진 강준이었다. 태구가 벼락같은 손놀림으로 그의 뒷목을 후려갈겼기 때문이다.
“그간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왜 이렇게 등신처럼 굴지? 제 무덤 지가 다 파고 앉아 있네.”
태구는 그리 말하며 바닥에 쓰러진 강준을 일으켜 대충 소파에 얹어두었다. 흑룡은 그런 강준을 카메라에 담으며 그 상태를 확인했다.
“저 새끼가 어딜 달려들라고! 확, 막, 콱 ! 그래도 숨은 쉬게 해둔 거 맞지?”
“엉. 잠 좀 푹 자고 자면 지도 생각이란 걸 하고 행동하겠지. 그보다 옛일이라니? 쟤랑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태구의 물음에 흑룡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일은 아니고. 그냥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여캠이 있어서 다리 좀 놔달라고 부탁했더니 그렇게 말하더라고. 형 급으로 만날 수 있는 애가 아니라고. 그러면서 지가 연락해서 만나더라.”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용케 전화를 받았네?”
흑룡이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 보인다.
“맨입으로는 절대 안 받았겠지. 근데 달풍을 쐈잖아? 그럼 또 말이 달라지거든.”
그런 흑룡의 말에 태구 일행과 시청자들은 저항 없이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여간 참 투명하다니까. 아무튼 퇴마도 끝났겠다 이제 정리하고 나가 보자고.”
그러면서 그 집을 떠나는 태구 일행이었다.
[숨참고기다리다사망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태구 방송은 이래서 좋아. 시작은 찝찝하고 무서운데 끝은 항상 개운해ㅋ 아무튼 오늘도 고생했다. 다음 방송 때까지 숨 참고 기다리고 있을게. ㅃㅃ
그로부터 며칠 후.
검은색 양복 차림을 한 강준이 카메라 앞에 섰다.
“시청자 형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해선 안 될 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거든요. 흐으윽. 형님들도 방송 봐서 아시잖아요. 저 귀신한테 괴롭힘당하고 있었던 거. 진짜 제정신이 아니···”
눈물 바람을 한 그는 거듭 귀신 탓을 하며 저를 둘러싼 논란을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그의 본성을 봐 버린 시청자들이었다.
그렇게 귀신은 떨쳐낼 수 있었을지언정 나락길을 걷게 된 강준이었다.
***
같은 시각.
태구는 도심을 떠나 숲속에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