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67)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67화
미르켈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무락당이 한울왕자 밑으로 들어가게 되면 굳이 내가 당수 노릇 할 필요도 없잖아?”
“그렇긴 합니다.”
신승주는 조금 망설이다가 어렵게 물었다.
“그렇게 하신다면… 저도 함께 가면 안 되겠습니까?”
“음…….”
미르켈은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그 반응만으로도 신승주는 그의 의사를 읽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승주야. 말해두겠는데… 네가 따라오는 게 싫은 건 아냐.”
“당수님이 남자한테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영광이네요.”
“근데 유감스럽게도 승주 네 실력으로는 여기 모르드네한테 방해가 될 거야.”
“예?”
그 말에 신승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미르켈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신승주는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아마도 현존하는 무르스의 혈손 중에 가장 신격이 높을 것이고, 미르켈을 만나 그와 함께 춤추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것은 지금껏 털어버린 탐관오리들은 물론이고 요괴와 단죄자들을 상대로도 증명된 바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방해될 거라고 잘라 말하다니?
“당수님이 싫으시다면 포기하겠습니다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냥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미르켈은 난처한 표정으로 모르드를 바라보았다.
“…입을 함부로 놀려서 귀찮은 일거리를 떠넘기는군.”
모르드는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신승주라고 했나? 실력을 보도록 하지.”
그리고 무락당의 부당수 신승주는 미르켈의 말이 아무런 과장도 없는, 담백한 진실임을 깨닫게 되었다.
* * *
‘확실히 흥미롭군.’
모르드가 신승주와 싸워보니 그가 싸우는 방식은 미르켈의 그것이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미르켈의 싸움 방식은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카포에라에 빗대서 이해해 보려고 해도… 역시 제정신이 아니지…….’
결국 모르드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무르스의 후손들은 원래 이런 방식으로 싸우나?”
“네? 아닙니다. 이건 당수님의 가르침에 따른 것입니다.”
모르드와 싸워본, 아니, 정확히는 실력을 시험받는 경험을 한 신승주의 태도는 눈에 띄게 공손해져 있었다.
“역시 그랬군. 그럼 원래는 어떤 식으로 싸우나?”
“그야… 그냥 평범하게 싸웠습니다.”
싸울 때는 평범하게 싸운다. 다만 권능을 발하기 위한 춤들이 있어서, 아군의 활력을 북돋아 주거나 적을 현혹시키는 춤을 추긴 한다고 한다.
“하지만 당수님의 가르침을 받고 나니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형태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분과 함께 춤추는 것만으로도 온갖 영감이 샘솟았으니까요.”
“…….”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무르스의 후손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모르드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미르켈에게 물었다.
“그럼 무락당의 일을 마무리해야 할 텐데, 도와줄 게 있나?”
“그야 있지.”
“춤추는 거 빼고 말해봐라.”
“그게 제일 중요한데.”
“그러니까 그거 빼고 말해보라고.”
“어휴, 뭐, 오늘 빼앗아온 곡식들을 골고루 나눠주고 다닐 거야. 그리고 저쪽 당수한테 경고를 좀 해두려고.”
“사람들한테 화풀이하지 말라고?”
“응. 아무래도 뒷일을 생각해 둬야지.”
“…….”
“왜? 의외야?”
“솔직히 그렇긴 한데… 음. 좋다. 마음에 드는군.”
모르드는 미르켈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 * *
본래 무락당은 이렇게 도시의 곳간을 털어서 빼앗아온 곡식을 꽤 긴 기간에 걸쳐서 나눠주고 다녔다.
곡식의 양도 양이었고, 아무래도 한 지역만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 나눠주자면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르드 일행이 가세하자 전혀 이야기가 달라졌다.
“…너희들, 이래서 은의 피가 붙잡을 수가 없었구나?”
미르켈은 기가 막혀 하며 웃었다.
그 역시 반칙적인 권능의 소유자였다.
미로와 미궁의 신 알비게우스가 내려준 권능 ‘생명의 미로’로 수많은 이들을 한꺼번에 거두어 이동시킬 수 있었고, 후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공간을 뛰어넘어 이동할 수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리엔타가 그에게 내려준 성물 ‘음유시인의 보물주머니’는 어지간한 곳간을 가득 채우는 곡식을 다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용량이 큰 신화의 아공간 보물이었다.
하지만 모르드 일행이 무락당의 일을 도와주며 보여주는 능력을 보니 놀람을 금치 못하겠다.
“이런 걸 나한테 보여줘도 돼?”
“별로 상관없다. 한동안은 함께 싸울 사이이기도 한데 이런 걸 일일이 감춘다면 너무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대범하다고 해야 할지 날 믿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아, 영감이 떠오른다. 춤춰도 될까? 춤추지 않을래?”
“혼자 만족할 때까지 추다가 알아서 따라와라.”
아무튼 모르드는 무락당의 일을 돕는 과정이 꽤 재미있다고 느꼈다.
‘이런 세상 속에서도 선의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무락당은 누가 봐도 미치광이 집단이었다.
사분오열된 남누리는 많은 작은 지방 권력으로 나뉘어 있으니 탐관오리들이 판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의적 집단이 나타나는 것까지는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의적질을 하는 과정에서 탐관오리의 주구들을 상대로도 누구의 목숨도 해치지 않고, 오직 춤추기만을 강요한다니…….
‘미르켈이 아니었다면 아주 상식적으로, 매번 일을 벌일 때마다 유혈이 낭자했겠지.’
아무리 무락당원들이 미르켈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도, 미르켈처럼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이가 구심점이 되지 않았다면 결코 성립할 수 없는 집단이었다.
‘미르켈을 구심점 삼아서 이런 활동을 계획한 신승주가 걸출한 인물이긴 하지만… 결국은 미르켈이 이 활동에 뜻을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불현듯 모르드는 예전에 미르켈이 축제에서 흥겨워하던 사람들을 보던 따뜻한 눈빛을 기억해 냈다.
아마도 그 눈빛에 담긴 감정이 미르켈이 인간을 보는 기본적인 감정이리라.
“미르켈, 왜 무락당을 만들었지?”
“무락당은 내가 만든 게 아냐. 원래 있던 집단에 내가 들어갔을 뿐이지.”
본래는 탐관오리의 수탈을 피해서 달아난 사람들의 무리였을 뿐이다.
요괴의 위협에 노출되는 한이 있어도 그들의 수탈에서 벗어난 삶을 살겠노라고… 그런 의지를 가진 이들이 하나둘씩 모인 것이다.
“본래 의적단이었나?”
“아니.”
“그럼 네가 들어간 후부터 의적단이 되었겠군.”
“응. 승주가 그렇게 만들었지. 기왕이면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미르켈은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신승주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결국 네가 한 일이지 않나. 네가 싫었다면 성립되지 않았겠지. 저 신승주라는 남자는 너라는 기회를 잡았을 뿐이고.”
“음. 부정할 수는 없지.”
미르켈은 쓴웃음을 지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굳이 책임질 일을 만들고 다니는 성품인 줄은 몰랐는데.”
“나는 사람들이 웃으며 춤출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선의가 있고, 그 뜻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불태울 수 있는 의기 넘치는 사람들이 모였으면 했어.”
미르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속내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을 뿐이지 그럴 능력이나 추진력은 없었지. 마침 승주를 만났고, 승부가 내 뜻에 부합하는 일을 추진해서 협력해 준 거야.”
“…….”
“왜?”
“솔직히 너하고 안 어울리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미르켈이 씩 웃었다. 여자라면 그가 눈웃음치는 얼굴만 봐도 마음이 녹아내렸을 것 같았다.
“나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사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지. 하루하루 즐겁게 춤출 수 있다면, 세상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 따윈 그리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동대륙의 현실은 그런 미르켈조차 질색하게 만들었다.
“하루하루 즐겁게 춤추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어야 가능한 일이지.”
미르켈은 이래 봬도 천 년을 넘게 살았다. 정확히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신화에 살아온 세월과 현세에 살아온 세월을 합치면 2천 년을 넘을지도 모른다.
“이런 나조차도 때로는 전쟁에 몸을 던질 때가 있었어. 아무리 싸우기 싫어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싸워야만 하는 때가 있지.”
춤추는 자의 재능과 무예가의 재능은 맞닿아 있었다. 미르켈은 노래하고 춤추는 전사로서 무수한 적을 쓰러뜨리며 가무(歌舞)의 신으로 위명을 떨쳤다.
“이 동대륙은 그런 세상이야. 사람이 즐겁게 춤추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조금은 골치 아프고 짜증 나는 일도 해야지.”
그래서 미르켈은 신승주가 고마웠다. 그가 자신을 구심점 삼아 모아준 의기 넘치는 이들과 함께 춤을 추며 그들을 단련시켰고, 의적으로 활동하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웃음을 주고자 노력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무락당의 이름을 떠올리며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면, 그리고 가혹하게 수탈당한 그들에게 하룻밤을 배불리 먹을 곡식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미르켈은 신승주의 구상대로 움직이는 것보다 모르드를 따라가는 것이 더욱 자신의 능력을 크게 살릴 수 있는 길임을 알 수 있었다.
“춤꾼에게는 무대가 필요해.”
위대한 춤은, 그에 걸맞은 위대한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법.
미르켈은 모르드가 자신에게 위대한 무대를 제공해 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네가 무락당에서 춤춘 이유라면…….”
모르드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나쁘지 않군.”
“그래?”
미소 지으며 묻는 그에게 모르드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나쁘지 않아.”
다시 먼 곳을 바라보는 모르드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호오, 확실히 활기찬 느낌이군 그래.”
미르켈은 눈을 반짝였다.
모르드는 무락당을 데리고 운평도로 왔다.
무락당은 생각보다 큰 집단이었다. 직접 탐관오리들을 털고 다닌 행동대원들만 해도 40여 명이었고, 산속 깊은 곳에 촌락을 이루어 그들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인원들을 다 합치면 200명이 넘었다.
그들 모두가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지금은 이미 겨울이지 않은가?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가진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짐을 싸 들고 먼 길을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모르드와 미르켈의 조합은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했다.
알비게우스가 미르켈에게 준 권능 ‘생명의 미로’로 무락당원들을 거두고, 물자는 모르드가 아공간으로 수납해 준 것이다.
“삼엄하군요.”
부당수 신승주는 조금 주눅 든 기색이었다.
운평도의 분위기는 꽤 험악한 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단죄자들과 맞서는 전선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울왕자군은 영혼인도자 결계 안쪽에 방어선을 설정하고, 파괴된 산성을 탈환하여 재구축하면서 병력을 전진 배치하고 있었다.
“음? 모르드 장군님?”
모르드 일행이 사람들 사이를 걷고 있자 별을 베는 검 우문섭이 무관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타났다.
그 모습이 어색해 보이는 것은 그가 아직 자신에게 씌워진 감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벌써 돌아오신 겁니까?”
“이쪽에 합류시킬 사람들이 있어서 잠시 돌아왔다.”
“여기 이분입니까?”
우문섭이 살짝 경계하는 기색으로 미르켈을 바라보았다.
미르켈은 무락당 활동을 할 때처럼 머리칼을 검게 바꾸고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그럴 만도 했다.
“아니, 이쪽은 당분간 우리와 함께 행동할 미르켈이라고 한다.”
“…설마?”
미르켈을 관찰하던 우문섭이 문득 숨을 삼켰다.
“음? 왜 그러시나?”
미르켈은 고개를 갸웃한다.
대답 대신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우문섭이 모르드에게 물었다.
“혹시 이분은… 공명권역의 달인입니까?”
“오.”
미르켈이 신기해하는 기색으로 물었다.
“그걸 알아볼 수 있어?”
“모르드 장군님과 달리 당신은 별로 그걸 숨길 생각이 없어 보이오. 그 권역이 언제라도 완성될 수 있는 형태로 당신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군.”
“모르드, 이 사람은?”
“천하제일검 우문섭 공이다.”
“천하제일검? 아, 무신의 화신인가?”
“그래.”
“대단한 눈썰미인걸. 흠. 그렇군. 적하고 마주했을 때는 신경 쓰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고개를 끄덕인 미르켈이 물었다.
“당신은 춤 좀 추나?”
“예?”
“왠지 검무도 출 줄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닌가?”
“…….”
우문섭은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상대방을 통찰하듯 상대방도 자신을 통찰하고 있다. 그런데 그 통찰의 종류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 젊은이는 대체 뭐지?’
그때 모르드가 말했다.
“일단 한울왕자를 만나야겠으니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아, 그렇다면 제가 모시겠습니다.”
우문섭은 모르드 일행을 데리고 한울왕자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