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68)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68화
무락당이 한울왕자 세력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근데 지금 설명대로라면 이들은… 기존 병력에 편입시키기에는 너무 독특한 존재 같은데.”
“이들의 장점을 죽이는 짓이지. 별동대로 운용하는 게 좋다고 본다. 물론 이들 모두가 백룡군에 입대하고 싶어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은 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하지. 신승주라고 했나?”
“예.”
신승주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춤의 신 무르스의 혈손이긴 하지만 그는 온누리의 강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황손, 그것도 오랫동안 사분오열되어 있던 남누리를 통합할 영웅으로 알려진 한울왕자 앞에서 태연할 수는 없었다.
한울왕자가 말했다.
“그대들이 준 문서는 매우 유용한 정보다. 우리가 현지에 가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긴 하겠지만, 사실이라면 매우 큰 공을 세웠다 할 수 있으니 그대들이 이곳에 정착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무락당이 이름을 알린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꽤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활동해 왔다.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털어먹은 놈들 말고도 다수의 탐관오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문서화해 두었던 것이다.
이것은 한울왕자군에게 있어서 대단히 귀중한 정보였다.
사람을 파견하여 검증 작업을 하긴 하겠지만, 일단 진실로 판명된 곳은 백룡군을 파견해서 무력으로 병합해도 민심이 따라줄 것이었으니까.
거대한 세력을 일군 황손이 그 가치를 인정해 주자 신승주는 감격해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능력 있는 이들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 한울왕자는 신승주를 내보내고 물었다.
“그래서… 이 사람도 세데아 공처럼 얼굴을 보일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건가?”
미르켈은 한울왕자 앞에서도 가면을 쓴 채였다.
일반적으로 보면 용납될 수 없는 무례였다. 모르드가 데려온 사람이라서 다들 아무 말도 안 했을 뿐이다.
“아, 이런. 실례했군.”
미르켈은 그제야 자신이 무례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가면을 벗었다.
‘잘생겼다!’
한울왕자는 물론이고 그 곁을 지키던 이들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고 말았다.
“미안해. 여성들에게 얼굴을 노출하면 시끄러워지는 일이 생기는지라 얼굴을 가리고 있거든. 이 땅에서는, 단죄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자손을 만들지 않을 생각이라서…….”
“뭐?”
한울왕자가 듣기에는 너무나 해괴한 소리였다.
모르드도 눈살을 찌푸렸다.
“가면을 쓴 게 무락당수로서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래서였나?”
“그런 이유도 있긴 하지만 되도록 가면을 벗지 않고 있어. 워낙 죄 깊은 얼굴을 가졌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고. 가면을 써도 나 좋다고 달려드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얼굴을 내보이고 다니면… 어휴, 그런 애정을 무작정 거부하는 것도 정말 못 할 짓이야.”
“…….”
모르드 일행은 다들 정말 싫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단 한 사람, 세데아만 빼고.
“의외로 배려심이 있으시네요. 그런 건 전혀 모르는 방탕한 남자인 줄 알았는데…….”
“…….”
이번에는 다들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데아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조금 전의 말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이 남자가 여기 와서 지금까지 임산부를 백 명쯤 만들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생각이었으니까요.”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까지 문란하지는 않아. 아무에게나 씨를 뿌리지는 않는다고. 사랑은 아름다워야 하며, 사랑의 결실 또한 그러해야 하는 법이야.”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고 하기에는 의외로 서쪽에서도 자손이 적은 느낌이었지요. 당신에게 분별력이라는 게 있었다니 놀랍군요.”
“…….”
듣고 있자니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기분이다.
한울왕자가 말을 더듬었다.
“모, 모르드 공. 이 자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음.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놈은 신화에 이름을 떨친 강대한 존재다. 미친놈이긴 하지만 나쁜 놈은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겨주면 좋겠군.”
“…….”
“진짜다. 나쁜 놈은 아니야.”
그러니까 미친놈이긴 하다는 소리 아닌가?
한울왕자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차마 주변이 환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잘생긴 얼굴 가득 미소 짓고 있는 미르켈의 면전에서 그렇게 묻지는 못했다.
* * *
그렇게 무락당을 한울왕자 세력에 합류시킨 뒤, 모르드 일행은 다시금 운평도를 떠났다.
모르드가 물었다.
“미르켈, 북누리로 가 볼 생각은 없는 건가?”
“음? 별로 없는데. 물론 네가 간다면 갈 거지만.”
“엘테인이나 아켈리하고는 안 친했나 보군.”
“뭐 둘 다 나하고 살기를 뿜어대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보기도 뭐했지. 둘 다 귀찮은 타입이기도 하고.”
“…네가 귀찮게 하는 게 아니라 남이 너를 귀찮게 한다고?”
“일단 같은 조직에 속해 있으니 그렇지. 둘 다 나를 보면 몸이 근질거리는 기색으로 한판 놀아보자고 하는데 참…….”
미르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르드는 어이가 없었다.
“네가 춤추자고 질척거리는 거랑 뭐가 다른가?”
“둘 다 절망적으로 춤하고 거리가 멀다는 점이 달라.”
“음?”
“엘테인의 창술에도 창무(槍舞)가 있단 말야.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좀 흥미가 있었지.”
본디 무기를 들고 추는 춤은 신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법.
검무만이 아니라 창무 또한 그러했다.
란슬리시아 신족이자 그 성자이기도 한 엘테인이 창무를 익히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근데 이 작자는 창무조차 춤으로 인식하길 거부하고 있더라고. 집요할 정도로 그걸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무예의 일부로 승화시켜 버렸더군.”
신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이 오직 상대를 제압하고 파괴하기 위한 창술로 승화되었다.
무예가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한 업적이지만 무용가의 관점에서 보면 끔찍한 모욕이었다.
“그와 마주하는 건 춤이 되지 않아. 철저하게 싸움이 되지. 그래서 싫어.”
“아켈리도 그런가?”
“비슷해.”
“그건 좀 의외네.”
달시가 끼어들었다.
“아켈리는 기질적으로 보면 엘테인과는 정반대인 것 같은데.”
“너는… 이름이 뭐였더라?”
“달시. 라이칸스로프의 신이야.”
“음?”
지금까지 달시에게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던 미르켈이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 진짜 신이네? 그럼 아켈리는 실패한 건가?”
“아니, 아직은 실패하지 않았어. 우리 둘 중 하나가 죽어야 결정 날 문제지.”
“그렇군. 신명을 두고 다투는 두 명의 신이 된 건가? 영감이 샘솟는군.”
미르켈이 몸을 들썩거리더니 등에 짊어지고 있던 비파를 들고 뜯기 시작했다.
‘이 녀석 전에는 류트를 썼었는데? 동대륙에 왔으니 동대륙 악기를 쓰는 건가?’
모르드가 그의 비파 연주에 흥미를 보일 때, 달시가 그 행동을 끊으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한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해?”
“에이. 라이칸스로프의 신, 너도 무예에 미쳐 있는 부류지? 전사라기보다는 무예가, 창술가 아냐?”
“음. 그렇긴 하지?”
“그렇긴 하지가 아니라 그렇지.”
케엘이 한마디 했다.
다들 옳은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달시가 입술을 삐죽였다. 맞는 말이긴 한데 왠지 얄밉다.
미르켈은 비파의 현을 튕기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전사의 관점, 무예가의 관점에서 보면 둘이 정반대로 보이나 본데 춤꾼인 내 눈으로 보면 그냥 스타일이 다를 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비파를 허공에 띄워두더니 춤을 추었다.
제자리에서 관절을 꺾으며 정적인 임팩트를 주는 춤을 짧게 추더니, 그다음에는 마치 짐승의 움직임을 모방한 것처럼 역동적이고 야성적인 춤을 짧게 춘다.
“이 정도 차이라고. 알겠어?”
“…무예가라는 범주 안에서 보면 정반대지만 그 바깥에서 보면 둘 다 무예가일 뿐이다?”
“그래. 그러니까 둘 다 별로 재미없는 녀석들이지.”
미르켈은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
“너도 재미없어 보이네.”
“…….”
대뜸 이런 소리를 들으면 발끈해야 할 것 같고, 실제로도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근데 이놈한테 이런 소리를 듣는 게 무예가로서는 최대한의 찬사인 거 아냐?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거 같은데?’
미르켈은 혼란에 빠진 달시에게 흥미를 잃은 듯 고개를 돌렸다.
“아무튼 모르드, 춤추지 않을래?”
“네 그런 한결같은 점 하나만큼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코웃음을 친 모르드가 말했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새로 사귄 동료들과 놀아주는 건 어떻겠나?”
“그럼 같이 춤춰줄 거야?”
“그 둘이 재미없다면, 놀아는 주지.”
“흠. 매력적인 조건인걸. 아까 그 노인네한테는 흥미가 있어. 내가 본 적 없는 검무를 익히고 있는 것 같으니까, 설령 재미없는 타입이더라도 놀아볼 가치는 있겠지.”
고개를 끄덕인 미르켈은 다시 비파를 쥐고 연주하며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 * *
모르드는 우문섭을 불러서 미르켈과 대련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미르켈은 그와 마주하게 되자 가면을 벗었다.
‘정말 잘생긴 젊은이… 군?’
가면을 벗은 미르켈의 얼굴을 보며 놀라던 우문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르켈의 머리칼에서 검은 물이 빠져나가듯 은발로 변했기 때문이다.
“신족?”
그 변화를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지금 미르켈의 머리 색이 변한 과정은 신혈 개방에 의한 것이 아니다. 본래의 머리 색이 드러났을 뿐.
“그런 셈이지.”
“그럼 보이는 대로의 나이는 아니시겠구려.”
“어떻게 보든 별로 상관없어. 나이를 세는 걸 그만둔 지 너무 오래되었으니 의미가 없거든.”
어깨를 으쓱한 미르켈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허리춤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마술처럼 양손에 완만하게 휘어진 곡도(曲刀)가 나타난다.
“하지만 놀기 전에… 당신의 검무를 보여주지 않겠어? 그게 조건이야.”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흠. 검무라…….”
고개를 갸웃한 우문섭이 말했다.
“신께 바치려는 제의라면 모를까, 무작정 춤추기는 좀 부끄러운데. 당신도 같이 춤춘다면 하겠소.”
“그야 좋지. 먼저 시작해 봐. 맞춰줄게.”
“내 검무에 맞춰서 춤춘다니…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긴 하오만.”
우문섭은 살짝 난처해하는 기색이면서도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르켈이 그에게 바짝 다가가더니 고개를 틀었다.
‘호오.’
모르드가 놀랐다.
우문섭의 동작이 유려해서는 아니다. 우문섭의 검무를 처음 보는 미르켈이 마치 그가 찌르는 동작을 사전에 알고 합을 맞춰둔 것처럼, 능숙하게 피하는 동작을 취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30센티 정도 거리로, 두 번째는 10센티 정도 거리로, 세 번째는 5센티 정도 거리로…….
쉬이익!
이윽고 머리카락 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가도록 우문섭의 검무를 피하며 춤을 춘다.
‘대단하군!’
우문섭은 경탄했다.
지금 자신이 펼치는, 아니, 추는 검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춤춘다’는 느낌이 들었다.
흥이 난다.
둥…….
마치 그의 그런 기분을 알아차린 듯 북소리가 울린다.
‘얼쑤! …음?’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덩실거린 우문섭은 이윽고 그 소리가 미르켈에게서 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의 검무에 딱 맞는 박자로 북소리를 자아내면서, 그의 검무에 상대역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실로 신비한 경험이었다.
‘멋지군!’
우문섭의 어깨가 더욱 신나게 덩실거렸다.
* * *
“…아, 그게 저런 뜻이었나.”
달시는 살짝 허망한 듯 중얼거렸다.
우문섭과 미르켈이 신나게 춤추고 있었다.
처음에는 철저하게 우문섭의 검무에 맞춰 회피하는 동작을 춤으로 엮어내던 미르켈은, 우문섭의 검무가 품은 형(形)이 한 차례 끝난 시점부터 공세로 전환했다.
우문섭은 자연스럽게 대응했다.
무신에게 천하제일로 인정받은 검술을 펼치는 게 아니라, 아무리 봐도 검무로밖에 보이지 않는 동작으로.
하지만 그것은 그가 그 직전까지 펼친 검무에 포함되지 않은 동작이었다.
실전에서 펼치기에는 너무나 곡예 같은, 그렇기에 아름답지만 동시에 예리하기 짝이 없는 검격.
그것이 미르켈의 곡도와 부딪치며 아름다운 빛의 파편을 자아내었다.
“춤추고 있네, 진짜.”
달시가 혀를 찼다.
두 사람은 실전성을 도외시한, 완벽하게 멋지고 아름답게 보이는 동작으로 치고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예가에게 의미가 없느냐를 따진다면…….
‘있잖아, 저거.’
달시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이없게도, 의미가 있었다.
비실전적이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정묘하며,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무지막지한 난이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저렇게 춤추는 것만으로도 검술과 무신술을 극도로 훈련하는 과정이 된다.
우문섭은 미르켈과 춤추는 사이에 그가 요구하는 규칙을 감각적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그 규칙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자신이 지닌 기술을 펼쳐내기 시작한 것이다.
우문섭에게 있어서 이것은 춤인 동시에 고차원적인 ‘검술 놀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