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Prince begins his conquest of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308)
제308화. 멸문(滅門) (12)
제이드는 공동 중앙의 거대한 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형 마법진을 바라봤다.
“보아하니 저 문을 매개체로 마계와 현세를 연결하려는 것 같습니다.”
“역시 목적은 악마 소환인가?”
악마 소환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형태가 있다.
하나는 계약자를 통해 소환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계약자를 통하지 않고 소환하는 방법.
전자의 방법은 쉽고 빠르게 소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계약과 제물에 따라 여러 제약이 붙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후자의 방법은 여러 제약을 약화하는 대신 소환이 극히 어렵고 악마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후자의 경우 보통의 흑마법사나 악마 계약자는 절대 시도하지 않을 방법이었지만 상대는 악마 숭배자.
마계, 혹은 지옥이라 불리는 곳의 존재를 숭상하고 신으로 모시는 미치광이들이다.
악마가 계약 없이 소환되어 제멋대로 군다고 해도 그들 입장에선 신의 뜻이니 오히려 좋아할 만한 일이었다.
“오빠, 저도 보고 싶어요.”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어둠의 정령으로 잔혹한 부분을 가리고 실루아를 놓아주었다.
역겨운 악취와 마력은 그대로였지만 잔혹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단 낫겠지.
“이대로 파괴하는 건… 안 되겠지?”
내 물음에 제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예. 이미 막대한 힘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섣불리 건드리면 공작성뿐만 아니라 이 도시, 어쩌면 이 일대 영지가 전부 휩쓸릴 위험이 있습니다.”
“음, 역시 그렇지? 이거 재미… 아니, 귀찮게 됐네.”
제이드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혹시… 이거 터트릴 생각은 아니죠?”
“하하, 그럴 리가.”
내가 싱긋 웃자 제이드는 흠칫 떨고 실루아도 제이드 뒤로 피했다.
“유, 유안?”
“응? 아… 조금 감정을 주체 못 했네. 괜찮아, 괜찮아.”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히며 다시 싱긋 웃어 보였다.
이번에는 제대로 웃어 보였는데도 제이드와 실루아는 내가 무서운 듯 시선을 피했다.
“제이드.”
“네!”
갑자기 군기가 든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마법진을 가리켰다.
“일단 손댈 수 있는 부분은 어디 어디지? 재미있는 생각이 나서 가능한지 한번 봐줬으면 좋겠는데.”
“네! 알겠습니다!”
성실한 녀석을 놀리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은 대놓고 악당 짓을 하는 놈들을 괴롭혀 주는 거였다.
이런 짓거리를 벌인 놈들에게는 잊지 못할 최고의 시간을 선사해 줄 거다.
* * *
제이드와 실루아가 내 지시에 따라 악마 숭배자 놈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사해 줄 준비를 하는 사이, 나는 혹시 모를 증거를 수집하고 공작가를 무너트릴 계획을 세웠다.
저 거대한 문을 박살 내는 것도 아니고,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닌지라 금세 마무리하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이제 알아서 걸려주기만 하면 그만이다.
밖으로 나오는 통로가 중앙 저택 곳곳에 있었는데 우리는 뒤뜰로 이어진 부엌 뒤편에 있는 식자재 창고 쪽으로 빠져나왔다.
“정말이지, 유안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십니까? 누군가를 엿 먹이는 데는 정말 최고인 것 같습니다.”
…욕 아니지?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걸 보면 욕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기분이 거시기하지?
“아니야, 너도 충분히 남을 엿 먹이는 데 재능이 있어.”
긴장하며 군기 든 모습보다야 낫긴 하지만 이런 시선도 부담스러운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제이드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하하, 유안이 그렇게 화낸 적이 처음이라 살짝 무, 아니 어색해서 그랬지 정당한 분노였잖습니까.”
“마, 맞아요!”
실루아는 제이드의 말에 동의했지만 내게서 살짝 거리를 벌렸다.
내가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었었나?
“그런데 공작가를 멸문시킬 거라 하셨는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공작가에 속한 모두를 죽이실 생각은… 아니시죠?”
어째 묻는 말에 믿음이 없다?
“당연히 아니지. 고용인들은 해산시키고 이런 일을 벌인 당사자와 알고도 묵인한 놈들은 죽이고 나머지는….”
말하던 중 이쪽으로 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이 기척은 호레이즌과 황혼검이다.
“배웅은 됐다니까.”
“아니, 그래도 존경하는 붉은 이빨을 어떻게 빈손으로 보내겠습니까. 그런 이 선물이라도 받아 주십시오.”
황혼검은 정말로 존경하는 선배를 배웅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요식 행위인지 호레이즌에게 마도구로 보이는 장갑을 건넸다.
“염동력과 마력 근육 조형 마법이 걸려 있는 장갑이네요.”
제이드는 장갑을 보자마자 귓속말로 속삭였다. 흔히 오거 파워 건틀릿이라 불리는 마도구였다.
호레이즌에겐 전혀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그의 힘이 오거보다 몇백 배는 강할 텐데 왜 저런 물건을 선물하는 건지 모르겠다.
“음, 근육 쓰는 방법을 가르칠 때 좋은 물건이군. 고맙게 받지.”
아, 그런 식으로도 쓸 수 있었나? 하기야 초인의 깨달음은 그 육신에서 비롯되니, 초인이 아닌 녀석들에게 특유의 가르침을 내릴 땐 쓸 만하겠다.
호레이즌은 마음에 든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장갑을 아공간 안에 넣었다.
호레이즌도 아바스엘제 아공간 팔찌를 쓰는 걸 보면 저만한 스테디셀러도 없다.
부티크는 아바스엘을 잃어서 속이 꽤 쓰리겠어.
“예, 그럼 살펴 가십쇼!”
황혼검은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호레이즌은 뒤돌아 몇 걸음 걷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왜, 일이 잘 안 풀렸….”
파앙-!
은신해 있던 내가 말을 걸자 호레이즌은 본능적으로 내게 권기(拳氣)를 날렸고 나는 나비의 힘으로 호레이즌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아니, 오랜만에 보는데 갑자기 말을 걸었다고 이렇게 공격하기입니까?”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호레이즌은 놀랐다.
“1왕자님? 프레시아도 있습니까?”
날 보자마자 바로 프레시아부터 찾는 거 보소.
“아니, 그보다 제 권기를 막으신 겁니까?”
“예, 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암살당하지 않을 호신 수단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여유롭게 대답하자 호레이즌은 흥미로운 듯 날 바라봤다.
“근육이 꽤 붙었군요. 키도 조금 더 자라셨고, 불안정하던 호흡이 고른 걸 보면 기초 체력도 많이 좋아지셨고요. 대단히 노력을 많이 하셨습니다.”
“아아… 프레시아가 절 죽어라 굴려서 말이죠….”
내가 씁쓸하게 말하자 호레이즌은 호쾌하게 웃었다.
“아하하하하! 제 제자도 많이 성장했군요. 왕자님을 죽이지 않고 이렇게 성장시키다니 말입니다.”
그 말을 나는 부정할 수 없었다.
솔직히 디벳의 약이 없었으면 죽을 뻔했던 적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지만 프레시아도 점점 가르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제 프레시아의 훈련이 죽도록 괴롭긴 해도 정말로 죽진 않게 되었다.
당하는 입장에선 그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프레시아는… 저 뒤에 숨어 있는 이들 중에는 없는 것 같은데 어디 갔습니까?”
“잠시 휴가를 주었습니다. 그러니 흑마력을 내뿜던 놈들을 처리하겠다고 가더라고요.”
“그렇습니까?”
호레이즌의 눈에는 이채가 감돌았다.
“응? 이 느낌, 혹시 아까 저택 안에서 저와 마주쳤습니까?”
어둠의 정령의 힘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예, 손가락 힘이 대단하던데요.”
내가 긍정하자 호레이즌은 경악한 듯 눈이 커졌다. 뭐야? 날 알아보고 놀리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못 알아차렸다고?
“…여행으로 많은 것을 얻은 모양이군요. 그런데 저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보고 나오라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 뭔가 있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감각에 안 잡히니 본능적으로 베어버릴 것 같습니다.”
“아이고, 그럼 안 되죠.”
나는 손가락을 튕겨 은신을 풀었다. 그러자 호레이즌은 실루아를 보고 놀랐다.
“저 아이는 혹시….”
“아. 알아보시겠습니까? 게오르 필립과 제이올린 필립의 둘째 딸인 실루아 필립입니다.”
“…그렇군요. 둘째.”
호레이즌은 추억에 잠긴 듯 실루아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호레이즌이 술에 취해 게오르의 공방을 터트려 버렸다고 했던가?
“앗! 아버지 공장을 터트렸던 개망나니!”
실루아의 말에 나와 제이드가 깜짝 놀라서 실루아의 입을 막았다.
“읍읍! 읍읍읍!”
“쉿! 아무리 사실이라도 돌려 말해야 할 필요가 있어.”
내가 주의를 주자 호레이즌이 헛기침을 했다.
“허흠! 만병의 현자께서 그런 옛날이야기도 했습니까?”
“예, 뭐… 프레시아를 보고 절대 경의 제자가 아닐 거라며 부정하며 그런 이야기를 하시긴 했습니다.”
“끄응.”
호레이즌은 과거의 업보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돌아오자 앓는 소리를 냈다.
“그, 뭐냐, 프레시아는….”
“모릅니다. 저와 실루아에게만 이야기했습니다.”
내 말을 들은 호레이즌은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다행이군요. 저기….”
“비밀로 해 드리겠습니다.”
프레시아의 환상을 깨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왕자님께선 공작가엔 무슨 일로 방문하셨습니까?”
“그냥 지나가는 길에 축제도 있고 하니 휴식차 이 영지에 들렀습니다. 공작가에 마침 그렇게 격식 있는 연회가 아니라며 같이 가자고 초대해 준 사람이 있어서 왔고요.”
내 대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왕자님께선 수도로 언제쯤 다시 돌아오실 생각입니까?”
내가 아니라 프레시아가 돌아오는 시기를 알고 싶은 거겠지.
“새해가 되기 전엔 돌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경이야말로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전하께서 먹는 것도 조심하고 계실 텐데요.”
내 물음에 호레이즌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태생이 칼잡이라 복잡한 정치 이야기는 잘 모릅니다. 그저 전하께서 공작에게 전하라는 것이 있어서 방문했을 뿐입니다.”
호레이즌이 직접 와야 했다라. 아르카나의 지원을 받는 귀족파의 힘이 더 강해지고 있는 모양이군.
중립파인 공작에게 가장 아끼는 호위 기사인 호레이즌을 직접 보내 성의 표시를 할 정도라면, 무슨 일인지 몰라도 꽤나 성가신 사태가 벌어진 걸지도 몰랐다.
“음, 뭐가 문제인지는 몰라도 결국 공작의 지지가 필요하단 소리군요.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자님께서요?”
내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호레이즌은 못 미더운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럼요. 경께선 가만히 계셔도 좋습니다. 물론 도와주신다면 더더욱 좋고요.”
공작가를 완벽히 멸문시켜도 좋겠지만 이름만 남겨놓고 알맹이를 갈아치워 꼭두각시로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나중을 생각해서 공작가 자체는 이 세상에서 지워 버려야겠지만 말이다.
“왕자님께서 어떻게 도와주….”
파아아-!!
호레이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작가 지하에서 빛줄기가 쏘아져 올라가며 방대한 마력이 넘실거렸다.
됐다. 악마 숭배자 놈들이 문을 가동시켰다. 역시 폭죽놀이를 틈타 숨어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문에 접촉했구나.
“이게 무슨…!”
지축이 뒤흔들리며 벌어진 사태에 호레이즌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 지금부터 악마 숭배자 놈들에게 절대로 잊지 못할 즐거운 축제를 선물할 시간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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