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Prince begins his conquest of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406)
## 제406화. 일곱 비석의 봉인 (2)
수도 중앙 광장, 큼지막한 단상이 세워지고 그 위로 흙먼지를 뒤집어쓴 사내들이 일제히 구속되어 일렬로 걸어갔고 무장한 병사들이 그들을 감시하며 따라갔다.
중앙 광장에는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나도 새벽 일찍 처리해야 할 서류에 도장을 찍고 구경 나온 사람 중 하나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대부분은 신분에 상관없이 모여 있는 데 반해 나는 섭정이란 신분답게 별도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단상 위에 수도 방위 사령관이자 황금 사자 기사단의 단장이 올라서며 준비된 대본을 읽었다.
“사흘 전, 반역을 꾀한 무리가 군사를 일으켜 수도를 공격하는 참람한 일이 있었다! 이에 위대하신 전하를 대신하여 섭정이신 유안 델 아즈데미안 듀플리온 왕자 저하께서 직접 자하룡 바하무트 님과 왕국의 영웅들을 이끌고 왕국을 수호하시니, 극악무도한 반역의 무리를 처단하였다!”
“오오~!”
구경꾼들 사이에 숨어 있는 바람잡이들이 구경꾼들의 반응을 유도했다.
사령관은 한 템포 쉬고는 계속해서 대본을 읽었다.
“반역을 꾀한 이들은 하늘을 저버리고 천륜을 어긴 극악무도한 죄인이다. 이에 이 자리에서 죄인들의 형을 집행하니 가까운 이들은 눈으로 보고, 먼 이들은 귀로 이들의 참람한 죄와 그들의 최후를 확인하라.”
대본을 다 읽은 사령관은 차례대로 죄인을 호명했다.
“대역죄인 오스왈드는 처형대로 올라오라.”
오스왈드는 포박된 채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 단상 위로 올라왔다.
내가 오스왈드를 일부러 살린 이유가 지금 광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처형식을 하는데 쿠데타의 주모자가 있어야 분위기가 살지 않겠는가.
브아레스도 생포하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토르멜 때문에 생포는 힘들었을 테니 꿩 대신 닭이었다.
“대역죄인 오스왈드는 들어라. 죄인은 위대하신 선왕 전하와 현왕 전하의 은덕으로 생명을 받았다. 하여 왕족으로서 온갖 혜택을 누리며 마법사로서 대성하고 궁중 마법사로서 호의호식하였으나, 배은망덕하게도 감히 왕좌를 넘보고 대역죄인 브아레스와 손을 잡고 왕위를 찬탈하려 하였으니. 그 죄는 사지를 찢고 불태워 천 번 만 번 죽여야 마땅하다. 하나 자비로우신 섭정 저하의 은혜로 참수형으로 형을 집행하니 섭정 저하의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말지어다.”
오스왈드는 핏발 선 눈으로 날 노려봤지만 마력 회로가 박리당하고 마법으로 제압당한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절차대로 꼭두각시처럼 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에 피가 날 정도로 세게 단상에 머리를 박아 절을 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들은 오스왈드를 잡아끌고 단상 중앙에 무릎을 꿇린 채 목을 베었다.
잘린 목은 브아레스와 함께 장대에 걸려 효수되었다.
“대역죄인 잠발은….”
이어서 브아레스 후작과 공모했던 귀족파 귀족들이 차례대로 단상 위로 끌려와 목이 잘렸다.
백작 이상 고위 귀족 넷이 처형당하고 하위 귀족은 열여섯이 목이 베였다.
브아레스와 오스왈드 옆에 나란히 목이 걸린 이들 중 하위 귀족들은 방계들이 알아서 직계들을 포박해 수도로 올라와 쉽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브아레스 후작가를 포함해 고위 귀족 중 넷은 항전을, 하나는 항복을 선택해 황혼검이 군사를 이끌고 가기로 했다.
귀족들만 처형하고 휘하 행정관 및 영지 관리인들은 왕실에서 중용할 것이라 했으니, 대부분 바하무트만 봐도 알아서 밑에 사람들이 제 주인을 잡아다 바치고 항복할 터였다.
문제는 브아레스 후작가였는데 토르멜은 정에 휘둘릴 수 있어서 안 되고, 귀족파 귀족들과 브아레스 후작가에 얻어먹은 게 많은 남부 귀족들의 충성심 테스트를 한번 해봐야겠다.
여기에 데미웨이까지 보내면 길게 끌어봤자 3개월도 안 걸려 함락할 수 있을 거다.
계속 형벌을 집행하던 끝에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대역죄인 자밀은 들어라. 죄인은 위대하신 전하의 은혜를 입어 왕후가 되었으나, 그간 왕후라는 고귀한 직책을 이용하여 수많은 부정을 저질렀다. 또한 돌보아야 할 자식인 1왕자 저하를 수년간 학대하였고 끝내 죽이려 들었으며, 지아비인 전하를 음독시켜 사사로이 권력을 쥐어 대역죄인인 오라비의 반역을 도우려 했으니 이는 국가적으로 천륜을 저버린 행위이며, 사사로이도 천륜을 저버린 행위이다. 그 죄는 천 갈래 만 갈래 찢겨 죽어도 부족한 대죄이나, 은혜로우신 섭정 저하께서 차마 부모 자식 간의 천륜을 저버리지 못하시고 참수형으로 형을 집행하고자 하니 죽어서도 그 은혜를 잊지 말지어다.”
마법으로 제압된 폐위된 왕후는 오스왈드처럼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단상에 박았다.
나는 그런 전 왕후에게 말했다.
“특별히 자식들은 살려드릴게. 나도 참 마음이 약해서 탈이라니까.”
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자 전 왕후는 핏발 선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거 눈 안 깔아? 저승길에 아들딸이랑 같이 가고 싶어?”
내 물음에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이내 고개를 숙였다.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고. 괜히 원한 가져봤자 하찮고 저급한 언데드가 될 뿐일 텐데 퇴치당하지 말고 얌전히 가.”
내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전 왕후의 목이 잘려나갔고 처형식이 끝났다.
“왕자님, 그런데 정말로 살려둘 생각이십니까?”
프레시아의 물음에 나는 싱긋 웃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살려는 줄 거야. 살려는.”
내 대답에 길버트는 어색하게 웃었다.
“왠지 깔끔히 죽여주는 게 자비가 아닐까 싶네요.”
그 말에 프레시아와 바인드는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하네. 내가 뭘 했다고 날 그렇게 잔인한 사람으로 본단 말이야?
물론 길버트의 말을 부정하진 않겠지만.
* * *
나는 열심히 도장을 찍고 최종 결재를 하다 잠시 멈췄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습니까?”
내 물음에 내 옆에서 보조를 하던 상선 제르망은 남은 서류들을 가늠했다.
“앞으로 일곱 건만 더 검토하면 당장 근 일주일 치는 모두 끝납니다. 경이로운 처리 속도입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침대에 누워 계신 전하께서도 이 정도로 빠르게 일을 끝내시지 못하였습니다.”
현왕은 듀플리온 역사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유능한 왕이었다.
그 정도로 유능하지 못했다면 아르카나의 실체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이 최후의 수단인 독살을 사용하게 만들지도 못했을 거다.
“제가 아바마마보다 더 유능해서 빨리 끝낸 게 아닙니다. 현 상황에서 제게 감히 대들 놈들이 없으니 모든 부분에서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뿐이죠.”
왕도 아닌 내가 이런 말을 하기 우습지만 지금 나는 절대 왕권을 구축했다.
건국왕과 초대 왕후의 정통성을 그대로 이어받고 건국 신화의 당사자인 조력자 자하룡과 개국 공신의 지지를 받으며 왕권에 도전하는 귀족파를 반토막 내버렸다.
막말로 내가 당장 선위를 주장한다고 해도 국왕파에서 약간의 반발은 있을지언정 막지는 못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되었다.
“하하하, 섭정 저하께선 겸손하십니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대단하신 것이죠.”
“그렇게 금칠해도 나오는 건 없습니다.”
나는 가볍게 농담을 하며 남은 일거리를 마무리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집무실 근처에 구류되어 있던 두 어린 드래곤이 안 보이는 무언가에 끌려오듯 내가 있는 집무실로 들어왔다.
“이름이 크리조와 부노에레스라고 했던가?”
내 물음에 분홍 머리 소년과 검붉은 머리 소녀가 날 노려봤다.
자신들을 억압하는 나를 향한 분노와 자신의 친구와 어른들을 죽였다는 증오, 그리고 내 말 한마디에 목숨이 결정된다는 압도적인 공포가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 바하무트가 죽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거든. 나는 그 부탁을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어.”
물론 그런 의무 따윈 거절해도 상관없지만 만약 거절하면 ‘친구’라는 계약 관계를 유지하는 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당장 아쉬운 건 바하무트 쪽이라 해도 언제 내가 아쉬운 쪽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자잘한 부탁은 들어줄 생각이었다.
내가 죽일 생각이 없다고 말하자 눈치를 보던 어린 드래곤들은 바로 태도를 바꿨다.
“그래? 당장 우릴 풀어줘라 인간! 네가 드래곤 로드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당장 우리 손에 죽었을 거다!”
팔짱을 끼며 날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부노에레스를 보며 나는 싱긋 웃었다.
“예절 교육이 필요하겠네. 머리부터 숙여라, 어리석은 것.”
콰앙-!
내가 진심을 담아 말하자 부노에레스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땅에 머리가 처박힌 부노에레스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쓰러진 채로 머리를 부여잡았고 크리조는 놀라서 전투태세를 갖췄다.
“자세 풀고 무릎 꿇어.”
내 말에 크리조는 무언가에 묶인 듯 팔을 몸에 붙이고 무릎을 꿇었다.
두 어린 드래곤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나를 올려다봤다.
“내가 너희에게 무슨 마법을 걸어놓은 것 같아? 마법 같은 거 아니니까 그렇게 노려볼 건 없어. 내가 아무리 마법이 뛰어나도 드래곤이 마법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잖아.”
내가 한 건 그저 간단한 정령술이다.
땅의 정령인 버디의 힘으로 부노에레스의 머리에 드래곤도 버틸 수 없는 고중력을 부여했고, 바람의 정령인 나비의 힘으로 크리조를 포박한 채 무릎 꿇렸을 뿐이었다.
지금의 나는 어린 드래곤 둘쯤이야 숨 쉬듯 저승으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하지 않았다.
“너희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선택지?”
“그래, 선택지. 첫째, 내 노예가 되어 내가 지시하는 모든 걸 한다.”
첫 번째 선택지에 두 어린 드래곤은 인상을 썼다.
“둘째, 듀플리온의 수호룡으로서 수도를 지키는 계약을 한다.”
“수호룡이라면 일곱 교단의 총본산을 지키는 어르신처럼 말이야?”
“맞아. 다만 그 고룡과 같은 대우는 아닐 거야.”
애초에 이 애송이들은 날 납치하러 온 놈들이었다. 당연히 노예 계약이나 마찬가지인 수호 계약을 내밀어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선택지는 한 만 년쯤 봉인당한다. 특별히 사계의 현자 중 겨울, 봄, 여름이 직접 봉인할 거야. 덤으로 바하무트와 마도팔현 중 하나인 위즐 백작도 힘 좀 쓸 테고 말이야.”
“그게 죽이는 것과 뭐가 달라!”
“뭐가 다르긴? 죽지 않고 봉인 속에서 만 년간 살아 있잖아. 그 정도면 충분히 바하무트의 부탁을 들어주는 거지. 10분 줄 테니 당장 선택해라. 선택하지 않는다면 내 임의대로 선택할 거다.”
두 어린 드래곤은 내 폭거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노려봤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크리조와 부노에레스는 사념으로 대화를 하더니 이내 체념한 듯 선택했다.
“…수호룡이 되겠다.”
“그래, 잘 선택했어. 여기 계약서에 사인해.”
나는 미리 작성해 둔 계약서를 내밀었고, 계약서를 본 두 어린 드래곤은 노예와 다를 바 없는 계약의 수준에 화를 냈지만 결국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내 전속 노예 계약서를 보여주니 수호룡 계약이 선녀처럼 보였나 보다.
나 참, 조금 빡센 조건이긴 해도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잠깐 노예 생활 하는 걸 왜 사양하는 건지 모르겠다.
“좋아, 앞으로 잘 부탁해. 수호룡들.”
내가 손을 내밀자 계약서가 빛나며 두 어린 드래곤의 허리를 90도로 굽히게 만들고 내 손을 마주 잡게 시켰다.
“이렇게 깍듯하니 얼마나 보기 좋아.”
“그러게요…!”
부노에레스는 이를 악물며 존댓말로 말했다.
역시 법치의 현자의 계약서다. 효과 하나는 끝내주는구만.
그나저나 이제 슬슬 독을 먹고 잠든 왕을 깨우러 갈까?
다행스럽게도 잠든 게 공주가 아니라 내 키스는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수염 난 아저씨에게 키스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대신 왕은 성질머리 나쁜 늙은이의 고약한 해독제를 마셔야겠지만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