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Prince begins his conquest of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407)
## 제407화. 일곱 비석의 봉인 (3)
“내 살다 살다 왕의 침소까지 와보는구나.”
디벳은 호화로운 왕의 침실을 둘러보며 괴팍스럽게 웃었다.
왕의 치료를 위해 섭정의 권력으로 왕의 곁을 지키는 근위 기사들을 치웠다.
정확히는 디벳이 몰래 들어올 수 있도록 동선을 확보했다.
왕궁 지하에 있는 비밀 통로로 들어왔지만 입구에서 나오면 삼엄한 경비에 들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호레이즌의 감각은 피할 수 없었기에 검호에게는 사전에 언질을 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부탁했다고는 하지만 그런 비밀 통로를 내게 유출해도 되는 게냐?”
디벳은 왕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노출되지 않도록 부탁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다섯 의원이라는 천수오의 중 한 명인 포이즌 마스터 디벳 파비부의 다른 이명(異名)은 바로 독마(毒魔)다.
디벳이 독원에서 쫓겨날 때 추격자를 떨치는 과정에 그의 독에 수천 명이 죽었고, 그 악명이 널리 퍼진 탓에 그는 여러 나라에서 수배 중인 중범죄자였다.
당연히 듀플리온 내에서도 그는 수배자였다.
그저 잠적한 지 너무 오래된 수배자라 반쯤 잊혀서 그렇지 디벳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 나라는 아직도 디벳을 쫓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조사를 해봤는데 옛날에 가족들을 모두 잃었다고 생각한 영감은 내가 생각해도 지나칠 정도로 막 나갔었다.
그의 걱정 어린 물음에 나는 가볍게 웃었다.
“영감님이 들어온 통로는 제가 임의로 만든 거라 다시 없앨 겁니다.”
땅의 정령인 버디의 힘으로 새로운 출구를 뚫고 비밀 통로를 살짝 막아뒀다.
디벳이 나가면 새로 뚫은 통로를 없애고 원래 출구를 또 다른 곳으로 낼 생각이었다.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도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닐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디벳은 왕의 손을 잡고 마력을 흘려 왕의 상태를 파악했다.
마약에 절어 떨리던 손도 어느 정도 완치가 되었는지 안정적이었다.
하기야, 아라드리네라는 명의가 곁에 붙어서 잔소리하며 치료를 해줬으니 그깟 후유증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겠지.
“음,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이군. 주기적으로 신성력을 받고 각종 약으로 악화되지 않게 막아놨어. 어의 실력이 꽤 괜찮으니 정신을 차리면 맡겨놔도 되겠다.”
“그거 다행이네요.”
디벳은 바늘로 왕의 손가락을 따고 흘러나오는 피 한 방울을 맛봤다.
“검사기도 가져왔는데 굳이 먹어봐야 합니까?”
“예끼! 그깟 검사기보다는 내 혀가 더 정확하다, 이놈아.”
디벳은 “클클클.” 웃으며 가방에서 사람 몸뚱이만 한 마법 검사기를 꺼내 왕의 피를 두어 방울 넣었다.
검사기를 돌린 디벳은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알코올 램프와 유리 비커, 그리고 각종 약재를 꺼내 해독제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네놈이 말한 대로 독원에서 제조한 독 중 하나다. 내가 소싯적에 재미 삼아 만든 독에 어린 것들이 이것저것 첨가한 모양인데 참신하진 않아.”
해독제를 다 만들 무렵 검사기의 성분 분석이 끝났고, 검사기의 성분을 확인한 디벳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완성된 해독제를 식혔다.
“다 만들었다. 우선 해독제를 먹이고, 그다음 간 기능을 강화하는 약물을 투여해 스스로의 해독 능력을 증대시킬 거다.”
디벳은 왕의 입을 벌리게 하고 얇은 관을 식도 쪽으로 집어넣더니 관과 연결된 깔때기에 식은 해독제를 부었다.
“입으로 먹이는 건 아니네요?”
내 물음에 디벳은 인상을 쓰며 화를 냈다.
“내가 왜 더러운 사내새끼 입에 내 입을 가져다 대야 하는데? 그리고 의식 없는 사람에게 그런 방법으로 약을 먹였다가 잘못하면 약물이 기도로 넘어가서 위험해!”
해독제를 먹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왕의 안색이 좋아지더니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해독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정상적인 반응이야. 정확히는 독 때문은 아니고 독과 섞인 약품 중 일부가 독이 해독되면서 작용하는 건데….”
디벳은 길고 지루한 설명을 하며 간 기능 강화제를 깔때기에 부었다.
“조금씩 생체 반응이 돌아오고 있네. 문제는 없어 보이니 나는 깨어나기 전에 이만 가보마. 문제가 생기면 또 불러. 깨어나도 독에 오래 중독되어 있던 탓에 며칠간은 요양해야 해. 일단 독은 해결했으니 이제 신성력이 먹힐 거다.”
“예, 고생하셨습니다.”
디벳은 왕진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 길버트의 호위를 받으며 왕궁을 떠났다.
디벳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왕이 의식을 되찾았다.
“…어…!”
나는 물잔에 물을 따르고 천천히 왕의 몸을 일으켜 물을 먹였다.
왕은 물을 마시더니 살 것 같은 표정으로 숨을 깊이 내쉬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게냐?”
왕은 힘없는 목소리로 물으며 의심스러운 듯 나를 바라봤다.
“누워 계신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핵심만 말하자면 제가 당신이 누워 있는 사이 섭정이 되었습니다.”
“…뭐?”
당황하는 왕에게 그가 쓰러진 이후 있었던 일들을 조금 자세히 이야기해 줬다.
내가 중립파를 설득해 지지 세력을 만들고 왕후 대신 섭정이 된 일.
브아레스 후작이 동생인 오스왈드와 손을 잡고 군사를 일으켜 쿠데타를 일으킨 일.
그리고 반역도들을 모두 처형하고 내가 왕국을 장악한 일.
모든 일을 들은 왕은 불신 어린 눈으로 날 바라봤다.
“뭐, 당신이 절 어떻게 생각하든 제 알 바는 아닙니다. 어차피 절 견제하고 싶어도 못할 테니까요.”
내가 쌓은 정치 기반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왕이 날 견제하지 못하도록 마법으로 목줄을 채워놨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가슴에 살짝 빛이 나며 마법 술식이 떠올랐다.
“저도 가족끼리 이런 걸 채워놓아야 하다니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만 당신은 이런 걸 채워놓지 않으면 절 견제하고 죽이려 들 게 뻔하지 않습니까. 저로선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인 셈이지요.”
내 친절한 설명에 왕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날 바라봤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게냐?”
“참고로 이 목줄은 풀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어지간한 대마법사 정도로는 이 술식조차 떠오르게 하지 못할 테고, 위즐 백작은 이제 중립이 아니라 제 사람이거든요. 아, 그리고 마법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천공 마탑과 외교도 꽤 진행해 뒀습니다. 천공 마탑주와 제가 꽤 친한 사이라서 말이죠.”
나는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보름 드릴 테니 어서 쾌차하시고 정무에 복귀해 주세요. 대략적인 일은 수습해 놓았지만 아무래도 귀찮고 힘드네요. 가뜩이나 할 일도 많은데 국정을 운영할 시간 없거든요.”
왕에게 서류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지금까지 국정 운영 사항과 앞으로 숙지하셔야 할 것들입니다. 수도를 지킨 제 개인 사병들은 왕실에서 비밀리에 육성한 수호병이라 해놨으니 알아두시고, 제 정치 기반 세력은 건드리지 마십시오. 그 사람들 건드리면 나라가 흔들릴 겁니다.”
이 나라가 망하든 말든 솔직히 관심 없지만 그래도 내게 모든 것을 물려준 리즈벳이 세운 나라니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뒤돌아 나가려는데 왕이 날 붙잡았다.
“잠깐, 네 목적은 뭐냐? 왕위냐? 아니면 이 듀플리온 왕국이냐?”
그의 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제 목적은 그런 시답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제 목적은….”
내 대답을 들은 왕은 벙찐 얼굴로 날 바라봤고 나는 그런 왕을 보며 싱긋 웃어 보이고는 왕의 침실에서 나갔다.
내가 지나가는 시종에게 왕이 일어났음을 알리자 왕궁에 소란이 일어났다.
* * *
나는 아무도 없는 화원에서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로 올라가는 입김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슬슬 새해군.”
곧 있으면 내 생일, 내가 이 몸에 들어오게 된 지도 1년이 된다.
왕이 깨어났음에도 당장 국정을 돌보기엔 무리인 탓에 날 보좌하는 상선 제르망은 내게 생일을 어떻게 보낼 건지 물었다.
그의 의중은 내 생일 연회를 열 것이냐는 물음이겠지.
쿠데타 미수 사건이 있었던 만큼 왕실이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좋은 기회였지만 나는 사양했다.
곧 있으면 왕이 복귀할 테니 그때 잔치를 벌여야 왕권에 레임덕이 생기지 않을 것 아닌가.
지금 내 권세가 왕의 권세를 뛰어넘다 못해 건국왕의 재림 수준으로 높아지는 바람에 귀찮아지고 있다.
내 이름으로 내 생일 연회는 없고 왕의 쾌차와 복귀 임박을 축하하는 공문을 모든 영지에 뿌리는 중이다.
내 선택에 상선은 감동했지만 사실 귀찮아서 그렇다.
내가 주연인 연회라니, 귀찮은 정치판의 한가운데에 날 밀어 넣지 말란 말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내 전속 시종장 헤리온이 왔다.
“부르셨습니까? 섭정 저하.”
그의 인사에 나는 미소 지었다. 그는 나의 어머니, 파라멜라 비(妃)가 내게 상속한 충성스러운 시종이었다.
“헤리온, 네가 어머니를 섬긴 지 얼마나 되었지?”
내 물음에 헤리온은 새삼스럽다는 듯 대답했다.
“섭정 저하의 나이보다 1년 조금 넘었을 테니 벌써 19년 조금 넘은 듯합니다.”
“그래? 참으로 충성스럽군.”
나는 헤리온의 대답에 품 안에서 정령 마법 지팡이를 꺼냈다.
“그런데 그때면 파라멜라 비는 한낱 시녀였지 않았나?”
내가 정령을 통해 헤리온을 구속하자 그는 당황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섭정 저하!”
“헤리온, 너는 시종의 몸으로 시녀를 섬겼느냐?”
내 물음에 그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헤리온, 충성스러운 너라면 내 어머니가 어떻게 이 왕궁에 들어왔는지 알고 있지 않나? 한번 말해봐라.”
“파라멜라 왕비님께선, 가문이 몰락하시고 위탁할 곳이 없어서… 아악!”
헤리온은 머리가 아픈지 충혈된 눈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머리에 미세하지만 마법이 발동하고 있었다.
나는 정령 마법으로 그의 머리에 발동하고 있는 마법을 끄집어냈다.
굉장히 복잡한 구조의 마법에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사재의 마녀, 찢어발기는 폭풍.”
내 몸 안에 있는 사계 사재의 봉인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폭풍의 마녀의 마법과 결이 같았다.
역시 아곤이 말한 대로 파라멜라는 사재의 마녀였던 건가.
“거짓된 기억을 치우고 진실을 드러내라! 파라멜라!”
내가 정령 마법으로 복잡한 마법의 축을 비틀자 오래된 태엽이 갑자기 작동하듯 마법 술식이 움직이더니 헤리온의 몸 위로 아름다운 여성의 환영이 덧씌워지며 내 구속을 풀어버렸다.
“많이 자랐구나. 유안, 내 사랑스러운 아가.”
“어머니….”
나는 나도 모르게 헤리온의 몸 위에 덧씌워진 파라멜라를 보며 중얼거렸다.
파라멜라는 그런 날 보며 씁쓸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그 상태로도 날 어미라 불러주는구나.”
그 말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당신입니까? 저를 이 몸에 집어넣은 것이?”
내 물음에 그녀는 날 닮은 듯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내가 널 낳았으니.”
그녀의 대답에 어물쩍 넘어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당장 묻고 싶은 게 많았다.
그러나 내가 뭐라 묻기 전에 파라멜라는 대뜸 사과를 했다.
“미안하구나.”
“뭐가 말입니까?”
“모든 것이. 나의 욕심으로 널 태어나게 한 것, 어린 나이에 널 두고 죽은 것, 여린 네가 외로움에 몸부림치게 만든 것. …그리고 너에게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운명을 부여한 것.”
“무슨….”
“시간이 없구나. 비록 내가 과거의 잔영에 불과하지만 저 사람을 가지고 놀기 좋아하는 것들은 한낱 환영에 불과한 나조차 용납하지 않을 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란다. 네 마음이 가는 길로 가렴. 다른 이의 말보다 네 마음의 소리에 주목하렴.”
우르르르!
구름 한 점 없는 마른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으르르- 콰아앙-!!
하늘에서 파라멜라의 머리 위로 거대한 빛줄기처럼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나는 급하게 번개의 정령인 누니의 힘으로 벼락을 막아냈다.
“잠깐! 내가 묻고 싶은 건!”
“잔혹한 어미를 용서치 말렴. 사랑한다, 나의 아들….”
파라멜라는 미소를 지으며 연기로 흩어지듯 사라졌다.
파라멜라의 모습이 헤리온의 모습으로 바뀌자 폭포처럼 쏟아지던 벼락은 언제 내리쳤냐는 듯이 사라지며 사방에 신성력을 흩뿌렸다.
신화 속 일곱 주신의 성지 한가운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방대하고 짙은 신성력은 수십 년이 지나도 쉬이 흩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신벌과 같은 벼락 속에서 내 보호를 받고 살아남은 헤리온은 주저앉고 부들부들 떨며 날 올려다봤다.
“…이게 무슨 일이죠? 섭정 저하?”
“…글쎄,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나는 인상을 쓰며 자기 할 말만 하고 떠난 파라멜라의 말을 떠올렸다.
내 죽음을 파라멜라가 의도했다라.
어째서지? 그리고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신탁을 내리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막대한 대가가 필요할 신벌을 바로 내리꽂는단 말인가.
“아곤과 도로시를 한번 만나 봐야겠군.”
두 사람이면 무언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파라멜라의 후계자인 현 찢어발기는 폭풍의 마녀를 찾든가.
생각을 정리한 나는 헤리온을 바라봤다.
그의 머리에 더 이상 파라멜라의 마법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혼란스러운 한낱 시종만 있을 뿐이었다.
“물러가 봐.”
얼떨떨한 표정의 헤리온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물러갔다.
“성당 지하에 있는 걸 확인해 봐야겠어.”
소피아를 받아주는 대가로 대지의 여신이 지킨 것이 있을 터였다.
혹시 파라멜라가 남긴 무언가라도 있을까?
* * *
어느 외딴 지역에 위치한 아르카나의 비밀 연구소 지하에는 수많은 사람이 전신이 포박당하고 재갈이 물린 채 벽에 매달려 있었다.
수백에 달하는 실험체들에게선 사악한 흑마력과 악마의 힘이 넘실거렸다. 모두 악마 숭배자인 새벽별 교단의 교인들이었다.
‘아르카나 14, 매달린 사람’의 여러 분신이 모여 있는 연구 공간 중앙에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한 대마법사 분신이 서서 마력을 부리며 집중하고 있었다. 다른 분신들도 긴장한 채 청년 모습을 한 분신의 연구에 집중했다.
벽에 매달린 새벽별 교단의 교인들에게서 미지의 기운이 추출되어 뽑혀 나왔고, 연구실 중앙의 복잡한 마법진에 응집되었다.
“무릇 연구란 수백 년을 노력해도 실패하다가 단 하나의 우연으로 성공하기도 하는 법이지.”
기대하면서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린 그는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악마 숭배자들에게서 생명력과 함께 추출된 기운이 계측기의 임계점을 넘어서까지 모이자 서서히 마법진에 스며들었다.
그 모습에 청년의 모습을 한 분신은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 하하하, 아하하하하! 성공이다! 드디어 성공이야! 정답은 신계의 힘이었어! 드디어 염원이 이루어질 시간이다!”
수백 명의 악마 숭배자들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와 그를 둘러싼 또 다른 자신들의 눈동자에는 강렬한 열망이 타올랐다.
* * *
대지 교단의 성당 지하에 있는 완전히 밀폐된 비밀 공간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바람의 정령인 나비와만 계약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일곱 정령과 모두 계약했으니 말이다.
인적 드문 곳에서부터 땅의 정령인 버디의 힘으로 비밀 공간으로 향하는 굴을 파서 안으로 들어갔다.
빛 한 점 없는 공간이었지만 빛의 정령인 은하 덕분에 공간은 밖처럼 환했다.
“이건…!”
이 비밀 공간은 아쉽게도 파라멜라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 집착했던 건가.”
하지만 더욱 큰 비밀이 잠들어 있었다.
이곳에 남아 있는 비밀을 보니 아르카나가 어째서 그토록 듀플리온에 집착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아하하하. 듄, 리즈벳, 아퀼라. 이런 걸 남기다니.”
내가 감탄하던 그 순간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내 몸 안에 잠들어 있는 일곱 비석의 봉인이 내게 알려줬다.
신화를 끝낸 투쟁과 목자의 신이 현세에 남긴 일곱 비석의 봉인이 풀렸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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