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120)
합동 전투 실습 2 (6)
“히, 히익…!”
오필리스관의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메릴다의 등에서 뛰어내린 에드와 클라리스는 얼른 장미 정원의 상태를 살폈다. 클라리스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널브러진 시체는 메이드가 절반, 학생이 절반이었다.
“우… 으윽….”
한계까지 몰린 클라리스가 눈물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에드의 팔꿈치를 꽉 움켜쥐면서 제 입을 가로막고… 떨리는 발걸음을 억지로 억지로 옮겼다.
오필리스관은 트릭스관보다 훨씬 더 드래곤과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다. 재앙이 들이닥치는 순간, 제대로 된 방어 마법을 펼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외벽은 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비늘이 뚫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실내도 처참했다. 피 칠갑이 된 로비와 복도가 가득했다. 클라리스는 물론이요, 언제나 침착한 에드마저도 헛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고위 방어 마법진이… 발동된 상태야….”
에드는 내부 중앙 로비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되뇌었다.
이런 광범위 공격이라면 위력이 제한적이다. 비늘 공격은 강력하긴 하지만, 고위 방어 마법을 뚫어 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것은… 첫 번째 습격 이후, 뒤늦게라도 방어 마법진을 구현시킨 흔적이다. 내부에 생존자가 있다는 뜻이다.
성녀의 방은 최상층이고, 방어 마법진을 관리하는 방은 올라가는 길에 있다. 동선이 거의 낭비되진 않을 테니 얼른 들렀다 갈 만도 했다.
에드는 옷소매로 눈물을 북북 닦고 있는 성녀의 팔을 잡아끈 채 오필리스관의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그러다가 중간층에서 얼른 방향을 꺾어, 메이드들이 기거하는 관리실 복도를 따라 뛰어갔다. 그 중간중간에도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어서 섬뜩했지만, 이를 악물고 무시하며 나아갔다.
그리고 관리실 최심부에 들어서자… 이윽고 방어 마법 발현식 위에서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아 있는 메이드 한 명이 보였다. 생존자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 화려한 복식은… 바로 메이드장의 것이다.
“벨 씨…!”
“허, 크윽….”
에드가 소리를 외치자 피 칠갑이 된 메이드가 슬쩍 고개를 든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금 무너져서 주저앉는다.
어깻죽지와 복부에 거대한 비늘 너덧 개가 박혀 있다. 이미 치명상인 것이다.
대응할 겨를도 없이 들이닥친 드래곤의 비늘 마법. 벨 마이아는 이변을 눈치채자마자 얼른 관리실로 뛰어와 방어 마법부터 발현하려 했지만, 드래곤의 공격이 조금 더 빨랐던 것이다.
외벽을 뚫고 들어와 내부 인원들을 도륙 내 버린 드래곤의 일격은 필시 고통스러웠을 터.
그 와중에도 벨은 죽어 가기 일보 직전까지 비틀대며 몸을 이끌고 관리실 최심부로 들어와… 혹시 모를 생존자를 위해 고위 방어 마법을 발현한 것이다.
“이… 이럴 수가….”
피를 뚝뚝 흘리며 어렵사리 고개를 들어 올린 벨 마이아의 모습. 클라리스는 양손으로 입을 가린 채 숨을 집어삼켰다.
둘의 모습을 본 벨 마이아는 억지로 몸을 움직여서… 제 허리춤에 있는 열쇠 다발을 꺼내 들었다. 차마 열쇠를 골라서 꺼내 줄 힘은 남아 있지 않는 것인지, 그대로 바닥에 떨어트려 버린 채 에드의 품속으로 쓰러져 내렸다.
몸에 힘은 더 이상 들어와 있지 않았다. 에드는 이를 악문 채 벨 마이아의 눈을 감겨 주고, 조심스럽게 바닥에 그 몸을 뉘어 주었다. 그리고 열쇠 다발을 집어 들고서 클라리스의 팔을 이끌었다.
“우윽… 흐윽….”
이미 정신 상태가 한계까지 달한 클라리스였다. 그러나 어떻게든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에드 덕분에 몸만큼은 움직일 수 있었다.
그대로 나란히 복도를 가로지르고, 다시 계단을 뛰어 올라가서 최상층 성녀의 방까지 도착했다.
에드는 급박한 손놀림으로 방문 열쇠를 하나씩 집어넣으면서 전부 돌려 보았다.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야 그 문이 열렸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오필리스관에서 최고로 호화로운 독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녀의 독실이다.
클라리스와 함께 방에 들어온 에드는 문을 탁, 하고 닫은 뒤 잠금쇠를 내렸다. 그 뒤 성녀를 침대에 앉혔다.
에드는 성녀의 양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똑바로 맞춘 채 이야기했다.
“마음을 꽉 다잡으십시오, 성녀님.”
“으… 흐윽… 윽… 네… 네에….”
“일단 고위 방어 마법이 발현되었으니, 방 안에만 있으면 어지간한 마법의 여파에는 휘말리지 않을 겁니다. 직접적인 타격이나 한계 이상의 마법에는 휩쓸려 나가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야겠죠. 일단 학사 내에서 여기보다 안전한 장소는 좀처럼 없을 겁니다.”
에드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아직 알아봐야 할 게 잔뜩 남아 있습니다. 가 봐야 할 곳도 많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절대 오필리스관 밖으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클라리스의 어깨에서 손을 떼려는 순간, 클라리스가 그 손을 꽉 안고 잡아끌었다.
“아… 안… 바… 바깥은… 위험….”
멈추지 않는 눈물샘이 야속했다. 그래도 클라리스는 숨을 집어삼키면서 어렵사리 말을 이어 갔다. 바깥은 위험하니 여기 같이 있으라는 이야기였다.
클라리스는 그저 너무 두려웠다. 평생을 성황도의 숙연한 세계에서 살아온 클라리스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련이었다. 여기에 혼자 남겨진다면 정말 그 공포는 겉잡을 수가 없어질 것만 같았다.
“성녀님. 일단 일을 해결하려면 저는 상황을 파악해야만….”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창밖으로부터 또다시 폭발음. 지진도 동반된다. 조명이라도 튼 것처럼 창밖으로부터 빛이 밀려들어 왔다.
클라리스는 그대로 에드의 품에 안겨서 그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망울져 흐르는 눈물이 뭉텅뭉텅 쏟아져 나왔다.
에드는 잠시간 그 등을 몇 번 토닥여 주었지만… 이내 다시 그 가냘픈 어깨를 잡고 클라리스를 품에서 빼내었다.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이 안쓰러웠으나,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성녀님. 창밖을 보십시오. 이대로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는다고 해서….”
…무언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리 말하려던 차였으나, 창밖의 묘한 광경이 에드의 눈에 들어왔다. 그건 바로 창공에 높이 솟아오른 마법진이었다.
그것은 성창룡 벨브로크가 발현시킨 것도, 그 용을 막아서고 있는 루시나 오벨이 발현시킨 것도 아니다. 애초에 방향이 전투 현장이 아닌, 교수동 깊은 골목 쪽이다.
―타다닥!
―드르륵.
그대로 달려 나가 창문을 열어젖힌 에드는 고개를 창밖으로 쭉 뺐다. 마법진의 전체적인 형상이 한 눈에 들어오는 듯했다. 단순 마법식을 넘어서, 아예 다른 분야로 응용된 형태였다.
“에… 드 선배님…?”
클라리스가 습기 가득한 목소리로 에드를 불러 보았다. 그러나 에드는 대답이 없었다. 그 눈에 마법진의 형태를 똑똑히 담은 다음 다시 방구석으로 뛰어들어 갔다.
애초에 에드는 이 방의 구조를 잘 알고 있다. 4막 시점에서 오필리스관의 최상층에 들어올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석의 미닫이 형태의 책장을 당겨서 꺼냈다. 온갖 성서, 마법서, 참고서들이 가득했다. 대부분은 신학의 고찰에 관한 책들이었다.
에드는 그대로 허리를 숙여서 아래쪽, 성법술에 관한 서적들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중앙 테이블에 들고 와서 올려놓고는 책장을 휙휙 넘겨 대기 시작했다.
“에드 선배님…?”
두 번째 불러 보았지만, 이미 뇌가 한계까지 돌아가고 있는 에드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몇 분간 책장을 휙휙 넘겨 가며 무언가를 절실히 찾아 대더니, 이윽고 한참이 지나서야 특정 페이지에서 손이 멈춘다.
그 페이지를 펼쳐 놓은 채 테이블 위에 던져 놓고, 품속에서 다른 책을 꺼내 든다.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희대의 마도서, 대마법사 글록트의 ‘성위학개론’이었다.
이번엔 그 책을 휙휙 넘겨 가면서 이리저리 내용을 찾아보더니, 특정 페이지에서 탁 멈춘 채, 방금 펼쳐 놓았던 성법학 책과 비교 대조해 가며 번갈아 읽는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에드는 테이블 옆의 고풍스러운 나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건… 그래… 알 것 같군….”
나지막이 읊조린다. 반쯤 떨리는 목소리도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애초에… 비틀린 게… 아니었나…?”
“에드 선배님, 혹시 뭔가….”
“처음부터 그냥 이게… ‘정사’였다면…?”
―쾅!
이내 모든 생각의 정리가 끝난 에드가 테이블을 치고 일어섰다. 성녀는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선배님, 뭔가 알아채신 건가요…?”
“잘 들으십시오, 성녀님.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안 되겠다 싶으면 반드시 제게 도움을 청하십시오….”
“네…?”
“그러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다음부터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에드가 무언가를 더 설명하려 하는 그때, 성창룡의 숨결이 오필리스관의 방어 마법을 강타했다. 밖에서 치러지는 전투의 여파였다.
그 강대한 규모의 마력 덩어리는 오벨이라 할지라도 막아 낼 수가 없다. 결국 힘의 방향을 비틀어 이리저리 튕겨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튕겨 나간 여러 가닥 중 한 갈래가… 오필리스관을 강타하고 만 것이다.
―쿠궁! 쿠구구구궁!
에드의 반사 신경이 재빠르게 반응했다.
이미 건물은 한계에 달한 상태다. 무너질 거라면… 최대한 안전한 자세를 취해야만 했다.
마력을 끌어모으며 성녀를 품에 안아 든 에드는, 그대로 침대 위로 다이빙하다시피 뛰어들었다. 푹신한 침대에 몸이 튕기는 느낌이 나더니, 이내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콰과가가가가가강!
건물의 잔해가 쏟아져 내렸다.
* * *
―뚝, 뚝.
무언가 액체가 코 끝에 볼에 떨어지는 느낌에 눈을 떴다.
클라리스는 비명을 질러 대는 온몸을 겨우 움직여서, 상반신을 일으키려다 말았다.
“…허읍…!”
그저 양손으로 제 입을 꽉 움켜쥐고… 한없이 몸을 떨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 억지로 마력을 일으켜 잔해를 받치고 있는 에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가슴께에는… 건축 자재로 쓰였을 철제 장봉이 꽂혀 있었다. 그 굵기는 어지간한 단창보다도 두꺼웠다.
제 볼에 떨어지고 있던 액체는… 에드의 가슴께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핏물이었던 것이다.
“아, 안 돼… 안 돼….”
에드는 그대로 무릎을 툭 하고 꿇었다. 그대로 쓰러질 듯하다가, 다시 잔해의 무게를 받치고 성녀에게 뭐라 말을 전하려 했다.
“구… 번… 을… 하….”
“안 돼…. 에드 선배님… 이건… 안 돼요…. 안 돼애….”
망울진 눈물이 뚝뚝 흘러나왔다.
클라리스는 가냘픈 손으로 에드의 상처를 어떻게든 눌러 보려 했지만, 콸콸 흘러져 나오는 에드의 선혈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 그 손가락 틈새로 핏물을 계속 흘려 내면서 새하얀 손을 붉게 물들일 뿐이었다.
“안 돼…. 왜… 이렇게… 이런 건… 저… 저 대신… 죽는 건… 안 돼요…. 안 돼….”
에드는 뭐라 계속해서 말을 전하려 했다. 마치 어떤 숫자 같았다.
“일… 육… 공….”
상처를 누르는 손이 덧없다. 솟아오르는 눈물을 닦을 겨를도 없이, 클라리스는 어떻게든 손에 힘을 주었다.
클라리스는 에드에게 해 준 것이 없었다. 상황에 휩쓸리고, 급박한 변화에 적응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손에 이끌려 다니다가, 이윽고 그를 대신 죽게 만들기까지 했다.
그 사실이 다시금 클라리스의 가슴을 좀먹는다. 생기를 잃어 가는 그의 얼굴이 뇌리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클라리스 하나 살려 보자고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했다. 다들 어떻게 손을 써 볼 겨를도 없었다.
에드 만큼은 절대로 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숨을 붙이고 있다.
허나… 이미 그 생명의 빛은 다 해 가고 있었다.
에드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옥상에서부터 쏟아져 내려온 건물 잔해들을 튕겨 내었다. 글래스트의 반지를 이용해 끌어온 마력들이 없었다면 지금 상태론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의 힘이 풀렸다. 성녀의 무릎 위에 털썩하고 그 몸이 내려앉았다.
“으… 으흑… 흐윽… 윽….”
천장이 무너져 내려 그 내부가 전부 드러나 버린 방에서… 성녀는 눈물을 뚝뚝 흘린 채 에드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에드의 눈이 조금씩 퀭해져 가고, 얼굴에도 핏기가 사라져 간다.
“안 돼요…. 안 돼… 제발…. 안 돼….”
그렇게… 에드는 숨을 거두었다.
하늘에는 성창룡의 포효가 가득하다. 루시와 오벨은 열세다.
교수동 구석에서부터 피어오른 기묘한 마법진이 온 천지를 뒤덮는다.
이윽고, 세상이 빛으로 감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인가.
클라리스는 에드의 머리를 꽉 끌어안은 채로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렇게 되뇌며….
그렇게 삶의 끝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 * *
암막이 거둬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갑작스레 눈을 찌르는 밝은 빛에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다.
클라리스는 숨을 집어삼켰다.
― ‘서, 성녀님이 여기에 어쩐 일이시지…?’
― ‘오늘 합동 전투 실습이잖아. 대진 확인하러 오신 거 아니야…?’
― ‘바보야…! 성녀님은 오늘 성도에서 오는 귀빈들을 맞이하실 계획이셨잖아…! 그래서 실습도 빠졌고…!’
― ‘그, 그랬지… 근데 그럼 왜 여기까지…? 설마 에드 저 남자를 만나러 온 거야…?’
― ‘둘이 아는 사이인가…?’
― ‘글쎄… 성녀님이랑 저 남자가 이야기 나누는 건 못 본 거 같은데.’
― ‘애초에 성녀님은 타인이랑 잘 접촉하지 않으시잖아.’
― ‘그렇긴 해….’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소는 글록트관의 정문 근처. 학생들 쉬라고 만든 나무 테이블.
그곳에 앉아 맞은편을 보고 있으면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에드 로스테일러와 그 옆에 다소곳이 앉은 예니카 페일로버.
“…….”
클라리스는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애초에 지금 상황이 파악되지도 않았다.
그저… 방금 클라리스의 품속에서 싸늘하게 식어 가던 에드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그러나, 눈앞의 에드 로스테일러는… 성녀의 모습을 보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은 채, 읽고 있던 책을 덮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있었다.
“성녀님. 이야기를 나누자니… 무슨 이야기 말입니까…?”
그런 대답을 내놓으며, 에드 로스테일러가 클라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 순간,
건물 잔해를 받치고 서 있던 금발 사내의 모습이 기억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가슴께를 꿰뚫고 있던 철봉과 콸콸 쏟아져 나오던 피… 싸늘하게 죽어 가면서도 클라리스를 지키기 위해 무게를 지탱하던 모습이 한 번에 오버랩된다.
눈물이 피어오를 것 같은 심정을 참고, 클라리스는 휙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에드에게 다가갔다.
그러고선 느닷없이 에드의 셔츠 단추를 풀어 헤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
“아니, 지금 뭐… 하시는….”
성녀의 몸에 함부로 생채기를 낼 수도 없기에, 에드는 양팔을 든 채로 곤혹스러운 듯이 물었다.
옆에 앉아 있던 예니카는 귀까지 빨개진 채로 물음표를 쏘아 댔고,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학생들도 일제히 정지 자세가 되어 버렸다.
그대로 에드의 윗단추 두어 개를 풀어 버린 성녀는 그 내부를 바라보았지만, 구멍이 뚫린 상처도, 흐르는 선혈도 남아 있지 않다.
예니카가 홍당무 같은 얼굴을 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서, 성녀님…! 아무리 성녀님이셔도 그렇지… 대낮에 이런 장소에서… 이런 건 좀…!!”
그렇게 말하며 클라리스를 막아서려 하는 순간, 그녀는 그대로 에드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뒷걸음질을 치고서는… 자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꿈이었나, 환각이었나. 단순히 요즘 너무 지쳐서 헛것을 본 것인가.
클라리스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푹 수그렸지만… 이내 오른팔 언저리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그 느낌에 클라리스는 그대로 오른팔을 들어서 손목을 확인해 보았다.
다시금 숨이 확 삼켜져 들어갔다.
그 가냘픈 손목에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오필리스관을 뛰어올라 가며 에드가 꽉 움켜쥐었던 그 손자국이.
클라리스를 지키다 싸늘한 죽음을 맞이한 그 얼굴이, 다시금 생생한 기억으로 피어오른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에드의 얼굴을 몇 번이고 쓸어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려 대고 있었다.
물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학생 일동은… 모두 돌처럼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