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21)
글라스칸 토벌전 (1)
‘실베니아의 낙제검성’은 오래 하면 오래 할수록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가볍게 지나가는 요소들에 생각지도 못한 의도가 담겨있기도 하고, 이런 부분에 이런 시나리오를 숨겨놨나 싶은 특별 에피소드도 있는데다가, 이미 퇴장한 등장인물들에 대해 미처 몰랐던 부분을 깨닫기도 하게 된다.
여러 학생들과 교직원들, 외부 집단의 인물들 등 참 많은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세계에 푹 빠져있다보면, 어느새 메인 시나리오도 마무리되고 아쉬움에 다음 회차를 플레이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지.
왜 내가 그런 넓고 풍부한 세계에 몇 없는, 시나리오 극초반에 나와 처맞고 퇴장하는 시정잡배가 되어야만 하는지 그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만, 뭐 지금 당장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런 건 아니었다.
애초에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모두 같은 비중을 부여받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누군가가 비중 있고 영향력 있다면, 누군가는 곁다리로 남아 무대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한 번 정도 위화감을 느껴본 적은 있다.
2막 보스 ‘탐구자 글래스트’, 3막 보스 ‘깨어난 자 루시’, 4막 보스 ‘가주 크레핀 로스테일러’ 등등, 등장인물에 따라 부여된 비중은 다르지만, 각 장의 보스만큼은 모두 힘을 들여 묘사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 자리에 서서 주인공 테일리를 가로 막기까지 다양한 동기와 사정,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각자의 가치관이 달랐고, 가진 힘도 천차만별이었으며, 끝끝내 그들의 미학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그러나, 1막 보스 예니카 페일로버 만큼은 붕 뜬 느낌이 없잖아 있다.
각자의 미학과 휘황찬란한 능력으로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온갖 보스들 사이에서, 예니카 페일로버는 유일하게 ‘주체성’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고위 어둠 정령 벨로스페르의 속삭임에 넘어가 학생회관을 점거하고, 자기와 계약한 정령을 모두 벨로스페르의 ‘광폭화’를 부여시켜 풀어 헤친 채, 네일관의 꼭대기에서 도래해가는 어둠을 쳐다보는 모습은…. 확실히 임팩트만큼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학사를 뛰놀던 모습과의 괴리 또한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라스칸 토벌전 에피소드는 테일리가 처음으로 검성의 도를 깨닫는 순간이자, 최고위정령을 베어버리는 데 성공하는 에피소드다.
조금씩 검의 길을 깨닫기 시작하는 테일리가 글라스칸의 오른팔을 베어버리면서, 그 장대한 이야기의 막이 올라감을 알리는 것이다.
난이도 자체도 제법 있어서 나도 처음 할 때는 공략을 엄청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페페로…뭐시기 하는 닉네임을 쓰던 사람이 썼던 공략이었나..? 이젠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의미도 없긴 하지만.
당연히 모든 시나리오가 테일리의 성장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예니카는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가 밀려나게 된다. 따라서 그녀에 대한 서사도 뒷전으로 밀려나, 결국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부분도 많다.
고위 어둠 정령 벨로스페르의 잔악한 속삭임에 넘어가, 마음속의 어둠에 통째로 잡아먹혀 버렸다… 뭐 그런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실베니아의 낙제검성’은 이런 비중 있는 인물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는 일이 없다.
다른 인물들도 아니고, 예니카 페일로버를 1막의 최종 보스로 낙점시켜 놓은 데에는 필시 의도가 있거나, 아니면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것일테다.
허나 끝끝내 그 의도 비스무리한 것을 발견해 내는 일은 없었다. 팬심 어린 마음에 꽤나 열정적으로 분석도 해보고 생각도 많이 해보았지만, 단서가 많이 모자랐다.
제작 과정이나 검수 과정에서 잘려나간 부분이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끝내자니, 참으로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뭐… 그래도 어쩔 수는 없었다.
“역시, 오두막을 지어야겠군.”
이튿날, 나는 결심하듯 그런 말을 되뇌였다.
체력도 붙었다. 마법으로 재료 손질도 어느 정도 속도가 난다. 식량도 어느 정도 모이기 시작해 당장 내일 먹을 걱정을 해야하는 상황도 아니다.
슬슬 장기적으로 이 숲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내 휴식처로 사용되는 저 목재 쉼터는 빈말로도 내구성이 좋다고 말할 수가 없다. 꾸준히 유지보수를 해주고 있지만, 솔직히 들어가는 노동력에 비해 그리 좋은 효용을 지닌 물건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벽이 있고 지붕이 있는 거처가 아니면 난방 효율이 너무 최악이다. 지금이야 날씨 좋은 봄철이지만, 난 이 숲에서 3번의 겨울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봐야 한다. 저런 다 쓰러져가는 쉼터만으로는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보장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목재 오두막 같은 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한 물품일수록 제작 숙련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슬슬 지지부진해진 생활계 스킬의 상승폭을 한 번에 드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손재주의 숙련도 레벨은 10에서 막혀 있는 상황이었고, 다른 스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숙련도를 올리기 힘든 ‘설계’ 스킬 같은 경우에도 너무 성장세가 지지부진하다.
결국 이 에드 로스테일러라는 인물이 제작 쪽의 재능을 타고난 이상, 그 쪽 능력치의 성장을 통해 다른 쪽 능력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풀어나가는 수 밖에 없다.
특화된 재능이 있다면 그 쪽을 살려야 유리한 것은 현실이나 게임이나 다를 게 없다.
“흐음…. 그러고보면, 슬슬 1막 중간보스도 잡았다고 했지….”
시나리오 진행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별 변수는 없는 것 같다.
합동 전투 실습 때 루시가 테일리를 두들겨 패는 바람에 한 번 가슴이 덜컥 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 들려오는 소식들을 취합해보면 생각보다 진행에 큰 무리가 갈만한 변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1막 중간보스, 연금부 소속 ‘참견쟁이 엘비라’가 테일리한테 맞고 뻗었다는 소식도 들렸고, 페니아 황녀가 학생회에 들락거리거나, 교직원들 사이에서 차기 학생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도 귀동냥으로 캐치했다.
또한, 황금의 딸 로르텔이 예니카와 화해하는 에피소드도… 얼마 전 로르텔이 찾아온 것을 보면 잘 진행되는 것 같다.
모든 게 내가 아는 ‘정사’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으니, 에피소드 진행에 대해서는 더 걱정할 것도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내가 남 하는 일 잘 안 풀릴까봐 발 동동 구를 처지가 아니긴 하다. 빨리 빨리 자기 계발 하고, 내가 챙길 거 챙겨서 내 인생부터 꿀이나 잘 빨아볼 생각을 해야지.
남 걱정이나 하다가 내 앞길 막히면 그런 주객전도가 또 없다.
“바쁘게 움직여야지…”
아직 1막이 끝나려거든 시간이 꽤 남았다. 학비 문제도 해결해야하지만, 성적에 대해서는 꽤 괜찮은 속도로 성과를 내 가고 있으니 의외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거 같다.
나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양식장에서 건져온 생선을 다듬기 시작했다. 오늘은 제법 커다란 생선을 하나 낚았다. 이렇게 큰 생선을 요리해보는 건 처음이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볼까 많이 고민을 했다.
뭐, 애매하다 싶으면 그냥 소금쳐서 구우면 다 맛있더라.
대충 이걸로 저녁을 떼우고, 벨 마이아가 알려준 허브도 잔뜩 채집해놓았으니 그걸로 허브 티나 하나 향긋하게 끓여먹고 저녁 공부에 들어가자.
예니카 페일로버가 학생회관을 점거한 것은 다다음날 저녁이었다.
학기 말에 일어났어야할 1막 최종전이 1개월이나 앞으로 당겨진 셈이다.
어찌보면, 재앙과도 같은 이변이었다.
* ※ 본 공략글은 ‘페페로페페’님의 ‘초보자를 위한 실전 1막 보스 공략, 최대한 세세하게!(http://www.dlrjfrnedlgotjrgksp.co.kr/client/memopad=11231)’의 개요 정보와 공략 정보를 요약해 놓은 글입니다.
※세세하게 풀어쓴 공략글을 원하신다면 원글을 참조해주세요!
1 -10, 1막 최종장.
보스 : 정령사 예니카 페일로버 (Yennekar, The elemental summoner) *총 5페이즈로 구성된 보스전입니다. 꽤 길기 때문에 보스전에 진입하기 전에 소모품 상태와 장비들의 내구도를 꼭 확인합시다.
■Page 1. 토벌대 소집.
달성 조건 : ‘자애의 황녀 페니아’, ‘초목의 창 직스’, ‘황금의 딸 로르텔’, ‘동반자 아일라’, ‘참견쟁이 엘비라’, ‘음침한 클레비어스’를 학생 광장으로 소집하십시오!
(추가 달성 조건) ‘낭만가 아델’을 소집시키십시오.
(추가 달성 조건) ‘나태한 루시’를 소집시키십시오.
(추가 달성 조건) ‘선임 메이드 벨’을 소집시키십시오.
등장 적 : 정령의 성흔 * 120 가호 어린 유체 정령 * 60 원소의 흔적 * 60 하위 불 정령 고다 * 1 하위 얼음 정령 엘키라 * 1 하위 바람 정령 노튼 * 1 하위 땅 정령 피케 * 1 하위 빛 정령 라키에 * 1
※ 공간 봉인 마법이 사용된 교수동 외곽에 접근하면 즉사 판정이 뜹니다. 괜시리 외곽 지역으로 나가지 맙시다.
※ 올린 광장, 오벨관, 타녜스 마법 용품 보관소, 서편 양궁장, 닐튼 연구소, 학생광장 순으로 이동하는게 제일 효율적입니다.
※ 이동 동선을 장악하고 있는 정령들을 모두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불 정령 고다와 빛 정령 라키에를 잡으면 동선을 효율적으로 짤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제압해 놓읍시다.
※ 추가 달성 조건은 세력 우호도를 조금 주는 것 빼고는 별 거 없습니다. 해당 캐릭터들이 토벌대에 참가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낭만가 아델’은 보스 공략시 유용한 버프를 제공해주므로 꼭 만나고 갑시다.
혹시 100% 클리어가 목적이시라면, 아델은 서편 양궁장 뒤의 풀숲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고, 루시는 오벨관 옥상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며, 벨은 올린 광장의 동상 옆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혹시 연금계 스킬의 정령식에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이 페이즈에서 정령 이해와 정령 감응의 숙련도를 올려놓으시면 나중에 편합니다.
■Page 2. 학생회관 탈환 작전 달성 조건 :
정령사 예니카의 위치를 찾아내십시오.
등장 적 :
정령의 성흔 * 30
원소의 흔적 * 30
중위 바람 정령 페시* 1
중위 불 정령 올고아스 *1
정령수 알타르 * 1
※ 정령사 예니카는 네일관에 있습니다. 다만, 네일관에 가장 먼저 진입해선 안됩니다. ( 황금의 딸 로르텔이 제안하는 ‘네일관에 먼저 진입한다’ 선택지를 고를시 곧바로 배드엔딩이 뜹니다. 주의하세요!)
※ 중위 정령은 자기와 같은 속성의 공격에 대미지를 입지 않습니다. 까다롭다면, 토벌대원들이 중위 정령을 쓰러트릴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 헤이스관에 먼저 진입하면 바람 정령 페시가, 글록트관에 먼저 진입하면 불 정령 올고아스가 나옵니다. 본인의 원소 스킬을 잘 감안해서 골라주세요.
※ 네일관의 입구를 지키는 정령수 알타르를 공략할 때, 일자 베기를 활용한 꼼수가 있습니다. 자세한 방법은 원글을 참조해주세요.
■Page 3. 네일관 회랑 전투 달성 조건 :
정령사 예니카가 있는 전투 실습장까지 도달하십시오.
등장 적 :
고위 불정령 타칸 * 1
※ 정령수 알타르 토벌 후의 선택지에 따라 진입로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분기점이 빠르게 지나가니 집중합시다.
※ 1막 9장에서 습득했던 원소베기를 사용해 지속적으로 꼬리에 대미지를 주는 게 핵심입니다. 꼬리를 잘라냈다면, 다시 원소베기를 활용해 머리 쪽을 공략하면 됩니다.
※ 주기적으로 날아오는 발화 마법과 꼬리 채찍을 피해줍시다. 반복 피해시 출혈과 화상 상태가 중첩됩니다.
※ 전투 중 세번, 회랑의 기둥이 무너지는 컷신이 있습니다. 기둥에 깔릴시 즉사하므로 반드시 피해줍시다.
■Page 4. 최종전 달성 조건 :
최고위 어둠 정령 ‘글라스칸’의 소환식을 파괴하십시오.
등장 적 :
고위 어둠 정령 벨로스페르 * 1
정령사 예니카 페일로버 * 1
※ 5페이즈가 이벤트 컷씬에 불과하므로, 사실상의 최종전입니다. 남아있는 소모품을 다 사용한다는 마인드로 진행합시다.
※ 소환식을 구축 중인 예니카를 바로 공격하면 ‘어둠장막’에 의해 대미지가 반사됩니다.
벨로스페르를 먼저 공격해 기절 상태로 만들면 잠깐 동안 ‘어둠장막’이 제거 되면서 예니카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예니카가 시전하는 반격 마법을 주의하십시오.
※ 방어식을 구축하는 자애의 황녀 페니아가 사망할시 즉시 배드엔딩이 뜹니다. 계속해서 체력상태를 확인해줍시다.
※ 벨로스페르의 ‘혈계의 저주’는 1페이즈에서 ‘낭만가 아델’을 만났다면 면역상태가 됩니다. 다만, 토벌대원들도 모두 면역 상태가 되는 건 아니니 주의합시다.
■Page 5. 글라스칸 토벌 달성 조건 : ‘최고위 어둠 정령 글라스칸’의 오른팔을 제압하십시오.
등장 적 :
최고위 어둠 정령 글라스칸 (오른팔) * 1
※ 이벤트 씬입니다. 감상만 하시면 됩니다.
※ 이후 스킬탭에 ‘검성식’이 추가됩니다. 숙련도를 채우면 보너스 능력치를 후하게 주니까, 시간 날때마다 꼭 수련해둡시다.
■ 기타
※ 동이 트기 전까지 5페이즈에 도달해 예니카 페일로버를 제압하지 못하면, ‘온전한 글라스칸’이 소환되면서 배드엔딩이 뜹니다. 분주하게 움직입시다.
이상이 요약된 정보입니다.
1막을 돌파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초보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중요 정보만 골라서 요약해놨으니, 꼭 체크하고 최종전에 진입하시면 좋겠습니다.
건승하세요!
어두운 숲 어딘가에서 우욱-우욱- 대며 우는 부엉이소리.
그것에 맞춰 화음을 깔듯이 찌르르 거리는 풀벌레 소리나, 이따금씩 나뭇잎이 바람에 스윽대며 흔들리는 소리.
듣다보면, 심야의 숲에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타닥대는 모닥불을 바라보다 문득 별하늘을 올려다보면 감상적인 생각이 들고 만다.
소금 같이 박힌 수많은 별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내가 겪는 일이 이 넓은 우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얼마나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것일까 하는… 그런 부질없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에 따라, 덧붙어서 드는 생각.
─세상 모든 일이, ‘정사’대로 흘러가리란 보장은 없다.
그 당연하디 당연한 사실이 너무 새삼스러워서, 나는 다시금 헛웃음을 흘려버렸다.
이 생활에도 꽤 적응했다. 그렇다고 아예 위기의식이 결여되어버리면 안될 일이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며, 들고 있던 부지깽이를 모닥불 속에 집어 던졌다.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나는 기지개를 하고 조용히 쉼터에 몸을 뉘었다.
내일도 부디, 평온한 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