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219)
둔재들의 왕 (7)
다이크의 분전에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당장 이 결투는 시작 이래로 계속해서 에드 로스테일러가 우세한 상태다.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다이크 엘펠란의 처절한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결투장 가운데에서 에드와 잠시간 대화를 나눈 다이크는, 어쩐 일인지 그 뒤로 몸놀림이 더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가드를 올리고 육중한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에드를 향해 달려들지만, 갖가지 마법과 정령술에 의해 막히고, 저지당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럴 때마다 다이크의 상처는 그 개수를 더해갔으나, 다이크 본인은 전혀 신경을 쓰는 기색이 없었다.
타고난 전투 센스를 가진 학생들과 황실 소속 전투원들은 다이크의 움직임에서 어렵지 않게 그의 세월을 읽어낼 수 있었다.
에드가 여유롭게 회피해내고, 마법을 이용해 막아내는 다이크의 일격 일격은 참으로 위력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제 아무리 위력이 강한 대포라고 할지라도, 명중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킹과 스웨이 동작을 반복하며 기적적으로 에드의 허를 한 번 찌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은 처음 한 번만 통하는 요행에 가까웠다.
상대가 단지 속도만 빠른게 아니라, 제대로 된 회피동작과 페이크를 넣으며 접근해온다는 정보를 취하자마자… 에드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신중해졌다.
반격의 견적이 나오는 순간에도 쉽사리 반격하지 않는다. 상대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전부 읽어내고, 힘의 중심점이 완전히 쏠려서 절대로 받아칠 수 없는 타이밍에 공격을 꽂아넣는다.
그렇게 다이크는 나가 떨어지고, 바닥을 구르고, 상처를 늘려가지만… 뿌드득 이를 악문 채 악다귀 하나로 몸을 일으켜서 에드를 향해 다시 달려든다.
하지만…
“셀라하 황녀님.”
셀라하 황녀의 옆에서 호위하며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그녀의 측근, 집사장 데스트가 조용히 귓가에 다가와서 속삭였다.
“더 볼 것 없이, 엘펠란 가문의 장남이 패배할 듯 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미일수도 있다.
긴 세월동안 셀라하 황녀를 향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엘펠란 가문. 그 충성심에 흡족해 셀라하 황녀도 여러 목소리를 내어 엘펠란 가문의 부흥에 여러모로 힘을 써줬을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 가문의 가주가 결투의 승리를 호언장담 했을 때는 셀라하 황녀도 미소가 흘러나왔다.
셀라하는 에드 로스테일러가 굉장히 강한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로스테일러 저택의 대참사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에드 로스테일러가 직접 최고위 정령의 일부를 불러내는 광경까지도 봤기에, 절대로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고위 정령같은 제약 조건이 덕지덕지 많이 붙은 병기를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꺼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에드 로스테일러의 최고 전력은 저 바람 늑대일 것이 뻔했다. 셀라하의 머리 속에 있는 에드 로스테일러는, 그 나잇대 또래에 비해 좀 더 강한 정령사 정도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에드가 낼 수 있는 전력에 대한 결론을 내자, 엘펠란 가문의 가주는 셀라하 황녀에게 호언장담을 했다.
다이크 엘펠란이라면 반드시 그 콧대를 꺾어놓을 수 있다고 단정해서 이야기하는 에슈텔 엘펠란의 이야기에, 셀라하 황녀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이 모양 이 꼴이다.
뜬금 없이 고위 마법을 때려박질 않나, 근접전에서는 다이크의 공격을 회피해대질 않나.
에드 로스테일러의 전투 방식은 마법사라기 보단, 모든 분야에 두루 조예가 깊은 올라운더에 가까웠다. 생각 이상으로 에드 로스테일러라는 인간은 싸움꾼으로서 완성되어 있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그 때 봤던 최고위 정령조차도… 가진 비장의 수단 중 하나일 뿐이었다고…?’
셀라하 황녀는 미간을 좁히면서 대련 현장을 보았다. 이미 결론이 나있는 듯 하지만, 그저 다이크가 발악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에드 로스테일러는 다이크 엘펠란보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한 수 위다. 비단 셀라하 황녀 뿐만이 아니라 이 대련장에 모여 앉은 관객들은 대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다.
“다이크라는 저 학생은, 전사로서는 훌륭하군요. 강인한 정신력과 의지만큼은, 과연 전사들의 귀감이라 부를만 합니다. 필시 단련의 세월을 겪었겠지요. 하지만…”
다이크가 파고들어서 에드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지만, 재사용 대기 시간이 끝난 ‘풍랑의 가호’에 다시 한 번 나가 떨어지고 만다.
“절망적일 정도로 전투 센스를 타고나질 못했습니다. 육체를 단련하고, 정신을 단련해서 몇 번이고 자신을 갈고 닦은들… 그 성장세에는 태생적인 상한선이라는 게 존재할 수밖에 없지요.”
데스트의 말에 셀라하 황녀는 인상을 구겼다.
한 때 전투 요원으로 활동했었던 집사장 데스트는, 다이크의 움직임에서 그의 태생적 한계를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아마, 다이크 학생 본인이 가장 잘 알겁니다. 노력치를 투자해서 강해질 수 있는 최고의 경지까지 올라왔습니다.”
데스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이야기 했다.
“허나, 이 이상은 막다른 길입니다. 저도… 경험해 보아서 잘 압니다. 저학년들과의 결투에서는 그 노력치의 성과만으로도 찍어누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점을 노리는 자들끼리의 결투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마치 다이크에게 공감하듯이… 데스트는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벽이다.
가드를 올린 다이크의 눈앞에 서있는 것은, 웅장하고 거대한 벽이었다. 부수고 지나갈 수도, 우회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크고 튼튼한 벽이다.
똑같이 주먹을 내질러도, 둔재의 주먹과 천재의 주먹은 완전히 다르다.
사소한 몸의 움직임에서부터, 적의 움직임을 찰나에 캐치해내는 감각, 힘의 구심점을 순식간에 비틀어 꺾는 움직임, 몸을 제약하는 관성이나 중력마저도 추진력으로 활용해서 움직이는 날렵함.
수련의 영역과 감각의 영역은 완전히 구분되는 것이다.
클레비어스, 직스, 테일리, 베로스 같은 인물들이 타고난 그 찰나의 감각을… 다이크는 애초에 타고나질 못했다.
기술의 숙달이 늦는 것은 극복해낼 수 있다.
똑같은 발차기를 남들 보다 두배 늦게 습득한다면, 두배 더 오래 수련하면 된다.
실제로는 다섯배 정도 더 걸렸고, 열배 스무배 더 수련해야 했던 나날들도 많았다. 그런 것이야 의지력과 수련치의 양으로 얼마든지 돌파해낼 수 있다.
그러나, 노력치의 한계선에 도달하고 나면 보이는 것은 노력만으로 극복해낼 수 없는 벽이다.
길 옆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토끼들을 제치고, 거북이는 이를 악문 채 길을 쭉쭉 달려나간다. 그렇게 나태한 천재들 사이에서 쭉쭉 뻗어나가 길 끝에 도달하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바위다. 토끼가 아니면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드높다.
심판이 다가와 거북이의 귀에 속삭인다. 이 다음으로 가려면, 뛰어넘어라.
– 쾅!!
다시금 몸을 일으킨 다이크는 정신이 혼미해져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뿌드득 이를 갈며 몸을 일으켜서 가드를 올렸다.
그대로 뜨거운 숨을 내쉬며 심호흡한다.
후읍-
하아-
도저히 항복 선언이 나올 기미가 없자, 슬슬 학사 직원들이 나와서 결투를 마무리 지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미 관객들 앞에서 학사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보여줬다.
거기다가 결투의 구도 자체도 더 진행하는 게 의미 없는 수준까지 왔다.
슬슬 결투가 장기전으로 가자, 다이크의 근접 공격 패턴은 이미 모두 파훼당했다.
내지르는 주먹은 위력적이나, 센스에 입각한 변칙적인 공격 패턴이 거의 없고, 근접한 이후에 에드의 허를 찌를만한 방법도 더 마련해내질 못한다.
전조도 없고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상대를 당황시키는 ‘발경’은 마력 소모가 너무 크다. 애초에 마력 감응이 부족한 다이크는 몇 번 제대로 쓰지 못하는 기술이며, 물리적인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는 ‘바위피부’ 또한 고화력 마법을 반복적으로 때려박으면 순식간에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모든 면에서, 더 이상 에드 로스테일러를 이길 방법이 없다.
저 금발의 귀족 사내는 괴물같이 강하다.
그러나, 다이크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졌군, 에드 로스테일러.”
갑작스러운 패배 선언. 관객은 물론이고 학사 직원 일동들까지 모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다이크 엘펠란은, 숱한 결투의 패배 속에서도 절대로 먼저 백기를 던진 적이 없다.
아무리 명백하게 갈린 승부였다고 할지라도, 그는 절대로 포기하는 법이 없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입으로는 그런 말을 내뱉었으나… 여전히 그는 가드를 내리지 않았다.
“…”
“애시당초 패배 같은 건 직감하고 있었지. 애초에 자존심 건 결투에서 패배하는 게 한 두 번도 아니었고… 매번 자존심 상하고, 개같았지. 나보다 십분의 일도 수련하지 않은 개자식들 앞에서 무릎 꿇고 쓰러지는 건 정말 화가 나고 분한 일이다.”
“익숙하다고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실제로 그리 감정적으로 대처하지도 않으셨고.”
“그래. 남들보기엔 어른스럽고 원숙하게 패배를 받아들인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그냥 분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 뿐이야. 자존심 상하니까.”
다이크는 알고 있었다. 원래 패배는 분한 것이다.
패배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분한 느낌조차도 없이 침전해가는 것이 몇 배는 더 위험한 일이다.
몇 번이고 피칠갑이 되어 바닥을 굴러대더라도, 위를 향해 나가는 향상심만큼은 절대로 잃어선 안된다.
그것이 다이크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지켜왔던 보물이다. 닳고 닳아서 너덜너덜해져버린 자존심일지언정 어떻게든 기워 붙이고, 그 분하고 사무치는 감각을 끝까지 기억한다. 그게 다이크 엘펠란이 사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은 분하진 않구나.”
“…예?”
“상대가 너같은 녀석이기 때문이겠지.”
에드의 팔에 너덜너덜해져서 반쯤 풀려진 붕대가 겨우 매달려 있었다.
그 틈바구니로 드러난 상처와 잔근육들. 몇 번이고 사경을 헤매가면서 겨우 얻을 수 있었을 힘들.
그 가시밭길이 어렵지 않게 다이크의 머릿속에도 그려지기에, 그는 후련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길은 아직 뚫려있나?”
다이크는 실감했다. 그의 길은 이제 막혀있다.
거대한 벽이 우뚝 서있기에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 어렵사리 옆걸음만 겨우 칠 수 있을 뿐이다.
에드는 다이크가 호탕한 웃음과 함께 던지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대답을 뱉었다.
“아직은.”
“그래, 그것 참 부러운 일이군.”
그렇게 시원스럽게 한 번 툭 내뱉어 버린 뒤, 다이크는 마지막 한 합을 위한 준비 자세를 취했다.
이미 패배를 알고 있음에도, 이번 한 합을 내지를 생각인 것이다. 아마도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
의지는 남아있지만 이미 몸의 기력은 한계에 달했다. 다이크의 강인한 정신력을 그 신체가 따라오지 못한다.
온 힘을 담아 내지르는 진심어린 정권 단 한 번. 그것이 통한다면 이기고, 아니라면 진다.
─그리고,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다이크는 미리 패배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허나, 선언은 선언일 뿐이다. 기력이 남아 있는 한, 주먹을 내지른다. 오롯이 그런 방식으로 살아왔다. 에드 또한 여기서 끝을 낼 다이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방어 자세를 절대로 풀지 않는다.
평생을 관철해온 삶의 방식을 이제와서 뒤집을 리가 없기에.
후읍-
하아-
다이크는 심호흡을 하고, 주먹을 내지른다.
– 화악!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바람 마법을 이용해 움직임의 궤도를 틀어버린 에드는 그리 힘을 들이지 않고 다이크의 주먹을 회피해낸다.
그대로 자세를 낮춘 채로, 다이크의 품속에 ‘일점폭발’이 직격시킨다.
가드를 올리지도, 마음의 준비를 갖추지도 못한 상태인데다가, 심지어 마력도 바닥난 만신창이 상태의 다이크다.
그대로 모든 피해가 막히는 일도, 흘려지는 일도 없이 다이크의 몸에 쑤셔박혔다.
– 콰아아아앙!
– 후두두둑
피어오른 흙먼지가 바람에 흩어져서 사라졌을 때 보인 것은, 무릎을 꿇은 채 축 늘어져 있는 다이크의 모습이었다.
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승자를 향한 환호성이 쏟아진다.
대련장 중앙에서 다시금 꼿꼿이 몸을 일으킨 에드 로스테일러에게 찬사가 쏟아져 내려온다.
관객석에서 던져댄 꽃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대련장 바닥에 하나씩 차곡차곡 내려앉아 쌓여간다.
에드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다이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기절한 그를 수습하러온 학사 직원들과 함께 그를 들것 위로 올린 뒤, 관객들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보냈다.
그러자 관객석에선 다시금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한참을 열기 속에서 그렇게 박수만을 내보내다가, 이윽고 에드 로스테일러가 손가락을 들어올려 조용히 해줄 것을 청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청중들이 조용해진다. 일단은 영광스러운 승리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라도 이야기할 시간이다.
셀라하 황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다이크가 승리했더라면, 여기서 셀라하의 공을 이야기하며 감사 인사를 올렸을 것이다.
위기에 빠진 가문에 자비로운 마음으로 도움을 주었기에, 전사로서 이 자리에서 영광스럽게 웃을 수 있다.
이 모든 영광을 셀라하 황녀에게로 돌린다.
그런 말을 하며, 셀라하 황녀의 위세를 더욱 더 드높여 줄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귀족들이 지켜보고, 심지어 클로엘 황제까지 지켜보는 자리에서 말이다.
그러나,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에드 로스테일러의 강함에 대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해보려 했지만, 그 예상보다도 그는 더 강해져 있었다. 성장해나가는 속도가 예상을 아득하게 웃돌고 있었다.
페니아 황녀를 지지하는 그는 아마도 이 자리에서 페니아의 이름을 더 드높여 줄 터.
셀라하가 꾹 눈ㅇ르 감으며, 한숨을 쉬려고 하던 참이었다.
“오늘의 이 승리는, 로스테일러 저택의 참사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조율해주시고, 언제나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시는 위대한 셀라하 황녀님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이어져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 결투를 셀라하 황녀님께서 지켜봐주셨다는 것이 저 에드 로스테일러에겐 정말 크나큰 영광입니다. 한 때는 저를 의심하시고, 저를 적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셨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만물을 아우르는 군주로서는 당연히 행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로스테일러 가문의 원죄라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관객들이 모두 숨을 죽인 채, 에드 로스테일러의 말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결단력 있고, 소신 있는 셀라하 황녀님께서 로스테일러 저택의 참사 때 중심을 잡고 군중을 이끌어 주셨기에, 저 또한 여기에 똑바로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 날,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로스테일러 가문을 바로잡아주시고, 질책과 질타로 옳은 길을 향해 이끌어주신 셀라하 황녀님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오늘의 영광은 모두, 셀라하 황녀님 덕입니다!”
떨어지는 꽃잎들 사이에서, 에드 로스테일러의 그런 영광스러운 언사가 이어져나갔다.
군중들은 만세를 외치며 셀라하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셀라하가 이 결투장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클로엘 황제도 셀라하가 자랑스러운 것인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셀라하의 뒷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광경이었따.
‘뭐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셀라하 황녀 뿐이었다.
에드 로스테일러가 셀라하 황녀를 옹호하고, 치켜세워줄 이유라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진심에서 우러나온 듯한 표정으로 셀라하 황녀에게 모든 공을 돌린 에드 로스테일러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셀라하 황녀만이, 군중의 환호 속에서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셀라하의 직감이 부르짖는다.
──저 사내는,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그 저의가…. 셀라하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치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