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258)
케이틴 페일로버가 토렌 마을로 돌아가지 않은 지 열흘이 넘었다.
플크록스의 저주가 마력에 반응해 전염하는 성질을 지녔다는 사실을 안 뒤로부터, 케이틴은 절대로 마을로 돌아가려 하질 않았다.
갑작스럽게 실종된 소녀를 찾으려고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숲을 다 뒤지고, 산등성이를 헤맸지만… 케이틴이 나서는 일은 없었다.
사실 토렌 마을에는 마력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력의 양에 비례해 그 능력이 증대되는 성질을 생각해보면, 마을에 몇 번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큰 피해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플쿠록스의 저주 법진이 궤멸 시켰던 도시는 서방의 마법도시였다.
이런 시골 마을이 그 정도로 궤멸적인 피해를 입진 않을테지만, 마력에 재능이 있는 인물이 언제 또 튀어나올거란 보장이 없다. 애초에 누가 마력을 지니고 누가 마력이 없는지 정확히 분간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케이틴의 존재는 마력을 다루는 자들의 생명을 취하게 될 것이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그 가능성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 사실을 깨달은 뒤론, 케이틴은 숲 속의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거처를 바꿨다. 티르칼락스와 함께.
“…”
이 광경을 예니카나 마을 사람들 또한 보고 있으려나.
그렇다면, 썩 좋은 기분은 들진 않는다. 왜냐하면… 플쿠록스의 저주 법진에 의해 조금씩 뒤덮여가는 케이틴의 모습은, 글라스칸의 저주 법진에 지배 당하던 예니카의 모습과 영락없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네일관에서 테일리 일행을 맞서던 예니카의 상태. 그 때를 생각해보면, 도저히 웃어넘길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주 법진에 의해 케이틴의 상태는 날이갈수록 심각해져만 갔다.
한 쪽 시력을 잃고, 이따금씩 구역질을 하고, 고열에 시달리다가도, 때때로 정신을 잃기도 했다. 이제 완전히 스스로의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어, 병상에 누운 건 티르칼락스가 아니라 케이틴이 되었다.
티르칼락스의 상태는 오히려 호전되어 갔다.
마력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고, 이제 일반적인 인간들보다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케이틴이 요양중인 오두막을 관리하면서, 완전히 플쿠록스의 저주로부터 벗어날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그러나, 죽어가는 케이틴의 모습이 그의 가슴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플쿠록스의 저주는 마력에 의해 전염되고, 마력에 반응해 위력이 강해져 간다. 확신할 순 없었지만, 증상을 보면 거의 그렇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케이틴이 저주에 시달리다 끝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전부 티르칼락스 때문이었다.
케이틴이 플쿠록스의 저주에 접촉한 것은 티르칼락스를 구하기 위해 힘을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인된 저주의 위력이 강해진 것은, 최고위 정령을 돌보며 정령사로서 교감하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날 숲을 거닐다 티르칼락스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발견했더라도 겁에 질려 도망치거나 가만히 방치해 두었다면… 이렇게 죽음의 고통을 경험할 필요는 없었다.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인간의 생애. 그런 케이틴의 삶을 망친 것은 바로 티르칼락스 본인이었다.
조금씩 힘을 되찾아가며, 티르칼락스는 케이틴을 최대한 간호했지만… 아무리 해도 플쿠록스의 저주를 해제할 순 없었다.
고위 어둠 정령 플크록스가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가며 새겨놓은 저주 법진은, 마법이라기 보단 ‘현상’에 가까웠다.
섭리 위를 살아가는 생물이라면 응당 따라야 하는 질서 위에 새겨진 법진이다. 최고위정령의 마력이라면 충분한 시간에 걸쳐서 스스로 저항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한낱 인간에게 잠재된 마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티르칼락스는 어떻게든 해주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보았다. 마력 흐름을 분석하고, 연구하고, 플쿠록스의 사체를 전부 헤집어가며 온갖 실험까지 자행했다.
그럼에도, 케이틴의 몸에 새겨진 저주 각인을 없앨 순 없었다. 결국 케이틴 스스로의 마력으로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케이틴에게 그만한 수준의 마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케이틴은 정령사로서는 평범한 재능을 타고난 인물이다. 그나마 중위 정령까지도 교감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위 정령인 티르칼락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 ‘그런 표정 짓지 마. 티르칼락스.’
병상에 누운 케이틴이 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늘 케이틴을 내려볼 때마다 아랫 입술을 꽉 깨무는 버릇이 생기고만 티르칼락스에게, 그녀는 늘 위로를 먼저 해주었다.
– ‘말했잖아. 정령들에 비하면 인간들의 삶은 덧없고 짧다고. 그게 조금 당겨졌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닌걸.’
–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할 게 아니다… 케이틴.’
– ‘괜찮아. 나는 죽더라도, 티르칼락스가 날 기억해줄 거 잖아. 그렇게 생각해보면, 몇 십년 좀 더 일찍 가더라도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는 게 훨씬 더… 나에겐 가치있을 거야…’
그것이 본심일 리 없다. 케이틴은 그저 티르칼락스를 위로하는 것일 뿐이다.
그 사실을 티르칼락스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몇 번이고 저주 각인을 해주할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고민한 뒤에 내린 결론은, 평범한 것은 아니었따.
– ‘케이틴… 넌… 더 위대한 정령사가 되는 거다…’
본인의 마력으로는 저항할 수 없지만, 티르칼락스의 마력으로는 저주에 저항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티르칼락스와 마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 즉 계약 관계가 되면 된다.
허나, 최고위 정령과 계약할 수 있는 정령사가 세상에 어디 있나.
어쩌다 한 번 불러내기만 해도 역사적 위업으로 평가받는 존재인데.. 아예 계약까지 일구어내려거든 역사에도 유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정령사가 되어야만 한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기어이 티르칼락스는 결심한다.
케이틴을, 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정령사로 만든다. 최고위 바람의 정령 티르칼락스와 계약을 해낸 희대의 정령사로 만든다면, 그 마력교환을 통해 케이틴을 살릴 수 있다.
이미 아무 재능 없는 정령사를 중위 정령과도 계약 가능하게 만들지 않았나. 최고위 정령의 영향력이란 그런 것이다.
작정하고 케이틴에게 마력을 밀어넣고, 그것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반복해 정령 감응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물론 케이틴이 더 강대한 마력을 지니게 될수록, 저주 각인이 그녀를 더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버텨내기만 한다면… 그렇게 해서 티르칼락스의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감응력을 갖추게 된다면…
티르칼락스는 케이틴을 살릴 수 있다.
– ‘케이틴. 내 말 잘들어라…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널 살릴 수 있을만한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비가 오는 오두막. 흔들리는 모닥불의 빛을 등진 채, 고개를 숙인 티르칼락스가 이야기 했다.
그 말을 들은 케이틴은 멍한 눈으로 티르칼락스의 무거운 표정을 올려다 본다.
그가 책임을 통감하며 아파하는 얼굴은 보고 있기 힘들다. 그러나, 그는 케이틴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수는 전부 다 써보고 싶을 것이다.
이대로 케이틴이 목숨을 잃는다면 티르칼락스에겐 평생 갈 상처로 남을 것이 분명했기에, 케이틴은 다부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적어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것이 맞았다.
그렇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었다.
* * *
사실은 티르칼락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무모함에 가까운 계획은 그저 발버둥에 불과한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받아들이느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차라리 자기 손으로 케이틴에게 편안한 안식을 선사해주는 게 더 인도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많은 인내와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끝끝내 케이틴은 티르칼락스의 품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케이틴이 세상을 떠난 날, 슬픔에 빠진 거대한 곰의 포효가 하늘을 갈랐다.
갈 곳 없는 최고위 정령의 분노는 애꿎은 세상을 향해 외쳤다. 이렇게 앗아갈 거라면 애초에 만나지도 않게 해주었어야지.
그렇다. 애초에 만나지 않는게 서로에게 좋았을 것이다.
좀 더 긴 세월을 고통 속에서 허우적 댔어야만 했겠지만, 결국 티르칼락스는 스스로 플크록스의 저주를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케이틴의 도움은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었다. 그 고통의 기간을 조금 단축해 주었을 뿐.
애초에 티르칼락스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케이틴은 마을 아낙네로서 평범한 삶을 살다 평범하게 세상을 떴을 터.
그 평범한 삶을 망친 것은 바로 티르칼락스 자신인 것이다.
완전히 힘을 되찾은 티르칼락스의 마력이 세상을 향한다. 주변을 뒤덮는 칼바람이 숲의 나무들을 날려버리고, 마력의 여파가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해댄다.
드디어 인간의 형상을 버리고, 정령 본연의 모습으로서 강림한 티르칼락스는 세상 가득히 비탄에 어린 비명을 질렀다.
그 거대한 발톱으로 산맥지대를 갈라버리고, 손등으로 계곡을 두들긴다. 갈 곳 없는 분노는 하릴없이 표류하다, 결국 세상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만다.
구름 위로 떠오르는 거대한 곰의 그림자는 마치 재앙과도 같다. 아득히 먼 옛날, 토렌 마을의 주민들이 목격했다던 재앙은… 단지 한 정령이 슬픔에 빠져 몸부림 치는 것에 불과했다.
상실이란 지성있는 모든 생물에게 가슴을 찢는 듯한 통증을 선사한다.
지고의 존재라는 최고위정령이라 해도 예외일 수 없다. 그렇기에, 정령들은 어지간해선 인간에게 정을 붙이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에 자포자기한 최고위정령은, 그저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었다. 그대로 두면 그 여파는 클로엘 제국의 지도를 아예 뒤바꿔놓을 것이다.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수많은 피해를 낳게 될지도 모르지만… 티르칼락스 본인은 이미 세상 모든 것에 허무만을 느끼고 있었다.
– 콰앙!
비탄에 빠져 그 거대한 앞발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던 최고위 바람 정령. 산맥 몇 개를 통째로 때려부숴야 겨우 진정할 기세였던 그를 제압한 것은… 막대한 규모의 성위 마법이었다.
거대한 마법진이 수십겹으로 뒤덮이더니, 거대한 구속 마법이 티르칼락스를 제압하려 들었다.
호화로운 마법사 로브를 갖춰입은 백발의 소녀 마법사가 산맥의 한 켠에 착지한다. 그 이름은 클로엘 제국의 대현자, 실베니아 로베스테르다.
재앙의 순간을 관측할 수 있는 대현자 실베니아는, 언제나 재앙이 일어나는 때에 나타나 인간들을 수호한다.
슬픔에 빠져 힘을 휘둘러대는 티르칼락스의 폭주 또한, 실베니아는 며칠 전에 어렵사리 관측해낸 것이다.
뻗어올라오는 거대한 쇠사슬이 티르칼락스의 몸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성창룡을 봉인해두기 위해 연구한 법진이다. 제 아무리 최고위정령이라 할지라도, 세상의 섭리를 비틀어 꺾는 대현자의 봉인 법진엔 저항할 수 없었다.
실베니아는 비탄에 빠져 포효하는 티르칼락스를 보며, 슬픈 눈으로 이야기했다.
– ‘인간을 사랑했구나.’
아득히 높은 지고의 존재와, 마음씨 착한 시골 마을 아낙네.
어떤 식으로든 그 결말이 좋지 않았으리라는 사실은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마음이라는 것이 항상 이성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실베니아 또한 그 사실은 지긋하리만치 잘 알고 있었기에, 나지막이 이야기한다.
– ‘영생을 살아가며 그 상실의 아픔을 영원히 안고 있어야만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지. 일단 한 번 자연으로 환원되어, 처음부터 시작하거라.’
앳된 소녀답지 않게 말투는 거룩한 성자와도 같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티르칼락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이 상실에 대한 기억은 그 육신에 남겨놓고, 다시금 자연에 속한 정령으로서… 유체정령으로 돌아가거라.’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대한 곰의 형상을 올려다보며, 소녀는 지팡이를 똑바로 들었다.
– ‘정령계의 위계란 결국 돌고 도는 것. 오늘부로, 최고위 바람 정령의 자리는 공석이 될 거야.’
휘몰아치는 성위 마력의 폭풍 속에서, 티르칼락스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품에 안았다. 상실의 아픔이란 것이었다.
대현자의 손에 의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티르칼락스는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시야 끝에 닿은 팬지꽃 한 송이가 바람을 따라 구슬프게도 고개를 흩날리고 있었다.
케이틴이 부르기를, 바람꽃이었다.
* * *
눈을 떴을 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은 석양이 토렌 마을의 광장을 제 몸처럼 붉게 물들이고 있는 광경.
방금 전까지 퓰란의 산맥지대가 초토화되는 광경을 보다가, 급작스럽게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으로 돌아오자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다소 혼란스러운 내 심정이 뭐 어쨌냐는 듯, 토렌 마을의 하늘은 여전히 드높고도 푸르다.
“윽…”
“깨어나셨군요.”
나는 토렌 마을 광장의 낡고 작은 벤치에 기댄채 잠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옆을 지키고 있던 글렘스 촌장이 정신을 차린 나를 보더니, 인사를 건네왔다.
“으, 으윽…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됩니까?”
“꽤 늦었습니다. 마공학품을 작동시킨 뒤로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생업을 하러 떠났습니다.”
“그렇군요… 아직 감사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괜찮습니다. 다들 에드 도련님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오히려 기뻐했습니다.”
왼쪽 어깨가 무겁다. 무슨 일인고 하니, 예니카가 내 왼쪽 어깨를 감은 채 기대어서 잠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마력으로 작동하는 장치이니만큼, 마력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나 예니카만 그 과거를 엿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글렘스 촌장은 점잖은 어조로 물었다.
“어떻게, 학술적인 성과는 좀 얻으셨습니까?”
“…네, 꽤 많이.”
티르칼락스의 최후에 플쿠록스와 실베니아가 연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학계 내에서도 전해진 바가 없다.
아무래도, 수많은 정령학 서적들의 서술이 꽤 바뀔 듯 싶다.
성위 마력을 너무 많이 쓴 탓일까. 지끈대는 두통이 밀려올라와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미간을 좁혀가며 고통을 잠시 흘려보내자, 이윽고 내 팔을 감고 있던 예니카의 손에 힘이 꽉 들어왔다.
그리고서는 예니카 또한 눈을 휙 하고 뜬 것이다.
“으, 흐윽…”
예니카는 잠시간 신음성을 흘리더니, 겨우 뜬 눈으로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렇게 내 팔을 꽉 끌어 안은 채로 나를 올려다 보더니… 이윽고 눈가에 망울진 눈물이 휙 새어나왔다.
“우욱…”
예니카에게는 그 광경이 어떻게 보였을까.
뒷맛이 씁쓸한 이야기라는 것 쯤이야 알고 있었을 테지만, 그래도 직접 확인하는 것은 완전히 느낌이 다를테다. 마음이 유약하고 만사에 공감 능력이 좋은 소녀니까 더더욱.
“우욱… 흐윽… 흐윽…”
고개를 숙이고선 눈물을 흘려대는 예니카를 가만히 보다가, 조용히 안아주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울만도 하건만, 글렘스 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우리들을 기다려주었다.
예니카에게 있어선 특히나 더 가슴아린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바람이 흘러가는 곳을 바라보며, 가만히 땅에 박혀 흔들리고만 있는 팬지꽃.
자유롭게 노니는 바람을 동경해 뿌리를 들어올리면, 금세 죽고마는 그 가녀린 한송이 꽃에…
아마도, 예니카는 동질감을 느끼고 말았던 것이다.
에드 로스테일러라는 사내를 연모하는 자신을, 덧대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