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261)
이건 비상이다.
정확한 정황은 알 수 없으나, 아무래도 예니카 페일로버는 에드 로스테일러와 ‘상당히’ 많은 진도를 나간 듯 하다.
로르텔 케헬른 입장에서는 그게 어느 정도까진지 알 방법이 없으나, 어쨌든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사실만큼은 자명해보인다.
그렇다면, 뭔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만 할 듯 한데… 그렇다고 해서 뭔가 특별히 대단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본인이 할 말은 아니지만, 에드 로스테일러는 끔찍한 일벌레다.
자기 앞에 떨어진 일은 절대로 미루는 법이 없고, 언제나 깔끔하게 처리해낸다. 뿐만 아니라, 언제나 자기 주도적으로 인생을 설계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추파나 현혹에 넘어가는 법도 절대 없다.
그런 에드 로스테일러가 예니카 페일로버에게 휘리릭 넘어갔다고 하면, 대체 무슨 수단을 쓴 것인가.
로르텔은 미간을 꾹 누르면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눈을 날카롭게 뜨며 의지를 다졌다.
어차피 방학 기간이 끝나면 에드는 학생들을 가르치러 아켄섬으로 떠난다. 그 전까지 승부수를 띄워보려거든 바로 지금이 적기인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에드의 도움이 절실한 와중이었다.
*
“슬로그 켈드럭스?”
에드 로스테일러와 예니카 페일로버가 긴 여정에서 돌아오고, 로르텔이라는 귀빈도 방문한 와중이다.
타냐의 지시로 호화로운 만찬이 준비되어있었다. 호화로운 만찬 테이블의 양옆을 따라 로스테일러 가문의 가신들과, 로르텔을 따라온 상회 직원들이 고급진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로르텔은 그 와중에 에드의 옆으로 와서, 진중하게 이야기한 것이다.
“예. 저희 아버지신, 황금왕 엘테 케헬른의 심복으로 20년 이상을 지내왔던, 현 엘테 상회의 회주에요.”
“슬슬 회주 자리에 오르려거든, 그 사람 보고 내려올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네.”
“네, 맞아요. 하지만 이 늙은이가 생각보다 야심가거든요. 당초 계약은 제가 회주 자리를 돌려받는 것이지만, 대충 봐도 계약대로 이행하고 싶어하지 않는 게 티가 나요.”
그리고 로르텔은 그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가볍게 툭 이야기한다.
“조만간 절 배신하겠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도의 세계에선,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것은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수십년을 함께 일해온 심복 중의 심복이 뒤를 치는 것 따위, 로르텔의 마음에 손톱만한 상처도 내지 못한다.
“회주 자리에 올라가면 실무에선 거의 손을 떼게 되거든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요. 그래서 실무 부분에서 제가 처리해둘 일은 전부 마무리 해두려고 했건만, 그 새를 못참고 딴 주머니를 찬 모양이에요.”
“…”
“듄이 배신했을 때도 이야기 했잖아요. 수십 년 알고지낸 직원이 등 뒤에서 칼을 들이밀었다고, 일일이 마음 상하고 슬퍼하면 못해먹어요.”
화려한 드레스와 예쁘게 빗어내린 적갈색 머리칼. 화려하고도 빛나는 삶이라 선망의 시선을 보내는 자들은 가늠할 수 없는 그 어둠이 슬쩍 고개를 내미는 듯 하다.
“어차피 동료 상인이란 작자들이라 해봐야 한 번씩 짚고 넘어가는 징검다리 같은 것. 그 쪽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제가 각별하게 생각해줄 이유는 없죠.”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뭐라 할 말은 없다.”
“전 선배만 배신 안하면 돼요. 그럴 일 없고요.”
싱긋 웃으며 가볍게 건넨 말에는 묘한 무게감이 담겨있었다.
“배신으로 자리를 차지한 인간들의 심리는 뻔하죠. 결국 남을 못 믿으니까, 또 배신하고, 자기가 배신당할까봐 항상 의심하고, 그렇게 의심에 매몰되어가면서, 천천히 마모되는 거죠.”
술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다소곳이 웃던 로르텔은 조용히 덧대어 말했다.
“묻기 전에 대답하자면, 경험담이에요.”
“물을 맘도 없었다.”
“배려심은 감동이지만, 그런 거에 상처 받을 시기는 이미 지났답니다. 그래서 선배님, 요점을 말하자면… 이 슬로그라는 늙은이는 잔뼈가 굵은 만큼, 상대하기가 영 까다롭답니다.”
늙은 여우. 로르텔이 직접 그렇게 부를 정도면 얼마나 간사하고도 눈치가 빠를지는 뻔했다.
그 살벌한 올덱에서 20년 넘는 세월동안 자기 밥그릇을 지켰다는 건, 많은 점을 시사한다.
“저는 아직 실무들을 처리하면서 회주 자리에 오르는 것을 미룬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절 끌어내리려 할 거에요.”
“구체적으론 어떻게?”
“명분.”
로르텔은 양손바닥을 비스듬하게 들어보이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엘테 상회의 양팔 저울은 언제나 수평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위선을 드러낼 때마다 하는 그 말은, 엘테 상회의 캐치 프레이즈 같은 것일까.
“회주 대리 로르텔 케헬른의 몰락을 야기하려거든, 그에 걸맞은 명분을 찾아내야겠죠.”
“엘테 케헬른을 쫓아냈을 때처럼?”
장구류 매각에 대한 책임론과, 부진해져가는 실적, 그리고 회계 부정 의혹까지 한 번에 덮어서 날려버린 전대 회주.
이제 그 비수가, 로르텔에게 날아올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거의 20년은 서로 알고 지낸 동료 상인인걸요. 서로가 무슨 수를 쓰며 협잡질을 하는지는, 어느 정도 다 이해하고 있죠.”
“그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도 신뢰감이라는 게 없나… 상인이란 족속들도 참 피곤하게 산다.”
“정말, 말 그대로에요. 오히려 오래 알고 지냈으니 더 무서운 거에요. 내부의 적이니만큼, 내 행동방침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거든요.”
로르텔은 주변에 듣는 귀가 없는지 한 번 더 체크하고, 목소리를 더 낮춘 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제 허를 찌르려 들 거에요. 모든 방면에서 전부 체크하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제가 예상치 못한 점을 찾아내겠죠.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아니까.”
“네가 그렇게까지 경계하는 건 처음 보네. 황녀들 앞에서도 여유로운 양 굴던 사람이.”
“자기가 모든 변수를 철저하게 다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안돼요. 이 바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언제나 스스로를 의심해야하죠.”
회주 대리 로르텔의 수족으로서, 언제나 믿음직스럽게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는 오른팔.
슬로그는 그런 포지션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네가 먼저 꼬투리를 잡아서 슬로그를 잘라내버리면 안되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부질 없는 지적이라는 사실을 어느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일을 정말 잘하거든요. 실적도 좋고, 관리 능력도 출중해서 책 잡을만한 부분을 하나도 남겨놓지 않죠. 쫓아낼만한 명분을 찾아낼 수가 없으니, 다소 억지를 부려서 쫓아내게 되면…”
“…그게, 슬로그가 정정당당하게 반기를 들 수 있는 명분이 되어주는 거겠군.”
“…그래요. 이런 명분 싸움에서는, 먼저 억지를 부리는 쪽이 지는 거에요. 듄을 쫓아낼 때처럼 제 멋대로 나가기엔 상대가 좀 거물이니까요.”
슬로그가 공격하는 입장이고, 로르텔이 수비하는 입장.
자리를 지켜낸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가장 좋은 건, 일부러 틈을 내주고 반격하는 거에요.”
명분 싸움에서 패배하는 자는, 먼저 ‘실책’을 범한 자다.
“지금은 슬로그가 아무런 꼬투리도 주지 않고 성실한 중간 관리인을 연기하고 있지만, 그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을 대비하고 있다 반격하는 게 가장 좋겠죠.”
“슬로그가 본색을 드러낸다는 건, 사실상 승기가 확정되어 있을 때가 아닐까 싶은데… 늙은 여우라며.”
“그래요. 그러니까, 철저하게 허를 찌를 수 있는 수를 준비해두는 게 좋겠죠.”
에드는 잘 구워진 스테이크를 몇점 집어먹으며, 생각을 좀 정리 했다.
상인들의 음습한 권력 다툼에 엮이는 것은 썩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로르텔이 곤란하다고 하니 도와줄 필요성은 느껴진다.
“에드 선배님은… 그 때를 위한 ‘쐐기’가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쐐기?”
“슬로그가 틈을 드러냈을 때, 그 틈을 함께 관측해준 증인이 되어주세요. 에드 선배님은 성도의 권력은 물론이고, 황실과도 권력이 맞닿아 있잖아요. 성녀와 황녀님들과 동시에 연이 닿아 있는 사람은 이 제국에서도 손에 꼽을 거에요.”
로르텔이 슬로그를 쫓아낼 명분을 제대로 잡아 쥐었을 때, 그 증인으로서 현장에 있어 달라는 이야기였다.
“그거야 뭐 어렵진 않긴 하다만… 성황도와의 관계라면 모를까, 황실과의 관계는 요즘 좀 꺼림칙한 부분이 있거든…”
“예? 황녀님들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계시는 거 아니었어요?”
“페니아 황녀님이야 황위 계승권자로 결정된 이후엔 워낙 바빠서 연락 자체가 힘들고, 셀라하 황녀님하고는… 좀 안 좋게 엮인 부분이 있다.”
“왜요? 혹시… 좀 사적인 질문인가요?”
“꼭 그렇지도 않은데… 내 입장에서야 좀 곤란한 일이다. 멋대로 로스테일러 저택에 쳐들어와서, 멋대로 흑역사를 만들더니, 멋대로 분해져서 흘겨보다가 황실로 도망치곤 하거든… 그러면서도 타냐의 다과회 초대에는 매번 응하긴 하지만…”
“…자세한 건 안 물을게요.”
“그래, 고맙다. 어쨌든 불안한 부분도 좀 있긴 하다는 게 핵심이다.”
로르텔은 턱을 괴며 고민하다가, 이윽고 그 정도 변수는 크진 않다고 단언해 이야기했다.
“어쨌든, 슬로그를 치워버릴 필요가 있다는 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었어요. 언제쯤 속내를 드러낼지 모르겠지만, 제가 본격적으로 회주 자리에 오르려는 움직임을 취하면 반응이 오겠죠.”
“그게 언제쯤인데.”
“조만간이요.”
에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로르텔을 보았다. 그러자 로르텔이 여우처럼 웃어보인다.
“개학하면 바빠지시잖아요. 쇠뿔도 단김에 빼버리자구요.”
“그렇다면…”
“이번에 올덱으로 돌아가면 바로 회주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공표할 거에요. 슬로그도 슬슬 움직이겠죠.”
그 말이 뜻하는 바는 뻔했다.
“에드 선배님도, 그 때 쯤 올덱으로 동행해주시겠어요?”
슬로그도 끝장내버릴 겸, 일단 에드를 올덱으로 데려가려는 것.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겠다는 로르텔의 부탁에, 에드는 그냥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에드와 로르텔의 신뢰관계는 생각이상으로 두터워, 사리사욕 따위에 흔들리는 일은 없다.
으리으리한 양의 금은 보화, 거대한 엘테 상회의 건물과 세력, 온갖 유명한 인맥들.
그 모든 것들보다도, 에드가 굳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에 더 큰 든든함을 느끼고만 로르텔은, 혼자서 독백하고 말았다.
어쨌든, 이 남자는 평생 끌어안고 가고 싶다고… 은연 중에 생각해버린 것이다.
*
“에드 도련님께서 조만간 로르텔 아가씨를 도우러 올덱으로 간다고 하시던데요.”
– 쿠욱.
샐러드를 깨작대던 예니카의 움직임이 휙 하고 굳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이내 토끼마냥 양배추 끝을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그래, 그러고보니 엘테 상회랑 학용품 납품 계약을 갱신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했지~. 에드도 참, 학사를 대표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힘들겠네~.”
“뭐, 에드 도련님은 학사 일도 한 번에 처리해버리실 심산이긴 한 것 같습니다만, 핵심은 로르텔 아가씨의 업무에 도움을 좀 주고자 떠나시는 것 같습니다.”
“응, 그렇구나~. 많이 바쁘겠다, 에드~. 역시, 책임감 강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다들 그렇게 바쁘고 힘든 거겠지~ 힘냈으면 좋겠어. 내가 도와줄만한 일은 또 없을까~.”
예니카는 여전히 콧노래를 부르며 음식들을 깨작대고 있었다. 퓰란에서 돌아온 뒤로는 뭔가 꿈에 빠진 것 같은 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므로, 벨은 어렵지 않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벨은 아침 식사에 한창인 예니카의 옆쪽으로 다가오더니, 다른 메이드들이 들리지 않게 귓가에 대고 진중하게 속삭였다.
“에드 도련님과 동침하셨습니까?”
“푸크카학! 카하악!”
대답은 필요 없었다. 그 반응이면 이미 결론까지 다 말한 것이나 다름 없다.
“베, 벨 무슨 남사스러운 말을 하는 거야!”
“그냥, 예니카 아가씨를 위한 말을 해두고 싶었습니다. 그, 다잡은 상대인 것 같다고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는 겁니다.”
벨의 말은 언제나 핵심을 찌르고 들어온다. 예니카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었기에, 부끄러워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묘하게 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그건 무슨 말…이야?”
“남자는 다 늑대란 말이 있잖습니까? 물론 에드 도련님이야 언제나 건실하고 성실하신 분이지만, 상대가 여러 수작을 부리면 상황이 어떻게 될 줄은 모른다는 겁니다. 특히 그 로르텔 아가씨라면, 절대 가만히 계시진 않겠지요.”
벨 입장에서야 누구 하나를 보란 듯이 응원하는 것도 썩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적어도 선량한 예니카가 멍하니 있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에드를 빼앗기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
그러나 기묘할정도로 예니카는 단언하고 있었다.
“에드는 나한테 속삭여줬단말야! 내가 있으니까 에드는 힘을 낼 수 있…”
“예니카 아가씨, 목소리가 크십니다.”
예니카가 휙 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메이드 몇이 얼굴을 붉히면서 얼른 청소도구를 들고 지나갔다. 예니카는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휙휙 손으로 부채질을 해 열기를 날렸다.
“어, 어쨌드은… 에드는 나랑 미래를 약속했거든…”
“그렇습니까…”
생각 이상으로 많은 진도를 나간 것에 벨은 묘한 감격을 느꼈다. 드디어 예니카가 제 몫을 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 자식의 성장을 지켜본 부모가 된 기분이다.
그러나, 확인하고 가야할 것은 남아있다.
“그.. 확실하게 단언하신 것 맞습니까?”
“뭐, 뭘?”
“다른 여자와 선을 긋겠다고, 확실하게 단언을 하셨다면…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분이시니 의심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거기까지 이야기 하고나니, 예니카도 에드와 주고 받았던 대화를 되새김질 하게 된다.
함께 동침한 것만으로도 가슴을 타고 오르는 벅찬 행복감에 빠져서, 워낙 정신이 없었다.
허나 다시금 생각해보면…
“…”
“…”
“…”
“…”
“…그, 예니카 아가씨… 왜 말문이… 멈추셨는지…”
그 행복감과 희열감에 젖어, 에드와 교감하는 동안 에드와 여러 말을 주고 받았다… 그 결론이 어떻게 나왔는가 하면…
“그… 혹시… 벨…”
“…예?”
“나, 그… 분위기에 휩쓸려버린 거긴 한데….”
예니카는 어렵사리 말한다.
“에드 한테…. 바람을… 허락해버렸을지도……….. 그게 그 어쩌다보니 그게….”
잠시간의 정적.
예니카가 내뱉은 말을 분명 언어적으로는 이해했지만, 그 뜻은 도저히 곧바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잠시간 돌처럼 굳어있던 벨은, 의미심장한 표정의 예니카를 내려다보며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
“그럼, 또 연락 드릴게요. 에드 선배님.”
이튿날, 성황도에 대한 사업건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로르텔은 다시 올덱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
창문을 내리고서 이야기하는 로르텔의 표정은 꽤나 담담했다.
“조만간 올덱에서 만나 뵙게 되겠네요.”
“그래, 로르텔. 너도 몸 조심해라. 보아하니 위험천만한 일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보이는데.”
“후훗…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어쨌든 슬로그 입장에서는 제 몸에 직접적으로 해코지하긴 힘들 거거든요. 말했듯이, 결국 명분싸움이니까요.”
먼저 선을 넘는 자는 명분을 잃게 된다. 서로의 세력이 비등할 때에, 결국 승자는 누가 정당성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다.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다음에 올덱으로 오셨을 땐 함께 승리를 축하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나는 그러길 기원한다고 인사하며, 로르텔을 보냈다.
어쨌든 로르텔은 자기 앞가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아무리 백전노장 슬로그라 할지라도 저 능구렁이 같은 로르텔의 허를 찌르고 사기를 치기는 쉽지 않으리라.
그리 생각하며, 저 멀리 떠나가는 로르텔의 마차를 가만히 떠나보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 되면, 날 올덱으로 불러들이겠지.
그리고, 다음 주 엘테 상회에서 날아온 편지의 발신인은… 로르텔이 아니었다.
로르텔이 가장 신뢰하고 있는 심복, 수석 비서 리엔나의 편지. 리엔나라면 로르텔에게 완전히 충성을 바치고 있으니, 믿을만한 인간이었다.
급하게 휘갈긴 듯한 글씨로 써내려간 그 내용은, 구체적인 부분은 거의 없었다. 누군가에게 내용이 유출당할까봐 두려웠던 것일까.
다만, 선명하고 확실하게 써진 글귀는… 내 미간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 ‘영광스럽고 위대한 로스테일러 저택의 에드 로스테일러 도련님께 진심을 다해 고개를 숙입니다.’
이건, SOS 요청이었던 것이다.
– ‘회주 대리는 크게 다쳤고, 도움을 청할 곳이 없습니다. 부디 로스테일러 저택에서 회주 대리를 보호해주세요. 진심을 다해 부탁드립니다.’
올덱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다.
그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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