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262)
“삯은 여기 있습니다. 거스름 돈은 됐습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통이 크시구만요! 나으리! 복 받으십시오~”
상업도시 올덱.
제국 서쪽 끝 해안 지대를 따라서 펼쳐져있는 이 항구 도시의 풍경은 마치 대항해시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해안가 목제 부두를 따라 쭉 늘어서있는 범선들의 행렬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바다의 시대가 도래한 것만 같다.
그리고 바닷가와 가까운 금싸라기 땅을 따라 도열해있는 커다란 상회 본점들의 모습은, 황도나 성도와는 다른 종류의 웅장함이 감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올덱으로.
그 간단하고도 명료한 한 문장의 명제는, 제국의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부정되어 본 적이 없다.
[ 오오, 과연… 여기가 인간들이 말하는 물류 유통의 중심지로군요… 활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에드 도련님! 이 불초 머그, 가만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흥이 오릅니다요! ]“너무 들떠서 좋을 건 없다. 눈에 띄지 않는 게 목적이니까.”
[ 그, 그렇지요. 모처럼 이렇게 도련님을 혼자서 보필하고 있자니, 아켄섬에 있었을 때가 떠올라서 좋지 뭡니까. 캬, 그 때 참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처럼 제 혼자 힘만으로 도련님을 보조해야만 했고요. ]유체 상태의 머그가 날개를 퍼덕 거리며 따라 붙더니, 혼자서 또 옛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제가 하위 정령 시절 땐 말입니다, 여기 인부들처럼 밤을 새워서 일을 하고도 또 아침에 새로운 일정을 하달 받으러 가기도 했습죠. 그 때는 너무 고생스러워서 세상을 원망했는데, 지나고 보니 또 그게 다 피가되고 살이 되는 일이었지 뭡니까. 역시, 고생이라는 건 사서도 한다더니 다들 그런 식으로 고생고생 하면서 힘도 키우고 자리도 잡는가 봅니다. 그래서, 에드 도련님.. 에드 도련님을 모시게 된 게 참으로 다행입니다. 에드 도련님을 모시기 이전에 제가 했던 고생들을 굳이 이야기 하자면…. 일단 막 유체 정령에서 위상이 올라섰을 때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 때의 제 모토가 뭐였냐면은… ]이제와선 새삼스러운 것이지만, 머그는 말이 많다.
뭐가 그렇게 감격스러운게 많은지, 감동의 눈물을 펑펑 흘리며 내 어깨에 앉아 장광설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로브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고 인파 사이를 헤치며, 올덱의 시장 거리를 가로질렀다. 머그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쓸 데 없는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리엔나로부터 날아온 편지의 의중을 가늠해보았다.
수석 비서 리엔나는 누가 뭐라해도 로르텔 케헬른에게 완전한 충성을 바치는 최고의 심복이다.
어지간해선 앞에 나서는 일이 없는 그녀가 굳이 로르텔 대신에 서신을 썼다는 것은, 실제로 로르텔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았다. 로르텔은 어지간해선 대부분의 중요 실무는 직접 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내게 편지를 보내는 일까지 대리를 맡길 일은 절대로 없다.
어쨌든 내가 아무런 일정 압박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시기는 너무 짧다. 지금이 아니면 현장에 와 확인을 해볼 수 없으므로, 직접 마차를 잡아서 장장 삼일을 달린 끝에 올덱에 도착한 것이다.
상인들의 정보력을 물로 봐서는 안된다. 에드 로스테일러가 직접 올덱에 행차했단 이야기가 돌아서 좋을 게 없다. 그렇기에 일단은 로브를 꾹 눌러쓴 채 신분을 숨기고 움직였다.
그렇게 돌바닥을 따라 쭉 이어져 있는 시장 거리를 계속 가로지른 뒤, 몇 번 꺾어서 골목을 따라 들어갔다.
머그의 재잘거림을 뒤로한 채 한참을 더 안으로 들어오고 나니, 어두침침해 보이는 주점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입간판으로 맥주가 가득 담긴 목제 머그잔이 덜렁 거리고 있었다. 내부가 시끄러운 것을 보니 일단은 영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험악한 인부들로 가득찬 주점 내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일순간 내게 시선이 모여들었으나, 다들 이내 신경쓰지 않고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 ‘올덱의 중앙 시장거리 3가에서 두 번 째 골목으로 들어간 다음 세 번 꺾으면 나오는 작은 주점. 상호명은 파도의 노래.’
– ‘그곳에서 최대한 안 쪽 자리에 홀로 앉아 생맥주와 땅콩 두 주먹을 시키고, 로브 모자를 뒤집어 쓴 채 가만히 있어주세요.’
접선 방식이 꽤나 은밀하다.
나는 시킨대로 구석 자리로 들어가서 생맥주와 땅콩 두 주먹을 주문한 뒤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내게 말을 거는 이는 없었다. 시끌벅적한 주점 안에서 나만 기묘하게 홀로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10분을 더 앉아 있었을 때 쯤…
“거기 멋진 도련님, 우리 데이트 할래요?”
영업이라도 하려는 듯, 술집 여자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화려한 복장을 입은 붉은머리 여성이 고혹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이어서 말했다.
“이런 대낮에 홀로 주점에 와서, 굳이 제일 안쪽 자리에 앉아서, 굳이 땅콩 두 주먹과 생맥주를 시켜서 굳이 10분 넘게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이… 좀 처량해보이네요~.”
굳이 나의 현재 상황을 강조해서 말하는 듯한 어조. 접선 조건을 정확하게 짚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이 여자가 보낸 신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래, 함께 나가지. 계산을 하고 오마.”
“어머, 말이 잘 통하시네. 우리 팔짱 낄까요~?”
능숙하게 미소를 짓는 술집 여자는, 그렇게 요염한 자태로 내 팔을 감싸쥐고 주점 밖으로 나갔다.
이런 구석진 주점 바닥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에, 주점 안에 있는 인부들은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자기들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여자와 함께 거리를 나온 나는 그렇게 잠시간 팔짱을 낀 채로 걸었다. 그러자니 여자가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
“보는 눈이 많으니 일단 인파에 몇 번 섞여들 거에요. 제 2 시장거리 까지 최대한 사람이 많은 쪽으로 걷다가, 미행이 붙은 기색이 없으면 최대한 외진 곳으로 빠져나갈게요.”
“그래.”
그렇게 거의 30분 가량을 길을 따라 걸어야만 했다. 올덱의 활기 넘치는 시장 사이를 오가며, 대충 상회 건물들을 체크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유명한 상회 건물들이 길을 따라 쭉 뻗어 있는 광경은 과연, 꽤 웅장했다.
그렇게 미행이 없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한참동안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여자가 내 팔을 이끌어서 주변의 음침한 뒷골목으로 끌어들였다.
그렇게 몇 번 더 코너를 꺾어 들어가니, 지나가는 이 없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새까지 밀고 들어올 수 있었다.
“결례를 범했습니다, 에드 도련님.”
“아니, 신경쓰지 마라. 그건 그렇고, 인상이 꽤 많이 변했네…”
변장을 위한 도구들을 얼굴에서 뜯어내며, 붉은 머리의 여성이 얼굴을 털었다.
그 모습은… 엘테 상회 실베니아 지부의 회주 대리 집무실에서 자주 봤던 그 얼굴.
로르텔 케헬른의 수석 비서, 리엔나 클렘슨이었다.
“이… 이런 건 저도, 안 익숙 한데요… 필요하면 해야죠….”
능청스럽던 술집여자는 간 데 없고, 그 때 보았던 우유부단한 비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리엔나 클렘슨은 듄 그렉스가 주도한 엘테 상회 탈취 작전에서도, 유일하게 로르텔의 편을 들었던 심복이다.
그것을 계기로 완전히 로르텔의 세력으로 들어가, 사실상 그녀의 오른팔과도 같은 입장이 되었다.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기질은 여전하지만, 이렇게 능청스럽게 나를 인적 없는 곳까지 끌고오는 것을 보면 일처리 자체는 시원시원해진 느낌이 든다.
“어울리지도 않는 술집 여자 연기를 하느라…. 식은 땀이 너무 많이 나와서 화장이 다 뜰 뻔 했어요…”
“그래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왜 그런 기묘한 편지를 보냈지?”
“…”
리엔나는 굳이 다시 한 번 더 주변을 둘러 본 뒤 머리를 뒤로 올려 묶고 안경을 꺼내서 썼다.
그 후, 천천히 목소리를 낮추고 이야기 했다.
“로르텔 회주께서, 슬로그 켈드럭스가 준비해 놓은 저주 마법에 당했어요.”
“…뭐?”
나는 미간을 좁힌 채 이야기했다.
“그런 난폭한 수단을 썼다고?”
“난폭한지 어떤지는… 사실 좀 애매하다고.. 봐야하거든요… 하지만 따지자면, 예에… 난폭하죠…”
“설마 대놓고 행하는 테러 행위에 로르텔이 쉽게 당할 거 같진 않은데. 슬로그 만큼이나 로르텔도 용의주도 한데다가, 마법 실력도 어지간한 마법사들보다 뛰어나잖아.”
“맞아요. 하지만… 상황이 좀 특수해서요…”
“아니, 아무리 상황이 특수하다고 해도… 그런 막무가내 같은 방식으로 정말 회주 자리를 찬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슬로그 켈드럭스는 성실하고 사려 깊은 상인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능구렁이를 수백 마리나 키우고 있는 음흉한 인간이라고 들었다.
이런 막나가는 방식은 그 슬로그라는 인간의 이미지와는 잘 맞아떨어지질 않는다. 오히려 역풍을 맞기 딱 좋아보인다.
“저주 마법이라고 하면 어떤 저주지? 호흡 방해나 혈류 정지 같은 즉사계 마법은 아무리 그래도 아니겠지…”
“예… 애초에 회주 대리는 당장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요… 다만, 무력화 당하긴 했어요…”
“그럼… 제압계 저주인가?”
“그… 비슷한데요…”
리엔나 비서는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애매한 모양인지, 말을 얼버무리면서 이야기 했다.
“일단, 직접 회주 대리를 만나보시는 게 이해하기 빠르실 거에요…”
*
그 뒤로도 한참을 더 시장 거리를 나아가야 했다.
지금부터 보게 될 광경은 엘테 상회 내부에서도 극비 중의 극비라고 신신 당부를 하면서, 가는 길 내내 그 중요성을 반복해서 설명해댔다.
그럴만 했다. 로르텔 같은 중요 인물이 무력화 당했다는 것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혼란을 초래하는 법이다.
그러면서도 리엔나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지금 시점에서 로르텔 회주 대리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이 올덱에서 안전하게 데리고 나가서, 잘 보호 해줄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듣자하니 로르텔은 언제나 기회만 되면 리엔나 비서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 했다는 듯 하다. 얼마나 속 깊은 이야기까지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궁지에 몰려서 위기에 빠지면 이 사람은 반드시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읊조렸댄다.
맞는 말이긴 하다.
내가 위기에 빠지면 로르텔은 날 반드시 도울 것이란 확신이 있다.
그러니, 그 반대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양팔저울이란 언제나 수평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받은 것이 있으니, 또 이것 저것 주는 것일 뿐이다.
“여기서 지하로 돌아서 들어가야 해요.”
“또 지하를 들어간다고? 벌써 세 번째인데.”
“필요한 일이에요.”
그렇게 얽히고 설킨 뒷길을 들어가고, 빠지고, 하수도를 몇 번이나 들어갔다 나오니 우중충한 벽돌 건물의 뒷문까지 도달했다.
리엔나는 조용히 노크를 두어번 하고, 문 건너의 사람에게 알 수 없는 외국어 같은 대사를 전했다. 아무래도 암호인 듯 했다.
그렇게 암호를 전달하고 나자, 천천히 그 낡은 벽돌 건물의 뒷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어두컴컴한 카운터. 그 한 켠에 건장한 사내 하나가 앉아 있었다. 망토의 무늬를 보니 엘테 상회 소속의 상인이다.
그는 고개를 숙여서 리엔나 수석 비서에게 인사한 뒤, 내게도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 정도로 딱 예의 표시는 절제하고, 안 쪽으로 날 안내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취했다.
리엔나 수석 비서는 그런 사내의 움직임을 팔을 들어 저지하고, 고개를 휙 꺾어서 시선을 뒤 쪽으로 돌리는 것만으로 명령을 내렸다. 직접 안내할테니 입구 쪽을 계속 지키고 있으라는 것이다.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았다. 리엔나는 그대로 나를 이끌고 어두컴컴한 복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영업하던 폐 여관을 개조해서 몰래 쓰고 있는 곳 이에요. 제일 안 쪽 방에 회주대리께서 계십니다.”
“그래… 이렇게 깊숙하게 숨어 있을 일인가 싶네.”
마지막 방 문 앞까지 도달한 뒤, 리엔나 비서는 다시금 고개를 돌린 채 내게 신신당부했다.
“비밀 엄수 의무야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겠죠. 다만… 그… 너무 당황하지는… 마세요…”
“당황…?”
“그.. 아니요, 일단 들어가시죠.”
그렇게 말한 뒤, 리엔나 비서는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의 풍경은 꽤나 살벌했다.
이제는 영업하지 않는 폐여관 답게, 여기 저기에 낡고 허름한 목재 가구만 가득하다. 불도 밝히지 않아 어두운 방 안의 풍경, 그 가운데 있는 원탁 테이블에… 익숙한 적갈색 머리칼의 소녀가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다.
로르텔 케헬른. 누가 보아도 그 거상의 뒷모습이었다. 다만, 뭔가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이….
“회주 대리님.”
리엔나 비서가 그렇게 로르텔을 부르며 입장하는 순간, 로르텔이 고개를 휙 하고 돌아보았다.
그 발랄하기까지 한 몸짓에 순간적으로 위화감이 솟아오른 것은… 아직 내 직감이 살아있단 뜻일까.
“리엔나!”
화색 가득한 표정으로 의자에서 뛰어내린 로르텔은, 보란 듯이 문 앞까지 달려와 리엔나의 품에 안긴 것이다.
어찌나 발랄한지 그 모습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
내가 뭐라 말문이 막혀서 가만히 있는 틈에, 로르텔이 울먹거리며 이야기 한다.
“나 리엔나가 말한대로 아무데도 안 가고 가만히 앉아 있었어! 무지 심심했는데, 리엔나가 칭찬해준다고 했으니까 열심히 참았어! 일지 열심히 읽으면서 기억도 되새김질 하고 있었어! 으음~, 별로… 떠오르는 건 없었지만…”
“예에… 회주 대리님… 잘… 하셨습니다…”
“응! 자! 머리 쓰다듬어 줄래?!”
그렇게 말하며, 흥흥 거리는 콧노래와 함께 리엔나의 손을 잡아다가 제 머리에 올려놓고 빙긋빙긋 웃는다.
뭔가… 신장이 좀 줄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리엔나 비서가 이야기했다.
“여기… 그… 이 분이… 에드 로스테일러 도련님입니다…”
“아, 히엑!”
로르텔은 화들짝 놀라더니, 얼른 리엔나 비서의 등 뒤로 휙 숨어서 빼꼼 고개만 내밀었다.
낯을 가리는 소녀의 모습으로 불안불안하게 날 올려다보더니, 모기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한다.
“으에에… 그으, 일지에 적혀 있었던… 도련님… 이요… 실제로 뵙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갑자기…”
“자아, 회주 대리님. 이렇게 제 뒤로 숨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아, 으음, 잠깐… 응, 싫어…”
부끄럼을 타며 낯을 가리는 그 모습이, 아무리 봐도 나잇대에 맞지 않다.
나는 팍 굳은 얼굴로, 잠시간 리엔나 쪽을 쳐다보았다.
“…”
이건 신종 몰래카메라인가? 라는 현실도피를 해봤자… 의미는 없다….
그래도… 확실하게 설명을 들어야만 했다.
“…그, 신장은 생각보다 많이 줄지는 않았습니다만, 정작 중요한 정신연령은… 그… 보시면 아시겠지만….”
리엔나는 어렵사리 말을 끝마쳤다.
“이게… 그렇게… 됐습니다…”
“…”
“…….”
“………………”
나는 잠시간 굳어있다가, 뒷걸음질로 방 중앙까지 가서 목재 의자를 하나 꺼내어 앉았다.
그대로 턱을 괴고, 손으로 입 주변을 쓸어내고만 있었다. 그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으로… 한참을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삐질, 하고 식은 땀이 새어 나온 것은… 확실히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왜 다들 말이 없어어…? 무, 무서워어…”
리엔나의 옷깃을 꽉 잡아쥐며, 그 등에 고개를 묻은 채 로르텔이 덜덜 떠는 모습.
야속하게도, 한동안은 그 옷깃 스치는 소리만이 방 안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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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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