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264)
“엘테 상회의 회주가 직접 로스테일러 저택까지 찾아오다니, 나는 이것을 기뻐하면 좋을까, 아니면 걱정하는 게 좋을까.”
자주 잊어버리게 되는데, 어찌됐든 타냐는 이 거대한 영지를 다스리는 군주다.
전혀 연줄이 없는 타인이 타냐를 만나려거든, 약속을 잡거나 문의를 하는 게 아니라 ‘알현’을 해야한다.
요컨대 권위를 세우고 체면을 차려야 하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로스테일러 저택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슬로그 켈드럭스가 방문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응접용 1인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은 거만한 대귀족의 모습 그 자체다.
할 땐 하는 타냐답게 흠 잡을 데가 없는 모습이다. 한 손으로는 자신의 금발 머리칼을 베베 꼬고 있는 모습이, 슬로그에게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는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실상은 슬로그가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가 너무 궁금한 상태일 테지만.
“로스테일러 공작령을 지배하시는 두 분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고개를 숙인 채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는 슬로그 켈드럭스.
그 뒤로는 수많은 상단 직원들이 함께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상태였다.
정중하게 예의를 표하는 슬로그를 바로보며, 타냐는 뭐라 말하려다가…
“크츗.”
…재채기를 한 번 흘렸다.
“…”
“…”
잠시간의 정적이 오가는 사이, 나는 얼른 슬로그의 인상착의를 살폈다.
로르텔이 왜 항상 늙은 여우라고 불렀는지 그 이유를 알것만 같다. 관상만 척 봐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이다.
상업도시 올덱에서 수십년을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훈장이 된다. 지난한 세월동안 올덱은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단 하나의 대전제만큼은 변하지 않은 곳이니까.
뒤통수를 맞기 전에, 먼저 후려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
이 사내는, 필요하다면 가족이고 친구고 연인이고 모두 팔아치울 수 있는 독종 중의 독종이다.
나는 알현용 개인실 구석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입장 상 나는 여기서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 이 공간에서 가장 권위가 드높은 타냐의 친오빠 입장이다.
“제가 이 먼 로스테일러 저택까지 찾아온 것은, 그저 감사 인사를 올리러 왔을 뿐입니다.”
올덱의 상인은 절대로 시간을 허비하는 법이 없다.
고작 그런 이유로 로스테일러 저택까지 찾아올 거란 생각은 아무도 안한다.
“오호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구나. 슬로그 캘드래스.”
“켈드럭스입니다. 주인님.”
“슬로그 켈드럭스.”
벨의 조언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나저나, 정말 끝까지 권위를 챙길 수 있는 거 맞냐.. 타냐…
“그대가 내게 감사해야할만한 일이 무엇이 있지?”
“저희 엘테 상회의 핵심 인력이자, 회주 대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준 로르텔 케헬른이 로스테일러 본가에 많은 신세를 졌다고 들었습니다. 소개해주신 인선들이나, 빌려주신 권위들을 생각해보면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의 이득을 올렸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너희 올덱의 상인들에게도 감사할 줄 아는 미덕은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허나,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하러 여기까지 왔다라?”
다리를 꼰 채 발 끝을 거만하게 까딱이던 타냐는,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
“설마 내가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거란 생각을 하진 않았을테고, 본론을 말하자면?”
“저택에 여우가 숨어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슬로그가 선량한 미소를 지었다.
타냐가 호오, 하는 감탄사와 함께 덩달아 미소로 되받아쳐주자, 슬로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를 탈출한 여우는 다시 우리 안으로 돌려놔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글쎄, 내 눈에는 그대가 늙고 병든 여우로 보이는데.”
“원래 돈으로 돈 벌어 먹고 사는 인간들은 가슴 속에 여우 한 마리 씩은 품어 놓는 법입니다. 다만, 우리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지양해야지요.”
슬로그는 숙였던 허리를 펴고, 거만하게 내려다보는 타냐를 향해 똑바로 이야기했다.
“저희 상회에서 뛰쳐나간 여우에게 다시 목줄을 채울 수 있게 해주신다면, 그간 저희에게 베풀어주셨던 은덕이 정말 가치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건방진 말을 하는구나, 슬로그 켈… 켈…”
“…”
“…”
“슬로그 켈드럭스.”
좀 생소한 이름이긴 하다.
“그대에게는 우리 로스테일러 가문이, 길 잃은 야생동물이나 거둬들여서 보호하는 보호소로 보이나보군?”
“들은 바가 있기에.”
“잘못된 정보를 들었구나.”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지라.”
대충 팔짱을 낀 채 담화를 듣던 나는 미간을 구겼다.
이렇게 많은 호위 인력들을 끌고 직접 로스테일러 저택까지 찾아온 것부터가, 이미 슬로그는 확신을 하고 있다.
로르텔의 행방은 철저하게 비밀로 관리되고 있었을 터. 그런 정보를 슬로그가 알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능성을 떠올리게 만든다.
“저희 상회의 훌륭하고 능력있는 직원, 리엔나 수석비서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것이지요.”
고문인가, 배신인가.
어느 쪽이든 썩 뒷맛이 좋진 않다. 아마 후자보다는 전자일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로르텔에 비해 일개 직원인 리엔나는 슬로그 입장에서도 막 다루기 수월했을 터. 허나, 뒷수습을 어찌할 셈인가. 리엔나 비서는 이미 상회 핵심 인력 중 하나 아니던가.
나는 가만히 슬로그를 쳐다보다가, 한 마디 툭 던졌다.
“마치, 회주가 되고 나면 뒷일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군.”
“회주가 되다니요. 에드 로스테일러 도련님. 그 말씀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선량한 미소가 이토록 악독해 보일 수도 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슬로그의 웃음에는 음습한 무언가가 잔뜩 서려 있었다.
“저는 이미 엘테 상회의 회주 아닙니까.”
*“오라버니, 저 이 느낌… 중독될지도….”
슬로그는 정말 그 말만 하고 돌아가버렸다.
그 바쁜 인간이, 이렇게 거하게 행차해서 한다는 말이 그게 전부란 말인가.
뭔가 위화감이 잔뜩 들었지만, 당장 뭘 판단하기엔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어, 어때요. 좀 더 이렇게, 내려다 보는 투로 싸늘하게… 매도하는 느낌이… 좀 차가워 보여요…?”
“주인님. 작은 체구로 그렇게 거만한 자세를 취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그래봤자 재롱잔치로밖에 안보인다는 말을 기가 막히게 돌려말하는 벨에게,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
슬로그가 떠난 알현용 방.
타냐는 화려한 의자에 앉아서 발을 쭉 뻗고 몸을 풀었다. 우극, 으으윽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기지개를 하던 타냐는 한숨을 푹 쉬고선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도발하러 온 걸까요? 굳이 이 멀리까지, 서면으로 할 수도 있는 말만 하고 떠나다니..”
“글쎄… 어쨌든 슬로그는 우리가 로르텔을 숨겨놓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거 같다.”
“우리가 로르텔 선배님을 내줄 리가 없잖아요. 슬로그도 대충은 알고 있었을텐데, 왜 굳이 이 먼 길을..”
“…그냥, 확인하러 온 것이 아닐까요.”
우리 둘의 대화를 듣던 벨이 의견을 냈다.
늘 그렇듯 팔을 맞잡고 정중한 자세로 타냐의 뒤를 지키고 있는 모습 그대로다.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정중하게 이야기 하는 모습은, 주제 넘은 발언이 아닐까 걱정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로르텔 아가씨의 성격을 고려해본다면, 이런 식으로 슬로그 켈드럭스가 저택까지 찾아온 상황에 가만히 숨어있을 리가 없습니다. 직접 나서서 슬로그와 교섭을 하든, 협상을 걸든, 속임수를 쓰든 했을테지요.”
어지간한 실무는 직접 나서는 로르텔이다.
슬로그 같은 인간과 담화를 나누는데, 대리인을 보낼 성격은 절대 아닌 것이다.
“허나, 끝까지 주인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 보면서… 슬로그는 모종의 확신을 가졌을 겁니다.”
“…로르텔은 지금, 정상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없는 상태다… 라는 걸?”
“예. 그게 아니면 저 거상이 바쁜 시간 쪼개서 여기까지 온 게 설명이 잘 안되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벨의 의견은 타당하다.
리엔나 비서를 고문을 했든, 아니면 회유를 했든 간에… 슬로그는 로르텔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허나 리엔나 비서의 입에서 나온 정보만으로는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기 힘들었을 터.
저주 마법에 당하기는 했는지, 그 효력은 얼마나 먹혀들어갔는지, 본인은 얼마나 오랜 기간 무력화 당한 상태일지…
그런 것들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뭐든지 확신을 가지고 움직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니까.
어쨌든, 로르텔의 모습을 끝까지 숨기는 우리의 반응을 보면서, 정말로 로르텔이 심각한 상태라는 부분만큼은 확신을 가졌을 터.
“올덱으로 돌아간다면, 바로 뭔가 움직임을 취하겠군…”
“그렇겠네요, 오라버니. 슬로그 입장에서는… 마지막 불안 요소가 막 사라진 거니까요.”
“이쯤되면 나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순 없겠다. 무엇보다 올덱에 있는 리엔나 비서가 좀 걱정이 되네.”
로르텔의 최측근인 그녀가 직접 입을 열었다는 건 심상치 않은 일이다.
그녀는 듄이 상회를 배신한 극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로르텔의 편을 들던 측근이다.
그런 리엔나의 입을 열게 만든 수단이, 아무래도 평범할 것 같지는 않다.
“올덱으로 한 번 더 가봐야 할 필요성이 생긴 거 같다.”
“어디가서 다치실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몸 조심하세요. 오라버니.”
“당장 떠날 건 아니고… 준비할 게 이것 저것 있긴 하네.”
나는 잠시 턱을 괴고 고민하다가, 타냐에게 이야기 했다.
“지금부터 성도 카르페아에 서신을 보내면, 언제쯤 도착할 것 같아?”
*대충 결론을 내린 뒤,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슬로그가 뭘 계획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뭔가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자세한 건 올덱에 가서 생각해볼까 싶다가도,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창고에 있는 마공학 재료들을 몇 개 챙겨왔다.
그렇게 개인실에 있는 마공학도구들을 이용해서 뭘 좀 만들어 볼까 하던 순간이었다. 방 구석에 있는 옷장 안에서 묘한 인기척을 느꼈다.
“…”
타냐의 그 기묘한 버릇은 고쳐질 기미가 안 보인다.
사실 최근에는 무슨 다락방 상자 안에 들어가 있다든가, 여분용 커튼을 덮고 와인 저장고에 틀어박혀 있다든가… 갈수록 기상천외 해지고 있는 와중인지라, 옷장 정도면 굉장히 무난한 축에 드는 편이다.
이걸 무난하다고 생각해버린 시점에서 이미 선을 넘어간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나는 한숨을 흘리며 옷장 문을 열었다.
“이번엔 또 뭐가 그렇게 바빠서 여기까지 도망을…”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옷장 안에 들어있는 인물은 타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만다.
– 휘이… 피이…
쌔근쌔근 숨소리를 내며, 노트를 꽉 안은 채 잠들어 있는 로르텔.
확실히 체구가 좀 더 왜소해지면서, 이런 옷장 안에도 충분히 숨어 들 수 있는 몸이 된 것이다.
이따금씩 루시랑 숨바꼭질을 하며 저택을 뛰노는 것이야 잘 알고 있다.
놀아주는 루시 입장에서는 고역인 것 같다만, 일단 이런 저주 마법의 경과를 살피는 데에는 루시만한 인재가 없기에 믿고 맡겨둔 것이다.
물론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돌보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마력도 없는 상태로 로르텔에게 매일 휘둘려 다니다가, 이제는 찾는 것조차 포기해버린 것일까.
로르텔의 팔에 이끌려서 저택 복도를 뛰어다니다, 지쳐서 나가 떨어져버린 루시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상상된다. 항상 고생이 많구나… 루시…
문득 시선은 로르텔이 꽉 안고 있는 커다란 수첩으로 향한다.
저것은, 기억을 잃기 전의 로르텔이 업무용으로 들고 다니던 수첩이다.
당연히 메모할 일이 많은 직업이다. 그래도 어지간한 일정은 비서들을 통해서 관리할 수 있을텐데, 직접 메모해야만 하는 것들도 따로 있는걸까.
상회 내부의 여러 극비 사항을 잔뜩 알고 있을테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고보면, 저주에 당한 로르텔은 언제나 저 수첩을 끼고 다녔다.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남한테 감추고서 혼자 구석에서 늘 그 내용을 읽고 있는 것이다.
아직 난해한 글자들을 읽는 게 영 어색한지, 읽어가는 속도자체는 더뎠지만… 언젠가 내용을 다 독파하겠다는 듯이 열심히 응시하던 모습은 인상 깊었다.
그 수첩을 빼앗아서 억지로 내용물을 까보는 거야 가능하지만, 마치 어린 아이의 동심을 찢어발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단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안에 뭐가 적혀 있을지 모르는 시점에서… 더 이상 유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단서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로르텔이 자고 있을 때 얼른 살펴볼까…
그렇게 수첩 쪽으로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응히핫 크하아?!”
“…?”
뭐 육감이라도 작동한 것처럼, 수첩을 뺏으려는 순간 로르텔이 휙 하고 일어난 것이다.
입가에 침자국을 슥슥 닦으며, 반대 손으로 수첩을 꽉 끌어안고는 옷장 구석까지 기어들어갔다.
옷걸이에 걸려서 늘어선 셔츠와 외투 사이로, 로르텔의 새빨개진 얼굴이 드러났다.
“안돼요, 안돼! 안돼애!”
그렇게 수첩을 꽉 끌어 안은 채 크르릉 대는 모습이, 날이 잔뜩 선 살쾡이 같다. 로르텔은 그렇게 으르렁 대다가, 문득 상대가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숨을 확 집어삼켰다.
“응학! 죄, 죄송해요! 자, 잠결에!”
“그래, 일어났냐.”
“어, 어라아… 나 분명… 루시 언니랑 숨바꼭질을 하다가…”
“그래, 대충 뭔 상황인 줄은 알겠으니까 일단 옷장에서 나와라…”
타냐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로르텔까지 옷장 단골 손님이 되면 곤란하다.
로르텔에게 손을 뻗어주자, 로르텔은 한 차례 더 쭈뼛거리면서 시선을 내리깔더니, 천천히 내 손바닥에 자기 손을 올렸다.
그대로 당겨서 밖으로 탈출. 나는 로르텔의 손을 끌고 와서 방 한 켠에 있는 탁자에 앉혀두고, 차라도 한 잔 끓여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 방 구석에 있는 찻 주전자를 마법으로 데우기 시작했다.
로르텔은 자기 양 무릎에 주먹을 올려두고 꾹꾹 누르면서, 어렵사리 말을 이어갔다.
“죄, 죄송해요… 마, 맘대로 방에 들어가지 말라 했는데.. 그… 어떻게든 도망치다 보니까… 잘못했어요…”
“혼내는 거 아니니까 긴장할 필요 없다. 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 메이드들한테는 비밀로 해줄테니까.”
“저, 정말요?! 고마워요!”
그렇게 따뜻한 홍차 한 잔을 간단하게 끓여서 앞에 내주고, 내가 마실 차도 한 잔 가져와서 반대 편에 앉았다.
“저택 생활하는 데 불편한 건 없고?”
“네! 너무 좋아요! 벨 씨도, 예니카 언니도, 루시 언니도! 타냐 공작님은 좀… 무섭긴 한데…”
이건 또 의외다.
“어쨌든 사용인들도 메이드들도 매일 놀아주셔서 하루하루 너무 바쁠 지경이에요! 로스테일러 저택에 오길 잘했어요, 헤헤.”
어쨌든 지난 시간동안 로르텔은 저택 안을 돌아다니는 마스코트 비스무리한 게 되어 있는 느낌이다.
혼자서 몸에 흙을 잔뜩 묻히고 탐험하러 다니거나, 루시랑 숨바꼭질을 하거나, 예니카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낮잠을 잔다든가…
이미 저택의 귀염둥이로서 완전히 이곳에 섞여든 것이다.
진짜 정신차리고 나서 어쩌려고…. 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왔다.
그냥 명복을 빌 뿐이다.
“우, 우와아… 에드 도련님은 차도 잘 끓이시네요… 마, 맛있다아.. 정말 듣던대로 뭐든지 다 잘하시는구나…”
“듣던대로?”
“네에? 아하하, 사용인들이… 그런 말 자주해서요…!”
로르텔은 조막만한 양손으로 찻잔을 들어서 한 모금씩 마셨다.
“따뜻한 차는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거든. 너무 당황한 것 같아서 주는 거야. 일단 한 잔 마시고 편하게 있어라.”
“네, 네에… 감사해요…”
그렇게 편안한 느낌이 마음을 파고들 때 쯤,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마력을 끌어모았다.
마력을 아예 느낄 수가 없는 현 상태의 로르텔은, 저항조차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마력을 넘어서… 특수한 형태의 마력인 성위마력이었기 때문이다.
“우응…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가… 피곤하네요…”
뭔가에 홀린 듯이, 그렇게 로르텔은 스르르 책상에 엎드려서 잠에 들었다.
그 옆에는, 그토록 소중히 끼고 다니던 수첩이 뉘여져 있었다.
“…”
다시 쌔근쌔근 잠든 로르텔의 얼굴을 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서 수첩을 가져왔다.
그토록 소중히 안고 다니던 수첩. 이거 열어보는 거, 호기심 이전에 필요성의 문제다.
기억을 잃기 전의 로르텔이 마지막으로 어떤 메모를 남겼는지 확인하는 건, 당연히 거쳐야할 수순 아니던가.
솔직히 자기합리화도 아니고, 진짜 당연하고도 합당한 일이건만…
“…”
오래토록 소중히 보관하느라 잔뜩 헤진 수첩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올라왔다.
굉장히,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Primovilly
Seguro son notas de cuánto Loret ama a Ed no es así? Definitivamente lo protegería aunque perdiera todos sus recuerdos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