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265)
“오라버니야 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일상이긴 한데, 이번엔 벨까지 대동하신다고 하니 오히려 더 걱정이 되네요. 오라버니 혼자서 감당 안 될 정도로 위험한 일일까요?”
“아니 딱히 위험한 건 아니고, 그냥… 로르텔을 배려한 차원이다… 나랑 단둘이 있는게 아직은 썩 불편해 보이길래…”
“…그래요? 제 눈에는 그렇게 불편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게 말이다..”
이튿날, 로스테일러 저택의 앞문에는 사용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상업도시 올덱으로 향하는 나를 배웅하기 위해서다.
내가 저택 밖으로 오갈 때마다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타냐에게 미리 말해두긴 했지만, 이런 공식 일정으로 밖에 나갈 때는 제대로 된 출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나는 공식 일정을 수행하러 상업도시 올덱으로 간다. 명분상 로스테일러 가문의 발주를 받아 여러 생활용품을 유통하는 상회들을 점검하러 가겠다는 이유다.
메이드 장인 벨을 직접 대동해서 나가려면 그에 걸맞은 명분이 필요했다. 벨은 생각 이상으로 고급인력인지라, 저택의 핵심 인사들 만큼이나 일정을 빼기가 빡빡했기 때문이다.
어린 로르텔은 벨의 뒤에 꼬옥 숨어서 옷깃을 움켜쥐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꽤나 살가운 사이였지만, 내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노트의 내용을 읽었단 사실을 알고 갑자기 확 멀어진 느낌이다.
어제 잠시 로르텔이 잠든 사이에 (정확히 말하면 내가 잠들게 한 사이에), 노트 내용을 확인한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로르텔이 기억을 잃기 전부터 항상 들고 다녔던 노트에는… 낯부끄러울 정도로 나에대한 단상들이 잔뜩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로르텔이 묘사한 나에 대한 이야기들이야 다소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미화한 구석이 많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여서 읽고 있는 내가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마차에 짐을 싣는 메이드들 사이에서 방방 뛰어다니는 로르텔을 쳐다보며, 벨이 조신한 목소리로 물었다.
필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는 타입이었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들어둬야할 필요성이 있을거라 판단한 듯 했다.
“뭐, 흑연으로 그린 내 초상화 같은 게 여기저기…. 의외로 로르텔이 그림을 제법 그리더라…”
“….”
“그리고, 로르텔이 기억을 잃기 전에 정리해놓은 사업 계획도가 알기 쉽게 그려져있던데. 왜 항상 애지중지하면서 몸에 붙이고 다녔는지 알 거 같더군.”
로르텔의 사업적 의도와, 향후 상회 운영에 대한 큼지막한 방향성이 세세하게 정리되어 있는 노트인만큼… 사업상의 적에게 넘어가기라도 하면 큰 손해를 감수하게 될 터.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내용을 머리 속에서만 정리할 수도 없는 일이니, 애지중지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로르텔은 성황도 쪽과 거래를 트고 나서 아예 상회 내부 인력을 재편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회주 자리에 오르자마자 사람부터 정리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군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회 내부 장악을 위해 성황도와의 거래를 이용하려 했던 거야.”
거기까지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인지, 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인들을 옭아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국 돈으로 칭칭 감아서 묶어놓는 거지.”
나는 마차에 실리는 짐들을 눈대중으로 확인하면서 말했다.
“큼지막한 사업을 유치해서 그 사업권과, 핵심 연결지점을 꽉 쥐고 있으면 상회 내부의 상인 세력들도 로르텔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거야.”
이미 능력과 세력을 입증한 로르텔이지만, 마지막으로 회주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 영향력을 좀 더 확실히 피력해야만 한다.
단순히 전대 회주 엘테 케헬른의 양녀라는 이유만으로는 그 속이 시꺼먼 상인들의 리더로 군림할 수 없다.
“대충 알겠군요. 성황도와의 거래 건은 엘테 상회에서도 군침을 다실만한 큼지막한 거래 건이니까요… 그런 거래처를 유치하고, 오래 유지하면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겠죠.”
“그래. 그리고 성녀와 상회를 연결해줄 나나 로르텔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든 사업안이지.”
다른 상인들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오로지 자기만이 접근 가능한 시장을 개척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로르텔이 상인으로서 제 자리를 공고히 다지게 되는 마지막 결정수였던 것이다.
성도 카르페아의 심장과도 같은 시설인 성황도.
그 거대한 신전의 의식 용품, 생필품, 건축 및 유지 보수 자재, 그 외 여러 가지 마법 용품들을 혼자서 전부 다 댈 수 있다면… 엘테 상회가 손에 쥘 이윤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텔로스 교도의 규모가 어떻고, 또 성황도의 건물 규모는 어떤가.
성황과 성녀가 지내는 성황도는 단 세 개의 건물로만 이루어진 주제에 부지는 실베니아 아카데미보다 두 배는 넓다. 실베니아 아카데미도 어마어마한 규모인데도 말이다.
성직자라고 해서 언제나 사치와 먼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신성성과 품위를유지하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금화가 필요하다.
그 금화가 흘러들어가는 곳은, 엘테 상회의 창고 안이 될 것이다.
그 계획의 시발점은, 나 에드 로스테일러가 로르텔과 성녀 클라리스를 연결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뒤로 이어질 그 장대한 사업안을 감안해보면, 클라리스를 그냥 공짜로 소개해주겠다고 하는 내 발언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이었는지 로르텔은 충분히 알고 있었을 터.
흠칫하며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이 연기는 아니었던 셈이다. 뭐 이제와서 피차 간에 연기할 사이는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슬로그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군요.”
“그래. 그러니까 지금 시기에 움직인거야.”
만약 성녀 클라리스와 성공적으로 물류 유통 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성공해버린다면, 이제 상회 내에서 로르텔의 입지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지고 만다.
그렇게 되기 위해 로르텔의 목을 친다. 로르텔의 이번 청사진이 빛을 보기 전이 아니면 정말로 늦어버린다.
“오라버니도 아시겠지만~. 로르텔 선배님은 항상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큰 그림을 그려두시는 편이죠.”
그 순간, 마차 짐칸에서 스커트 자락을 촤락 털며 타냐가 휙 튀어나왔다.
내가 출발하기 전에 마차에 넣을 짐을 정리하던 인부들은 화들짝 놀랐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메이드들의 시중을 받으며 정문에 서있던 타냐가 어느샌가 마차 짐칸에 들어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넌 항상 기상천외한 곳에서 튀어나오는구나.”
“마차 짐칸은 별로 제 취향은 아니네요~. 착 감기는 그런 느낌이 없달까…”
“….”
“어쨌든요. 말씀하신 거 들어보니까, 냄새가 솔솔 나네요.”
타냐는 윤기가 흐르는 금발 머리칼을 베베 꼬면서 바닥에 착지했다.
짐을 넣던 짐꾼들이 화들짝 놀라서 무릎을 꿇지만, 타냐는 대충 고개를 젓는 것으로 계속 일을 하라는 지시를 전달했다.
“냄새?”
“오라버니도 낌새는 눈치채고 있잖아요? 그 슬로그라는 늙은 상인, 기묘할 정도로 대담해요. 마치 누가 뒤에 봐주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렇긴 한데, 또 그럴만한 세력이 눈에 밟히지는 않는다…”
“그러니까요… 난데 없이 로르텔 선배님을 제압해버리질 않나, 로스테일러 영지까지 직접 와서 상태를 확인해보기까지 하다니… 우리가 작정하고 개입하면 그 쪽도 피곤해질 거라는 걸 잘 알텐데…”
타냐는 턱을 괸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믿는 구석이 있나?”
“있어봤자 얼마나 믿음직스러울지는 의문스럽긴 한데…”
로스테일러 영지는 클로엘 황가와 성도 카르페아, 두 곳으로부터 동시에 비호를 받는 곳이다.
일단 이 대륙 내에서는, 로스테일러 공작가를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세력은 없다.
당장은 핵심 무력인 루시가 회복중에 있고, 가문 자체의 체계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서 규모는 한계가 있을지언정… 권위로는 함부로 비벼볼 수 없을 터.
“신중히 움직이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오라버니는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이시네요.”
“글쎄다…”
“정신없이 바쁜 동생 배려해주신답시고 모른 체 하시지만, 이 불초 타냐는 오라버니의 마차 뒤편에 실린 장병기 상자들이랑… 오라버니께서 아끼시는 ‘그 활’을 이미 다 보고 말았지 뭐에요~.”
타냐는 근처 목재 상자에 걸터 앉은 채로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무력으로 밀어버리실 생각이네요. 벨을 데려가야겠다고 하실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곤 생각했는데, 원래 이렇게 화끈하게 움직이시는 타입은 아니잖아요? 뒷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뭐, 뒤처리를 아예 생각 안하는 건 아니야. 나름 무력을 휘두를 정당성을 부여할 준비도 끝냈고…”
“그래도… 묘하게 오라버니답지 않은 느낌은 있네요.”
“뭐, 이렇게 과격하게 나갈 때도 있는 거지. 경고를 해야할 땐 해야할 거 아니야.”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이야기했다.
“로르텔을 건드렸잖아.”
로르텔 케헬른과는 이미 서로가 서로의 사람이 되기로 약속한 와중이다.
누누이 말해온 사실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한 약속은 아니었다.
“…”
타냐는 뭐라 말을 하려다가,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본인 딴에는 꽤나 흡족한 것인지, 세상 즐겁다는 얼굴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또 호응해주기도 좀 그렇다.
“그래도 일단 가주된 입장이니까 물어는 볼게요. 상회 정문 박차고 들어가서 슬로그를 두들겨 팬다고 쳐도, 그 뒷수습은 어떻게 하실 예정이세요? 로르텔 선배님께서도 말했잖아요? 명분이 확보가 안되면… 단순무식한 해결법은 의미가 없다는 거.”
아무리 공작가 자제라고 해도, 멀쩡히 일 잘하고 있는 거대 상회 문 부수고 들어가서 회주 멱살을 들어올리는 건 그냥 망나니 짓을 일삼는 것밖에 안된다.
“상인들 본성은 네가 더 잘 알잖아. 걔네는 돈 되는 일엔 영혼도 팔고, 돈 뺏어가는 놈들은 매정하게 내치기 마련이지.”
“…무슨 말 하실지는 알겠네요~.”
타냐는 스커트에 묻은 먼지들을 탈탈 털어내고선, 시중을 들기 위하 달려온 메이드들이 내미는 겉옷을 받아 입었다.
“상회 내 정치 싸움 때문에 성황도 납품 계약 같은 큰 건을 땅에 파묻어버리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슬로그 본인의 입지도 아슬아슬해지겠죠. 저도 동의해요. 자기 자리 유지하자고 상회 돈 잔치를 막아버린 판단은 지지받기 힘들테니까…”
타냐는 여론의 향방을 저울질하는 데에는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났다.
자기 코끝을 슥슥 긁으며 잠시 고민하던 타냐는 걱정어린 표정을 잠시 지었지만…
“뭐, 슬로그가 그 사실을 모를리는 없을테니 그 쪽에서도 뭔가 술수를 부리기야 하겠지만… 아핫…”
중간부터 뭔가 생각이 트였는지, 타냐는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금 날 배웅하던 정문 앞으로 돌아갔다.
“뭐어, 그래요. 오라버니. 다녀오세요. 몸 다치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그래. 금방 해결하고 올 거다. 벨이랑 로르텔 없는 동안 저택 관리 잘 하고 있어라.”
“저야 뭐 늘 하는 일인데요.”
그렇게 나와 로르텔, 그리고 벨을 실은 마차는 로스테일러 저택을 떠났다.
꽤 긴 여정이 될테니, 미리 잠을 좀 자둘 생각이었다.
“바람이 쌀쌀해집니다. 슬슬 들어가시지요.”
늙은 가신이 고개를 숙이며 타냐에게 진언했다.
로스테일러 저택의 정문에 서서 마차가 저 멀리 사라지는 걸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타냐는, 곁눈질로 무릎을 꿇은 가신을 쳐다보았다.
대륙에서도 이름값만으로는 그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여공작 타냐 로스테일러의 면전이다.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다리에 힘을 꽉 주고 있는 모습이 살짝 애처로워 보일 지경이다.
“…생각보다 화가 많이 나셨네.”
“…예?”
“아니에요. 들어가죠.”
마차에 올라타던 에드의 모습은 누가보아도 평온하고, 조용해보였다.
어조도 늘 그렇듯 평범했으나… 이미 로스테일러 저택의 주인으로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타냐만큼은 그 기저에 깔린 심리를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로르텔의 노트에 적혀 있었던 내용이 그가 말해준 게 전부인 건 아닌 듯 하다. 타냐는 그렇게 반 쯤 확신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올덱으로 향하는 에드 로스테일러의 모습이, 타냐의 눈에는 굉장히 분노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큼지막한 마차의 뒤편에서 벨에게 반쯤 안긴 채로 잠들어있는 로르텔을 보았다.
여정이 길어지다 보니 조금 피곤해진 모양이다. 아침부터 이리저리 활기차게 뛰어다니다가 쿨쿨 낮잠에 빠지는 게 딱 그 나잇대의 아이들이었다.
나는 다시금 좌석의 등받이에 몸을 뉘이고, 창틀에 팔뚝을 얹은 채 턱을 괬다.
“…”
흔들거리는 마차의 리듬 속에서 찬찬히 생각을 정리했다.
로르텔의 노트에서 보았던 여러 내용들. 사업 진행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둔 내용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듯 해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 ‘괼렌헬트 지방의 육류 유통량 추이 다시 확인하기.’
– ‘파악 덜 된 상회 내부 자산 항목 재추합하기.’
– ‘라센 백작이 발주한 장구류 물자 유통이 막혔는데 어떻게?’
– ‘로스테일러 공작령에 들른지 너무 오래 되었는데…’
이따금씩 노트 구석에 그려져 있던 내 초상화나, 다음에 공작령에 들를 때 무슨 선물을 사갈지 고민하는 내용 따위가 눈에 밟혀서 헛웃음이 나오곤 했다.
– ‘성황도와의 거래루트 뚫기. 그 늙은 영감탱이의 방해가 예상됨.’
– ‘에드 선배님에게는 최대한 함구하는 게 좋을 듯. 괜찮다고 말씀 드리기.’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마차는 덜컹거리면서 나아갔다.
──사실 로르텔에게는 더 쉬운 해결책이 있었다.
잔악한 거상들이 으레 그러듯, 그냥 로스테일러 공작령에 달려와서 고개를 숙이고 부탁하면 될 일이다. 권력자들에게 기대는 일쯤이야 상인들에게는 수치가 아니다.
그래. 우리 공작령과 연결되어 있는 권력자들의 권위에 기대어서, 어떻게든 슬로그의 꼬투리를 잡아 쫓아내버릴 궁리를 하는 게 좀 더 편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르텔은 끝까지 상인의 영향력으로서 그를 밀어낼 생각을 했다.
내 앞에서는 상회 안의 정치 구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성황도와의 사업적인 이야기만을 꺼내들었다.
왜?
정의로움. 신념. 정당성. 뭐 그런 멋있고 낭만적인 단어들이 떠오르지만, 아무래도 로르텔과는 거리가 멀다.
내 앞에서야 그 나잇대 소녀 같은 모습을 보이곤 하지만, 상업의 세계에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악마랑도 계약하는 악녀로 정평이 나있는 여자 아니던가.
그 갭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낼 수 있었다.
– ‘행여나 상회 일에 더 개입하고자 하신다면, 끝까지 괜찮다고 말해두기.’
상인들의 싸움은 진흙탕 속의 난투다.
그곳에서 부대끼고 싸우다보면 온갖 오명과 악명, 원망들이 바늘과 실처럼 따라붙는다.
그런 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로르텔이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은… 언제나 악취나는 흙탕물을 잔뜩 뒤집어쓴 몰골이었겠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나가며, 예전의 위용을 천천히 되찾아가고 있는 로스테일러 공작가. 로르텔은 로스테일러 가문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로르텔은 지나치게 똑똑하기에, 반대로 우둔한 여자다.
“…….”
고개를 숙인 채 덜컹거리는 마차의 바닥을 응시한다.
여름은 다 끝나가고 있음에도, 차가운 한기가 등에 서리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