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274)
한적한 거리를 걷다, 떠돌이 길고양이가 나비를 쫓아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펄럭거리는 날갯짓에 시선이 이끌려 나비를 열심히 쫓아 보지만, 애석하게도 그 앙증맞은 손에 나비가 잡히는 일은 드물다.
결국 길고양이들은 나비가 가득한 꽃밭까지 이끌려 가다가, 새파란 하늘로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
열심히 날갯짓을 하는 그 나비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나는 꽃처럼 보여서, 그렇게 길고양이들은 끊임없이 나비를 따라 꽃밭을 거닌다.
집도 없고, 돌아가야 할 곳도 없는 짐승이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가만히 나비를 쫓다 보면… 주변 풍경은 어느샌가 많이 뒤바뀌어 있다. 처음 추격을 시작한 곳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가늠도 되질 않는다.
그래도 상관 없다.
이 길바닥 위가 제집이다. 홀린 듯이 나비를 한참동안 쫓아다닌들, 정처 없이 떠돌 뿐인 길고양이의 삶에 큰 이변은 없다.
늘 그렇듯, 하늘을 지붕 삼아 잠에 들고, 해가 뜨면 또 길 위를 유유히 거닐 뿐이다.
흘러가는 시간에 휩쓸리듯 살아가는 삶.
그것이 곧, 떠돌이 길고양이의 삶인 셈이었다.
* * *
“절단자 젤란.”
개학 시즌, 실베니아의 풍경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르다.
학생들 얼굴에서 활기가 가득하고, 교직원들도 하나 같이 힘이 들어가 있다. 아직은 사람들의 활력이 가득 남아 있는 학기초의 이런 풍경은,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하면 금세 시들어 버릴 것이다.
따스한 봄에 한껏 피어오른 꽃처럼, 그 시기가 아니면 만끽하기 힘든 청춘의 흔적이다.
학사 생활에 낭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이 시기야 말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때라고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말을 하겠지.
“내 옛 전우인데… 이런 건 아마도 그 녀석이… 커흑… 커헉….”
그런 활기찬 교내 분위기와는 별개로,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인상을 짓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내 선임 교수인 칼레이드 록스테르였다.
깎다 만 수염이 뾰족하게 턱 부근에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 영 한심스럽다.
오전부터 숙취에 찌들어서 죽는 소리를 하던 그는, 교수동 한 구석에서 연초를 피우다가 나를 보더니 손을 휘적대며 인사를 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번 학기 원소학 수업 커리큘럼을 옆구리에 낀 채로 부득부득 교사를 걸어가고 있는 참이었다.
그러다가 칼레이드 교수를 만나자 물어볼 게 생각나서, 대화를 이어 가게 된 것이었다.
최고위 바람 정령 티르칼락스의 사체.
예니카의 고향에서 챙겨 온, 그 최고등급의 유물을 슥 보여 주자 칼레이드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선 날 쳐다봤다.
그리고, 이걸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할 만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묻자 그의 입에서 절단자 젤란이라는 마법사의 이름이 튀어나온 것이다.
“최고위 정령의 사체 같은 걸 어디서 챙겨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급 되는 물건을 감당 가능한 놈은 이 아켄섬 안에는 없다.”
작은 구슬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인 물건이지만, 그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제대로 활용하려거든 특수한 형태의 마력 가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으윽… 잠깐… 속이 너무 울렁거린다….”
“어제도 한잔했습니까?”
“했지… 어제도, 그제도…. 사흘 전에도….”
개학 전까지 만취 상태에 있는 칼레이드 교수의 모습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그는 우욱거리며 속을 개워 낼까 말까 하더니, 벤치에 몸을 묻은 채로 후욱 하고 숨을 내쉬었다.
“퓰란에서 찾은 물건입니다.”
“이야. 안 그래도 올덱 쪽 내부 이권 분쟁에 신나게 휩쓸렸다가 온 주제에, 또 언제 틈을 내서 퓰란까지 갔다 온 거냐. 우리 후임 교수 나으리가 방학을 아주 알차게 보냈네.”
“다 학부 업무 처리차 다녀온 김에 겸사겸사 처리한 겁니다.”
방학 중에도 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는 사실을 가감없이 말해보지만, 칼레이드 교수가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
“어쨌든, 내 전우 젤란이라는 그 녀석은 이런 유물을 사용하기 쉽게 가공하는 실력이 일품이었거든. 아직도 생각나네. 아인족 전쟁 때 신세를 아주 많이 졌어.”
탐구자 글래스트, 무법자 칼레이드, 절단자 젤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많은 수의 아인족을 학살했을 거라고 전해져 내려오는 세 마법사의 이름이다.
수호자 오벨 포시어스를 도와서 북부 아인족 토벌 때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이제 질릴 정도로 많이 들었다.
글래스트는 비극적으로 세상을 떴고, 칼레이드는 일선에서 물러나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젤란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그 애도 이미 늙을 만큼 늙어서… 할머니까지는 아니어도 아줌마가 되어 있겠군….”
“있을 만한 곳으로 짐작되는 장소가 있습니까?”
“글쎄… 워낙 신출귀몰한 녀석이라… 그래도 근 몇 년은 대마법사 글록트에 대해 연구한답시고 라멜른 산맥 지대를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는 돌더구만.”
그놈, 나이도 먹을 대로 먹었을 텐데 아직도 에너지와 열정이 넘친다니까.
그런 말을 내뱉고서는, 또다시 연초 하나를 꺼내어 문다. 칼레이드 교수는 이미 반쯤은 좀비 같은 몰골이었다.
“글록트 엘더베인 말입니까?”
“그래. 이 대륙에서 마법사 하겠다는 놈들 치고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 양반. 사실 그 양반이 남겨 두었던 유물과 마공학 용품이 꽤 양이 되는 모양이야.”
글록트 엘더베인은 마법의 모든 분야에 골고루 조예가 깊었던 마법사다.
유물학이나 마공학에도 충분하리만치 높은 수준에 이르러 있었으리라.
“그 양반이 현역 시절 때 썼던 물건들이나, 연구했던 것들이 얼마나 방대했겠어. 다만 그 과정에서 나왔던 완성품들이 라멜른 산맥 지대 어딘가에 긴밀하게 잠들어 있다는 소문이 돌거든.”
“그런 소문은 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사실 나도 그래. 그런 소문이 대대적으로 퍼졌으면, 보물 사냥꾼들이 라멜른 산맥 지대를 다 깎아내서라도 글록트의 보물을 찾으려 들었겠지.”
그건 좀 과장이라 치더라도, 확실히 산맥 구석구석을 다 뒤지긴 했을 것이다.
글록트 엘더베인은 죽기 직전에 쓴 책 한 권만 해도 금화 수천 닢을 호가할 정도로 가치 있는 마법사였다.
마법학적으로도, 대륙 역사적으로도, 그리고 금전적으로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물건들이 라멜른 산맥 지대 어딘가에 파묻혀 있다면….
“내 생각엔, 그냥 소문이라고 둘러댔을 뿐이지만 젤란 그 녀석이 뭔가 알고 있는 거 같긴 하다.”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절단자 젤란이라는 사람은 결국 글록트의 흔적을 찾아 라멜른 산맥 지대를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흠….”
“왜, 짐작 가는 게 있냐?”
“아니요. 아시다시피, 제 본가 쪽에서 글록트 엘더베인의 수제자를 보호하고 있거든요.”
“아. 그 길고양이같이 까탈스러운 녀석 말이구만.”
그 이름은 루시 메이릴이다.
한때는 전 세계를 호령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무력을 자랑하는 마법사였으나.
지금은 휴식을 취하며 모종의 이유로 소모해 버린 마력을 복구하고 있는 와중이다.
“실제로 대마법사 글록트와 라멜른 산맥 지대에서 수년 간 가르침을 받았던 녀석인지라, 아마 라멜른 산맥 지대 어딘가에 있을 글록트의 거처를 알고 있을 겁니다.”
“…젤란이 그 말을 들으면 눈에 불을 켜고 기뻐하겠군.”
“이 티르칼락스의 사체를 가공해 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글록트의 옛 거처 위치를 일러 주는 걸 조건으로 걸면 그쪽에서 받아들일까요?”
“받아들이는 걸 넘어서, 웃돈을 더 얹어 달라고 요구해도 될 걸.”
절단자 젤란이라는 자의 성격을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호기심 강하고, 모험심에 불타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선량함도 갖추고 있다.
클레드릭 수도원에 수많은 아인족들을 보호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바로 그녀라고 들었다.
그렇게 많은 아인족들을 학살해 ‘절단자’라는 별명이 붙었을지언정,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어린 아인족에게는 자비를 베풀었던 것이다.
“물론, 글록트의 옛 거처라고 해서 뭔가 남아 있을 거란 생각을 하긴 힘듭니다만….”
“그런가? 오히려 그 정도 대마법사의 거처라면 뭐라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나.”
듣기로는, 루시는 글록트가 사망하자마자 그 거처를 버리고 떠났다고 했으니…. 아마 루시가 떠났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물론 단순한 통나무 오두막이었다면, 긴 시간 동안 노후되어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고.
“문제는… 그 젤란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찾아내냐는 거군요.”
문제는 지금 학기 중이라는 것이다.
학사 일정이 이렇게 잔뜩 쌓여 있는데 다 내팽개쳐 두고 떠날 수도 없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받은 만큼은 반드시 일하는 사람이다.
“뭐, 당장 급한 일은 아니니 천천히 생각해 봐도 되겠지. 그게 아니면, 당장 그 유물을 가공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
“그런 건 아닙니다만….”
나는 벤치에 앉아 연초를 태우며 말했다.
“최고위 정령식에 대해…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좀 있어서요….”
나는 손끝에 마력을 슬쩍 모아 보며 이야기 했다. 그 끝에서 바람이 조금 일더니 이윽고 다시 잦아든다.
고위 바람 정령 메릴다의 힘을 다루는 데에도 이제 완전히 익숙해졌다. 그렇다면, 그다음 단계를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칼레이드 교수는, 헛웃음을 픽 흘리고 말았다.
“역시, 넌 미친놈이다.”
“…….”
우리 둘 중 미친놈을 굳이 꼽자면, 사실 칼레이드 교수가 더 가까울 거란 생각이 든다.
“어쨌든, 당분간은 학사 일정 소화하는 데 집중부터 해야 할 테니…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루시랑 이야기해 보려면 본가로 돌아가야 하는데, 당분간은 귀가할 일정이 없으니까요.”
“뭐, 그런 법이겠지. 근데 너도 알겠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항상 일정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다.”
“…왜 그런 불안한 말을 합니까?”
“뭐 그냥 그렇다는거지.”
칼레이드 교수는 벤치에 완전히 드러누운 채, 껄껄대며 웃었다.
하여간, 팔자 좋은 인간이었다.
* * *
“에드 교수님. 지시하셨던 서류들 다 정리가 끝났는데, 강의실로 가져다 놓을까요?”
“아니, 지금 줘라. 손이 빌 때 검토 끝내 놔야겠다.”
“넵.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학사에서 마련해 준 내 연구실에는 6명의 조교가 소속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똘똘한 녀석이 지시해 뒀던 서류들을 들고 내 책상 위에 하나하나씩 안건별로 정리해 올려놓고 있었다.
“그… 에드 교수님.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뭐냐.”
“실베니아 아카데미의 학적 기록부를 검토하다가, 루시 메이릴 선배님의 기록을 봤습니다….”
나름 일머리가 빠르고 똘똘해서, 쭉 데리고 있으려고 마음먹은 녀석이다.
어지간한 궁금증 정도는 풀어 줄까 싶어서 이야기를 들어 보고 있자니, 루시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 루시 선배님은 학생시절 때 어떤 느낌이셨나요?”
“…….”
“역시 그 전설적인 루시 선배님인 만큼, 학생들 모두의 귀감이 되셨었겠죠….”
실베니아 아카데미 학사에서 루시 메이릴이라는 선배의 존재는 이미 전설 비스무리한 것이 되어 있었다.
루시는 졸업조차도 하지 않고 중퇴생 신분으로 학적을 마쳤음에도 모든 학생들이 우상으로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야 그럴 만했다. 이 실베니아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로 그녀가 보였던 행보는 우등생을 넘어서 아예 위인의 영역에 이르러 있었으니까.
종국에는 성창룡 벨브로크를 상대로 수시간을 버텨 내고, 대현자 실베니아의 성위 마법까지 무력화시켜 버렸으니…. 이대로 성장해 모든 재능을 개화한다면 어떤 괴물이 되어 있을지 그 누구도 섣불리 예상할 수가 없었다.
명실상부 금세기 최고의 재능을 가진 마법사이니만큼, 그녀에 대한 소문도 학사에 자주 돌았다.
이지적인 외모, 품위 있는 몸짓. 언제나 사려 깊고 아름다우며, 기품 넘치는 웃음을 짓고 학생들을 대표하는 실베니아의 수석 마법사.
…소문이란 것은 부풀려지기 마련이지만, 루시 메이릴의 실물을 아는 자가 들으면 모두 어이없어할 내용들뿐이었다.
물론 학사 입장에서는 그런 훌륭한 마법사를 배출해 냈다는 사실을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으므로, 헛소문은 그렇게 방치되고 부풀려지는 와중이었다.
“제… 우상과도 같은 분이라서요….”
“…….”
천진난만한 소녀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 나는 잠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루시 메이릴의 학사 생활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빈말로도 성실했다고는 말 못 하겠다.
그러나, 저 낭만 가득한 청춘 소녀의 꿈을 가차 없이 짓밟는 것도 썩 쉬운 일은 아니다….
“…루시라….”
그래… 어차피 나 또한 지금은 학사 측의 사람이다. 일단은 학사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는 게 이치에 맞다.
그리고, 진실이 어찌 됐든 간에 학생들이 동기를 부여받고 열심히 학업에 임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거면 된 거 아니겠냐….
아무도 피해 보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솔직함이 정답이 아닐 때도 있는 것이다.
“그래… 루시는… 정말 훌륭한 마법사였지. 그야말로 모든 마법사들의 귀감이었다….”
“여… 역시 그랬군요…. 어떤 분이실까 항상 궁금했어요….”
학적기록부에 그녀의 천문학적인 수치의 벌점 기록이나 결석 기록이 전부 남아 있지 않고 말소되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어쩌면 중퇴한 게 신의 한수였을지도 모른다.
“무슨 마법이든 별 노력없이 척척 익히면서도, 절대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성실했다.”
야… 양심이 좀 찔리지만….
어차피 마력을 잃고 로스테일러 저택에 처박혀 있는 루시를 만날 일도 없으니… 이 정도쯤은 학업을 위한 동기 부여로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저도… 언젠가 루시 선배님 같은 마법사가 될 수 있을까요….”
“노력한다면 가능하겠지. 이 세상에 허황된 목표 같은 건 없으니까, 매일매일 착실히 노력해 봐라.”
“넵… 지금은 미약한 마법사지만, 꼭 루시 선배님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어요!”
양 주먹을 불끈 움켜쥔 조교가 눈에서 불을 피워올렸다.
그래…. 그거면 된 거야….
* * *
학기가 시작하고 나니 에드 로스테일러가 저택으로 돌아오는 날이 극도로 적어졌다.
학사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들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에드가 보고 싶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
루시 메이릴은 파자마를 입은 채 침대 위에 누워 방 천장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마력을 잃고 로스테일러 저택에 몸을 위탁한 지도 벌써 몇 년이 됐다. 그간 간단한 마력 정도는 다룰 수 있게 되었지만, 예전의 그 막대한 힘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미약한 수준인지라 기별도 가지 않았다.
손끝으로 불꽃 하나를 일으켜서 허공에 부유시켜 보다가, 이내 꽉 주먹을 움켜쥐어서 없애 버린다.
몇 년이나 걸렸지만, 그래도 기초 마법 정도는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정도만 되더라도 루시에게는 의미가 크다.
수십년간 칼을 휘둘러 온 백전노장들은 식칼 한 자루만으로도 맹수를 제압한다.
초보적인 수준의 마법일 뿐이지만, 마력의 응용 감각이 극에 달해 있는 루시는 아주 약간의 마력만 주어져도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기초 불 마법과 기초 은신 마법이라 할지라도, 루시의 손에서 나가는 마법은 그 격 자체가 다르다.
“…….”
이 로스테일러 저택에 오래 지내면서, 메이드들의 생활패턴 정도는 이미 어느정도 눈에 들어왔다.
오랫동안 에드 로스테일러의 얼굴을 못 봤더니, 괜스레 코끝이 근질거리는 기분이다.
그렇게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이윽고 루시는 툭 내뱉는다.
“…탈출할까..”
…대형 사고의 조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