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280)
큼지막한 크기의 마공학 용품이 오두막 앞에 있는 마당에 나와 있었다.
젤란이 말하기를, 내부 구조를 살펴봤을 때 이 마공학 용품이 글록트가 만들어 낸 ‘관측기’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그 주변에 둘러서서, 젤란과 빌헬름, 그리고 에드와 루시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일단, 이론상 뭐가 크게 잘못될 가능성은 적어. 다른 세계를 관측하는 것만으로 일이 잘못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
에드 로스테일러는 진중한 표정으로 루시에게 이야기했다.
루시는 성위 마력을 다룰 줄은 알지만, 지금 당장 성위 마력을 끌어낼 수는 없다.
그렇기에 당장은 에드 로스테일러의 성위 마력을 이용한다.
일단 사용할 수 있는 성위 마력을 어디서든 끌어내기만 한다면, 마력의 운용 자체는 루시가 한 수 위다.
루시보다 더 뛰어난 마력 감각을 타고난 자는 이 세상에 없다.
“마력이란 상호 작용이 기본인 개념이니까. 저쪽 세계에 영향을 끼칠 방법이 없는 한, 뭔가가 잘못되지는 않을 거야.”
젤란도 에드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나, 문제는 들어가는 성위 마력의 양이다.
“작업을 진행하다가 마력이 너무 많이 빨려들어 가는 것 같으면, 곧바로 중지해. 나는… 너희들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일을 진행시키고 싶진 않아.”
젤란이 진중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에드와 루시는 고개를 끄덕인 채, 커다란 마공학 용품 앞에 똑바로 섰다.
기계장치와 태엽들이 잔뜩 들어가 있는, 사람 절반만 한 크기의 장치.
마력 접합판으로 보이는 구조물에 손을 얹은 채, 에드는 검붉은 성위 마력을 이끌어 냈다.
“저… 저게 성위 마법….”
성위 마력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인지, 빌헬름이 휘둥그렇게 눈을 뜨고 놀랐다.
확실히, 일반적인 사람이 직접 성위 마법을 볼 기회는 드물다.
에드의 몸에서 끌어 올려진 성위 마력이 주변 일대를 휘감았다. 벨브로크 토벌전 이후로도 꾸준히 연구하고 수련해 온 에드의 성위 마력은, 이미 어지간한 중위 마법은 우습게 감당할 정도의 양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눈을 지그시 감은 에드가 한 번 더 힘을 집중하자, 일대에 퍼진 성위 마력이 한 점에 집중된다.
그리고, 그의 소매를 부여잡고 있던 루시가 반대 손을 끌어 올려 성위 마력을 이어받는다.
에드의 마력을 포근하게 감싸 쥔 루시가 접합판 위로 정신을 집중하자, 그 막대한 양의 마력은 내부 회로로 이끌려 들어간다.
복잡한 내부 구조를 곧바로 파악해 낸 루시는, 어렵지 않게 마공학 용품이 원하는 형태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관측기의 중앙부에 있는 수정 구슬이 조금씩 빛나기 시작한다.
―쿵, 후웅….
―화아아아악….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들.
수백 수천 수만 가지로 뻗어 나가는 온갖 가능성의 세계들.
끝없이 펼쳐진 그 가능성의 바다를 부유하며, 원하는 지점을 관측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마공학 용품.
희대의 천재 글록트 엘더베인이 만든, ‘세계 관측기’.
이윽고… 검붉은 마력이 폭발적으로 피어오른다. 관측기가 작동하며 일대를 어둠 속으로 덮어 버린다.
“크, 으으윽!”
“이… 이건…!”
모든 세계를 전부 관측할 순 없다. 마력의 여파가 닿는 세계까지만이다.
그 세계 중에… 젤란이 원하는 세계라는 게 있기는 할 것인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측하지 못하면 도달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에드도 루시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아마도 젤란이 원하는 세계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젤란이 아인족을 학살하지 않은 세계.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분기점이 너무나도 먼 과거에 있다.
실베니아 정도로 성위 마법에 통달한 것도 아니고, 마력량도 한없이 부족한데… 그 분기점 너머의 세계를 관측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젤란의 마지막 비원에 후회는 남겨 놓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두 사람은 젤란의 부탁을 수용한 것이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꽉 손을 맞잡은 루시와 에드는 눈을 떴다.
그리고… 전 세계, 전 시간대에서 오로지 실베니아와 글록트만 관측할 수 있었을 풍경이 펼쳐진다.
어둠 속의 공간에서 부유하는 듯한 느낌.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마치 선처럼 이어진… 수많은 세계의 흐름들이다.
전체의 윤곽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흐름을 전부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대현자 실베니아뿐이다.
거대하게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들의 행렬 같기도 하고, 수십 개의 아류를 형성하는 커다란 강 같기도 하다.
확실한 건…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풍경의 극히 일부만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관측 가능한 세계는 많다. 평생을 다 바쳐도 전부 관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극히 일부일 뿐.
세계의 가능성은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분화되어, 영원토록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문득 뻗어져 나가는 저 먼 미래를 본다.
‘절벽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가능성이 끊겨서 사라져 버리는 그런 지점은… 아직 여기선 보이진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그 절벽을 뛰어넘는 것에 성공한 것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 젤란이 원하는 세계는 없었다고, 돌아가서 말하자. ]그 순간, 루시의 속삭임이 에드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직 단 하나의 세계도 관측하지 않았다. 그러나, 루시는 그렇게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 그게… 그 늙은 마법사한테는 가장 나을 거라고 생각해.]에드는 루시가 젤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잃은 것은 잃은 것이다.
잃은 것은 잃은 것으로 남겨 두고, 새로운 것을 품에 안아야만 한다. 삶의 이유 또한 그렇다.
루시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상실의 아픔에 매몰되어 삶 전체를 내던져 버린 한 늙은 교수를… 기억하고 있다.
만약, 젤란이 원하는 세계가 관측되기라도 한다면… 젤란은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모든 삶을 내던져 버릴 것이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 불가능한 일인지를 따지기도 전에… 젤란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갈 곳 없는 길고양이가 나비를 쫓아 헤매듯, 잡히지 않는 목표를 쫓아 영원히 부유하듯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루시는… 아예 모든 가능성을 닫아 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젤란이 이 세계에서, 새로운 삶의 이유를 찾아 발버둥 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루시는…. 다른 세계를 관측할 마음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 ……. ]루시의 그런 선택에… 에드는 반대하기가 영 힘들었다.
젤란이 가지고 있는 연구 성과 같은 것이야 교섭 좀 잘 하면 받아 낼 수 있다. 어차피 그녀는 코헬톤 무법 지대에서 뜰 예정이니까.
그러니…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은, 삶의 이유를 잃고 조금씩 침전해 가는 그녀에게 새 이유를 찾아 주는 것이다.
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 나도… 네 의견에 동의한다…. ]허공을 부유하는 듯한 감각 속에서, 에드는 조용히 루시의 말에 긍정해 주었다.
[ 이만 마무리 짓자. ]…그렇게 이야기하는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악!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세계와 세계는 간섭하지 못한다. 그것이 세상의 섭리다.
마력이란 상호 작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가지의 갈래 중 하나에서 기묘한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
어떤 가능성의 세계인지 관측할 수조차 없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푸르스름한 마력은… 이내 거대한 손아귀의 형태가 되더니, 루시와 에드를 향해 그 손을 뻗쳤다.
거의 1-2초 만에 일어난 일이다.
에드는 순식간에 루시를 감싸 안았다. 그러면서 재빨리 성위 마력을 전부 갈무리해 버린다.
그러나 두 사람을 감싸 쥐는 손아귀의 속도가 더 빠르다.
무슨 일인지, 대체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나, 루시는 순식간에 몸을 일으키더니, 자그마한 충격 마법을 발현해 에드를 밀어내 버린다.
―파악!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에드라면 해결해 낼 것이다.
그 신뢰가 있기에, 루시는 알 수 없는 마력을 온몸으로 받아 내려 했다.
순식간에 튕겨져 나간 에드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가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서 루시를 향해 던졌다. 가히 놀라운 순발력이었다.
그렇게 에드가 던진 물건을 받아 드는 순간, 루시는 막대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손아귀에 그대로 휘감겨 버렸다.
[ 그거 반드시 가지고 있어! 그걸 꼭 가지고 있어야 해! 루시! ]다급하게 외치는 에드의 목소리가 루시의 귀에 닿는다. 그렇게 무언가에 이끌려 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루시의 의식이 날아가 버렸다.
―화아아아악!
―콰아아아앙!
에드가 눈을 떴을 땐, 난장판이 된 마당만이 눈에 들어와 있었다.
관측기가 작동하면서 만들어 낸 충격 탓인 듯했다. 마당 구석엔 여파에 휩쓸린 젤란과 빌헬름이 몸을 갈무리하고 있는 게 보였다.
에드는 그 중심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는… 조용히 미간을 찌푸렸다.
루시 메이릴은… 이곳에 없었다….
“이… 이건….”
젤란이 휘둥그렇게 뜬 눈으로 목소리를 떨었다.
에드는 재빨리 고개를 털며, 진중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다시 마공학 용품을 사용할 준비를 해 주십시오. 늦기 전에 루시를 빨리 꺼내 와야겠습니다.”
* * *
―뚝, 뚝.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그 소리에 루시 메이릴은 눈을 떴다. 차가운 벽돌의 한기가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루시는 마녀 모자를 꾹 눌러쓰며, 고개를 휙휙 휘저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다.
몸에 다친 곳은 없는 듯하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루시는 주변을 살폈다.
반파된 건물의 내부다.
그러나… 건물의 구조가 묘하게 익숙했다. 몇 번이고 와 본 적 있는 듯한 건물이다.
“…….”
반쯤 뜬 눈으로 상황을 살피던 루시는, 이윽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만다.
단절된 세계와 세계 사이를 뛰어넘는 것은 이론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본디 마력이란 상호 작용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길한 느낌이 루시의 등허리를 타고 엄습했다.
그리고…. 건물 내부의 풍경을 다시금 살피자…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고 만다.
이곳은, 실베니아 아카데미의 핵심 중추 시설… ‘트릭스관’이다.
그러나, 완전히 박살 나 있다.
심지어 박살 난 채로 몇 년을 방치되어 있었던 듯한 느낌이다. 부서진 대리석 바닥 근처로 잡초가 피어올라 있었고, 오래된 액자는 녹이 슬어 있었다.
실베니아 역사상, 트릭스관이 이렇게까지 박살 났던 적은 단 한 번뿐이다.
‘성창룡 벨브로크’가… 이 아켄섬의 앞바다에 강림했을 때다.
지금이야 그때의 상처는 모두 복구되었고, 실베니아 아카데미의 건물은 모두 제 역할을 하고 있었을 터인데….
루시의 눈에는, 이 건물이 몇 년 동안 변함없이 폐허로 남아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수많은 가능성의 갈래가 뻗어져 나가는, 수많은 세계.
지금 자신이 도달한 곳은, 어떤 곳이란 말인가.
오로지 미지로만 가득한 상황 속에서…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차….
“루시… 메이릴…!”
오랜만에 듣는 것 같은 목소리가, 루시의 귀를 찌르고 들어왔다.
반파된 외벽 저 너머, 바깥의 달빛을 등지고 있는 소녀.
잘 알고 있는 소녀는 아니다. 그러나, 잊지는 않고 있다.
그녀는… 그 언젠가 루시를 상대로 전력으로 덤볐다가 패퇴했던 소녀.
실베니아 아카데미 연금부 수석. 엘비라 에니스턴이었다.
“네… 네가 어째서 여기에…!”
“…….”
루시는 반쯤 뜬 멍한 눈으로 고개를 돌려 엘비라를 보았다.
루시는 엘비라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루시가 알고 있는 엘비라와는 외관이 좀 달랐다.
그 기다란 머리칼은 어깨 언저리에서 깔끔하게 잘려 있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선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느낌이다.
복장도… 늘 입고 다니던 실베니아 교복이 아니다. 몸에 딱 붙는 적갈색 가죽 재킷과 바지를 입고, 온갖 생존 가방과 파우치를 온몸에 두르고 있었다.
마치 야생에서 생존 생활을 반복해 온 밀림의 여전사 같은 몰골이다.
그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당황스러워,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차… 엘비라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우… 움직이지 마…! 허… 허튼 생각하지 말고…!”
엘비라의 반응이 묘했다.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한 반응이었다.
“너… 너는…! 분명… 분명 3년 전에….”
루시가 완전히 몸을 돌려서 엘비라 쪽을 보았다.
루시는 아무런 전투 의사가 없음에도, 엘비라는 몸을 덜덜 떨며 지팡이를 꽉 움켜쥐었다.
“너… 너어….”
엘비라의 목소리 끝이 떨린다.
루시는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으나… 일단 가장 시급한 것부터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조그마한 입술을 열어 목소리를 낸다.
“에드 로스테일러.”
루시 메이릴이라는 소녀가 삶의 이유로 삼았던 자의 이름.
소녀는 그 이름을 나지막이 뱉었다.
“에드 로스테일러는 어디 있어?”
이 세계의 에드는 어디에 있는가.
일단 그를 찾아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엘비라는 여전히 목소리를 떨고 있을 뿐이었다.
“루시… 너… 너….”
한없이 몸을 떨고 있을 뿐인 엘비라.
루시는 답답해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엘비라의 뒤쪽으로 보이는 아켄섬의 풍경이다.
그 순간, 어지간해선 표정이 변하는 일이 없는 루시의 눈썹이 확 좁혀졌다.
―타악.
그대로 발에 마력을 감아 폐허 외부로 휙 뛰쳐나갔다.
엘비라는 갑자기 루시가 거리를 좁히자 화들짝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루시는 그런 엘비라를 무심하게 지나쳐서, 트릭스관 앞으로 나왔다.
트릭스관은 실베니아 아카데미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지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그 큼지막한 아카데미가 다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바깥 풍경을 확인한 루시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실베니아 아카데미는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다. 남은 것은 그 원형을 겨우 유추할 수 있을 폐허들뿐이다.
그리고 아켄섬의 중앙부는… 마치 거대한 브레스가 쓸고 지나간 것처럼… 두 동강이 나 있다.
원래 하나의 섬이었을 아켄섬이 두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진 열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켄섬의 북서부를 차지하고 있던 큼지막한 오른산은 아예 절반이 날아가 있다.
날아가 버린 흔적에 새로운 식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렇게 되어 버린 지도 꽤 오래된 듯하다.
그리고… 아켄섬, 아니 아켄 열도의 상공을 뒤덮고 있는 거대한 마법진의 흔적.
불길한 검붉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마법진은, 마치 이 섬들 전체를 아예 가둬 버린 것처럼 보인다.
루시는 저 마력의 기운을 본 적이 있다. 이젠 너무나도 먼 과거가 되었지만,
그때 저 마법진은 실베니아 아카데미의 교수동만 겨우 덮을 크기였지만, 지금은 아예 아켄 열도 일대를 전부 뒤덮고 있다.
저 불길한 마법진은… 최고위 어둠 정령 ‘글라스칸’의 마법진이다.
“엘비라! 적당히 하고 슬슬 아지트로 돌아가지 않으면 슬슬 정령들이 활동을 시작할 거야! 챙길 거 다 챙겼으면….”
그때, 폐허의 위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건물들 사이를 뛰어내려 오던 한 사내의 모습 또한 익숙하다. 예전보단 좀 더 어른스러워진 모습이지만, 피 칠갑을 하고 루시에게 달려들던 그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노튼데일 가문의 검귀 클레비어스.
그 사내는 공터에 내려와서 루시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검을 뽑아 들었다.
“루… 루시 메이릴! 네… 네가 왜 여기에…! 너는… 너는 분명…!”
루시는 클레비어스의 질문에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의 광경이 믿기질 않아서, 먼저 생각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겨우 정신을 다잡고 몸을 일으킨 엘비라가 클레비어스를 향해 외쳤다.
“조심해 클레비어스! 너무 소란을 피우면 정령들이 깨어날 거야!”
“크윽…! 하지만 저 녀석을 상대로는…!”
클레비어스는 얼른 도약해서, 엘비라 쪽으로 착지했다.
그리고 엘비라를 등 뒤에 세운 채, 검을 들고 루시를 노려보았다.
루시는 가만히 아켄섬의 풍경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클레비어스와 엘비라 쪽을 쳐다보았다.
그 일련의 움직임만으로도 클레비어스와 엘비라는 공포에 떨며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아야만 했다.
그 상황 속에서… 루시가 다시금 묻는다.
“에드 로스테일러….”
엘비라가 미간을 좁혔다.
“에드 로스테일러는… 어디 있어?”
“제발 정신 차려, 루시 메이릴.”
그리고, 힘을 꽉 준 목소리로 단언했다. 이를 악문 느낌이었다.
“에드 로스테일러는 3년 전에 성창룡 벨브로크를 토벌하다 죽었어.”
명치를 한 줄기 번개가 관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엘비라의 그 말에 루시의 동공은 한없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분명 본인의 두 귀로 직접 전해 들은 말이지만…. 몇 번이고 그 말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Primovilly
Nooooooooo, entonces en ese mundo es murió? Bueno, las probabilidades existí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