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63)
“이 쪽 방향으로 쭉 들어가야 해. 좀 걸어가다 보면 있을걸?”
“으흠~. 가면 갈수록 으슥한 방향으로 이어지네요.”
안 그래도 엘테를 구속하고 견제해야하는 데에 총력을 다해야 할 로르텔이다.
슬슬 상회로 돌아가서 일 봐도 된다고 얘기했건만, 득달같이 일행에 따라 붙었다.
괜시리 불안한 기색을 보이는 거야 늘상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방향성이 좀 달랐다.
항상 예니카에게 불같은 눈빛을 쏘아댄 것과 달리, 오늘따라 로르텔의 묘한 눈빛은 루시에게 향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내 소맷깃을 움켜쥔 채로 쭉 따라 붙는 루시가 썩 불편하다는 듯이… 로르텔은 기를 쓰고 상회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었다. 뭐, 이제와서 엘테가 탈출해봐야 그를 보조해줄 용병대가 없다. 어지간하면 섬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다시 잡힐테니 큰 불안은 없겠지만…
결국 예니카도 뭔가 해탈한 얼굴로 안내를 계속했다.
고위 정령들이 북쪽 숲에서 발견했다는 성위 마법진. 당장에 해제법도 모르고, 애초에 그 용도 몰라서 일단은 감시만 붙여뒀다는 그 법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몇 날 며칠을 감시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그리 위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나.
애초에 열댓개씩이나 되는 마력탑을 구축하려거든 학사 이곳 저곳에 성위 법진을 그려놓을 필요성은 있었다. 분명 글래스트 교수가 미리 준비해놓은 법진이겠거니 하고 별 신경은 안썼지만… 문제는 북쪽 숲 안쪽에서는 단 하나의 마력탑도 솟아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력탑 건설 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 법진이라면… 뭔가 글래스트 교수에게는 다른 의도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보니 수많은 마력탑은 금이 간 채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제 글래스트 토벌전도 마무리 되고, 테일리 일행은 아일라를 구출해서 마력탑에서 마지막 탈출극을 찍고 있겠지.
이제와서 글래스트의 속내를 더 파헤칠 필요도 없지만, 철저해서 손해볼 일은 없으니까…
그렇게 예니카의 안내에 따라 도달한 북쪽숲 깊숙한 곳엔… 그리 크진 않지만 확실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성위 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최근에 발동된 흔적이 있어. 정령들은 학사 소동에 시선이 쏠려서 미처 확인 못했나봐.”
예니카는 그리 말하고 법진 근처를 이리 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직 불가해한 영역이 많은 성위 법진을 그리 쉽게 해독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거, 이동계 마법이야. 성위 마력을 이용해서 각인에 소모 되는 마력 효율을 극대화 시켜놨네. 이미 주입된 정령식 이상으로 마력 효율이 좋아서, 위기 상황에 탈출용으로 발동시키기 좋겠다.”
차분한 어조로 설명을 해준 것은 의외로 루시였다.
아직까지도 내 소맷깃을 꽉 움켜쥐고 있는 루시를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그래.”
그리고는 하암 거리며 크게 하품을 한 번 내뱉어 준다.
그건 그렇고…. 뭐가 그리 불만이냐고, 알았으니까 옷깃 좀 놔주고 천천히 이야기 해보라고 말을 하려던 차였다.
“핏자국이 있어.”
예니카가 기묘한 흔적을 발견했다.
법진 외곽을 타고 나온 진득한 핏자국이 숲 외곽을 향해 뻗어있었다.
중상을 입은 누군가가 이동계 법진에서 걸어나와 숲 내부로 향한 흔적이었다.
우리는 서로 눈길을 주고 받은 채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성위 마법으로 각인된 이 법진이 누구의 작품인지는 말할 것도 없다.
눈을 감고 2막 최종장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본다.
세상의 진보를 위해 제 이상을 실현할 위인을 되살리고자, 금기에 손을 댄 글래스트 교수의 최후.
상처투성이로 끝끝내 알 수 없는 유언을 남긴 채 투신한 그의 마지막 모습. 그게 글래스트 교수의 최후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이런 탈출구를 남겨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투신한 척 하면서, 허공에서 마지막 남은 마력으로 성위 법진을 발현시켜 도주한 것인가. 그냥 대놓고 도주하면 추격이 따라 붙을 테니 현명한 선택인 셈이다.
설마 이대로 도주해서 뭔가 더 일으킬 생각인가 싶지만… 정사에서도 이후 별다른 일이 없었던 걸 생각해보면 굳이 손을 댈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확인 정도는 해둬야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고민을 일삼으며 핏자국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 끝에서 글래스트 교수를 발견하자, 이후 별 다른 일이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늦은 밤, 밝은 달.
고목나무 아래에 몸을 받치고 앉아 숨을 내쉬고 있는 글래스트 교수는… 이미 빈사상태였던 것이다.
*
찢어진 교직원 로브. 피에 눌어붙어 내려앉은 머리칼. 초췌한 인상. 주변 흙바닥으로 스며들어가는 검붉은 핏물.
몸에 나있는 상처는… 자상을 넘어서 아예 꿰뚫린 수준이다. 이제와서 호들갑 떨며 호송해봐야 그 말로는 정해져 있는 것이다. 얼마 안 남은 마력으로 지혈을 하고 있지만, 생명의 끈을 아주 조금 더 늘리는 것 말고 다른 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호오.”
피가 끓는 목소리로, 끝끝내 글래스트 교수가 흥미로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기숙사 통금 시간 일텐데. 학생들이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런 말을 합니까?”
예니카는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동공을 떨고 있었고, 로르텔도 일견 침착해 보이지만 눈매가 좁아져 있었다. 당연히 루시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와중에도 소맷깃은 놓질 않는다.
떨리는 목소리로 예니카가 물었다.
“여기서… 뭘…”
“달을 올려다 보고 있었지.”
크디큰 고목나무의 그늘은 주변의 식생이 햇빛을 받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런 고로, 이런 거대한 나무 근처는 언제나 다른 잡목이 없이 텅 비어 있는 법이다.
나뭇잎 사이로 올려다 본 하늘이 선명히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일 터.
“이런 도주로까지 미리 설계해 놨으면서, 그런 상태가 될 때까지 싸웠습니까?”
“후후… 될 때까지 해보고 안되면 도망치려 했지만, 마음 먹은 대로 안 되더군. 결국 이 꼴이 될 때까지 싸우고 말았는데… 역시 사람 속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
만신창이가 된 글래스트 교수는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고 피식 웃었다.
“왜? 우스운가?”
“아니요. 우습진 않습니다.”
“그것 참 희한하군. 나는 내 꼴이 우스운데.”
글래스트 교수가 다시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조하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내 계획은 이 모양 이 꼴이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더군. 하긴, 누가 봐도 너무 무모하긴 했지. 설마 학생들 무리에 제압당할 거란 생각은 못했지만…”
“알고 있었다니, 누가 말입니까?”
“글쎄.”
글래스트 교수는 말을 흐렸지만, 나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리만치 이해할 수 있었다.
트릭스관에서 교수동을 내려다보고 있었을 이 학교의 최고 책임자, 교장 오벨 포시어스의 등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 하다.
내 표정을 보고 글래스트 교수는 작은 한숨을 휙 하고 쉬었다. 내가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는 사실을 간파했는지, 그는 허심탄회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는 것이다.
“십수년의 세월을 실베니아 학사에 바쳤는데, 퇴직금 하나 못 챙겨주는 상황이니… 잠시 눈 감아 줬던 것은 퇴직금 대신이었을테지.”
“그게 옳은 일이었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제가 남 하는 일에 옳고 그름을 따질 입장은 아니지만.”
“뭐, 오벨 교장과 내 인연의 세월이 길었던 것은… 철저히 우리들 간의 사정일 뿐이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내가 일선을 넘으려 들면 나를 저지하러 왔겠지. 어쨌든 쓸 데 없이 잔정이 많은 인간이야. 교장직에는 안 어울리지.”
글래스트가 초임 교수였던 시절부터 교장직을 역임해왔던 오벨이, 이런 말로를 맞이하는 그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거기까지 가늠이 되진 않았다.
또한 피칠갑이 된 글래스트를 보며 더 추궁할 마음 또한 들지 않았다.
“오벨 교장의 망설임을 이용했지만, 신기하게도 죄책감은 들진 않는군.”
“결국 이런 상황에 처해버렸으니까요.”
“정확한 지적이군. 에드 로스테일러.”
수업 중 학생에게 던진 질문의 답이 맞아떨어졌을 때처럼, 능청스러운 어조로 글래스트는 말을 이어갔다.
“역시, 생각 이상으로 우등생이었군. 나답지 않게 너무 늦게 발견했는가.”
“…애초에 저를 왜 납치하신 겁니까? 글래스트 교수님의 계획에 저는 딱히 필요 없는 것 아닙니까?”
크고 작은 이변은 있었을지언정 주요 흐름은 예상대로 잘 흘러갔다.
그 말인 즉슨, 애초에 나를 납치하지 않았어도 글래스트 교수의 계획에는 아무런 차질이 없었을 거란 이야기다.
“시간이 없었거든. 감응식이 당장 금방이고, 처리 해야할 일은 산더미니 자네를 포섭하고 설득할 여유가 없었을 뿐이네. 그러다 보니 수단이 난폭해질 수밖에 없었던게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한 번 날 잡고 편지를 보낸 적 있지만, 자네가 과로로 쓰러져서 대답을 못하지 않았나?”
로르텔과 페니아 황녀의 편지를 받은 날, 분명 학사 쪽에서 글래스트 교수의 편지도 날아온 적이 있었다.
결국 말도 안되는 강행군 끝에 쓰러져버린 통에… 끝끝내 글래스트 교수와는 시간을 잡고 대담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나도 예감은 하고 있었거든… 이번 일이 끝나면 성패 여부와는 상관없이 더 이상 이 학교에는 발을 붙일 수 없게 될테지.”
그는 피로 범벅이 된 손을 들어올리더니, 어렵사리 품 속에 그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금방이라도 힘이 빠져나갈 것 같은 손으로… 피가 잔뜩 묻은 열쇠를 하나 꺼내 들었다.
“봉서의 감응은 아무래도 못 해주겠군. 봉서를 거기에 두고 왔으니 다시 학사의 손으로 넘어가겠지. 뭐,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일테고. 애초에 자네가 먼저 탈출했으니.”
“그럼 그 열쇠는…”
“내가 꾸려놓은 영혼 도서관에서 꽤 화려하게 털어간 모양인데, 쓸 데 없는 짓을 했군.”
글래스트 교수는 마지막 힘을 모아 그 앞 풀숲에 열쇠 하나를 툭 하고 던졌다.
“설마 그깟 전설급 제조식 몇 개가 도서관에서 가장 귀중한 물품이라고 생각했나?”
“다른 게 더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밴시 레이나가 지키고 있던 탁상의 아래에 비밀 금고가 있지. 나중에 천천히 가서 열어보게. 어차피 그 도서관은 이제 자네 것일세. 화려하게 날뛰었던데, 꼴이 좋군. 제 손으로 다시 다 청소해야 할테니 자업자득 아닌가.”
나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글래스트 교수를 쳐다보았다.
글래스트 교수의 비밀 연구실은 학사에서도 공론화 되지 않은 비공식 시설이다. 뭐, 대개는 마물족 실험실이고, 애초에 내 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구 자료들은 거의 없지만… 적어도 그 영혼 도서관만큼은 이야기가 달랐다.
심지어 숲 외곽 쪽에 루시가 직통 구멍을 뚫어놨으니, 사다리 정도 설치하고 구멍만 잘 숨겨두면 언제든지 진입할 수 있는 비밀 아지트 겸 보물 창고가 되는 것이다.
잠깐만 털어도 어마어마한 수의 마공학 용품과 제조식이 튀어나왔던 시설인데, 거길 천천히 복구해가면서 완전히 내 소유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가.
“학사 차원에서 조사가 나왔을 때만 잘 넘기게.”
루시가 박살 내놓은 것이 오히려 득으로 작용한 것이다. 반파된 도서관 안에 무엇이 파묻혀 있을지… 학사 직원들은 잘 모를테니까.
천천히 글래스트 교수의 앞까지 가서… 나는 조심스레 열쇠를 들어올렸다.
“이걸… 왜 저를 주십니까…?”
“줘도 불만인가?”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더 가치를 두는 스타일 아니셨습니까?”
그 말에 글래스트 교수는 쓴웃음을 짓더니.
“재능 있는 학생은 이 실베니아에 널리고 널렸네.”
도저히 그의 입에서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말을 내뱉었다.
“이대로 죽은 딸을 만나러 가면 혼날 것 같더군.”
“…”
“그래, 내가 좀 매몰되서 살았지. 젊었을 적엔 재능이니 능력이니 하는 걸로 학생의 가치를 판단하지 말라는 낭만 넘치는 소리도 심심찮게 하고 살았지.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 와서 회고 해보면 썩 닭살이 오르는군.”
흐르는 피를 쓸어내리며, 글래스트 교수는 또 다시 자조했다.
“그래도 틀리진 않았어. 적어도 딸이 살아 있을 땐 그렇게 확신했지.”
피가 빠지면 추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따듯하군.
그런 넉살 좋은 말을 내뱉더니, 글래스트 교수는 몸에 힘을 풀었다.
“그래도… 딸이랑 보냈던 17년 세월은 썩 나쁘진 않았어…”
“17살이었습니까?”
“그래.. 17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지…”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글래스트 교수는 각혈했다. 예니카가 화들짝 놀라서 몸을 떨었지만… 뭐라 걱정의 말을 건넬 수도 없었다.
지혈 상태를 유지할 마력조차도 바닥난 것이다. 애초에 지혈 좀 하고 있는다고 해결될 몸 상태도 아니었다. 성위 마력을 지나치게 과부하 시켜서 아예 몸 자체가 한계에 달한 상태다.
이젠 말할 기력도 거의 안 남아 있겠지. 그 와중에도 입꼬리는 내리지 않는 것이 정말 지독할 정도다.
그는 몇 번 쿨럭거리고는, 피 끓는 소리를 내며 씨익 웃었다.
“이리 고독하게 죽는 게 죗값이라 생각하면, 지은 죄에 비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교환이로군.”
글래스트 교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느티나무에 몸을 기대고 앉아, 천천히 삶을 반추하는 그의 주변엔 아무도 없다.
그는 어찌됐든 학생의 목숨을 멋대로 담보 잡은 자다. 결국엔 엇나가버린 자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클레어 조교수를 만나고 왔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툴툴 거리지만 결국엔 글래스트 교수님을 인정하더군요. 글래스트 교수님이야말로 가장 학자다운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하며 많이 우셔서 놀랐습니다.”
대답할 기력조차 남지 않은 것인지, 글래스트 교수는 반응이 없었다.
“클레어 조교수랑은 인연이 길지 않으십니까? 학위 과정 때 4년, 교직 이수하고 5년. 교수님 정년 끝날 때까지 쭉 있었으면 거진 17년은 알고 지냈겠군요.”
“…”
느티나무의 풀잎 사이로 올려다본 달이 포근하다.
“17년이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군요…”
그 말에 글래스트 교수가 눈을 부릅 떴다.
뭐라 말하려고 목청을 드높여 보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기력이 남아있지 않다.
그는 고독 속에 죽어간다는 자기 신세를 자조하고 있지만, 그건 그의 시야각이 좁아 그리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글래스트는 자기가 고독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죽음도… 슬퍼할 이 하나 없는 차가운 죽음은 절대 아닐 것이다.
애초에 인간의 시야각 자체가 그리 넓지가 않다. 뒤만 보고 걷다 보면 당장 옆에는 뭐가 있는지 모른다.
마법학 분야의 수많은 저서를 독파한 권위 있는 학자라 할지라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설령 그게 자기 자신의 마음일지라도 마찬가지다.
무게를 더해 가는 눈꺼풀을 지탱하며, 그의 시야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은 루시다.
내 팔뚝을 꽉 움켜쥐고 그를 쳐다보는 루시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가.
아쉽게도 내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 현명하군…”
그리 이야기하며 잠들 듯 눈을 감은 글래스트를 통해 유추해볼 뿐이었다.
2막은 막이 내리고, 세상은 천천히 잠에 든다.
달빛이 내려앉는 느티나무에 편히 뉘여진 시신은… 언뜻 보기엔 숙면에 취한 듯해서.
우리들은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