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Academy Survival Guide RAW novel - Chapter (70)
겨울 나기 (3)
방학 시즌의 아켄섬엔 언제나 한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학기 중에는 인파로 빡빡하던 교수동 건물들도 텅텅 비어있다.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이래봐야 절반도 채 되지 않으므로, 어딜 가든 비슷한 분위기다.
생활동의 상권도 방학 시즌은 비수기인지라, 여러 점주들도 한숨 돌리며 휴식을 취하는 시즌이다.
“흐음…”
나는 교수동 초입에 있는 학사관 유리창을 보며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소매 쪽 단추를 정리하고, 외투의 깃을 탁탁 잡아 당겨 전체적인 선을 맞췄다.
세탁을 맡긴 교복을 되찾아 걸쳐보니, 과연 빳빳하고 깔끔하다.
혼자서 교복을 관리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이 부분은 벨 마이아에게 큰 신세를 졌다.
“어차피 세탁 물량은 항상 대량으로 나오기 때문에, 교복 하나 추가 된다고 해서 작업량에 큰 변동은 없습니다.”
“그래도 일손 들어갈 일 많아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안 그래도 바쁜 시기에 고맙게 됐어요.”
“애초에 오필리스관 소속이셨으니 구면이기도 하고, 제가 시중을 드는 분들의 지인이기도 하니 그 정도 융통성은 발휘할 수 있습니다. 너무 부담 느끼지 않으셔도 되니 또 세탁할 시기가 오면 말씀해주십시오.”
간만에 만난 벨 마이아는 변한 게 없다. 과연 처세 하나만큼은 일류다.
수수했던 선임 메이드의 복식이 좀 화려한 메이드 장 복장으로 바뀌었을 뿐, 큰 감정 변동이 없는 어조나 무미건조한 표정은 여전했다.
그새 머리는 좀 더 길었는지, 유독 길게 내려온 오른쪽 옆머리에 손톱만한 장미 핀도 달려있다.
“오필리스관 복구도 마무리 되었다고 했죠? 슬슬 신입생들 입사할 시기니 메이드들도 고생이 많겠네요.”
“에드 도련님. 근데 왜 아직도 존대하십니까?”
“존대가 편한데요.”
“저는 하대가 편한데요.”
“저는 존대가 편한데요.”
묘한 신경전이 오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메이드장 직위 쯤 됐으면 학사 직원들 중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원로급’ 직위에 해당하게 되니… 더 이상 귀족도 아니고, 오필리스관 학생도 아닌 나로서는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굳이 나중에 족보 꼬일 일 만들고 싶지도 않아서 대충 존대하고 있었는데, 벨한테는 그게 그렇게나 불편했던 것이다. 하여튼 천생 메이드다.
“어쨌든 오필리스관 복구도 마무리 되었으니, 제 일터도 안정화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거의 한 학기만에 복구가 끝났다니 좀 놀랍기도 하고.. 학사 쪽에서 총력을 기울여서 복구했나 보네요.”
“생활동 시설 중에서도 최중요 시설 중 하나니까요. 임시 생활동을 쓰던 학생 분들도 대부분 방을 배정 받아서 이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입생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2학년 2학기도 마무리 되고, 한해의 끝을 장식하는 겨울 방학이 되었다.
시험 성적도 그럭저럭 무난하게 잘 나왔고, 종업식까지 깔끔하게 잘 마무리되어 학사에는 다시금 평화로운 기운이 감돈다.
학사 행정 측면에서 보자면, 겨울 방학은 다음 학기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기간이다.
한 학기와 다음 학기 사이에 꼭 처리되어야 할 일을 마무리 하는 시즌. 그런 과도기이니 만큼 학사 내부에서도 많은 게 변하는 시간이다.
각 담당 교수들의 연구실에서는 다음 학기 학사 일정 준비에 여념이 없고, 연구 업무 자체도 쉴틈 없이 돌아간다.
또한, 신입생들의 기숙사 입사도 마찬가지다. 학생마다 사정이 다르고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긴 겨울 방학 기간 중 자기 일정에 맞춰서 미리 입사를 하는 학생도 많다.
“그건 그렇고, 사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벨은 그리 말하고 잠시 길거리에 섰다.
메이드장 직위쯤 되면 슬슬 책임질 일이 많아져 엉덩이가 무거워진다.
세탁을 부탁받은 교복 전달하는 것 쯤이야 하위 메이드 하나 시키면 그만인 것을, 본인이 직접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결국 할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방학부터 들어서 저희가 새로 시중을 들어야 할 오필리스 관의 입사생 분들이 7분 계십니다만.”
그 많은 신입생 중에 단 7명. 오필리스관 입사의 허들이 얼마나 높은지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그 중 한 분, 익숙한 이름이 있어서 확인차 찾아왔습니다.”
“타냐 로스테일러?”
“…예. 사실은 이미 방학 시작되기 전에 일찍 기숙사 입사 신청을 하셨습니다.”
신입생들은 방학 중에 언제든 지정 받은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다. 학기 시작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함이다.
그래도 대부분은 본가에서 준비를 마치고, 반배정 시험 때 쯤에나 학사에 들어온다. 일찍 와봐야 딱히 뭐 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개축된 오필리스관에 방 배정 받으시고, 이사 진행 중에 있습니다만… 입장이 입장이시지 않습니까?”
“…”
나는 로스테일러 가문에서 파문당한 입장.
타냐는 로스테일러 가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영애.
“그리고, 여동생 분이시니만큼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에드 도련님이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한 것에 대한 앙심을 품고 계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군요.”
“…”
무미건조한 반응이 썩 시원찮은지 벨은 지그시 날 쳐다보고만 있다.
“괜찮으십니까? 저는 미리 보고 받은 인적 사항이나 첫인상 정도로밖에 판단을 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만… 잠깐 본 것만으로 타냐 아가씨는 가문의 명예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분이라는게 느껴졌습니다.”
“말하시는 의도는 잘 알겠어요.”
혈육이 당신을 경멸하고 있다. 과거 휘황찬란한 성장 배경을 공유하던 가족에게 어느 날 멸시 당하기 시작한다면, 확실히 정신적으로 고되고 힘들 것이다.
요컨대 벨은 걱정스러워 미리 일러주러 온 것이다. 마음의 준비라도 하라는 걸까.
“걱정 해주신 건 감사합니다.”
타냐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다.
3막 3장. 정치전이 중심이 되는 학생회장 선거전 에피소드에서, 실베니아 역사상 최초로 1학년 학생회장의 명예를 노리는 자.
로스테일러 가문 출신의 등장인물들이 으레 그렇듯, 악역이다.
고고한 명예와 영광을 우러러보는 타냐다. 이 별들이 가득한 실베니아에서 최연소 학생회장이라는 자리는 탐스러운 과실처럼 보이겠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악역 영애.
타냐는 그 마법과 같은 단어의 스테레오 타입 그 자체지만, 그렇다고 단순하게 소모적인 악역으로 여겨 물로 봐서는 안된다. 타냐 또한 그녀만의 타고난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타냐는 정치의 귀재다.
명분을 논하고, 편을 가르며, 상대에게 흠집을 내고, 문제를 호도해, 정당성을 자신에게로 끌어오는 방법들을 스스로 깨우친 자다.
정치전이란 결국 더러운 진흙탕 속의 싸움이 되는 법이다. 적어도 타냐의 가치관에는 그렇다.
정치란 최선의 선택지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아니라, 그나마 덜 나쁜 선택지를 찾는 과정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니.
최악(最惡)과 차악(遮惡)이 있다면, 대중은 결국 차악의 편을 들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정치전에 있어서 승리란, 결국 누가 차악이 될 수 있느냐다.
그것이 타냐 로스테일러가 본능적으로 깨우친 가치관이다.
이렇게 일찍 실베니아에 들어온 것도,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자기 세력을 최대한 확보해놓기 위함이겠지.
영향력 있고, 기세가 드높은 학사 내부 인물들을 만나러 다니며 회유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같은 핏줄을 타고난 에드 로스테일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혈육이긴 하지만, 나는 일단 파문 당한 입장이니 당장은 남남이라고 봐도 좋다.
그래도 타냐의 성격상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한 자를 가만히 놔둘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적극적인 수를 취할 정도로 내게 앙심을 품고 있을지 어떨지는 판단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모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를!
난 실베니아의 낙제검성을 수도 없이 플레이해본 입장이다. 꽤 비중있는 악역으로 나오는 타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에드 로스테일러는 초반에 잠깐 나오고 휙 사라지는 반짝 악역이니까…!
설정집에서도 뭐 제대로 다루지도 않고, 후일담이라고 해봐야 별 대단할 것도 없고, 진짜 엑스트라 그 자체니까…!
로스테일러 저택에선 대체 어떤 태도로 살았는지, 가문 내부에서 평가는 어땠는지, 타냐 로스테일러와의 사이는 어땠는지… 진짜 단서라고 할 게 아무것도 없다. 단 하나도 없다…!
다만, 이 몸뚱아리의 역사를 생각해봤을 때… 그리 대단한 취급을 받진 않았을 거란 유추 정도는 해볼 수 있다.
평범한 취급이면 다행이지, 거만한 주제에 능력은 없어서 멸시 당하지나 않았으면 다행이다.
“뭐, 당장은 저도 바쁜 상태니… 타냐 쪽에서 먼저 뭔가 낌새를 보이지 않으면 저도 딱히 신경 쓸 이유는 없겠죠.”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한낱 사용인 입장인 제가 더 드릴 말씀은 없겠군요.”
“하여튼 고맙게 됐어요. 안 그래도 학사 장학생 일 나가느라 교복을 다시 세탁 해야 돼서 골치 아팠는데.”
“괜찮습니다. 최근 들어 루시 아가씨가 많이 신세를 지시는 듯 한데, 저희의 일처리가 확실하지 않은 탓도 있어서 썩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런 것까지 고려하고 있었어요?”
벨은 턱을 한 번 훑고 갸웃거리면서 이야기했다.
“최근 루시 아가씨 옷을 세탁하다보면 금발 머리칼이 유독 많이 묻어나오더군요. 에드 도련님 옷 세탁하면서도 루시 아가씨 옷에 쓰는 향초 냄새나 새하얀 머리칼 같은 게 많이 묻어나오기에… 그냥 그런 유추를 해봤을 뿐입니다.”
확실히 요즘 들어서 루시가 유독 더 들러붙기 시작했다.
내가 별다른 육체 노동을 하고 있지 않으면 무릎에 배를 깔고 드러눕거나, 낮잠 자고 일어나 보면 배 위에서 코를 골고 있는 경우가 많아진 기분이다.
벨의 말대로 묘하게 난감한 입장이었긴 했으나, 옷 세탁 한 번만으로 거기까지 눈치를 채다니… 이 사람 메이드 안 했으면 뭘 하고 살았을까…?
“뭐… 벨씨가 굳이 그런 것까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가끔 식재료 나눠주고 이런 식으로 한 번씩 도와주는 것만 해도 뭐 제 입장에선 감지덕지니까. 메이드 장 달았으면 그런 거 말고도 고민할 거 많을테죠? 뭐, 업무 처리라든가… 인간 관계라든가…”
“업무 처리 쪽이야 유능한 인재가 워낙 많고, 오히려 관리 감독 업무가 주가 된 뒤로 육체 노동 자체는 줄어서 편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인간 관계 쪽이야 저보다는 에드 도련님이… 음…”
벨은 그리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잠시 세탁이 끝난 내 교복을 바라보더니 말끝을 흐렸다.
“아닙니다. 너무 과한 걱정도 짐이 되겠지요. 에드 도련님 주변의 인간 관계가 얼마나 복잡해지든, 에드 도련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니까요.”
“?”
“주제 넘은 참견은 안 하겠습니다. 아가씨들께서 무슨 판단을 하시든.. 모두 본인 선택이실테니.”
그렇게 말하고 서로 간에 숨을 한 번씩 푸욱 내쉬자, 입김이 뿜어져 나와 하늘로 하릴없이 흩어져갔다.
“날이 많이 추워졌군요. 에드 도련님도 건강 조심하십시오. 겨울에 잔병치레 하면 고생 많이 합니다. 얼굴이 불그스름한 게 미열이 있으시군요.”
“…티 많이 나요?”
과연, 오필리스관 메이드 중에서도 몇 년씩이나 에이스 자리를 차지하던 인간이다. 얼굴만 슬쩍 보고서도 건강 상태 체크가 되는 건가.
“제가 사정상 당분간은 좀 미열을 달고 살아야 할 것 같긴 해서.”
“몸 관리 잘 안하시면 여러모로 마음 상하실 분이 주변에 많습니다. 어쨌든 건강이 최고입니다. 앞으로 더 추워질 것 같으니, 아무쪼록 주의하시길.”
그리고 벨은 지그시 날 쳐다보더니 기어이 한 번 더 이야기하는 것이다.
“…근데 진짜 계속 존대하실겁니까?”
과연… 지독하다…
사실 타이밍 좀 잘 봐서 그냥 말 놓을까 생각도 해봤건만…
이쯤 되니까 나도 오기가 생기는데…?
*
“학사 장학생 분들, 와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클레어 조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수석 조교로 일하고 있는 아니스 헤일란이라고 해요.”
“우…으어…어…”
“지금 클레어 조교수님은 학회 안건 처리하고, 다음 학기 학사 교육 일정 점검 하시느라 44시간 째 깨어계신 상황이거든요. 안건 마감 기일이 내일이라서요. 그래서 지금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에요. 중요사안은 수석 조교인 제가 대신 전달하는 걸로 할게요.”
반짝거리는 얼굴로 빙긋빙긋 웃고 있는 아니스의 뒤쪽, 집무용 책상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져있는 금발 여성이 한 명 보인다.
안경을 한 쪽에 벗어두고 피폐한 얼굴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인간이라기보단 좀비다.
꽤나 넓직한 연구실 한 켠에는 나를 포함해서 세명의 남학생이 서있었다. 각각 학년에서 한명씩 뽑아온 학사 장학생이었다.
클레비어스 노튼데일, 에드 로스테일러, 오닉스 펠로미어. 순서대로 1학년, 2학년, 3학년이다. 곧 있으면 한 학년씩 올라갈 예정이지만.
“뭐, 뭐야. 에드 로스테일러…. 너가 왜 여기에…?”
클레비어스의 모습을 확인했을 때는 살짝 놀랐다.
그는 대륙 최고의 검술가인 노튼데일 가문의 후예이지만, 어렸을 적에 저지른 과오 때문에 가문에서는 거의 내다버린 자식취급이다. 덕분에 자존감도 바닥치고, 매사에 태도가 부정적인 느낌이다.
입장상 가문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뭐 어떻게든 학교에 계속 다니겠지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학비의 부족분을 충당하고 있었나.
그 외에도 듬직한 체구의 오닉스란 3학년 선배도 함께 있었는데, 이 쪽은 완전히 초면이었다. 듣기로는 클레비어스와 같은 전투부 소속이라 했었나.
“저희 학사 장학생들끼리 할 일은, 조만간 있을 신입생 반 배정 시험의 기본 준비 및 시험 당일 관리감독이에요. 사실상 이게 메인 업무라고 보셔도 될 거에요.”
아니스는 여전히 빙긋빙긋 웃으며 테이블 위에 여러 서류들을 내려놓았다.
“지난 주 내내 클레어 조교수님이 고심을 거듭해서 작성한 신입생 반 배정 시험 기획안이에요.”
매년 글래스트 교수가 도맡아서 했던 신입생 반 배정 시험. 올해는 클레어 조교수가 담당하게 되었다.
당연히, 그 결과는 알고 있다.
클레어 조교수의 반 배정 시험에 의해 마법부 A반에 배정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어찌보면 글래스트 교수보다도 더 악질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사실 담당 교수의 성격이 나빠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 근본적인 시험 설계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결함이라고 하기도 뭣하고, 그냥 난이도가 너무 어려웠다. 명백히 클레어 조교수의 업무상 실책이다.
신입생들은 그저 뭘 모르니 아, A반에 들어가기란 이렇게 힘들구나 열심히 해서 꼭 A반으로 격상되어야 겠다 하고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래도 들쑥날쑥한 제 기준대로 A반 학생들을 막 뽑아내려한 글래스트 교수보다는 공정하다는 게 웃긴 점이다. 아무도 A반에 들어가질 못했으니, 불공정하다 이야기하기도 묘했다.
“작년에는 아켄섬 정북쪽의 숲에서 진행했지만, 오늘은 북서쪽 구석의 오른산에서 진행할 거에요. 그래봐야 산이라기보다는 동산에 가깝지만, 길이 험하니 등반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죠.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조난자가 나올수도 있으니 대비도 해야겠고요.”
아켄섬은 남쪽으로 갈수록 번화해있다. 반대로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한산한 자연의 땅이 되어간다.
툭 튀어나온 대륙의 노파렌 반도와 연결되어있는 다리가 남동쪽, 남서쪽 두 개만 있기 때문이다.
대륙과 연결되어 있는 다리 주변이 교통의 요지이므로,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아켄섬 북서쪽의 오른산은 자연스럽게 아리따운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아무래도 클레어 조교수는 그 산을 반 배정 시험 장소로 선정한 모양이었다.
“기본 골자는 작년 시험과 비슷해요. 오른산 여기 저기에 마력석을 배치할 건데, 학생들이 각자 마나 감응력을 활용해 마력석을 찾아내는 거죠. 그리고 마력석을 찾아내면 산 꼭대기에 있는 ‘갈음의 제단’에 바치면 시험 끝. A반 판정을 받을 수 있어요. 그 이하 채점 기준은 서류에 잘 정리되어 있고요.”
“…A반 학생이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오닉스 펠로미어. 듬직한 체구의 3학년 전투부는, 당연스러운 질문을 했다.
“마법부 학생이면 단순히 마력석을 찾아내는 건 금방 하지 않나? 심지어 마력 감응 없이 단순 노동으로 찾아내는 놈들도 나올 수 있을텐데. 그걸 그저 정상의 제단에 바치기만 하면 끝이야?”
“당연히 정상으로 가는 길이 뻔하게 뚫려 있진 않아요. 중턱부터 온갖 환각 마법, 방향 현혹 마법이 부여된 마공학용품을 깔아놓을 거고, 정상 언저리에서는 중급 이상의 마물족을 상대해야 할 거에요.”
“마물족을 푼다고? 부상자라도 나오면 어떡하려고?”
“당연히 환각 마법이죠. 다만, 환영을 물리치지 않으면 길은 뚫리지 않아요. 전투 경험이 없다면 쉽진 않을테죠.”
요컨대 마력석을 찾는 것과, 정상에 도달하는 것, 마물족 환영을 퇴치하는 것, 그리고 마력석을 제단에 성공적으로 바치는 것까지가 시험 내용이고… 각 요소의 성공 여부가 채점 기준이 되는 것이다.
“오닉스 선배님은 클레어 조교수님이 마공학용품 조달 방안과 배치 계획도 작성하시는 걸 보조 해주시고, 클레비어스는 트릭스관 쪽에 보고 서류 제출한 다음 미리 신청해놨던 필요 비품 받아 와주고, 그리고 에드 로스테일러는…”
유일한 2학년 동기라서 그런가, 아니스는 내게 시원스럽게 말을 놓았다.
그리고 성큼성큼 다가와서, 화사하고 밝은 미소를 지은 다음 내게 친근하게 제안한 것이다.
“나랑 현장 답사하러 가자.”
사실상 이야기 한 번 나눠본 적도 없는 사이인데, 붙임성 좋은 미소가 퍽 인상 깊었다.
Jajaja, imbéciles se dejaron llevar por las apariencias y pensaron que Ed era alguien súper razonable y que iba a resolver todo con política y batallas mentales, su falta de conocimiento de la cuál estaban tan orgullosos al final les jugó en contra la no saber el valor “sentimental” que tenía Ed hacía Loret que lo haría hacer las cosas más irrazonables, nadie es perfecto por eso no pidieron predecir a Ed Rosthtay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