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were bigger than I thought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그것은 한순간의 꿈처럼
아델라인은 10월로 접어든 달력을 바라봤다.
분명 근래에는 무리할 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끼니를 거른 것도 아닌데.
“왜 계산이 안 맞지……?”
매달 일정한 시기에 찾아오던 월경이 처음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하루 이틀 오차가 있었긴 했지만, 아델라인의 주기는 꽤 규칙적인 편이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순간 아델라인의 마음이 들떴지만, 설레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이내 정신을 다잡고 생각을 이어 나갔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다 이내 너무 설레발을 친다는 생각에, 머리를 저었다.
보통 규칙적으로 생리 주기를 겪는 사람이어도 가끔 불규칙한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이전 세계에서도, 지금 이곳에서도 다를 게 없었다.
“여자 의사가 있으려나…….”
전문 교육에 여자가 접근하는 건 힘든 만큼, 대부분 의사는 남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 편하게 상담을 할 수 있는 여자 의사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한창 고민을 이어 가던 아델라인은 시계로 시선을 옮겼다. 시침은 어느새 2시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알렉스와의 약속을 떠올린 아델라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 일단 하루 정도는 기다려 봐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옷장 앞으로 다가가 옷과 장신구를 골랐다. 황궁에 가는 일정이지만, 공식적인 행사는 아니니 간략하게 꾸며도 문제는 없을 터.
아델라인은 알렉스가 선물해 준 리본과 장신구를 꺼낸 뒤, 그에 맞는 옷을 차려입었다. 여름옷을 입기에는 살짝 추워진 날씨였지만, 어깨에 숄을 걸치자 그럴듯한 옷차림이 완성되었다. 간결하지만, 너무 안 꾸민 것도 아닌 모양새.
리본으로 머리를 한데 묶어 치장을 마친 아델라인은 옷장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손가방을 꺼냈다.
조그마한 손가방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 손가방 안에 손을 넣자, 이내 총 두 자루가 아델라인의 손에 들려 나왔다. 손바닥보다 작은 데린져 권총과 팔뚝만 한 리볼버였다.
외출하기 전 항상 그랬듯, 아델라인은 총을 손질하고 탄약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음속 한편에서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옷장 구석에 처박아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에서 느껴지는 냉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었다.
그러나 피오나를 떠올리자, 아델라인은 할 수 없이 다시 두 자루의 권총을 손가방 안에 넣었다. 그녀가 잡혀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조금만 참자.”
아델라인은 알렉스의 말을 떠올렸다, 늦어도 11월이면, 피오나가 감옥에 갇힐 것이다. 자신에게 두 번이나 거짓말을 한 알렉스의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어째 믿음이 생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알렉스를 믿기로 했다.
알렉스가 자신의 약지에 반지를 끼워 주며 했던 말이 귓가에 생생했기에. 알렉스의 말을 무시하기에는 그 목소리가 너무 단단하고 달콤했기에, 아델라인은 손가방의 입구를 닫고 버클을 채웠다.
챙 넓은 모자를 쓰는 것으로 외출 준비를 마치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준비되셨나요?”
나이아의 물음에, 아델라인은 손가방을 집어 들며 곧바로 답했다.
“준비 끝났어.”
“마차를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나이아의 말에, 아델라인은 곧바로 서재를 나섰다. 마차를 타고 황궁으로 향하던 중, 제3 수도경비대의 경비 대원들이 분주하게 의회당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보였다. 그 대열의 선두에는 휘태커가 탄 말이 걷고 있었다.
마침 같은 방향으로 가는 두 사람. 아델라인이 창문을 열어 마부에게 손짓하자, 마부는 속도를 맞추며 마차를 대열 옆으로 움직였다.
창문을 통해 아델라인을 본 휘태커도, 살짝 방향을 틀어 마차 곁으로 다가갔다.
“경감님, 좋은 오후에요.”
아델라인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하자, 휘태커도 모자를 들었다 내리며 그녀에게 답했다.
“좋은 오후입니다, 남작.”
“어딜 그렇게 가시나요?”
아델라인의 물음에, 휘태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그녀에게 답했다.
“제1 수도경비대 절반이 식중독으로 인해 근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제3 수도경비대가 의회 경비 임무를 대신 수행하라는 지시입니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전 병력이 의회에서 대기하라는군요.”
귀찮은 일을 떠맡았다는 표정에, 아델라인은 가볍게 탄식을 한 뒤 그에게 위로를 건넸다.
“저런, 공작가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남작께서는?”
“황궁으로 가요. 황궁에서 데이트할 수 있는 나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아델라인의 말에, 휘태커는 약간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파견 중대도 1진에서 2진으로 교대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아 걱정입니다.”
“왜요?”
갑작스러운 소식을 들은 아델라인의 물음에, 휘태커는 곧바로 답했다.
“제2진이 쓸 물자가 며칠 전에 제3 수도경비대 앞으로 도착했습니다. 어제저녁에 파견 중대가 수령해 갔으니, 오늘은 물자 정리하느라 번잡할 겁니다.”
그 말에, 아델라인의 몸이 축 늘어졌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나이아의 표정도 마찬가지로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휘태커는 두 사람을 달래듯,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뭐, 그래도 그놈이 남작을 기다리게 할 성격은 아닐 테니, 지금쯤 일이 다 끝났을지도 모르지요.”
휘태커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한쪽은 의회로 향하는 길, 그리고 다른 한쪽은 황궁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러자 휘태커는 모자를 다시 살짝 들어 보이며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행운을 빕니다, 남작.”
휘태커의 반쯤 진심이 어린 인사에, 아델라인도 고개를 살짝 꾸벅이며 그에게 답했다.
“건투를 빌게요, 경감님.”
아델라인이 탄 마차는 제3 수도경비대와 멀어져 황궁으로 향했다. 황궁의 정문을 지키는 병사는 친위대로 바뀌었지만, 그들에게는 더는 공작가의 마차를 막아 세울 위세가 없었다.
아델라인은 창문을 통해 황궁의 내부를 둘러봤다. 곳곳에 있어야 할 친위대 병사들은, 평소와 달리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생각을 하자, 머릿속에서 또 다른 불안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불안함을 구체화할 근거가 부족했기에, 아델라인은 이마를 짚으며 고심에 빠졌다.
잠시 뒤, 아델라인의 마차가 멈춰 섰다. 파견 중대의 앞뜰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빨랫줄에 빨래를 너는 대원들만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아델라인은 평소와 같은 관사의 모습을 보고도 불안함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한 아델라인은 생각을 정리하듯 입을 열었다.
“…일단 알렉스부터 만나자.”
그러면, 적어도 이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이 보이겠지.
아델라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차의 문을 열어 직접 마차에서 내렸다.
* * *
로피츠 공작이 건강상의 이유로 추수제 전후로 공작령으로 요양 가자, 의회는 그린우드 직무 대행 체제하에서 굴러가기 시작했다. 남부당 의원들이 절반가량 보이콧을 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피츠허버트 의원을 중심으로 뭉쳐 본회의에 참석했다.
자유당 의원 중에서도 이탈자가 있었다. 표면적인 명분은 추수제를 위한 귀향이었지만, 이면에는 내각 재구성 권고 이후 힘을 잃은 필립 트뤼니히트 수상 일파의 반발이 숨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110명가량의 의원이 모인 의회당. 사람이 적긴 했지만, 그래도 의회는 오늘도 끊임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자, 그러면 30분간 휴정하겠습니다.”
땅, 땅, 땅.
의사봉을 세 번 내리치자,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잠시 눈에 담은 그린우드는 주섬주섬 자신의 코트를 챙겨 입은 뒤 회의장을 나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10월의 공기는 복도를 걸어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는 와중에도 여러 잡다한 생각을 떠오르게 했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에 관한 생각, 전쟁 뒤처리에 관한 생각, 그리고…….
보름달 계획.
몇 개월 전 세이드가 파견 중대의 손에 의해 죽었지만, 세이드는 상대의 체스 말이나 다름없었다. 주식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려 주가 조작을 시도하고, 파견 중대장 알렉스를 사문회로 끌어들이고, 필즈먼의 해임을 시도했다.
황후는 아니었다. 물론 황후의 힘이 쓰이긴 했지만, 황후는 그 힘을 활용할 사고력이 부족했다. 주식 시장에 개입해 하락세를 조장하고, 사문회라는 사장된 제도를 끄집어내 들이대며, 대연정 내각의 허점을 이용해 필즈먼의 해임을 시도하는 건 황후의 머리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복도 맞은편에서 다가오던 이가 그를 향해 경례했다.
“충성.”
“아, 자네는…….”
자신을 향한 거수경례에 손을 들어 답한 그린우드는 낯익은 얼굴을 보고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 잠시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곧바로 이름을 떠올린 그린우드는 자연스레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애런 휘태커 경감. 좋은 점심이네. 여기는 무슨 일인가?”
그러자 휘태커는 손을 내리며 그의 질문에 답했다.
“제1 수도경비대로 납품되는 식자재에 문제가 생겨, 인원 공백을 채우기 위해 제3 수도경비대가 의회 경비 임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뭐라고?”
휘태커의 보고에 그린우드가 설명을 요구하자, 그는 곧바로 설명을 덧붙였다.
“어제 점심에 사용되었던 식자재로 인해, 절반가량 이상이 식중독에 걸린 듯합니다. 이에, 제3 수도경비대는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 병력이 장비와 기자재를 모두 챙겨 의회당에서 대기하라는 지시입니다.”
휘태커는 그렇게 말하며 그에게 명령서를 건넸다. 제1 수도경비대장의 서명이 있는 명령서에는 휘태커의 말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
그린우드의 미간이 좁아졌다.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싸한 감각이, 그의 머리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혹시…….”
이 상황에 대해 뭔가 느끼는 게 없냐고 휘태커에게 물으려던 찰나.
의회당 정문에서 폭발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