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were bigger than I thought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질문에 대한 답
“…그래서.”
부의장석에 앉은 그린우드는 의장석의 아델라인을 바라보며 질문을 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내린 결정들을 바깥으로 전달할 방법이 있나?”
그린우드는 그렇게 말하며 본회의장 중앙의 테이블에 놓인 회의록들을 바라봤다. 회의를 통해 법을 만들어 내고 정책을 결정한다 한들, 그것이 밖으로 전해지지 않으면 우물 속의 메아리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했다.
그 질문에, 아델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먼 중위가 방법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하여, 의회당에 도착한 직후부터 준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델라인의 말에, 그린우드는 질문을 이어 가려다 입을 다물었다. 마법사도, 군인도 아닌 그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한들, 조금이나마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은 그저 기도해야 할 때였다. 그녀가, 그리고 노먼 중위가 무엇을 준비했든 간에, 그것이 제발 늦지 않기를.
그린우드는 불씨가 남아 있는 담뱃대를 물며 의원들을 바라봤다. 얼마 전까지 무력감에 잠겨 있던 이들은, 이제 끊임없이 토론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끝맺지 못했던 정책과 법안에 대해 토론을 이어 나갔고, 세부 사항을 조율해 나갔다. 마치 바깥의 상황을 잊은 것처럼, 그들은 회의를 계속해 나갔다.
황제는 그 곁을 지키며, 때때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황제가 마치 의원들 중 한 명처럼 보이는 착각까지 일 정도였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그린우드는 입을 열었다.
“고맙네.”
그린우드의 입에서, 짤막한 감사의 표현이 나왔다.
“우리 의원들이, 긍지 속에서 의무를 다할 수 있게 힘을 불어넣어 줘서 고맙네.”
그 말에, 아델라인은 고개를 저었다.
“저야말로. 제 말을 들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바로 그때, 조용하던 바깥에서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그러자 토론을 이어 나가던 의원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주변을 돌아봤다.
바로 그때, 바깥에서 경비 대원들을 지휘하던 휘태커가 안으로 들어왔다.
“반란군의 공격이 재개되었습니다! 모두 안에서 자리를 지켜 주십시오!”
그 말만을 남기고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그린우드는 아델라인을 바라봤다.
“노먼 중위가 무엇을 준비하든 간에, 늦지 않기를 바라네.”
“…저도 그러길 바라는 중입니다.”
아델라인은 시계를 바라봤다. 어느덧 시간은 저녁 7시를 넘긴 상황. 몇 시간이 지났지만, 노먼이 가져온다던 방법은 실마리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까.
다른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이어지던 찰나, 그녀의 귀에 깊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랜만이로구나, 아이야.
딱 한 번, 꿈속에서 들어봤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마리의 거대한 새가 아델라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혹시나 환상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자, 모든 의원이 갑자기 나타난 이 신비한 새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델라인은 그 새의 이름을 알았다. 직접, 꿈속에서 만나 이름을 들었으니까.
“시무르그 님.”
아델라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자, 시무르그 또한 흡족한 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 그래, 과인의 이름을 기억하는구나. 기억해 주니 기쁘도다.
잠시 부리를 치켜들고 기쁘다는 듯 운 시무르그는, 이내 한쪽으로 고개를 틀어 아델라인을 눈에 담으며 말했다.
–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들었다.
그 말에, 아델라인은 과거를 떠올렸다. 황제의 이야기를 엿들었던 날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어와야 했었다.
“네, 그렇습니다.”
아델라인의 답에, 시무르그는 싱긋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 그렇다면.
“…….”
– 이번에는, 그대에게 듣는 자기소개를 기대해도 좋겠지?
그 말에, 아델라인은 순간 흠칫,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일전에 아델라인이라 자신을 소개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눈앞에 있는 시무르그는, 단숨에 아델라인의 정체를, 그리고 예은의 정체를 간파해 버렸다.
어떻게 답해야 할까.
영원과 같은 찰나가 지나며,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아델라인에게로 향했다.
잠시 뒤, 아델라인의 입이 열렸다.
“저는…….”
잠깐의 침묵 후. 아델라인의 입이 힘겹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는 한낱 죄 많은 여인일 뿐입니다.”
아델라인은 빙의 전 자신을 떠올렸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알렉스의 죽음을 읽으면서, 자신은 오히려 그를 욕했다.
수많은 댓글이 예은과 같이 알렉스를 향해 비난을 던졌다 하나,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었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이를 향해, 해야 할 말과 하지 못할 말을 가리지 못했습니다.”
한번 시작한 아델라인의 고해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행동을 함에 있어서 항상 자신의 이익을 염두에 두었으며, 모든 일에 있어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알렉스를 위해 위험한 일을 할 때도, 아델라인은 알렉스를 위해서라는 가장 큰 이유를 숨기고 다른 이유를 타인들에게 제시했다.
그 이유가 옳든 그르든, 아델라인은 모든 일에 솔직하지 못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저는 수단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필요하다는 이유로, 남들을 속이고 규칙을 어겨 가며 행동했습니다.”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아델라인은 공작의 의료 기록을 조작했다. 그리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아델라인은 주식 시장에 개입해 주가를 조작했다.
조정이나 개입같이, 여러 듣기 좋은 말들로 꾸몄을 뿐, 아델라인이 한 행동은 피오나가 한 행동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저는, 한낱 죄 많은 여인일 뿐입니다.”
어느새 아델라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다른 모든 이들이 보고 있다는 걸 앎에도, 아델라인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바로 그때, 시무르그가 그녀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가져다 댔다.
– 아이야. 고개를 들 거라.
그 말에, 아델라인은 고개를 들어 시무르그를 바라봤다. 그 눈을 바라보며, 시무르그는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 훌륭한 대답이었다. 그 이맘이 말한 그대로이구나. 흡족한 대답을 들었으니, 마땅히 선물을 해야겠지.
시무르그는 그렇게 말하며, 오색찬란한 비늘 중 두 개를 뽑아 아델라인의 앞에 내려놓았다.
– 네가 품고 있는 두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도다. 그 아이들을 과인의 이름으로 축복하니, 그 징표를 가지고 있는 한 모든 새들이 네 아이들을 과인을 섬기듯 섬길 것이다.
그 말과 함께, 시무르그는 아델라인의 뺨을 부리로 쓸어 주며, 그녀에게 말했다.
– 즐거운 대화였도다, 아이야.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려무나.
그 말과 함께, 빛무리만을 남긴 채 시무르그는 사라졌다. 그리고 곧이어, 본회의장 한가운데의 테이블에 방치되어 있던 통신 마법용 수정구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잠깐의 잡음이 들리고, 잠시 뒤 한 장교의 모습이 수정구 위로 떠오름과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는 수도 사단 본부. 발신자 말씀하십시오.
수도 사단 본부. 그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수정구로 향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아델라인이 입을 열었다.
“여기는 아델라인 폰 로피츠, 현재 제국 의회 의장입니다. 수도 사단장과 연결해 주십시오. 급한 사안입니다.”
아델라인의 말에, 수정구가 비추던 장교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어디론가 향했다.
– 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천 년 같은 1분이 지나고, 잠시 뒤 수정구에는 한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필즈먼 대장.”
– 좋은 저녁입니다, 의장님.
아델라인에게 인사를 건네는 필즈먼의 모습에, 아델라인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육군 본부에 있어야 할 그가 수도 사단 본부에 있다는 건 단 한 가지를 의미했다.
“알고 계셨습니까.”
아델라인의 한마디에, 필즈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 수도 사단이 수도의 동부와 남부, 서부 진입로를 봉쇄 중입니다. 그리고, 라이플 여단이 대기 중입니다.
라이플 여단.
아직 하켄 공국에서 뒤처리를 맡으며 내년 초에나 돌아와야 할 라이플 여단이, 수도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다.
황태자가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전부터 알고 있지 않았다면,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필즈먼에게 ‘어떻게 알고 있었냐’, ‘알고도 말을 하지 않은 것이냐’라는 질문을 하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었다.
묻고 싶은 말을 참으며, 아델라인은 필즈먼을 응시했다.
“의회를 대표하여, 육군본부장 리안 필즈먼 대장에게 명령합니다. 수도 사단 및 라이플 여단의 수도 진입을 허가합니다. 반란군을 섬멸하고, 주동자들을 체포하십시오.”
아델라인의 말에, 필즈먼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델라인에게 경례했다.
– 알겠습니다. 의장님.
그 말과 함께, 통신이 끊겼다. 다시 시작된 마나 교란에, 수정구는 다시 빛을 잃고 잡음만 흘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바깥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퇴각하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 후퇴해!!”
그동안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방어를 이어 나가던 제3 수도경비대가, 기어코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의회당 안으로 후퇴하고 있었다.
그때, 마일즈가 한 손에 지팡이를 든 채 아델라인의 앞으로 다가왔다.
“육군 예비역 대장 알베르데 그리보발 마일즈가, 의원직을 내려놓고 전장으로 복귀하고자 합니다. 의회의 대표로서 허락하여 주십시오.”
자신을 바라보며 허락을 구하는 마일즈의 모습에, 아델라인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마일즈는 이 이후에도 필요한 사람이었다. 황태자의 반란으로 엉망이 된 내일의 제국을 조율하려면, 그같이 유능한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그를, 지금 당장의 총알받이로 내보낼 수 없었다.
“허락할 수 없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하실 일이 많습니다. 여기에 남아 주십시오.”
아델라인의 속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끄덕이면서도, 마일즈는 차분히 아델라인을 설득했다.
“내일을 꿈꾼다, 하여도 오늘 살아남아야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초선 의원 하나가 아니라, 전장에서 수십 년을 구른 베테랑 한 명입니다.”
그는 잠시 아델라인을 바라본 뒤, 고개를 숙이며 허락을 구했다.
“나가서 싸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 의연한 모습을 보자, 다시는 그를 못 볼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아델라인의 귀에는, 점점 총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본회의장이다! 죽어도 여기서 버텨!!”
“제3 수도경비대!! 지원군이 곧 올 거다!! 포기하지 마!!”
휘태커와 경비 대원들의 악에 받친 발악이 들려왔다. 버텨야 한다, 외치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그 무엇보다 짙은 절박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기에.
“…허락, 합니다.”
아델라인은 힘겹게, 마일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허락을 들은 마일즈는 미소와 함께 아델라인에게 경례를 한 뒤 지팡이를 들고 본회의장을 나갔다.
그 뒤를 따르는 몇몇 의원들과 함께, 그들은 전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