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were bigger than I thought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프롤로그
“레이크 씨. 일어나세요, 레이크 씨!”
아카데미 연구동의 한 실험실. 그 한구석에 누군가가 마련해 둔 간이침대에 누워 있던 나이아의 어깨를, 동료 연구원이 흔들며 깨웠다.
“으으으…….”
그러나 나이아는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더욱 움츠렸다. 실험을 위해 새벽 4시까지 깨어 있었던 그녀에게, 침대에 누워 있는 순간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10시에 깨워 달라면서요! 지금 11시에요!!”
그러나 동료의 말에, 잠기운 가득하던 나이아의 눈이 번뜩 떠졌다. 급히 안경을 쓰고 거울을 보자, 실험실 벽시계의 시침은 11시를 지나 있었다.
잠시 뒤.
“…아아아아아―!!”
가련한 박사 과정 연구원의 통곡이 연구동을 가득 울렸다.
* * *
박사 과정 연구원의 원혼이 서려, 사시사철 서늘하다는 연구동 앞. 그러나 그 앞에 선 한 대의 마차는, 연구동 안보다도 훨씬 싸늘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
안드레이의 싸늘한 눈빛에, 스워포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안드레이의 입이 열렸다.
“나이아랑 결혼하겠다고?”
안드레이의 잔잔한, 그러나 힘이 실린 목소리를 듣자 스워포드의 몸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런 비슷한 느낌을 어디서 느꼈을까. 해병대 시절, 해전 중 자신을 향해 빼곡히 열린 전열함 포문을 마주해도 이 정도로 두렵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스워포드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허락해 주십시오.”
“…….”
그러자 안드레이는 이마를 짚었다.
허락 못 할 이유는 없었다. 전역을 하자마자 지금까지 모아 둔 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그는 채 1년도 안 되어 견실한 사업체를 갖추게 되었다.
스틸웰 공업, 그것도 자신의 작은 형인 마일즈 스틸웰의 보조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스워포드의 성공을 폄하할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싹수가 노란 놈도 아니었다. 스워포드는 든든한 전우였고, 훌륭한 동료였다. 수없이 많은 전투를 함께한 스워포드의 성격은 나이아를 책임지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심기가 불편했다.
무어라 말하기 힘든 불편함이 안드레이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 불편함을 스워포드를 향해 쏟아 내려던 찰나, 마차 문이 벌컥 열렸다.
“늦어서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나요?!”
드레스를 입은 채 숨을 거칠게 내쉬며, 나이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내 두 사람은 곧바로 표정을 바꾸고 나이아를 바라봤다.
“아니야, 오래 안 기다렸어.”
“그래, 하사님하고 이야기 나누느라.”
그렇게 말하며, 그들은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치 나이아를 위해 자신의 옆자리를 비워 주려 하는 듯한 모습.
나이아는 두 사람을 잠시 번갈아 본 뒤, 스워포드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안드레이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마차가 출발하자, 안드레이의 마음속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편안함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정말 잘 어울렸다.
“해라.”
안드레이의 말에, 나이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스워포드는 안드레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
“하라고. 맘대로.”
그 말에, 스워포드는 잠시 멍하니 안드레이를 바라봤다. 잠시 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감사합니다!”
“잘해. 머리에 납탄 박히기 싫으면.”
살벌한 경고와 달리, 안드레이의 얼굴에는 힘이 한결 빠져 있었다. 그렇게 한층 온화해진 마차는, 속도를 높여 앞으로 나아갔다.
그 끝에 도착한 곳은 로피츠 공작가의 저택. 다행히 정오 전에 도착한 마차는 급하게 안으로 들어가 빈 공간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간만에 만나는 저택의 사용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세 사람은 저택의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러자 뒷마당에 차려진 예식장과 그 안을 가득 채운 하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계, 학계, 경제계, 금융계, 의학계, 육군, 해군… 다양한 소속의 수많은 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중에는 지난 1년에 이어 연임이 확정되다시피 한 마일즈 수상과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이라는 과실을 손에 넣은 그린우드, 그리고 괴멸 직전까지 몰렸던 남부당을 지휘해 50석이라는 의외의 성과를 얻은 피츠허버트까지. 견제와 협력을 반복하는 정계의 세 거두가 모였지만, 오늘만큼은 온화한 표정과 함께 일상적인 이야기만이 오갔다.
“아! 레이크 양! 조금 늦었구만. 어서 신부 대기실로 가 보게! 늦지 않았으니까!”
잠시 자리를 옮겨 포사이스 박사와 커크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린우드의 말에, 나이아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라버니, 그리고 스워포드. 둘 다 싸우지 말고 있어야 해요?”
그 말만을 남기고 서둘러 신부 대기실로 향한 나이아. 그러나 두 사람에게도 가야 할 곳은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옆에서는 네슬러 스틸웰을 비롯한 기업가들과 금융가들이 시장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중에는 당연히 마일즈 스틸웰도 있었다.
그는 스워포드를 보자, 곧바로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했다. 하지만 스워포드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손짓과 함께, 안드레이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연회장 한편을 차지해 무리 지어 있는 이들. 정장들 사이에서 각자의 제복을 입은 그들은…….
“이야, 민간인들 왔다 민간인들!”
“레이크 하사님! 스워포드!”
제3 수도경비대와 파견 중대, 그리고 HMS 헬리온의 간부들. 비록 지금은 통폐합과 해산을 거치며 사라진 부대들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아직 소속감이 남아 있었다.
“늦지 않게는 왔구만.”
“그러게 말이야, 늦을까 싶었는데.”
그중에는 휘태커와 노먼도 있었다. 하나로 통일된 수도경비대, 이제는 수도경찰청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치안 조직의 부장이 된 휘태커였지만, 오늘만큼은 그는 제3 수도경비대의 옛 제복을 입고 있었다.
노먼도 마찬가지. 전투 직후 전역해 이제는 손주를 돌보며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였지만, 그 또한 라이플맨의 그린재킷을 입고 있었다.
클린턴 경위는 클린턴 경감이 되었으며, 윌포드는 당당한 영관 장교가 되어 다시 한번 함장이 되어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팩은 이제 군의관이 되어, 여전히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총을 놓았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이 아직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뒤, 사회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인트 조지 병원의 외과의이자, 팩의 스승 역할을 맡았던 다니엘 로크는 능숙하게 식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분위기는 조금씩 무르익어 갔다. 양가 부모가 입장하는 순서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식이 진행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렇게 신랑과 신부가 입장할 차례가 되자, 파견 중대와 수도경비대의 대원들 사이에서 한 가지 질문이 나왔다.
“근데, 예도단은 누가 하냐?”
“수도 사단 의장대가 한다는데?”
그 말에, 스워포드를 비롯한 대원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잠깐 정색한 그들은, 이내 서로 눈을 마주치며 말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잠시 뒤, 그들의 얼굴에 장난기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
“쫄?”
스워포드의 입에서 나온 말에, 팩은 곧바로 받아쳤다.
“쫄리면 뒤지시던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허리춤에 찬 세이버를 살짝 뽑아 보였다. 그러자 금세 의견이 모아진 그들은 연회장 한편에 대기하는 중인 수도 사단의 의장대를 바라봤다.
그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자,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던 의장대들도 그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야, 야 너네 뭐 하려고…….”
뒤늦게 분위기를 눈치챈 휘태커였지만, 같은 테이블의 노먼이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버리고 말자, 그도 눈을 질끈 감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건너 테이블에 있던 윌포드와 해군들도 눈치를 보더니 슬쩍 끼어들었다.
그들의 심상치 않은 동태를 본 다니엘은 곧바로 휘태커와 시선을 마주했다. 휘태커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이자, 다니엘은 곧바로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아, 지금 수도경찰청의 애런 휘태커 경무관께서 신랑의 전우들로 구성된 예도단을 이끌고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하려 합니다! 하객 여러분께서는 박수로 맞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 짧은 순간 동안, 수십 명의 사람이 눈치껏 2열로 정렬을 마치고 휘태커를 바라봤다. 휘태커는 자신의 바로 옆에 선 노먼과 눈을 마주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박수 소리가 쏟아지고, 휘태커는 그 박수 소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앞으로!! 갓―!!”
그 외침과 함께, 그들은 앞으로 걸어 신랑 신부가 입장할 길 양쪽에 정렬했다.
그 모습을 한번 확인한 휘태커는, 입을 열어 외쳤다.
“받들어! 칼!!”
라이플맨들의 곧고 기다란 총검, 육군 장교와 경비대 간부의 의장용 세이버, 윌포드와 해군 간부들의 커틀러스, 노먼의 샴쉬르.
그 가지각색의 검들이, 일제히 힘차게 뽑혀 나와 머리 위에서 서로 맞대어졌다. 그 절도 있고 장엄한 모습에, 식장 곳곳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신랑 신부! 입장!”
다니엘의 외침과 함께, 저택의 뒷문이 열렸다. 들어오는 사람은 두 사람이 아니라, 네 사람.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델라인의 오른팔에는 그녀를 닮은 금발의 남자아이가 안겨 있었고, 붉은 예복을 입은 알렉스의 왼팔에는 알렉스를 닮은 흑발의 여자아이가 안겨 있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동안, 번뜩이는 검들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끊임없이 맞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흔히들 하는 예도단의 짓궂은 시험은 없었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고되었는지를 알기에, 그들은 검을 서로 부딪치는 것으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그들의 축복을, 그리고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환한 웃음과 함께 네 사람은 앞으로 나아갔다.
* * *
결혼식이 끝나고, 아델라인과 알렉스는 두 아이와 함께 본가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
지난 1년간 쉬지 못하고 달려온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알렉스는 육군본부로부터 한 달이라는 기나긴 휴가를 받았고, 아델라인은 한 달간 그린우드에게 의회를 맡겼다.
그 한 달 동안, 그들은 공작령으로 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아멜리아랑 리처드 둘 다 잠들었어요.”
“휴우. 다행이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속 지켜봐야겠죠.”
가장 먼저 걱정했던 것은 아멜리아와 리처드, 두 아이였다. 아직 생후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두 아이가 하루 종일 이어질 마차 여행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두 아이는 그 걱정이 헛되었다는 듯,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마차 한쪽에 마련된 요람에서 천사같이 잠들었다.
덕분에 한숨 돌린 채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아델라인. 그런 그녀의 눈에, 방치된 한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마부. 잠깐 멈춰 봐요.”
아델라인이 마부석으로 향하는 창문을 두드리며 지시를 내리자, 마부는 곧바로 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
“아델라인?”
“…잠시만요.”
알렉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아델라인을 바라봤지만, 그녀는 손가방을 손에 든 채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알렉스는 뒤이어 내리며 그녀를 따라갔다.
“무슨 일이에요?”
알렉스의 물음이 들려왔지만, 그녀는 말없이 저택의 정문을 바라보는 것으로 답했다.
아델라인도, 알렉스도. 그 저택의 정체를 알았다.
“루멘시아 백작가의 저택이군요.”
가문 자체가 황태자의 반란을 지원했다가, 즉시 숙청 명단에 오른 가문. 가산은 압류당했으며, 주인 잃은 저택은 돈 될 만한 것들을 모두 뜯긴 채 정문의 철창문도 없이 휑한 흉물이 되어 있었다.
아델라인은 홀린 듯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알렉스는 허리춤에 손을 가져간 채 아델라인의 뒤를 따랐다.
혹시나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알렉스는 경계를 놓지 않았지만, 싱거울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델라인은 계속해서 발이 이끄는 대로, 저택 안을 걸었다. 온갖 보물들이 있던 진열장은 깨진 유리장만이 남아 있었고, 저택 안은 조금씩 풍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걸어간 끝에 아델라인이 마주한 것은.
“…비밀 공간.”
책장으로 위장되어 있었을, 열려 있는 비밀 문이었다.
그 뒤를 따라온 알렉스는, 벽에 걸려 있던 나무 촛대를 집어 들고 성냥을 그어 남은 한 도막의 양초에 불을 붙였다.
“여기까지 온 거… 들어가 보죠. 제가 앞장설게요.”
한 손에는 피스톨을, 다른 한 손에는 양초를 든 알렉스의 말에, 아델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문 안 계단은 길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가자, 비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는 온갖 마법진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양피지가 놓여 있었다.
“…육신을 취하는 마법.”
한쪽 무릎을 꿇고 맨 위의 고대 제국어를 떠듬떠듬 읽은 알렉스는, 아델라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대 마법서네요. 이미 사용 흔적이 있는걸 보니, 더는 효력이 없을 것 같고.”
그 말에, 아델라인도 그를 따라서 마법서를 바라봤다.
잠시 그것을 내려다본 아델라인은, 이내 방 안에 널브러진 종이들로 시선을 옮겼다. 날짜들이 적혀 있는 걸 보아, 일기장 내지 일지일 것이다.
아델라인은 손가방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이제는 정말 소설이 되어버린 원작. 『황태자 관찰일기』.
아델라인의 손에 들린 책을 알아챈 알렉스는 그녀를 바라보며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어요?”
“…뭐, 계속 바빴잖아요. 그냥 가지고 있었죠.”
아델라인은 그렇게 말하며 알렉스를 바라봤다.
“성냥 빌려줄래요?”
그 말에,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성냥을 그어 아델라인에게 건넸다.
그러자 아델라인은 양피지를 일기 무더기에 올려놓은 뒤, 책에 불을 붙여 그것이 타들어 가는 것을 지켜봤다.
원작.
원작이 뭐라고.
육신을 가로채 가면서까지 매달렸을까.
아델라인의 손에 들린 책이 반 정도 타들어 가자, 아델라인은 미련 없이 책을 일기 무더기 속으로 던졌다. 책에 붙은 불은 이내 일기 무더기와 양피지로 빠르게 옮겨붙었다.
잠시 뒤, 일기 무더기와 양피지는 잔불만을 남긴 채 새하얀 잿더미가 되었다.
그 잔불을 보며, 아델라인은 알렉스에게 말했다.
“고생했어요.”
그 말에, 아델라인을 바라보던 알렉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델라인도.”
잠시 잔불이 사그라드는 걸 지켜보던 아델라인은, 알렉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뭐 하죠?”
마찬가지로 사그라드는 불을 바라보던 알렉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되물었다.
“그러게요?”
그 목소리에는, 더 이상의 걱정도 고민도 없었다. 시원하다는 듯한, 후련함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잠시 뒤, 두 사람의 귀에 유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작님!! 부군님!! 도련님하고 아가씨가 타신 마차에 새들이 들러붙는데요! 거기다가 두 자제분께서 울고 계셔요!!”
그 다급한 목소리에, 아델라인과 알렉스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비밀 공간을 나왔다.
“어서 가요!”
“그러죠!”
그들이 떠나고 남은 자리에는, 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