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s were bigger than I thought RAW novel - Chapter 57
57화 Double Action
늦은 밤, 갑자기 빈민가 상황에 대해 보고하라는 아델라인의 지시를 들은 안드레이는 서류를 바리바리 챙긴 채 서재로 향했다. 평소와 다른 상황에 안드레이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지시에 따라 아델라인에게 보고를 했다.
“현재 빈민가의 기반 시설 복구는 사단 공병대의 지원과 빈민가 재건 사업 입찰을 희망하는 업체들의 기부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 기부하면 재건 사업에서 가산점을 주겠다고 한 것 때문이겠지?”
“손해 보는 장사를 원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입찰에 실패하더라도 내각에서 세금 감면 혜택을 일부 제공해 주겠다고 제안한 덕분에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역량을 내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좋은 일이네.”
아델라인은 보고서를 설렁설렁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라인의 머릿속에서는 알렉스가 한 말들이 계속 맴돌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걸까. 알렉스 그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이 계속 이어질수록 그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알렉스가 심하게 다칠 수도 있는 걸까. 저번처럼 한쪽 팔에 부목을 대고 나타날 수도 있는 걸까. 아니면 그것보다도 더.
어쩌면… 다시는 알렉스를 못 볼 수도 있는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끝에 다다르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때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와 함께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알렉스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아델라인은 보고서를 손에서 놓고 두 손을 얼굴로 감싼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력했다. 사냥대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아델라인의 마음을 더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그 모습에서 또 다른 이상함을 느낀 안드레이가 아델라인을 말없이 바라봤다. 침묵을 가장한 질문에, 아델라인은 안드레이를 마주 봤다.
그리고 결국 그 질문에 답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저녁, 알렉스와 헤어질 때 약속을 하나 했었어. 오늘 밤만큼은 안드레이 너를 가까이 두고 있겠다고.”
아델라인의 말에, 안드레이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스의 생각이 선명하게 보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델라인을 향한 위협이 있을 것이다. 알렉스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델라인을 보호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들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아델라인을 보호할 마지막 방어선으로서 자신을 택한 것이었다.
알렉스의 생각을 읽어 낸 안드레이는 아델라인에게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최선을 다해 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공녀님.”
안드레이가 고개를 숙여 말하자, 아델라인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해. 오늘 밤은 더더욱.”
* * *
“…허.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세이드는 알렉스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아무리 알렉스가 유능하다 한들, 마법도, 오러도 못 쓰는 평범한 장교에 불과했다.
들고 있는 장비도 기껏해야 피스톨 한 자루에 제식 세이버 한 자루. 경보병의 기동성도 이 좁은 실내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면 깔끔하게 말하지. 이 일에서 손 떼도록. 보름달 계획의 나머지 인원도 넘겨주지. 그러면 모두가 좋지 않겠나? 공적도 세우고. 그리고…….”
그러자 알렉스는 허허, 웃으며 세이드를 향해 말했다. 얼굴 전체적으로 웃고 있었지만, 눈만큼은 웃고 있지 않았다.
“계속 지껄여 봐.”
알렉스는 세이드를 향해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에 움찔한 세이드가 말을 멈추자, 알렉스는 세이드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근데 다음 말은 잘 골라라. 이건 진심이다.”
마치 세이드가 다음에 할 말이 뭔지 잘 안다는 듯, 경고의 말을 던진 알렉스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건달들은 세이드가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를 보이자 벌써 눈동자가 흔들리고 초조함을 내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절대 세이드의 직속이 아니었다. 그냥 돈 몇 푼 주고 병풍 삼아 데리고 온 버림 패들이었다.
알렉스의 뜻대로 점점 기세가 기우려 하자, 세이드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여유로운 모습을 가장했다. 세이드로서도 알렉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양새만큼은 만들어 줄 수 없었다.
결국, 세이드는 알렉스가 바라지 않았던 답을 꺼냈다.
“뭐,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겠지. ‘파트너’라던지.”
세이드의 말에, 알렉스는 우스운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것을 본 세이드가 할 말을 잃은 채 침묵하자, 잠시 시간을 흘려보낸 알렉스는 세이드를 향해 질문했다.
“궁금하지 않나?”
알렉스의 뜬금없는 질문에, 세이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렉스는 세이드를 향해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라이플 여단 소속인 내가 왜 이 일을 자진해서 맡았는지. 궁금하지 않나?”
알렉스의 말에, 순간 세이드의 동공이 흔들렸다. 알렉스가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진해서 맡았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너희들은 선을 넘었어.”
알렉스는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셋. 평범하게,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약자들을 건드렸다.”
“…….”
“빈민가라. 너희들 깜냥은 그것밖에 안 된다는 거냐? 무슨 숭고한 명분이 있었다면 육군 예산 매번 동결시키려 드는 재무부 청사나 불태우지. 그럼 우리도 좀 봐줬을 텐데.”
알렉스의 말에, 세이드는 심기가 거슬린다는 듯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렉스는 곧바로 약지를 접었다. 그사이 그의 왼손은 코트 자락에 가려진 피스톨을 쥐었다.
“둘. 너희들은 우리를 어쭙잖게 건드렸어. 직접 싸움은 걸지 못하니, 괜히 못 먹는 감 찔러보는 모양새였지. 마지막으로 하나.”
알렉스는 그리 말하며 검지를 접고, 손등이 보이도록 손을 돌렸다. 명백한 모욕의 의도를 담은 제스쳐였다.
“소중한 걸 알면 건드리질 말았어야지, 어?”
갑작스러운 알렉스의 말과 행동에, 세이드의 눈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그 순간, 알렉스의 발이 테이블을 걷어차며 세이드의 시야가 가려졌다.
그리고 알렉스는 곧장 왼손으로 피스톨을 뽑아, 방아쇠를 당겼다.
탕!
묵빛 납탄이 테이블의 얇은 상판을 뚫고 지나갔고, 잠시 뒤 바닥에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주변이 있던 장정들이 저마다 날붙이를 들고 일어나 알렉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쾅! 쨍그랑! 콰광!
문짝과 창문들이 터지고 깨져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알렉스를 향해 달려들던 장정들이 총성들과 함께 고꾸라졌다.
“진입, 진입, 진입!!”
“한 놈도 못 빠져나가게 해!!”
라이플맨들이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라이플을 등 뒤로 맨 채, 총검과 피스톨을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와 남아 있는 장정들을 쓰러트렸다.
그사이 알렉스는 탄약포를 물어뜯어 피스톨에 새로운 탄을 장전한 뒤, 뒤로 물러나며 대원들에게 질문했다.
“몇 소대야!”
그러자 알렉스가 아는 목소리가 질문에 대답했다.
“1소대입니다! 공작저로는 외인 소대가 갔습니다!”
그때, 알렉스의 눈에 다리에 관통상을 입은 채 한 손에는 알렉스가 들고 온 서류 가방을 들고 몇몇 부하들과 함께 지하실로 도망치는 세이드가 보였다. 알렉스는 옆에 있는 라이플맨 둘의 어깨를 두드리며 명령을 내렸다.
“라이미하고 스팅어! 나 따라와! 세이드 잡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알렉스의 부름을 받은 두 라이플맨은 곧바로 세이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세이드의 곁을 지키던 부하들이 피스톨을 겨눴지만, 난전을 틈타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두 라이플맨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그사이 알렉스는 그들 사이를 뚫고 세이드가 향한 방향으로 뛰어갔다.
알렉스가 피스톨의 공이를 당기며 모퉁이를 돌려는 찰나, 기이한 아지랑이로 감싼 단검이 알렉스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간신히 몸을 틀어 단검을 피한 알렉스는 세이드를 바라봤다. 허벅다리에 총상을 입은 세이드는 한 손에 서류 가방을 꼭 쥔 채 다른 손에 들린 단검을 알렉스를 향해 내질렀다.
오러를 두른 칼날이 알렉스의 피를 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알렉스는 착실히 거리를 벌리며 총구를 들어 올렸다.
탕.
피스톨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가 좁은 계단을 가득 메웠다. 천장에 피가 튀는 걸 확인한 알렉스는 계단 입구에 서서 세이버를 뽑아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계단 아래로 무언가가 쓰러져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시 뒤, 알렉스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제기랄!”
분명 계단 아래에 쓰러져 있어야 할 세이드의 시신이 없었다. 지하실로 내려가 안을 둘러봐도 사람 한 명 없었다.
알렉스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벽을 주먹으로 쾅! 때렸다.
“젠장!”
그때, 사람 한 명 없는 지하실을 노려보던 알렉스의 뒤에서 한 대원이 알렉스를 불렀다.
“중대장님. 외인 소대의 보고입니다.”
“말해.”
알렉스의 말에, 그 라이플맨은 종이를 들고 알렉스에게 보고했다.
“공작가 저택을 향한 소속 불명의 공작조 제압 완료. 아군 및 민간인 피해 전무. 소음 전무. 공작가에 사실 통보 후 협조하에 후속 처리 진행 중.”
알렉스는 그 말에 뒤를 돌아봤다. 아델라인을 향한 공작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에 한순간 감정이 들끓었지만, 이내 노먼의 소대가 완벽하게 처리했다는 보고에 손에 들어간 힘이 한결 풀렸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1소대, 현장 기록 및 자료 수집 절차 들어가자. 1소대장이 지휘하라 그래.”
알렉스의 명령에, 보고하러 온 라이플맨은 알렉스를 향해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외인 소대 쪽에 가 보려고.”
알렉스는 그리 말하며 내부를 살폈다. 일찌감치 날붙이를 내던지고 항복해 버린 건달들은 1층의 홀 한구석에 박혀 살벌하게 감시를 받고 있었다.
알렉스는 그 모습을 보며 ‘정문’이라는 게 있던 공간으로 나갔다. 그러나 마주한 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젠장.”
오밤중에 갑자기 벌어진 총격전에 허겁지겁 달려온 제1 수도경비대의 경비대원들이었다. 마치 반란군이라도 상대하듯 건물을 포위하고 전열 보병처럼 사격 자세를 갖춘 모습을 보자, 알렉스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 당장 아델라인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발이 묶이게 생겼다.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결국 알렉스는 생각을 바꿨다.
지금 당장 아델라인을 만나러 갈 수는 없을 테니,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아침이 되자마자 아델라인에게 달려가는 거로.
“다시 말한다! 당장 무기를 버리고…….”
그러나 확성기를 든 경비대 간부의 목소리는 가뜩이나 날카로워진 알렉스의 신경을 건드렸고, 결국. 그는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거, 씨. 총구부터 내리고 말해! 너 선임 누구야! 장교 상대로 총 겨누게 되어 있냐?! 저번 일이랑 같이 한번 뒤엎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