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
얼굴 천재 배우님-1화(1/200)
얼굴 천재 배우님 001화
네모난 유리문 너머.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나는 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미안해요. 또 떨어졌어요.”
아버지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계속 웃는다.
“하지만 괜찮아요. 오디션 같은 건 또 보면 되는 거니까. 오늘은 아주 중요한 오디션이 있어요. 아버지도 알죠? 김필성 감독님.”
아버지가 계속 웃고 있다.
“오늘 그분한테 오디션을 볼 거예요. 잘하고 올 테니까 기다려요?”
아버지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저 계속 웃을 뿐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한 뒤 아버지의 시선을 따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분수의 물결이 햇살을 따라 아름답게 부서지고 있었다.
벽제동에 위치한 은빛 추모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풍경이었다.
* * *
세 시간 후.
오디션장에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참가자 138번. 이시준 씨.”
“네.”
“당신은 여기가 애들 놀이터 같습니까?”
나는 남자의 물음에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는데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남자의 서슬 퍼런 눈빛과 분노 섞여 있는 말투가 두려운 것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렇게 묻는 남자의 정체가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나를 강하게 압박했다.
남자의 이름은 김필성.
김필성은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쯧, 하고 혀를 한번 차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저는 이시준 씨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죠. 이만큼 잘생긴 사람도 흔치 않으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하라고 꺼낸 말이 아닙니다. 저는 그게 문제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이시준 씨는 배우가 된 지 얼마나 됐죠?”
“극단 생활까지 합친다면…. 7년 정도 됐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길군요. 그래서 더 실망스럽습니다. 어떻게 7년이나 연기를 했으면서 이 정도밖에 못하는 겁니까? 사람들이 이시준 씨를 어떻게 부르는지 몰라요?”
“…….”
모를 리가 없었다.
예쁜 쓰레기.
다른 별명도 많았지만 사람들은 보통 나를 이렇게 불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명색의 배우라는 사람이 얼굴만 그럴듯할 뿐 연기를 너무 못했으니까.
처음에는 배우를 하는 게 쉬웠다.
극단, 소속사, 제작사, 방송국.
누구 하나 빠짐없이 나를 데려가려고 안달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때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연기가 부족하다는 걸 은연중에 느끼고 있음에도….
얼굴도 재능이다.
이렇게 믿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우연한 기회로 케이블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을 때.
주연으로서 한 드라마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을 짊어지게 되었을 때.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엑스트라로 존재할 때 의미가 있는 배우라는 걸.
수많은 감독에게 있어 나는 그저 작품의 흥행을 위한 ‘꽃병풍’에 지나지 않았다.
작품의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꼭 한 명씩 캐스팅이 되는 꽃병풍 중 반응이 가장 괜찮은 물건.
아직도 내가 주연으로 참여한 드라마 짤이 ‘반도에 흔한 얼굴 천재의 연기법.gif’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닌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죄송합니다.”
나는 김필성 감독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과에도 불구하고 김필성 감독은 화가 풀리지 않는 듯했다.
그 이유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김필성 감독은 나를 무례한 작자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실력도 없이 얼굴만 믿고,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려고 하는 벌레 같은 자식.
김필성 감독이 서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재능이 없다는 말을 믿지 않아요. 솔직히 이시준 씨가 7년간 꾸준히 노력했으면 지금과 같은 연기력을 보여 주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시준 씨는 어떻습니까?”
“…….”
“형편없는 연기력을 보여 줬죠. 솔직히 저는 이시준 씨가 첫마디를 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말투, 표정, 호흡. 어느 것 하나 어색하지 않은 게 없었으니까. 적어도 이 자리에 참가하고 싶다, 먼저 얘기를 꺼낼 정도라면 개선의 의지가 보이는 연기를 펼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
“그런데 결과가 어땠죠?”
“…죄송합니다.”
“왜 자꾸 죄송하다고 해요!”
결국 김필성 감독이 폭발해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나는 김필성 감독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필성 감독은 착한 부류의 사람이었다.
‘재능이 없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는 것부터가 그랬다.
김필성 감독은 이 업계에 함께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내가 개선의 여지를 보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김필성 감독과 함께 나란히 앉아 있는, 다른 시험관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딱 봐도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한 사람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김필성 감독의 말에 감명을 받은 듯 지그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현실이었다.
김필성 감독도 이러한 현실을 자각한 듯 도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모든 게 귀찮아진 것 같은 표정으로 손을 휘휘, 내저었다.
“나가 봐요.”
“네. 감사합니다. 오늘 해 주신 말씀, 가슴속 깊이 새기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오디션장을 나서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문득, 나 또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얘기해 주는 게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필성 감독과 같은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 또한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
“그리고…….”
“뭐요?”
김필성 감독이 지쳐 있는 얼굴로 되물었다.
나는 그 표정을 바라보다가 가만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는 누구에게나 재능이 있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러자 김필성 감독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네?”
“그냥 그렇다고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또 뵙겠습니다.”
* * *
그렇게 오디션장 밖으로 나온 뒤 나는 잠시 망설였다.
분수를 아름답게 부서뜨리던 햇살이 한층 더 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소주나 한잔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생각해 보면 애초에 내 욕심 때문에 이 작품의 오디션을 본 것이었다.
그러니 소주를 마시며 누구를 원망할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채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다행히 버스 안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버스에 승객 자체가 별로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몇 정거장을 지났을까.
승객이 서너 명 더 늘어났고 내 앞에 앉아 있던 여고생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존잘! 이거 봐 봐.”
“어? 이시준이네?”
“알아?”
“당연히 알지. 얼굴 천재로 유명하잖아.”
“근데 난 왜 몰랐지?”
“모를 만도 하지. 얼굴 믿고 깝치다가 연기력 하타치인 거 들통나서 개망했잖아.”
“그렇게 연기를 못 해?”
“존나. 엑스트라일 때도 연기력 논란이 있었는데 한 작품 주연 맡자마자 실력 개뽀록 났음.”
“제목이 뭔데?”
“비밀의 수사관.”
“아아. 나 그거 알아. 권예지가 나온 것 중 유일하게 망한 드라마잖아. 남주가 이시준이었구나.”
“아무리 OCM 드라마였다고 해도 그렇지. 시청률이 너무 폭망이었잖아. 그나저나 요즘은 뭐 하지? 통 못 봤네?”
“뭐…. 얼굴 잘생기고 허우대 멀쩡하니까 어디서 대충 모델 같은 거 하면서 먹고살지 않을까?”
“하여튼 재수 없다…. 근데 잘생겨서 좋아.”
“우. 사라져라. 얼빠.”
“너가 먼저 이시준 얘기 꺼냈거든?”
두 여고생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나는 모자를 꾹 눌러쓴 채 뒷문으로 내렸다.
하루 이틀 당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조금 기운이 빠진 느낌으로 내가 월세로 살고 있는 오피스텔까지 걸었다.
* * *
1002호.
오피스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래된 공책 냄새가 나를 반겼다.
오랜 시간 차곡차곡 모아온 ‘작품 분석 노트’였다.
나는 그중 가장 최근에 사용하고 있던 것을 꺼냈다.
노트의 표지에는 ‘<감출 수 없는 환청> 김필성 作’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후우.”
뒤늦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노트를 펼쳤다.
그런 뒤 빈 곳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오디션 최종 탈락.
-문제의식 재점검 필요.
-나는 꽃병풍에 불과한 스스로에게 좌절하여 주저앉았는가.
-개선에 의지가 있다면 어째서 7년간 나아지지 않았나.
-스스로의 위치 다시 확인.
나는 여기까지 적고 노트를 덮었다.
그런 뒤 방 한쪽에 놓여 있던 카메라를 켜고 오늘 오디션장에서 한 것처럼 똑같이 연기해 봤다.
어떤 게 문제였는지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다.
“아니요. 모릅니다.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린다고 말할 수 있다면, 모든 게… 괜찮아지나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해냈다.
이처럼 직접 연기를 할 때에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인지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테스트용 카메라에 녹화된 나의 연기는 내가 생각한 것과 사뭇 달랐다.
[아니요. 모릅니다.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린다고 말할 수 있다…며ㄴ 모든 게 괜찮아지나요?]역시 녹화된 것을 살펴보니 단번에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표정이 어색했고 발성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테스트용 녹화일 뿐인데 긴장을 한 것처럼 대사까지 절었다.
최근 한 달간.
나는 <감출 수 없는 환청>을 끊임없이 분석해 최고의 연기를 펼치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전부 소용없는 짓이었다.
막상 실전에 돌입하자 모든 게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연습해도 머리와 몸이 항상 따로 노는 것.
이것이 내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문제였다.
‘솔직히 저는 이시준 씨가 첫마디를 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말투, 표정, 호흡. 어느 것 하나 어색하지 않은 게 없었으니까.’
김필성 감독의 평가는 적나라했지만 사실이 아닌 게 없었다.
“후.”
나는 또 한차례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노트를 펼쳐 그 아래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계획 실패. 아직도 많은 부분이 어색하다. 기본기 연습 시간을 늘릴 것.
그러다가 문득 펜을 멈추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 정말 그런다고 나아질까.’
마음을 다잡으려 했는데 순간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튀어나왔다.
지금도 하루 중 수면 시간과 대본 연습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기본기 연습에 쏟아붓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더 노력해야 해.’
그랬다.
나에게는 노력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수년간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게 최선이라는 걸 알았다.
이렇게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나는 카메라 앞에서 눈 하나 제대로 깜박할 수 없었다.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데뷔 1년 차에는 멋모르고 연기에 달려들었다.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착각한 채 대본만 한 번 읽고 촬영에 들어갈 때도 있었다.
‘예쁘게 잘 웃기만 하면 됐지.’
애초에 꽃병풍에게 감독들이 바라는 것도 딱 이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주연이 된 내 모습을 TV 화면으로 확인한 뒤.
나는 더 이상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뛸 수 없었다.
창피했다.
너무 부끄러워서 내 오만함과 자만심이 역겹게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는 안 돼.’
그렇게 나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배우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수천, 수만 번 연습을 한 뒤에 깨달았다.
내가 지독한 몸치라는 것을.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수천, 수만 번 연습을 하지 않으면 용기를 가지고 카메라 앞에 서기도 힘들었다.
[괜찮아. 문제를 깨달았으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아버지가 아들의 꿈을 열심히 응원할게. 그러니 힘내자. 연습하다 보면 뭐든 되지 않겠어?]환청처럼 아버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아버지는 유일하게 끝까지 내 꿈을 응원해 줬던 사람이었다.
‘아버지. 모르겠어요. 이대로 계속 늘지 않는 연기를 하는 게 맞을까요?’
나는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향해서 질문을 던지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연민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었다.
마지막 겨우 한 줌뿐인 자존심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실력이 없음에도 7년간 연기를 할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
이 부분을 잊어서는 안 됐다.
다시 펜을 들었다.
-가장 빛나는 배우가 있다면, 그럭저럭 빛나는 배우도 있는 법이다.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불행을 나의 것이라도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오만이니까.
그렇게 노트를 덮고 도로 책장에 꽂은 뒤 침대 위로 올라왔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시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불이 꺼진 방 안.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작품 분석 노트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그때 노트 한 권이 책상으로 떨어지며 펼쳐졌고 하얀빛이 노트에 적혀 있던 글자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하지만 노트의 주인은 이 모든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노트의 주인이 뒤척이며 잠꼬대를 했다.
“아버지….”
얼굴 천재 배우님 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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