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
얼굴 천재 배우님-10화(10/200)
얼굴 천재 배우님 010화
캐스팅에 응하지 않는다면 학원에도 등록할 수 없다니.
갑자기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전개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서명희의 말대로 내 연기가 현장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다면 학원만 다니는 것은 낭비였다.
서명희는 연기 선배로서 나에게 좋은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웃는 얼굴로, 강압적이지 않은 조건을 걸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어때요? 나름 괜찮은 타협안 아닌가요?”
“그야 그렇지만….”
“학원을 등록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요. 시준 씨의 연기를 한시라도 빨리 현장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 장난을 좀 친 거니까.”
“저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다만?”
“저를 추천해 주시고자 하는 작품의 제목을 알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성함 또한 알 수 있으면 좋고요. 조금 무례한 부탁일까요?”
아직 데뷔도 하지 못한 배우 지망생 주제에 작가의 이름과 작품의 제목을 알려 달라니.
나는 내가 건방져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행히 서명희는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신인이라도 분별력을 가지고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아무리 작은 작품이라도 시준 씨의 경력으로 남을 테니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우는 자신의 이름을 건, 하나의 브랜드로 살아가는 직업이었다.
가능하다면 작은 역할에서부터 찬찬히 의미 있는 경력을 쌓아 나가는 게 좋았다.
과거 마구잡이식의 출연으로 한 번 나라는 브랜드를 스스로 추락시킨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실력을 키운 뒤 현장에 뛰어들려고 했던 것에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
“별말씀을요. 시준 씨를 추천하고자 하는 작품은 정수민 작가님의 <체포>예요. 3개월 후 방영이 예정된 드라마죠.”
정수민 작가의 <체포>라면 나도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체포>는 올해 방영이 될 드라마 중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예정이었으니까.
‘<체포>는 정수민 작가를 범죄 드라마의 여왕으로 만든 작품이었지, 아마?’
<체포>는 16부 내내 빡빡한 긴장감으로 범인을 쫓는 식의 단순한 범죄 드라마가 아니었다.
적절한 유머는 물론, 등장인물의 내적 서사와 관계성까지 훌륭하게 그려낸 입체적인 작품이었다.
그 덕분에 <체포>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 정도라면 누구라도 탐을 낼 만한 작품이었다.
‘<체포>라면 시작으로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지. 설사 단역 출연이라도. 한 가지 불안 요소가 있긴 하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서명희가 <체포>에서 내가 맡게 될 역할을 알려 줬다.
“시준 씨는 거의 99%의 확률로 황인섭이라는 인물의 고등학생 역을 맡게 될 거예요.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지만 그래도 고등학생 역이 활약하는 1부에서부터 3부까지, 대사를 매회 10줄 이상 확보하는 인물이죠.”
1부에서부터 3부까지 대사를 매회 10줄 이상 확보한다면 평범한 단역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중이 큰 역할이었다.
이쯤 이야기가 진행되니 서명희와 정수민 작가의 관계가 궁금했다.
입김 하나로 신인 배우를 이 정도의 역할에 꽂는다는 건 보통의 관계가 아니라는 뜻이니까.
보통 사람들의 생각하는 것처럼 이 업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름 없는 단역을 받아도 감지덕지인데 대사가 총 30줄이 넘는다니…. 놀랍군요.”
“정수민 작가님과 두 작품을 함께하면서 꽤 친해졌거든요. 이번 작품도 함께하기로 했고요. 게다가 <체포>에는 우리 학원의 수강생 중 한 사람이 여자 주인공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서명희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뒤늦게 ‘한미래’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한미래는 <체포>의 여자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이 되며 데뷔와 함께 스타덤에 오르는 인물이었다.
확실히 이 정도의 관계라면 나를 <체포>에 꽂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쨌든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된 걸 보면 시준 씨도 <체포>의 출연에 관심 있는 거 맞죠?”
나는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나와 서명희가 긍정적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아직 캐스팅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작가와 감독의 허락이 필요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학원을 다니면서 황인섭 고등학생 역을 연습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을 때 1차 오디션 비디오를 보낼 생각이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오디션 마감까지 시간이 좀 빡빡하지만 시준 씨라면 어렵지 않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아! 그리고 학원비 보내는 거 잊지 마세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학원비를 계좌 이체했을 때였다.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렸다.
지잉.
그와 동시에 아버지의 메시지가 팝업 창으로 떠올랐다.
[산사나이][18:01] 아들! 연기 학원은 잘 다녀왔어? [산사나이][18:01] 오늘 시환이랑 저녁 먹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그러고 보니 오늘은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원래는 더 빠르게 약속을 잡으려고 했지만 갑자기 일이 많아지기 시작한 형의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늦어졌다.
‘드디어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나게 되는구나. <체포>의 연습이 아무리 급해도 이 약속만큼은 빠질 수 없지.’
그렇게 내가 어디로 가면 되는지 아버지에게 물으려고 할 때였다.
이번에는 형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단답맨][18:02] 종로 왔다 곱창집 [단답맨][18:02] 저녁 6시 30분 예약간결하지만 필요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는 메시지였다.
형의 묵묵한 성격이 한눈에 그려지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저녁 6시 30분이면 지금 출발해도 늦지 않겠네.’
잠시 후.
늦지 않게 도착한 곱창집은 맛집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장소였다.
유리문 너머로 손님을 꽉 채우고 있는 테이블이 바로 그 증거였다.
꽤 널찍한 공간이었는데도 거의 빈틈이 없었다.
‘곱창이라니…. 벌써 맛있다….’
그렇게 곱창집 특유의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예상하며 문을 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내부가 상당히 조용했다.
작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모두 들릴 정도였다.
“와…. 너무 잘생겼어.”
“모델 맞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적어도 연예인인 건 확실해.”
“하긴 저런 외모로 연예인이 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유죄지.”
“이름이 생각날 듯 말 듯 한데 누구더라? 기억나는 거 없어?”
아닌 척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내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부터 손님까지, 모두의 시선이 형에게로 향해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또 조심성 없이 가게에 들어섰나 보군.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거리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형에게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형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왔냐?”
“왜 그러고 있어.”
“아직도 그래?”
“사람들 말하는 거야?”
“응.”
“그러게. 조심 좀 하라니까.”
내가 쯧쯧, 혀를 차며 얘기하자 형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너도 얼른 모자랑 마스크 벗어.”
“왜?”
“나만 보는 거 억울해.”
나는 한발 늦게 형의 말뜻을 이해했다.
어떻게든 시선을 분산시키겠다….
이런 뜻인가.
“이럴 거면 룸이 있는 가게로 가지.”
“여기도 있어.”
“근데 왜 안 들어가?”
“예약에 착오가 있었나 봐.”
“그럼 계속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거야?”
“아니. 곧 준비해 주겠대.”
“그래? 불행 중 다행이네.”
다행히 형과는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확실히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이런 식으로 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혹시 어색할까 염려했는데 괜한 걱정이었군.’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시선은 끈덕지게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확실히 내가 봐도 창가 쪽으로 살짝 고개를 틀고 있는 형의 턱선은 매력적이었다.
어디서 이런 외모를 가진 사람이 튀어나왔나, 놀라울 정도였다.
‘누가 모델 아니랄까 봐. 턱의 각도도 딱 보기 적당한 위치에 뒀네. 타고났다니까.’
한창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버지가 곱창집의 문을 열고 요란하게 등장했다.
“투 아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아버지에게로 향했다.
“오….”
“이게 유전의 힘인가?”
“아아. 억울해.”
확실히 아버지 역시도 만만찮은 미남이었다.
형처럼 얇은 선의 퇴폐미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요식업에 오래 종사한 만큼 건강미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평일 중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장으로 운동을 나가고, 주말마다 전국의 명산을 찾아서 등산을 하는 분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큰형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건강한 분이 갑자기 그런 병을 얻었으니 더욱더 놀랄 수밖에 없었지.’
나는 잠깐 이렇게 생각한 뒤 얼른 상념에서 벗어나 아버지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쪽으로 앉으세요. 가게에서 바로 오셨어요?”
아버지가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타 알바생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발했지. 좀 늦었나?”
“늦긴요. 약속 시간이 아직 5분이나 남았는데. 저는 방금 도착했고 형도 비슷하게 왔을 거예요. 그치?”
“네. 별로 오래 있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다행이라는 듯 물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켠 뒤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오랜만에 이렇게 모이니 기분 좋네.”
아버지의 말대로였다.
꿈에 그리던 그림이 완성되니, 나 또한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기분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아버지가 문득 내 쪽에서 시선을 멈추며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작은아들은 왜 잘생긴 얼굴을 꽁꽁 싸매고 있어. 안 더워?”
그러자 형이 눈을 빛내며 얼른 아버지의 말을 받았다.
“맞네. 밥을 먹으려면 마스크는 벗어야지. 이왕 모자도 벗는 게 어때?”
아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아버지는 원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었다.
반면에 형은 앞서 언급했듯이 곧 죽어도 혼자 죽지 않겠다는 마인드인 게 분명했다.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아버지와 반짝반짝 눈을 빛내고 있는 형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뒤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마스크를 벗었다.
그와 동시에 진한 정적이 가게 내부를 휩쓸었다.
“오오! 미쳤다!”
“어쩜! 너무 잘생겼어!”
“역시 마지막이 하이라이트인 건가?”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상황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반응이 엄청났다.
그러다 보니 도저히 모자까지 벗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때 종업원으로부터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손님. 지금 예약한 자리 준비됐습니다.”
아….
조금만 늦게 벗을걸.
얼굴 천재 배우님 1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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