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4)
얼굴 천재 배우님-104화(104/200)
얼굴 천재 배우님 104화
<탈출>이 1,093만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으로 극장에서 내려간 후.
나는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며 대본을 읽었다.
확실히 <탈출>의 파급력이 컸던 것 같다.
훌륭한 대본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영화만이 아니라 드라마까지 엄청난 숫자였다.
이쯤이면 내가 다시 드라마 쪽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한 사람이 있는 듯했다.
내 생각에도 1,000만 관객의 동원 이후 또다시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하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가 워낙 컸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직 영화 쪽으로 조금 더 뭔가를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물론 드라마를 선택지에서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화 쪽이 더 끌리는 게 사실이었다.
애초에 <탈출>을 찍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영화 쪽으로 몇 작품을 쭉, 해 보겠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확인한 작품 중에는 대단한 작품이 여럿 섞여 있었다.
회귀 전 이름을 들어 본 것은 물론 엄청난 성적을 거뒀던 작품들.
심지어 그중에는 <탈출>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도 존재했다.
‘이 작품들 전부 내가 메인 캐스팅이라고?’
그런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명 작품으로 손이 갔고 어렵지 않게 감상평을 내놓을 수 있었다.
‘재밌다.’
1,000만 명 넘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재미없다면 말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캐릭터 하나하나도 전부 매력적이었다.
이런 캐릭터 사이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분명 그런데….
‘어째서 작품이 끌리지 않지?’
분명 모든 게 완벽했다.
사실 이 정도의 작품 퀄리티라면 미래의 성적을 알지 못하더라도 선택하는 게 맞았다.
게다가 <탈출>처럼 투자처를 구하지 못할까 걱정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다.
한두 작품이 아니었다.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어떤 작품을 읽어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분명 재밌는데….’
배역이 된 내 모습을 떠올릴 수 없었다.
나로서도 이러한 적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뭐지? 슬럼프에 빠진 건가?’
그렇다고 해서 연기에 대한 의욕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최근 어느 때보다 즐겁게 연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탈출> 때 김성연 배역을 소화하느라 하지 못했던 연습을 쉼 없이 진행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새로운 인물이 되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탈출>에서 배운 것처럼 제작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이리저리 바꿔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연기가 싫어진 것은 아니야. 애초에 내가 그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
결국 모종의 다른 이유 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분명했다.
문제는 아무리 고민해 봐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새 작품 출연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걸까? 그것도 아닌데….’
나는 이렇게 생각하다가 한동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감독의 작품을 읽어 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왠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작품의 출연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시간을 두자.’
어차피 곧 이어질 스케줄로 인해 대본 선택에만 집중할 수도 없었다.
곧 청룡영화상의 시상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 * *
다행히 <탈출>은 아슬아슬하게 심사 기준에 부합했기 때문에 청룡영화상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청룡영화상 참가 소식과 함께 바빠진 것은 송진아였다.
송진아는 이번에도 의상 협찬을 받아 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뛰어다녔다.
“배우님! 이번에는 저번보다 많은 회사에서 의상 협찬을 약속해 줬어요! 역시 <탈출>의 인기가 대단했나 봐요!”
“그런가요? 잘됐네요? 혹시 이시후 디자이너님께서도 의상 협찬을 약속해 주셨나요?”
“네! 물론이죠! 그쪽에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의상을 내주던데요? 뭔가 딱 보자마자 배우님 의상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어떤 의상인지 궁금하네요. 이시후 디자이너님의 작품부터 먼저 보여 주세요.”
확실히 훌륭한 작품이었다.
송진아의 말대로 꼭 내 몸에 맞춘 것 같은 느낌으로 의상이 잘 나와 있었다.
다른 의상을 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송진아가 고심해 골라온 다른 의상도 피팅해 보았다.
그러나 나와 송진아의 생각은 결국 하나로 귀결됐다.
이시후 디자이너의 옷만큼 내 몸에 딱 맞는 느낌으로 내 매력을 살려 주는 옷은 없다는 것이다.
의상을 고른 후에는 헤어와 메이크업에 대해서도 의논했다.
송진아는 이전보다 더 화려한 스타일을 추천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스타일을 이후에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탈출>의 김상연 역의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가지 결정을 하며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나는 계획한 대로 준비를 마친 후 청룡영화상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확실히 이전보다 주목도가 높아진 느낌이었다.
열띤 취재 분위기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탈출>은 유력한 최우수작품상 수상 후보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올해 <탈출>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은 단 한 편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박준이 출연한 <뜻밖의 지옥>이 870만 관객을 동원해 우리의 뒤를 바싹 쫓았지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실제로 <탈출>은 모든 수상 분야에서 노미네이트돼 있었고, 언론에서도 <탈출>이 몇 관왕을 할 것인가에 주목했다.
나는 그중에서도 ‘신인남우상’을 노리고 있었다.
저번과는 다르게 내가 생각해도 이번에는 나의 ‘신인남우상’ 수상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시상식장에 들어서자 박준이 나를 발견하고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시준아!”
“준이 형!”
“결국 이렇게 청룡영화상에서도 만나는구나. 잘 지내고 있었지?”
“물론이죠. 안 그래도 한번 뵙자고 연락드리려고 했어요.”
“영화 극장에서 내려가고 이제 막 쉬기 시작한 거 알고 있어. 그나저나 시준아 너 다음 작품….”
박준이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고 뒤를 돌아보니 그 자리에는 지정현이 서 있었다.
“선배님. 오셨어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지정현은 나와 박준을 차례로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둘이서 오랜만에 할 말이 있는 것 같군. 나는 내 자리로 가겠네. 이따 보지.”
지정현이 왠지 모를 존재감을 내뿜으며 지정된 자리로 이동했다.
그 옆에는 내 이름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박준은 어쩐 일인지 그 모습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박준과 지정현은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말을 돌리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다음 작품 뭐요?”
그제야 박준이 찌푸리던 인상을 펴고 내 쪽을 바라봤다.
“아아. 시준이 너 혹시 다음 작품 정했나 해서.”
나는 얼마 전의 일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아직 못 정했어요. 좋은 작품은 꽤 많이 들어왔는데 쉽게 마음을 먹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 혹시 다음은 뭐로 생각하고 있는데? 드라마? 영화?”
“영화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쪽으로 아직 경험해 보고 싶은 게 많거든요.”
“잘됐다. 나도 영화 쪽 보고 있거든.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내가 눈여겨보고 있는 대본 있는데 너무 한번 볼래?”
“오. 좋죠. 그런데 무슨 대본이에요?”
“<우린 모두 기적>이라는 작품이야.”
<우린 모두 기적>이라면 1,000만 관객까지는 아니었지만, 역시 꽤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영화였다.
나 또한 눈여겨봤던 작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원래라면 캐스팅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박준이 출연한다면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작품이 전부 마땅치 않다면 아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박준과는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 좋은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있었다.
“<우린 모두 기적>…. 제목이 좋네요. 한번 읽어 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래서 나는 확답을 주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꼭 읽어 보고 연락 줘! 오늘 신인남우상 파이팅!”
그렇게 박준이 물러났고 나는 지정현의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종종 아는 얼굴이 인사를 건넸기 때문에 몇 번이나 걸음이 붙잡혔다.
나는 어렵사리 지정현의 옆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지정현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박준이 같이 작품을 하자던가?”
“어? 어떻게 아셨어요?”
“안 봐도 뻔하지. 그놈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하하…. 그런가요?”
“어쨌든 아직 차기작 결정하지 말고 있어 보도록.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니.”
내 소속사보다 내 차기작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두 사람이 적개심을 보이는 걸 보니.
또 수상 소감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설마 아니겠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청룡영화상이 시작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잠시 후.
신인남우상 시상자를 통해서 내 이름이 호명됐다.
“<탈출>의 이시준!”
호명의 순간은 언제나 가슴 벅차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나는 백상예술대상에 이어서 청룡영화상의 신인남우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 * *
결론적으로 청룡영화상에서 <탈출>은 총 6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먼저 내가 신인남우상을 받았고 지정현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박준과 남우주연상을 두고 경쟁을 벌였지만 이번 승자는 지정현이었다.
<탈출>이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연기 또한 이번에는 지정현이 더 좋은 모습을 보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지정현이 이번에는 수상 소감에 따로 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이외에도 <탈출>은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촬영상을 받았으며, 한국영화 최다관객상을 받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필성 감독이 감독상을 받으며 대미를 장식했다.
아쉽게도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 편집장, 남우조연상 등은 다른 작품이 수상했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생각해 보면 <뜻밖의 지옥>도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성과를 얻어가는 게 맞았다.
<뜻밖의 지옥> 외의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올 한 해는 다른 한 해와 마찬가지로 좋은 영화가 많이 개봉했다.
‘그래도 각본상은 의외였어…. <높새>가 수상하다니….’
<높새>는 흥행 기록이 그다지 좋지 않은 작품이었다.
그런 까닭에 각본상 수상 작품으로 <높새>의 이름을 불렸을 때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엇보다도 <높새>는 내 기억에 존재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나중에 매니저님에게 부탁해서 시나리오를 구해 봐야겠다.’
나는 이런 생각을 정리하며 오늘의 성과를 되새겼고, 다음 날 여경찬에게 부탁해 <높새>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리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높새> 시나리오를 한창 손에 쥐고 있던 나는 노트북을 켰다.
얼굴 천재 배우님 10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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