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5)
얼굴 천재 배우님-105화(105/200)
얼굴 천재 배우님 105화
밤새 노트북 앞에 앉아 있던 나는 기지개를 켰다.
그런 뒤 잠시 어제 읽었던 <높새>의 내용을 떠올렸다.
<높새>는 가난한 시나리오 작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가난한 시나리오 작가를 제작사가 어떻게 착취했는지.
그 꿈을 어떤 식으로 짓밟았는지 표현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높새>의 시나리오를 읽고 나자 이 작품이 어떻게 청룡영화상의 각본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높새>는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작품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영화계의 어두운 단면을 고발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작품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가난함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
실제로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살았고 우리는 너무 쉽게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외면했다.
오히려 가난한 주제에 꿈을 꾸는 것이 멍청한 일이라며 손가락질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안타까운 일이지.’
하지만 현재 영화계는 이런 사람들에 대한 조처가 나름대로 잘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시나리오 작가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이러한 도움이 충분하지 못한 게 사실이었지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데 분명 의미가 있었다.
<높새>라는 작품 또한 계속 꿈을 좇는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청룡영화상의 주최 측에서도 이러한 <높새>의 의도에 공감해 각본상을 준 것이겠지.’
여러모로 뜻깊은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높새>라는 작품을 보며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꿈을 잃은 상태였다.
‘내 꿈….’
내 꿈은 별 게 아니었다.
배우로서 계속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제 이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나는 어지간히 미끄러지지 않는 한 그 꿈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메인 남주가 돼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고.
김필성 감독의 작품에 출연해 1,000만 관객이라는 업적을 세웠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나는 지금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또 한 번 시청률 10%를 기록하는 드라마의 메인 남주가 될 수 있었고.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 작품을 아니까. 심지어 이젠 언제든 출연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꿈에 대한 소중함이나 절박함이 흐려졌다.
여전히 연기하고 싶었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기뻤지만.
이렇게 쉽게 명예를 얻는 게 맞는지 자꾸 의문이 생겨났다.
<높새>의 시나리오를 보고 나자 더욱더 이러한 생각이 확고하게 변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정당하게 노력하고 있는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어쩌면 회귀라는 기연도 내 노력의 결과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말의 의구심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꿈을 이룬 상황에서 더 욕심을 내는 게 맞는지 계속 의문이 생겨났다.
그렇게 나는 내가 전환점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깊은 고민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나는 새로운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게 오늘 내가 노트북 앞에서 밤을 지새운 이유였다.
‘일단 한숨 자고…. 다음 일은 그 이후에 생각해 보기로 하자.’
나는 곧장 침대로 몸을 옮긴 뒤 눈을 감았다.
* * *
오후 2시.
나는 눈을 뜨고 샤워를 마쳤다.
그런 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곧장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늘 나는 서명희를 만나기로 한 상태였다.
청룡영화상까지 마무리했으니 이제 그동안 <탈출>의 촬영을 하느라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 약속을 잡아야 할 때였다.
그리고 그중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당연히 서명희였다.
서명희와는 <탈출> 촬영 중에도 종종 통화하며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 만남을 갖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탈출>의 촬영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더욱더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선생님!”
“네! 여기예요! 시준 씨!”
나는 더블유 연기 학원 앞에서 서명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런 뒤 자리를 옮겨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동안 돈을 많이 벌었는지 새롭게 이사한 학원 내부에는 카페테리아까지 갖춰져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은 카페테리아 안쪽의 미팅룸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시준 씨가 오전에 보내준 시나리오는 잘 봤어요. 이 작품에 들어가려고 한다고요?”
“현재 고민 중입니다. 시나리오는 어땠나요?”
“괜찮더라고요. 특히 전체적인 대사의 분위기나 작품성이 인상적이었어요. 구성도 탄탄한 느낌이었고요.”
“그랬나요?”
“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더라고요. 지금껏 시준 씨가 해 왔던 작품과는 결이 조금 다르니까.”
“저도 그 부분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혹시 괜찮다면 왜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얘기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그런 뒤 회귀 부분을 제외한 지금 내가 고민하는 부분에 관해서 설명했다.
서명희는 언제나처럼 내 이야기를 천천히 끝까지 다 듣고 입을 열었다.
“확실히 지금의 상황이라면 그런 생각을 가질 만하네요.”
“이해해 주신다니 다행입니다.”
“또 시준 씨가 그동안 보여 준 모습을 생각해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가요?”
“네. 시준 씨는 항상 성공보다는 연기를 완성도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었잖아요. 처음에도 그것 때문에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서명희는 내가 처음 <체포>의 출연을 꺼렸던 게 생각나는 듯 이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 또한 그때의 생각이 났다.
새삼 더블유 연기 학원의 레벨 테스트를 받았을 때 서명희가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 같았다.
서명희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확실히 배우라는 존재는 항상 상업적으로 좋은 결과물을 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만이 아니라 모든 직업이 그렇죠. 결국 남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너무 예술성을 추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제 시준 씨에게 많은 팬이 존재하잖아요. 그리고 이 팬들은 지금까지 시준 씨가 보여 준 행보를 응원한 사람들이고.”
“그렇네요. 제가 너무 다른 길로 가려고 한다면 팬들이 실망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그러니까 상업과 예술의 길을 적절히 걸어 봐요. 이번에는 내가 원하는 길을 간다면….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나한테 원하는 길을 가 보기도 하는 거죠.”
서명희의 조언을 듣고 나니 조금 더 생각이 명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선생님께서는 제가 다음 작품을 이 시나리오로 준비하는 걸 찬성하시는 거죠?”
“물론이죠. 시준 씨가 하는 일인데 어떻게 반대를 하겠어요. 그나저나 이 대본 무척이나 좋네요. 누구 쓴 거예요?”
서명희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나에게 질문했고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제가 쓴 겁니다.”
그와 동시에 서명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정말 이걸 시준 씨가 쓴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아니. 어쩌다가 이런 시나리오를…. 그보다 언제 시나리오 쓰는 법을 공부한 거예요?”
“딱히 공부한 적 없습니다. 그나저나 궁금하네요. 정말 선생님이 보기에 시나리오가 괜찮았나요?”
서명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괜찮았어요. 사실 어떤 부분은 너무 좋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란 부분도 많았고.”
“감사합니다.”
“진짜 우리 시준 씨 대단하다.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한번 얘기해 봐요. 어떻게 시나리오를 쓸 생각을 했는지.”
사실 <탈출>이 성공을 거둔 뒤.
내가 다음 작품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음 작품을 <탈출>처럼 작업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탈출>은 지정현이 투자 및 제작에 관여하면서 특이한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된 작품이었다.
꼭 작가와 감독이 두 명인 느낌이었다.
여기에 내가 지정현의 영향을 받아 작품에 관여하면서 작가와 감독이 세 명인 것처럼 변했다.
그리고 이것은 투자 및 제작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김필성 감독 특유의 개방적 사고가 결합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작품의 어떤 감독도 이런 식으로 배우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은 감독의 권한을 침해하는 일이었다.
감독이 대부분 작가의 역할까지 함께하는 영화의 경우에는 그 권한이 더 막강했다.
그러니 함부로 감독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오히려 현장이 망가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또 한 번 <탈출>의 촬영 때처럼 제작자의 시점으로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없었다.
제작자 시점의 연기를 포기하고 원래대로 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정말 내가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해내는 게 맞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선뜻 다른 작품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김필성 감독과 같은 사람을 찾아서 작품을 같이하든가.
내가 직접 제작에 관여해 권한을 확보하든가.
내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도한 건 후자였다.
더욱이 <높새>의 시나리오를 보며 더 확실히 깨달은 바가 있었다.
내 가슴속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것을 직접 연기해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제작에 단순히 관여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해 보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알 수 없었지만 도전은 자유였다.
어찌 됐든 새로운 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실제로 시나리오를 직접 써 보니 연기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다.
동시에 그동안 내가 연기를 하며 캐릭터와 서사에 대해 고민했던 것들이 헛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매일 밤 고민하고 씨름했다.
덕분에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각본가로서의 나는 완전히 신인이었다.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 시나리오를 보여 준 거구나. 작가가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맞습니다. 선생님처럼 정확하게 시나리오를 봐줄 분이 없으니까요.”
“만약 내가 시나리오가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려고 했어요?”
서명희의 질문에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지정현 선배님이 그랬던 것처럼 작품에 투자를 해 보려고 했습니다. <탈출> 덕분에 꽤 많은 돈을 벌었거든요.”
그랬다.
나는 <탈출>에 투자한 금액을 단순히 그대로 돌려받은 게 아니었다.
<탈출>에 투자한 만큼 흥행에 따라서 러닝 개런티를 더 받기로 했다.
그 결과, 나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돈을 통장을 쌓을 수 있었다.
‘일단 시나리오가 괜찮다니 이 돈을 아낄 수 있겠네. 이제 다음 차례인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페스타 엔터테인먼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 천재 배우님 10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