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6)
얼굴 천재 배우님-106화(106/200)
얼굴 천재 배우님 106화
나는 며칠간 여러 사람에게 내 시나리오를 보여 줬다.
지정현, 박준, 신디, 이주연, 구경모, 양이듬, 강한성, 유성효, 김필성, 김희수, 정수진, 정수민.
거의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시나리오를 보여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평은 나쁘지 않았다.
서명희와 비슷하게 시나리오가 상업적이지 않지만 이야기해 볼 만한 지점을 건드리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와 함께 가끔 시나리오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기뻤다.
그것은 더 좋은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검증받았고 결국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작품의 제목도 정할 수 있었다.
작품의 제목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였다.
‘이 정도면 됐어….’
나는 이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와 이야기를 해 볼 차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곧장 여경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배우님!
“매니저님. 혹시 지금 전화 통화 가능하실까요?”
-물론이죠! 말씀하세요!
“제가 차기작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이 부분 회사와 상의를 하고 싶어서요.”
-어? 차기작을 벌써 정하셨어요?
“네. 올해가 끝나기 전에 내년 일정을 정리하고 싶어서요.”
-하여튼 우리 배우님 부지런하다니까! 혹시 어떤 작품으로 결정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목을 알려 드리는 건 어렵지 않은데 들어도 모를 겁니다. 신인 작가의 작품이거든요.”
내 이야기에 여경찬이 수상한 낌새를 느낀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 위치에서 신인 작가의 작품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조금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애초에 나한테 캐스팅 제안을 넣은 사람 중에 신인 작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신인 작가의 작품….
“네. 그렇습니다. 회사랑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작품 먼저 보내드릴까요?”
-네. 작품 보내 주시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대본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소속 아티스트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라도 고민이 될 만한 문제였다.
이제 막 소속사의 간판스타급으로 성장한 배우가 차기작을 신인 작가의 작품으로 들어간다는 게 걱정이 될 테니까.
앞서 설명한 바 있듯이 작품이라는 것은 배우 한 사람이 잘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었다.
대본, 연출, 음악, 미술, 소품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졌을 때 성공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영화의 경우 감독에 따라서 중요도가 조금 달라졌지만 그래도 작품의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는 대본이었다.
그런 까닭에 소속사 입장에서 배우가 신인 작가의 작품에 들어간다는 것은 위험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금처럼 좋은 대본이 많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확실히 이게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거의 무조건 반대를 하겠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작가가 나라는 사실을 밝힐 수도 없었다.
밝힌다고 해서 소속사 측에서 내 사정을 잘 봐줄 거라 생각하기 힘들었고 내가 그걸 바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전문가의 시선에서 내 작품을 바라봐 주기를 원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작품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결국 신인 작가의 작품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은 뒤 이 작품을 쓴 게 나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건데….’
확실히 어떻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를 설득해야 할지 각이 서지 않았다.
꽤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았다.
* * *
그렇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시나리오를 보내고 일주일 후 여경찬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시나리오의 문제로 정윤석 대표가 나를 만나고자 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곧장 여경찬과 함께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사옥으로 향했다.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운전을 하고 여경찬에게 질문을 던졌다.
“…회사 분위기 어때요?”
“회사요?”
“네. 제가 시나리오를 보낸 후 따로 무슨 반응이 없었나요?”
나는 오늘 거센 반대에 부딪힐 거라고 확신했다.
그게 아니라면 평소 얼굴을 보기 힘든 정윤석 대표가 나를 이렇게 만나고자 할 리가 없었다.
그때 내 질문에 한참 고민을 하던 여경찬이 입을 열었다.
“음…. 딱히 아무런 반응도 없던데요?”
여경찬은 평소처럼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나는 그게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여경찬의 입장에서는 지금 나의 편을 들기도 어려웠고 회사의 편을 들기도 어려웠다.
어쨌든 매니저의 가장 첫 번째 임무는 담당 연예인의 멘탈 케어였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여경찬의 볼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게 보였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느낌이었다.
‘얼마나 회사 분위기가 안 좋길래 땀까지 흘리는지….’
손도 약간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가슴속에 걱정을 한가득 품은 채 정윤석 대표를 어떻게 설득할지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 덕분에 조금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말의 불안감을 씻어 낼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 후.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사옥에 도착한 나는 평소처럼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내 인사를 받는 직원들의 행동이 평소보다 딱딱한 느낌이었다.
어떤 직원의 경우에는 표정까지 완전히 경직돼 있었기 때문에 조금 서운한 마음마저 들었다.
‘아무리 내가 신인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기로 했다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야?’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작품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작품이 너무 안 좋다는 식으로 나오면 정윤석 대표를 설득하기가 힘들어질 텐데 어쩌지….’
실제로 그 정도라면 작품을 진행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채로 여경찬을 따라 걸음을 옮겼고.
마침내 오늘 정윤석 대표를 만나기로 한 대회의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때.
평소라면 먼저 대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게 분명한 여경찬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평소답지 않게 이야기를 꺼냈다.
“배우님. 먼저 들어가세요.”
여경찬이 왜 이러나 의문이 들었다.
평소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내가 쓴 작품에 대한 평가를 앞두고 있으니 예민해졌다.
‘도대체 정윤석 대표가 내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길래 이러는 거지.’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대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그 순간….
펑! 퍼엉! 퍼엉! 퍼엉!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케이크를 든 채 서 있던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탈출>의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신인남우상 축하드려요!”
“천만 배우! 이시준!”
“얼굴 천재! 이시준!”
직원들의 축하와 응원이 시끌벅적하게 이어졌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얼떨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탈출>이 극장에서 내려오고 청룡영화상이 끝난 지가 벌써 꽤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로서는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 지금 축하를….”
그러자 불이 켜졌고 대회의실 한가운데 서 있던 정윤석 대표가 설명했다.
“네. 축하하기에는 꽤 늦었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배우님이 그동안 얼마나 회사를 안 나왔는지?”
그러고 보니 내가 그동안 꽤 오래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사옥에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굳이 회사에 나가야 할 일이 없었다.
거의 모든 일을 여경찬이 알아서 처리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 깜짝 파티도 준비하면서 혹시 회사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했는지 엄청 조마조마했다니까요?”
방금까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여경찬이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어째서 여경찬이 계속 식은땀을 흘렸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여경찬은 어두운 회사 분위기를 숨기려고 거짓말을 하느라 땀을 흘린 게 아니었다.
깜짝 파티를 숨기려고 노력하느라 그런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깜짝 파티의 이유를 알게 된 나는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면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직원들이 있어서 내가 이렇게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었다.
* * *
직원들은 각자 케이크를 잘라서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돌아가지 않고 대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은 정윤석 대표, 김보미, 여경찬, 송진아뿐이었다.
문제는 이 사람 중 누구도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시나리오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두 <탈출>의 이야기와 청룡영화상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었다.
“아. 진짜 <탈출>에서 김성연이 막 울었을 때 나도 엄청 울었잖아.”
“대표님도 그러셨어요? 하여튼 주책이라니까.”
“그게 왜 주책이에요. 그만큼 작품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거지.”
“대표님은 저번에 이시준 배우님이 백상예술대상에서 상 받을 때도 울었잖아요.”
“그건 워낙 이시준 배우님의 수상 소감이 슬펐으니까 그런 거지.”
“설마 이번에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신인상 받을 때도 눈물 흘린 건 아니죠?”
처음에는 몇 분 정도 이런 얘기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시간이 넘도록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시나리오로 넘어가지 않았다.
결국 내가 참지 못하고 정윤석 대표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대표님.”
“아. 네. 이시준 배우님 말씀하세요.”
“혹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시나리오 읽어 보셨나요?”
“이시준 배우님이 차기작으로 출연하기로 마음을 먹은 작품인데 당연히 읽어 봤죠.”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됐고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음 질문을 했다.
“어떠셨나요?”
“네. 재밌던데요.”
“그게 전부인가요?”
“네. 그게 전부인데요.”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자 정윤석 대표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입을 열었다.
“아아. 혹시 배우님은 제가 차기작 출연에 반대할 거라 생각하신 건가요?”
“네. 그러려고 절 부른 게 아니었나요?”
“아뇨. 오늘은 그냥 배우님한테 깜짝파티를 하려고 부른 건데요?”
“아….”
정윤석 대표는 정말 그렇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왜 반대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안 합니다, 반대.”
허무함이 밀려왔다.
다들 나의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출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시나리오는 사실 제가 쓴 겁니다.”
그렇게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우와!”
“정말이에요?”
“대박!”
“시나리오 완전 재밌던데!”
정윤석 대표, 김보미, 여경찬, 송진아에게서는 차례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얼굴 천재 배우님 106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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