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7)
얼굴 천재 배우님-107화(107/200)
얼굴 천재 배우님 107화
폭탄선언 아닌 폭탄선언으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고 난 뒤.
대회의실은 다시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 가운에 정윤석 대표가 입을 열었다.
“배우님께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배우님의 차기작 선택을 지지합니다.”
“정말인가요?”
“사실 저도 배우님께서 독립 영화 쪽에 뜻이 있다면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작품 쉬어 가는 느낌으로.”
“아아.”
“그렇다고 계속 독립 영화만 찍는다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배우님께서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도 하고요.”
“네. 맞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훌륭한 시나리오를 배우님께서 직접 쓰셨다니…. 독립 영화 쪽에서 예술성을 인정받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촬영을 하려면 투자금이 있어야 할 텐데. 혹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요?”
“일단 절반 정도는 사비로 충당하려고 계획 중인데…. 혹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독립 영화 투자 계획이 있나요?”
정윤석 대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겠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투자 사업에 뛰어든 만큼 독립 영화 쪽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으니까요. 그 시작으로 배우님의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라면 더욱 좋겠죠.”
여전히 독립 영화는 투자를 쉽게 받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전보다는 많은 회사가 독립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OTT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의 등장 때문이었다.
OTT의 등장.
이것은 극장이 아니면 수익이 내지 못했던 영화계의 흐름을 바꿔 놨다.
물론 여전히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후 OTT 쪽으로 영화를 옮기는 게 수익 면에서 유리했다.
하지만 꼭 극장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러한 흐름 탓인지 할리우드에서는 독립 영화를 전문으로 제작하고 배급하던 곳을 대형 제작사가 인수하는 일이 다수 발생했다.
또한 단순히 인수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유능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인디 감독을 육성하고.
상업 영화 쪽으로 끌어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결국 이제 독립 영화는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 영화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 돈이 되면서도 유능한 인디 감독을 육성할 수 있는 영화 생태계의 기초로서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국내로도 유입이 되고 있어.’
실제로 가장 최근 독립 영화 쪽에서만 활동했던 김필성 감독이 <탈출>을 성공시켰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처에 관심이 높았다.
인디 감독에 투자한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누군가 <탈출> 같은 영화를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감이 생긴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영화계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독립 영화에 대한 투자는 필수였다.
국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서 이를 지원하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또한 이러한 흐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독립 영화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윤석 대표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고.
김보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맞장구를 쳤다.
나 또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방향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영화 투자 사업 쪽을 길게 보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독립 영화 투자는 당연한 일이죠. 그런 점에서 배우님의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에 꼭 투자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 *
그렇게 나는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투자 약속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식으로 투자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단순히 영화에 투자하는 것만 바라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제작 쪽에도 손을 대 판을 벌이고 싶어 했다.
김보미가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꺼냈다.
“배우님의 요청으로 <탈출>에 투자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그 덕분에 짧은 시간 굉장히 많은 팀이 생겨났죠.”
“…정말 다양하네요. 우리 회사에 이렇게 많은 팀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나는 지금껏 배우로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 소속이 돼 있었기 때문에 많은 팀과 교류를 하기가 힘들었다.
실제로 나의 일을 돕는 팀은 매니저팀, 스타일리스트팀, 사업기획팀, 홍보팀 정도였다.
이외에 김준만이 이끄는 신인개발팀의 존재도 알고 있었지만 교류가 거의 없었다.
김준만이랑은 가끔 회사에서 만나면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사이였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한 작품의 제작자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다.
그러니 이제 일을 해야 하는 팀의 숫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께서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회사 내부에서 제작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네. 저도 가능한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처와 제작사가 달라지면 일이 복잡해질 테니까요.”
“그래서 회사 내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팀을 소개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좋습니다. 최대한 빨리 만날 수 있게 해 주세요.”
다행히 나는 너무 늦지 않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내 영화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제작팀의 장진욱, 영상촬영팀의 권우혁, 영상편집팀의 박혜미, 음악사업팀의 김형운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제작의 문제점이 등장했다.
영화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장진욱이 입을 열었다.
“시나리오는 분명 좋습니다. 다만 이미 시나리오가 나와 있는 작품에 관심을 가질 만한 감독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 말을 영상편집팀 박혜미가 받았다.
“확실히 영화감독들은 자기 시나리오로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죠.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이시준 배우님이 주인공으로 확정이 돼 있으니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박혜미의 의견에 몇몇 사람들이 동조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다른 작품에 비해 유리한 지점이었다.
음악사업팀 김형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도 주변 감독 중 이야기를 꺼내 볼 만한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배우님께서는 어떤 감독님을 선호하세요?”
나는 잠시 고민한 뒤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을 얘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화면의 색감을 만져 줄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에만 강점이 있다면 경험은 많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는 듯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는 현장 스태프를 어떻게 꾸리고 언제부터 촬영을 시작하면 좋을지 이야기가 오갔다.
전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계획을 어렵지 않게 세웠다.
다만 아직 감독이 없는 상황이라 모든 걸 확정 짓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몇 주 후.
우린 다시 회의실에 모였고 이번에는 이 자리에 정윤석 대표, 김보미, 여경찬이 함께했다.
그리고 각자의 손에는 영화감독의 프로필이 들려 있었다.
총 다섯 명의 영화감독이 내 작품에 관심을 보인 모양이었다.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정윤석 대표가 자연스럽게 회의를 주도했다.
“시나리오가 나와 있는 작품이라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섯 명이라면 나쁘지 않네요. 한 명씩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죠.”
먼저 첫 번째 감독은 독립 영화를 세 작품이나 찍어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세 작품 모두 작은 영화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만큼 눈여겨볼 만했다.
다른 사람들도 경력이 우수한 만큼 한번 일을 맡겨 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첫 번째 감독이 이력서와 함께 제출한 자유 주제의 영상의 퀼리티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영상촬영팀 권우혁이 반대했다.
“이 감독은 세 작품 모두 현장 스태프와 마찰을 일으킨 적이 있는 사람이라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무엇보다 미장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두 가지 모두 내가 생각하는 감독으로서의 결정적인 결격 사유였다.
나는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고 미장센을 중요시하는 감독을 원했다.
확실히 권우혁의 말대로 영상을 다시 보니 미장센보다는 사건에 집중한 듯한 느낌이었다.
정윤석 대표가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힘들겠네요. 그럼 두 번째로 넘어가도록 하죠.”
이번 감독은 독립 영화를 한 작품밖에 찍지 않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부산시네필상을 받은 적 있는 사람이었다.
여경찬이 그 부분을 확인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부산시네필상을 받았으면 이 사람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음악사업팀의 김형운이 곧장 고개를 저었다.
“부산시네필상은 한국 및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수상작으로 선별합니다. 결국 지금까지 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만을 경험했다는 뜻이죠.”
다큐멘터리 또한 훌륭한 영화의 한 장르였다.
하지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이 사람에게 작품을 맡기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두 번째 감독이 제출한 영상 또한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정윤석 대표가 이야기를 정리했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출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수상 경력이 있다는 건 실력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겠죠. 일단 보류해 둡시다. 다음을 볼까요?”
세 번째 역시도 나쁘지 않았다.
총 다섯 편의 독립 영화를 상영한 적이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는 가장 경력이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함께 제출한 영상의 퀄리티 또한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영화제작팀의 장진욱이 프로필을 확인하자마자 반대했다.
“이 사람은 안 될 것 같습니다. 너무 고집이 세기로 유명한 사람이에요. 예술가로서의 프라이드도 강해서 여러모로 골치가 아플 겁니다.”
확실히 그렇다면 이 사람도 선택을 하기가 애매했다.
내가 신인 작가의 위치에 있는 만큼 이런 사람과 협업을 한다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감독은 자기 작품을 하면 될 텐데 왜 우리 작품에 들어오려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그럼 네 번째로 넘어가죠.”
그렇게 정윤석 대표의 의견에 따라 네 번째 감독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네 번째 감독의 프로필에 관심을 가졌다.
“좋네요.”
“지금까지 찍은 작품의 숫자도 딱 적당해요. 세 작품.”
“한 작품은 충무로 독립영화상을 받았네요. 꽤 실력도 있는 것 같은데요?”
“대예종 출신이니 영상미 쪽으로도 일가견이 있을 겁니다.”
확실히 제출한 영상도 미장센이 아름답게 구성돼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네 번째 감독이 제일 괜찮은 것 같았다.
그렇게 회의실의 분위기는 네 번째 감독 쪽으로 기울었다.
‘그래. 네 번째 감독이 이 정도라면 다섯 번째는 따져 볼 것도 없겠…. 어?’
하지만 나는 무심코 다음 프로필을 확인한 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졸업 작품밖에 찍어 본 적이 없는 대예종 출신의 다섯 번째 감독.
이 사람은 훗날 세계적인 명장으로 발돋움하는 인물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0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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