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9)
얼굴 천재 배우님-109화(109/200)
얼굴 천재 배우님 109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초반부는 스릴러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영화가 명성고등학교의 한 학생이 실종을 당하는 것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재단 이사장의 아들, ‘한호훈’의 실종은 명성고 학생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호훈은 그 지역에서 가장 착하고 성실한 학생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이 잘생기고 돈 많고 집안이 빵빵한데 착하기까지 한 한호훈을 좋아했다.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그 지역의 어른들까지 한호훈을 자신의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했다.
누구의 원한이라고는 전혀 살 것 같지 않은 한 학생의 실종.
이 실종은 그 지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영화는 형사 ‘강태남’이 실종 사건을 쫓는 것으로 진행됐다.
강태남은 한호훈의 주변을 탐문하며 실종 사건을 쫓는다.
학생, 선생, 당직 기사, 마을 주민, 지역의 공무원까지.
누구 한 사람 한호훈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한호훈이 정말 좋은 학생이라는 것과 한호훈에게는 자살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설마 이 실종….
재단 이사에 대한 원한으로 인해 일어난 살인 사건인가.
이 부분을 조사해도 크게 나오는 것이 없다.
오히려 재단 이사는 교육에 이바지하는 좋은 사람이다.
그렇게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던 중.
강태남은 중요한 증언을 확보한다.
명성고 학생 중 조금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무도 그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선생들조차 조금 음침하고 으스스하다는 학생의 인상만 기억할 뿐이다.
강태남은 본능적으로 이 학생이 범인이라는 걸 깨닫고 수사에 돌입한다.
그때 지역의 낚시터에서 한호훈의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의 흐름은 급격하게 변한다.
언론에서는 아직 이 죽음이 타살인지, 자실인지도 밝히지 못하는 경찰을 비난하며 더욱더 압박이 심해진다.
강태남은 눈이 벌게지도록 유일한 용의자라고 할 수 있는 의문의 아이를 쫓는다.
그 와중에 우연히 그 아이의 이름이 윤세랑이라는 걸 알게 된다.
강태남은 그 즉시 윤세랑의 집이라는 곳으로 달려가고 거기서 다 쓰러져 가는 낡은 집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형사의 전화를 받는다.
-윤세랑이라는 아이요. 작년에 실종된 것으로 나오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진실과는 다르게.
이미 언론에서는 윤세랑이 한호훈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 * *
이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전체적인 흐름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윤세랑의 죽음은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윤세랑이 끝에 죽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면 ‘가난한 아이들이 설 수 없는 사회’를 그리고자 하는 나의 목표가 흐려졌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나로서는 최서영 감독의 의견에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최서영 감독에 묻고 싶은 말이 있었다.
“감독님이 윤세랑 같은 아이였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예요. 찢어지게 가난했고. 가난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감춰야 했던 그런 아이였거든요.”
“그럼 그래서….”
“네. 윤세랑이란 아이에게 더 이입이 되더라고요. 다만 꼭 그렇기 때문에 윤세랑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럼요?”
“저는 오로지 영화의 주제를 위해서 윤세랑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윤세랑을 이렇게 죽은 아이로 만든다면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을 테니까.”
확실히 최서영 감독의 의견에는 일리가 있었다.
윤세랑을 이렇게 죽은 사람으로 만든다면 사람들은 금방 윤세랑과 같은 아이들을 잊을 것 같았다.
그냥 충격만 주는 것이 영화의 목표는 아니었다.
가능하다면 충격 이상의 무엇을 주고 그것을 실천하도록 해야 했다.
사실상 불가능하더라도 그걸 위해서 노력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크게 차이점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이러한 노력이 결여된 작품인 것 같았다.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나 또한 윤세랑이라는 인물을 영화 뒤편으로 쫓아낸 느낌이었다.
실제로 윤세랑은 이름만 등장할 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흐름을 전부 뒤바꾸는 것이 맞는 일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짐을 느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최서영 감독에게 이렇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윤세랑을 살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셨나요?”
최서영 감독은 희망이 생겼다고 생각한 것인지 얼굴이 표정이 밝아졌다.
그 상태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사실 저도 윤세랑을 완벽하게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마지막에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윤세랑이 실종 상태에 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고요.”
“그렇죠.”
“그래서 생각을 해 봤는데 중간중간 흘러가는 바람처럼 윤세랑의 일상을 드러내는 것 어떨까요?”
“흘러가는 바람처럼요?”
“네. 강태남이 취조를 끝난 뒤 학생들의 눈에 윤세랑 같은 사람이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는 거죠. 또 강태남이 혼자 사건을 추리하다가 한쪽을 쳐다보면 윤세랑 같은 아이가 나타났다가 사라져도 좋을 것 같고요. 연출상의 느낌으로.”
최서영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윤세랑이 언급되거나 기억이 나는 장면마다 윤세랑으로 느껴지는 어떤 인물의 모습을 한 번씩 드러내자는 뜻이었다.
다리, 어깨, 정수리, 코, 입….
이런 식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윤세랑의 모습이 화면에 잠깐씩 잡히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주제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관객에게 윤세랑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효과도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좋은 아이디어네요.”
“그렇죠?”
다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세랑이 실종 상태로 영화 뒤편으로 사라진다는 결론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말 부분에서 뭔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나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때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때요?”
그렇게 나는 최서영 감독에게 내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최서영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 완벽해요! 그대로 찍으면 될 것 같아요!”
* * *
최서영 감독과는 정기적으로 만나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주일 중 하루, 혹은 이틀을 빼고 모두 만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다른 방법은 없었다.
부지런히 만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맞춰야만 했다.
그렇게 최서영 감독과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캐스팅이 시작됐다.
나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이끄는 주인공인 강태남 역할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외 인물의 캐스팅을 진행해야 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핵심적인 인물은 ‘윤세랑’, ‘한호훈’, ‘이사장’, ‘기자’였다.
이외의 학생, 담임, 선생, 교장, 당직 기사, 동료 형사, 마을 주민, 지역 공무원 등은 단역을 캐스팅하면 됐다.
‘주변에서 도와준다는 사람이 많아서 고민이 되네.’
사실 배우의 캐스팅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주변 배우에게 거의 모두 연락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배우들은 전부 우정 출연을 약속했다.
우정 출연을 기대하고 시나리오를 보여 준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선뜻 돕겠다고 나서 줘서 고마웠다.
‘일단 경모한테는 한호훈 역할을 부탁해야겠다. 또 이듬이한테는 기자 역할을 부탁하고….’
이런 식으로 우정 출연을 약속한 배우에게 적절한 역할을 부여했다.
하지만 약속한 모든 사람을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에 출연시킬 수 없었다.
특히 지정현의 경우에는 부탁할 만한 역할이 없었다.
그나마 나이에 맞는 역할이 이사장이었는데 너무 임팩트가 강했다.
지정현이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내용을 잊고 시선을 빼앗길 것 같았다.
결국 지정현에게 우정 출연을 부탁하려면 강태남 정도의 역할을 줘야 했다.
‘그렇다고 지정현에게 윤세랑 역할을 맡길 수도 없지. 나이 차이가 너무 심하니까.’
참고로 지정현과 박준에게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시나리오를 보여 주며 차기작 거절 의사를 밝혔다.
왠지 두 사람 다 차기작에 나를 고려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두 사람은 기분 나빠하지 않고 내 의사를 존중해 줬다.
박준은 “그럼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거네? 그럼 상관없어.”라고 대답했고.
지정현은 “녀석의 멍청한 계획에 동참하지 않는다니 다행이군.”이라고 대답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나를 그만 놔두고 그냥 두 사람이 스파링이라도 한판 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이렇게 우정 출연 명단을 작성했고 그 이후로 최서영 감독과 함께 간단히 오디션을 진행했다.
며칠간의 오디션이 모두 마무리된 뒤 최서영 감독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끝이네요. 윤세랑 역할은 괜찮은 배우를 구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
“그러게요. 정말 다행입니다. 신디 선배님의 추천을 받길 잘했어요.”
아무래도 윤세랑 역할의 연기 난이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역할에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배우는 쓰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윤세랑이 ‘가난으로 인해 꿈조차 함부로 꿀 수 없는 사람’을 대변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연기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신디를 통해 괜찮은 배우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시준 씨가 왠지 어떤 식으로도 나를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에 출연시켜 주지 않을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선배님.”
“…벌써 나를 배역에서 빼기로 마음을 먹었구나. 어쨌든 그럴 것 같아서 어떻게 도움을 줄지 생각해 봤는데 윤세랑 역할 딱 맞는 배우가 생각나더라고요.”
지정현과 마찬가지로 신디는 너무 존재감이 큰 배우였다.
그렇다고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에 주인공급의 여자 배우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디를 우정 출연 명단에서 제외했는데 뜻밖의 방법으로 도움을 받게 된 것이었다.
나는 궁금증이 생겨서 신디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배우인가요?”
“제가 예전에 딱 한 번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에 출연한 적 있는 거 알죠? 그때 만났던 배우예요. 학생 역할로.”
신디는 과거에 딱 한 번 마니아층이 탄탄한 <골목>이라는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골목>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와 결이 비슷한 작품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어떤 배우가 오디션을 보러 올지 기대가 됐다.
다행히 그 배우는 내가 기대한 만큼 연기를 해냈고 그것으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캐스팅을 완료할 수 있었다.
걱정한 것보다 빠른 속도였다.
“이제 오디션 결과를 통보하고 현장 스태프와 일정을 조정해서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면 되겠네요.”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고 최서영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촬영은 다음 해 1월부터 시작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0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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