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1)
얼굴 천재 배우님-11화(11/200)
얼굴 천재 배우님 011화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자리를 옮겼고 병맥주를 따라 마시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병에 성에가 낄 정도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모둠 소 곱창이 익어 가는 걸 지켜보고 있으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형은 무엇이 불만인지 인상을 쓰고 있었다.
“소주를 좀 탈까요?”
형의 물음에 아버지가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문제인가 걱정했더니, 맥주에 소주를 탈까 하는 문제였다.
“그래. 그러자. 조금 싱겁다. 작은아들도 괜찮지?”
“네. 좋아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사실 나도 첫 잔을 소맥으로 먹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동의하자 형이 신중하게 소맥을 말기 시작했다.
형은 런웨이를 설 때보다도 소맥을 말 때 더 빛나는 사람이었다.
그사이 아버지가 먼저 익은 염통을 집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잡내도 없고 깔끔하네. 괜찮은 곳을 잘 찾았어.”
“광고 감독님 중 평소 약주를 좋아하는 분이 계시는데 여기를 추천하더라고요.”
“배운 분이네. 나중에 우리 닭한마리집에도 놀러 오라고 말씀드려.”
“네. 그럴게요.”
아버지의 닭한마리집은 망원동에서도 꽤 유명한 맛집이었다.
직접 레시피를 개발해서 가게를 일으킨 분인 만큼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나 또한 아버지의 요리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까닭에 이렇게 간간이 외식할 때면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메뉴를 선택했다.
그런 점에서 오늘 곱창집에 온 것은 베스트 초이스라 할 수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버지와 형의 표정 모두 아주 밝았다.
그렇게 기분 좋게 소맥이 몇 순배를 돈 뒤 나는 형에게 물었다.
“그래서 형은 요즘 많이 바쁜 거야? 여기저기 얼굴이 계속 보이는 것 같긴 하던데.”
내가 이야기를 꺼내자 형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지루하지 않을 만큼만 좀 늘었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단순히 바빠지고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형은 일반인이 얼굴을 어느 정도 알아볼 만큼 유명 모델의 반열에 오르고 있었다.
모델이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약을 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해외 진출을 도모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형은 이러한 사실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아버지조차 형이 꽤나 잘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과장한 표정이나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다.
“잘하고 있나 보네. 역시 우리 큰아들이야.”
그냥 이렇게 한마디 말을 덧붙이며 엄지를 치켜세울 뿐이었다.
어쩌면 내가 옆에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아버지는 항상 이런 분이었다.
형제 중 누구 한 사람이 질투나 시기를 하지 않도록 항상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
그 덕분에 나는 잘난 형을 두고도 흔들리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그건 방식이 좀 다르지만 형 또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모델이 되면 어떻겠냐, 제안했지만.
내가 진지하게 배우의 길을 가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자 더 이상 이러한 얘기를 꺼내지 않고 묵묵히 나를 응원했다.
생각보다 내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나의 안부만 물을 뿐 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위해 줬던 거지.’
지금은 예전보다 그러한 사실을 더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만큼 두 사람을 더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나는 밝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지금의 내 상태를 설명했다.
심지어 그 내용이 긍정적이었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때마침 아버지가 타이밍이 좋게 질문을 던졌다.
“작은아들은 오전에 어땠어?”
“이야기가 잘 풀렸어요. 레벨 테스트 결과도 나쁘지 않았고. 그곳 원장님 잘 봐주셨는지 몇 개월 후 방영이 예정된 드라마의 단역 출연을 고려해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대답을 듣고 두 사람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내가 기쁜 소식을 전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역시. 우리 작은아들도 잘하고 있네.”
“잘됐군.”
두 사람의 칭찬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그저 출연을 고려하는 단계예요. 무엇보다도 제작진 측에서 저를 원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은 나라면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의심의 빛이 추호도 느껴지지 않아, 정말 내가 꼭 단역을 따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메소드 마스크의 도움을 받는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지만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어떻게든 이 작품을 훌륭히 해내야겠다는 의욕이 피어났다.
그렇게 세 사람의 저녁 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오래도록 이어졌다.
* * *
그날 이후.
나는 <체포>의 대본을 연습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았다.
<체포>는 이미 내가 분석을 끝낸 적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연습이 어렵지 않았다.
메소드 마스크를 쓰자마자 어느 정도 현실성 있는 <체포>의 세계가 구현됐다.
하지만 이 정도의 현실성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연습을 하는 틈틈이 추가적인 작품 분석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그럴수록 더 생생하게 <체포> 속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것은 연습에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황인섭 고등학생 역을 뼈에 새기겠다는 마인드로 연습에 몰두했다.
서명희는 나날이 좋아지는 내 연기력을 두고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떻게 하루하루 좋아지는 게 이렇게 확실하게 눈에 보일 수 있죠? 대단해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방금 것보다는 아까 한 연기가 더 나은데요? 시선 처리가 반항적으로 잘 안 된 것 같아요.
“그런가요?”
“이렇게 해야 하는데…. 이런 식의 느낌이랄까?”
“아아. 무슨 뜻인지 알겠네요. 다시 연습해 오겠습니다.”
칭찬과 함께 서명희는 그 자리에서 곧장 내 연기를 교정해 줬다.
본인이 직접 시범을 보이거나 여러 표정 중 가장 나은 것을 골라 주는 식이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기억해 두고, 집으로 가 문제점이 자연스럽게 보일 때까지 연습을 반복했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같은 장면의 연기를 부탁해도 똑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서명희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1차 오디션 비디오를 찍어서 보내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수업 방식에 만족한 만큼 서명희의 이야기를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차 오디션 비디오를 보내자는 것은 내 연기가 어느 정도 괜찮다는 뜻이겠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학원의 도움을 받아 1차 오디션 비디오를 찍었다.
그리고 채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체포>의 제작진으로부터 답을 받았다.
서명희가 제작진의 답변을 전화로 전달했다.
-복잡하게 2차 대면 오디션을 볼 것 없이 시준 씨를 황인섭 고등학생역에 캐스팅하겠대요. 잘됐죠?
아무리 그래도 2차 대면 오디션을 보지 않고 캐스팅을 하다니.
이번에도 서명희가 중간에서 큰 역할을 한 것 같았다.
나는 그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하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힘을 써 주신 덕분에 일이 쉽게 됐네요.”
-인사는 됐어요. 모두 시준 씨의 연기가 좋아서 가능한 일이었는걸요. 다음 주에 작가님과 감독님을 만나 뵙기로 했으니 그때 처음 인사를 드리는 걸로 해요.
들어 보니 <체포>의 여자 주인공인 한미래와 함께하는 자리였다.
확실히 이런 식이라면 부담 없이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그럼 그때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다음 주.
나는 약속대로 정수민 작가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정수민 작가 옆에는 <체포>의 연출인 ‘강한성 감독’이 함께 자리했다.
대화는 주로 친분이 두터운 서명희와 정수민 작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거기에 가끔 한미래와 강한성 감독이 대화를 얹었다.
단역이 함부로 낄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공손히 인사를 한 뒤 네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화 중간에 정수민 작가와 강한성 감독으로부터 기분 좋은 칭찬을 들었다.
“화면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잘생겼네요!”
“그러게요. 성인 황인섭 역할을 맡은 김정민 배우와 비교가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정수민 작가와 강한성 감독이 차례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강한성 감독의 뒷이야기는 조금 신경이 쓰였다.
정말 비교가 된다면 <체포>의 개연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정수민 작가가 무슨 소리냐는 듯 강한성 감독의 말을 받았다.
“좀 비교가 되면 어때요. 잘생기면 그만이지. 오히려 이걸로 이슈가 되면 좋겠네요.”
그러자 강한성 감독도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정수민 작가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건 그렇죠. 애초에 김정민 배우도 마스크가 괜찮은 배우니까. 문제가 없을 거예요.”
상황을 보아하니 대충 분위기를 알 것 같았다.
여타 드라마가 그러하듯 <체포> 역시도 정수민 작가의 힘이 강한 것 같았다.
원래 영화는 감독의 힘이 강하고, 드라마는 작가의 힘이 강했다.
영화 하면 감독의 이름이, 드라마 하면 작가의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기 전에 얼른 고개를 숙였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수민 작가와 강한성 감독은 기분 좋은 미소로 내 인사에 화답했다.
그리고 그게 내가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눈, 유일한 상황이었다.
* * *
그렇게 정수민 작가, 강한성 감독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마침내 <체포>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
버스를 타고 2시간이 걸려 용인시 처안구 도착하자 <체포>의 세트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학교처럼 꾸며진, <체포>의 세트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매니저 없이 현장에 도착한 나는 모자와 마스크부터 벗었다.
가장 먼저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신인 배우 이시준입니다.”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빠짐없이 인사를 하고 다녔다.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꺄악! 너무 잘생겼다!” 하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동안 넋을 놓고 내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아, 예….” 하고 뒤늦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렇게 촬영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껏 고조됐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현장감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확실히 드라마 현장은 연극 현장과 다른 느낌이 있었다.
카메라가 세팅되는 것은 물론, 세팅의 방식까지도 달랐다.
사람들도 대체로 친절하게 내 인사를 받아 줬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현장의 모든 사람이 내 인사를 기분 좋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촬영 현장에는 한 명쯤 까칠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고 그 사람은 보통 배우였다.
내 앞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초짜 티 겁나 내네. 현장에 혼자 있냐. 왜 이렇게 시끄러워.”
인사를 건네자마자 대뜸, 화부터 내는 남자 배우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안명현.’
남자 주인공, ‘신한재’의 고등학생 역을 맡고 있는 이 배우는.
화려한 성공을 거두는 <체포>의 유일한 위험 요소였다.
얼굴 천재 배우님 1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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