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11)
얼굴 천재 배우님-111화(111/200)
얼굴 천재 배우님 111화
감독 모드는 이전의 메소드 마스크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달랐다.
우선 카메라의 시점부터 독특했다.
원래 메소드 마스크는 내가 원하는 배역을 1인칭으로 소화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행동, 표정, 말투, 호흡 등 배역의 모든 것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기에 유리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로지 1인칭의 시점으로만 주변을 바라볼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감독 모드는 달랐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모든 배역의 행동을 관찰하는 게 가능했다.
마치 내 머리 위로 드론을 띄워 놓고 연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야가 넓어졌고 다른 배역 하나하나의 연기를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감독 모드가 1인칭 빙의를 못 하게 막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1인칭으로 배역을 소화하면서 시야의 우측 하단을 쫓아다니는 네모난 칸으로 모든 상황을 관찰할 수 있었다.
메소드 마스크는 이것을 ‘1인칭 감독 모드’라고 호칭했다.
또한 반드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화면을 구성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원한다면 진짜 현장에서 촬영하는 것처럼 화면을 구성하는 게 가능했다.
또 우측 하단에 최대 3개까지 다른 화면을 띄울 수도 있었다.
결국 마음만 먹는다면 ‘내 얼굴’, ‘상대 배역의 얼굴’, ‘전체적인 그림’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1인칭으로 연기를 하면서.
‘이것은 정말…. 제작자의 시점으로 연기를 연습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기능이야.’
그렇게 나는 감독 모드 덕분에 제작자의 시점에서 자유롭게 연기를 연습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굳이 다른 상념에 빠질 필요도 없었다.
내가 배역을 소화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다른 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습을 거듭할수록 촬영 중 카메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장면이 머릿속에 주입됐다.
‘이거야. 이거면 실제 촬영 중에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겠어.’
이미 모든 상황을 머릿속에 집어넣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했는데도 상념에 젖는다면 말이 되지 않았다.
‘감독 모드를 사용하면 더 많은 장면을 머릿속에 넣어야 하고 그만큼 연습 시간도 늘어나겠지만….’
메소드 마스크의 일반 모드로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계속 두리번거리며 파악해 같은 결과물을 얻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연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라 다시 제작자의 시점으로 연습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나는 이 부분을 포기하고 어떻게든 원래의 연기만이라도 할 수 있게 노력해 보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좋아. 이대로 쭉 연습을 진행해 보자.’
그렇게 나는 메소드 마스크의 새로운 기능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 * *
다음 날.
현장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어제보다 착 가라앉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왜 그런 것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현장 스태프들은 내 연기를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특히 오늘은 어제보다 많은 씬이 나와 관련이 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현장 스태프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제처럼 NG를 많이 낸다면 촬영이 심각하게 딜레이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근무 시간을 어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같은 장면을 반복적으로 찍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스트레스였다.
‘아마 감독님도 이 부분을 걱정하고 있겠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최서영 감독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 때문에 이 사람들이 모두 오늘 촬영을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더 밝게 인사를 하려고 노력했다.
“배우님!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감독님.”
거리가 가까워지자 최서영 감독이 나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생각보다 밝은 모습이었다.
오늘 촬영을 걱정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뭐지? 정말 걱정을 하지 않는 건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가볍게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대화가 꽤 진행될 때까지도 최서영 감독으로부터는 걱정의 기색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 후.
최서영 감독은 오늘 촬영의 디렉을 전달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알 수 있었다.
‘아니야. 분명 최서영 감독은 오늘 촬영에 대한 걱정이 있어. 그것을 애써 감추고 있을 뿐이지.’
최서영 감독의 현장 디렉이 꼼꼼해졌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최서영 감독은 현장 디렉을 할 때 작중 인물의 감정이나 작품의 해석 등을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김필성 감독이 보통 이 부분에 집중했던 걸 떠올려 보면 상당히 방향성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최서영 감독의 현장 디렉 스타일이 이렇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결국 최서영 감독이 이런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 것은 내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작가였기 때문이니까.
심지어 어제는 이런 부분뿐만 아니라 현장 디렉 자체를 좀 적게 하는 편이었다.
내가 어련히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지 현장 디렉이 자세하게 변했다.
최서영 감독의 현장 디렉은 대체로 자신이 이 장면을 어떤 식으로 찍을지 계획을 설명하는 느낌이었다.
카메라를 몇 대 둘 거고, 어떤 식으로 화면을 구성할 생각이며, 무엇을 중심으로 두고 오케이 사인을 낼지.
최서영 감독은 이런 부분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나와 대부분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네. 배우님.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연기해 주세요. 아직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잖아요.”
최서영 감독은 끝까지 나를 안심시키고 믿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확실히 이런 부분만 봐도 어째서 최서영 감독이 세계적인 명장으로 발돋움하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최서영 감독은 배우들의 멘탈을 케어하고 현장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재능인 것 같았다.
‘결국 나만 연기를 잘하면 된다는 뜻이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시준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자리에 박준이 서 있었다.
박준은 오늘 당직 기사로 우정 출연을 해 주기로 한 상태였다.
“준이 형! 오셨어요?”
“응. 방금 도착해서 메이크업까지 받았어.”
“고생 많으셨어요. 그럼 우리 저쪽에서 대화를 나눌까요.”
나와 박준은 인적이 드문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박준이 질문했다.
“그나저나 현장 분위기가 왜 이래?”
“현장이 왜요?”
“좀 딱딱한 느낌이던데?”
역시 여러 현장을 경험한 박준답게 분위기가 경직돼 있다는 걸 금방 파악했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아. 사실 제가 어제 NG를 여덟 번이나 냈거든요.”
“네가? 웬일이야?”
“작가 역할을 하면서 연기까지 하려고 하니 배역에 몰입이 안 되더라고요.”
“아아. 그런 문제였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
“네. 자꾸 딴생각이 들고. 이 화면 한쪽에 다른 사람의 연기가 잘 걸리고 있나, 이상한 걱정도 되고. 그러다 보니 좀 헤매게 됐어요.”
“그래도 문제점을 단번에 파악하고 이시준은 다르네.”
“그런가요?”
“그렇지. 나는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때 초반 내내 헤맸잖아. 그럼 어쨌든 문제는 해결된 거지?”
“네. 그런 것 같아요.”
“역시 문제 파악부터 문제 해결까지 빠르다. 정말 빨라.”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까>을 찍었던 때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금방 촬영 시간이 다가왔다.
“스탠바이! 큐!”
* * *
며칠간 한호훈의 행적을 조사했으나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뭔가 중요한 걸 계속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호훈의 주변 인물과 대화를 나눠 보기로 한다.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사람은 마지막으로 한호훈을 목격한 당직 기사다.
당직 기사는 내가 경찰 배지를 보여 주자마자 대뜸 손사래를 친다.
“제가 안 죽였어요!”
“압니다.”
“진짜 제가 안 죽였어요!”
“안다고요.”
“그런데 왜 자꾸 찾아오세요! 내가 아는 건 전부 얘기했는데!”
마지막 목격자는 보통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경찰은 이미 당직 기사의 알리바이부터 조사한 상태다.
하지만 당직 기사는 알리바이가 완벽하다.
용의자로 특정할 만한 동기도 부족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지막 목격자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는 이야기를 들먹이며 당직 기사를 몰아세우는 중이다.
“경찰에서 조만간 공식 발표를 내놓을 거고 그 이후로는 주변의 의심도 잦아들 겁니다.”
“공식 발표 그거…. 당장은 낼 수 없는 거예요?”
“아직 조사 성과가 부족해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후….”
사과를 했기 때문일까.
당직 기사의 태도는 한층 누그러든다.
당직 기사가 몸을 반쯤 돌린 채 내 쪽을 힐끔 쳐다보며 묻는다.
“그래서요. 또 뭐가 묻고 싶은데요?”
“한호훈 학생을 마지막으로 목격했을 때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당직 기사는 경찰서에서 했던 말을 반복한다.
그때 자신은 봄꽃을 심기 위해 비료를 뿌리는 중이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한호훈이 집으로 가는 것을 목격했다.
표정이 밝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평소처럼 인사도 깍듯했다.
보통 학생들보다 더 밝은 표정이었기 때문에 안 좋은 생각을 가졌을 거라 생각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가출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분명 아닐 것이다.
항상 먼저 밝게 인사를 해 주던 한호훈을 좋게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도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던 중 나는 문득 이상함을 느낀다.
당직 기사가 유난히 한호훈의 밝은 표정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호훈 학생이 유난히 밝았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당직 기사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대답한다.
“어두침침한 것보다는 낫죠. 예전에 누구더라 한호훈 학생이랑 같은 반인데 유난히 얼굴이 어두운 애가 한 명 있었는데….”
“누구요?”
“이름은…. 생각이 안 나네. 어쨌든 밝은 애가 무조건 낫죠. 어두워서 뭐가 좋겠어. 기분만 나쁘지. 어쨌든 더 할 말 없으면 난 갈게요.”
당직 기사는 이렇게 자리를 뜬다.
그렇게 혼자 남은 자리에서 왠지 한호훈이랑 같은 반이었다는 학생이 마음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개를 젓는다.
사건을 이런 느낌만으로 수사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고개를 돌리는데 멀리 나무 그림자가 져 있는 벤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한 학생이 눈에 들어온다.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내 귓가에는 아름다운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나는 홀린 듯 그곳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마침내 벤치가 가까워졌을 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다.
* * *
“컷! 오케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에는 단번에 오케이 사인이 나왔고 최서영 감독의 표정도 밝았다.
그것은 다른 스태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얼굴 천재 배우님 11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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