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12)
얼굴 천재 배우님-112화(112/200)
얼굴 천재 배우님 112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촬영 첫날.
최서영 감독은 시준이 이렇게까지 NG를 내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시준은 배역에 몰입하지 못한 채 실수를 연발했다.
무엇보다 최서영 감독이 알고 있었던 것보다 시준의 연기가 좋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최서영 감독은 사실 시준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영화감독을 꿈꿨지만 최서영 감독의 취향은 드라마 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른 사람.
최서영 감독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좋아하는 것은 드라마인데 잘하는 것은 영화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서영 감독은 드라마라면 일단 모두 챙겨 보는 편이었고, 당연히 <체포>에도 관심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강한성 감독, 김희수 작가, 지정현 주연이라는 것만으로도 <체포>는 충분히 기대감을 일으킬 만했으니까.
그리고 <체포>의 1화를 보는 순간, 최서영 감독은 시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외모면 외모, 연기면 연기.
시준은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무결점의 배우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서영 감독이 드라마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또한 완벽했다.
그 이후로 최서영 감독은 시준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전부 챙겨 보며 점점 더 빠져들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는 김원영 역할을 맡으며 연기의 바운더리를 넓혔고.
<황녀님, 동거합시다>에서 메인 남주로서 활약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하는 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절정은 <탈출>이었다.
<탈출>을 보며 최서영 감독은 시준을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한 사람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1,000만 관객이라는 성적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과거처럼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을 넘어 대본 전체를 관통한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김성연이라는 캐릭터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어떤 위화감도 주지 않았다.
영화 속 세계와 완전히 맞붙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최서영 감독은 언젠가 시준과 함께 작업을 해 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미리 계획해 뒀던 일이 어그러졌을 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공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정말이라고? 정말 이 작품에 지원하면 이시준이랑 작업할 수 있는 거야?’
자신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시준과 작업을 같이할 수 있는 기회를 언제 또 잡을 수 있을지 몰랐다.
그래서 곧장 지원서를 작성했고 뜻밖의 소식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이 시나리오를 쓴 게 정말 이시준이라고?’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가니 함께 영화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던 동기가 알바비를 들고 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최서영 감독은 지금 추위에 떨며 다른 영화를 찍고 있었을 테니까.
심지어 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우여곡절 끝에 최서영 감독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연출을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시준을 만나서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시준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너가 좋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인물이었다.
얼굴값을 한다더니.
정말 딱 그 말이 맞았다.
얼굴처럼 정말 모든 게 완벽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했음에도 그것을 수용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단순히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떠올렸다.
‘내가 잘해야 해. 이런 사람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으려면 내가 잘하는 수밖에 없어.’
최서영 감독은 이렇게 다짐했고 마침내 첫 촬영 날이 밝았다.
오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한 것보다 촬영이 잘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준이 흔들렸고 최서영 감독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현장 스태프들 또한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내가 현장 디렉을 너무 성의 없게 줬기 때문인가?’
최서영 감독은 시준이 NG 한 번 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현장 스태프 아르바이트를 했던 동기 중 한 사람이 시준의 촬영을 지켜본 적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최서영 감독으로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홉 번째 촬영에서 시준이 제 실력을 발휘했지만 걱정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대로 계속 NG가 반복된다면 촬영이 무한정 딜레이되며 현장 스태프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대책을 찾아야 해.’
그렇게 밤새 고민했지만 최서영 감독은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는 시준에게 너무 부담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다.
‘배우님이 무너지면 우리가 다 무너지는 상황이야. 그러니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해.’
그렇게 최서영 감독은 시준에게 믿음을 심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 한편으로는 현장 디렉을 세세하게 전달했다.
어쩌면 이 부분 때문에 시준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러던 중 최서영 감독은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시준의 표정이 너무나도 평온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제 NG를 여덟 번이나 낸 사람처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 시작된 촬영에서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이거지!’
시준의 연기는 훌륭했다.
원래 알고 있는 모습, 바로 그대로였다.
오늘 하루 당직 기사 역할을 맡은 박준과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미쳤어….’
더욱 놀라운 점은 시준이 현장 전체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처럼 연기를 펼친다는 사실이었다.
다음 씬, 또 다음 씬.
촬영이 거듭될수록 이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때로는 최서영 감독이 생각하지 못한 디테일을 선보이며 모든 씬을 잡아먹었다.
정말 잡아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이구나…. 이시준이라는 사람과 작업을 한다는 거….’
최서영 감독은 진한 감동을 느꼈다.
최서영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현장 스태프들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단 하루 만에 전혀 다른 사람이 등장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최서영 감독의 가까이에 있던 카메라 감독 한 사람이 중얼거렸다.
“연기의 신이 돌아왔어….”
카메라 감독은 시준과 <황녀님, 동거합시다> 때 인연을 맺은 사람이었다.
* * *
나는 오늘 촬영에 만족했다.
전체적으로 내가 연습한 대로 연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장 전체를 아우르며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어.’
최서영 감독이 시작 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눈을 뜨면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어디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 어떤 연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그래서 숨소리는 어떻게 내는지.
모든 게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정말 이 세계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에서도, <탈출>에서도 나는 주인공이었지만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영화 속 세계와 완전히 동화되지 못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 때는 간신히 맞붙는 느낌이었고.
<탈출> 때는 조금 더 맞붙는 느낌이었지만 이런 느낌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촬영하는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와 호흡을 맞춘 게 아닌데도 희열을 느꼈다.
‘혼자 연기하는 장면에서도 희열을 느끼다니…. 놀라웠지….’
그렇게 내가 만족스럽게 연기를 끝낸 덕분에 현장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다.
다소 표정이 어두워 보였던 현장 스태프들도 밝게 웃고 다녔다.
최서영 감독 또한 표정이 훨씬 좋아졌다.
“배우님! 정말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감독님이 더 많이 하셨죠. 오늘 촬영이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그때 자기 몫의 촬영이 끝나고도 집에 가지 않고 남아 있던 박준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시준아. 수고 많았다.”
“괜찮았어요?”
“최고였어. 잠깐이나마 호흡을 맞춰 보니까 같이 작품을 하지 못한 게 새삼 또 아쉽더라.”
나도 오랜만에 박준과 호흡을 맞춰 보니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박준이 생각 이상으로 당직 기사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
박준의 외모로는 소심하고 고집스러운 당직 기사 역할이 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표정의 디테일 하나까지 모두 살려서 당직 기사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박준의 얼굴에 이런 표정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박준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지 자기 얘기를 하기에 바빴다.
“너랑 들어갔으면 1,000만은 무조건이었는데….”
“제가 없어도 잘될 거예요. 항상 잘하셨잖아요.”
“그래. 그래서 <탈출>에 모든 상을 빼앗겼지.”
“그날은 괜찮다더니…. 혹시 마음에 담아 두고 계셨던 거예요?”
“설마. 그럴 리가 있나. 그냥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하나를 못 받았을 뿐인데.”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게 확실했다.
하지만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박준이 이번 영화로 1,000만에 가까운 성적을 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준은 이번에 <대체로 맑음>이라는 영화에 캐스팅이 된 상태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회귀 전에는 박준이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미래가 바뀌었다.
그리고 <대체로 맑음>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게 되는 영화였다.
‘설마…. <대체로 맑음>의 성적이 바뀌지는 않겠지?’
어쨌든 이런 식으로 내가 알고 있는 미래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원래는 내가 직접 관련이 된 미래만 바뀌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박준처럼 거의 관여하지 않은 일의 미래까지 조금씩 달라지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생각보다 빠르게 미래를 알고 있다는 이점이 사라질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나는 이러한 사실에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나에게는 이제 삶을 넓게 내다볼 만큼의 여유가 생겨난 상태였다.
‘어차피 미래는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어.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생각을 하며 계속 박준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뜻밖의 연락이 왔고 나는 또 한 번 내가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미래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스케일이 좀 컸다.
[단답맨][17:33] 야 [단답맨][17:33] 촬영 중이냐? [Sijun][17:34] 응 왜? [단답맨][17:34] 나 드라마 캐스팅 제안이 왔는데 [Sijun][17:34] 뭐? 진짜? [단답맨][17:35] 응 근데 너무 좋은 거 같아서 제안을 받아들였어 [Sijun][17:35] 무슨 드라마인데? [단답맨][17:36] 러브 in 18 [Sijun][17:36] 아….형이 정말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무엇보다 <러브 in 18>이라면 나도 알고 있는 드라마였다.
얼굴 천재 배우님 112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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