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13)
얼굴 천재 배우님-113화(113/200)
얼굴 천재 배우님 113화
<러브 in 18>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OTBC의 월화 드라마였다.
이 작품은 전교 꼴등도 인서울을 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 로열에서.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친 적 없는 김훈과 만년 2등 이정호의 라이벌 관계를 그렸다.
이정호의 평생소원은 김훈을 넘어서서 전교 1등을 하는 것.
이 목표를 위해 점점 더 잠을 줄이고 공부를 하는데.
김훈이 그것도 모른 채 마음껏 농구를 하고 취미 활동을 하면서 이정호의 화를 돋웠다.
그렇게 김훈에 대한 열등감이 폭발하려던 그때.
우연히 김훈이 임수지에게 고백하다가 차이는 걸 보게 되고.
이정호는 의도적으로 임수지한테 접근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임수지와 점점 친해질수록 이정호는 마음을 빼앗기고.
그 와중에 임수지가 너무 부끄러워서 김훈의 고백을 거절했다는 걸 알게 되며 둘의 연애를 돕는 코치의 역할을 맡는데….
과연 이정호는 김훈을 꺾고 1등을 차지하고 임수지의 마음까지 빼앗을 수 있을까.
<러브 in 18>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였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이 드라마가 상당히 잘된다는 사실이었다.
시청률 8%에 육박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두게 될 예정이었다.
혹시라도 형의 첫 드라마 도전이 실패할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물론 아직 연기력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지 알 수 없었다.
지금껏 형의 연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형이 좋은 연기력을 보여 주리라 의심하지 않았다.
‘형은 생각보다 신중한 성격이니까.’
모델 일도 그랬다.
별생각 없이 이쪽에 발을 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형은 성공을 확신하고 움직인 것이었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다면 어느 직업에서도 성공할 수 없는 게 시대의 현실이니까.
무엇보다 형은 나와 달리 몸을 잘 쓰는 편이었다.
워낙 표정이 없고 무뚝뚝한 사람이라서 그게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이 그랬다.
그런 까닭에 나는 형이 별 무리 없이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리라 굳게 믿었다.
‘그나저나 첫 배역이 <러브 in 18>의 김훈이라니….’
꽤 비중이 높았다.
서브 남주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체포>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도 맡아 보지 못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질투가 난다기보다는 더욱더 이 역할을 잘 소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형이 진심으로 배우의 길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역할을 해낸다면 단숨에 메인 남주까지 치고 올라올 수도 있었다.
‘뭔가…. 형을 도울 수 없을까?’
메소드 마스크라도 빌려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메소드 마스크는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평범한 마스크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조언이랍시고 연기에 관한 강의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그런 성격도 아니었지만 형이 남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아니었다.
‘음…. 적당한 방법이 없을까? 그냥 커피 차나 한번 보내 줘?’
사실 이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서로 오그라드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커피 차만으로는 아쉬운 게 사실이었다.
연기 쪽으로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시청률을 1%라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다.
때마침 <러브 in 18>의 감독이 강한성이었기 때문에 뭔가 해 볼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다.
‘아? 시간을 내서 그렇게 해 볼까?’
뭔가가 떠올랐고 나는 이 일을 실천하기 위해 최서영 감독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네? 무슨 일이세요?”
“혹시 나중에 하루만 촬영 스케줄을 바꿀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안 그래도 하루는 배우님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을 몰아서 찍으려고 생각 중이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아아. 급하게 다른 스케줄이 잡힐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어쨌든 제가 날짜를 다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세요.”
그렇게 최서영 감독과의 이야기를 끝마치고 나는 곧장 강한성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오래가지 않아 강한성 감독이 전화를 받았다.
-이시준 배우님! 어쩐 일이에요?
* * *
몇 달 후.
그동안 영화 촬영에만 매진했던 나는 보통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촬영하는 오산이 아닌 양평으로 향했다.
양평은 <러브 in 18>의 세트장이 있는 곳이었고, 나는 이곳을 커피 차와 함께 찾았다.
“이시준 배우님 오셨습니다! 여러분!”
“다들 커피 한 잔 마시고 시작하세요!”
“여기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있습니다!”
현장 스태프들이 목소리를 높였고 <러브 in 18>의 출연자와 연출진은 나의 등장을 반겼다.
가장 먼저 강한성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바쁜데 이렇게 현장까지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배우님.”
“아닙니다. 감독님의 작품인데 당연히 직접 인사를 와야죠. 그동안 잘 지내셨죠?”
강한성 감독과는 가장 최근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시나리오를 보여 주면서 만남을 가졌다.
강한성 감독은 이날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촬영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혹시 가능하면 지금 진행 중인 작품의 촬영이 끝나는 대로 자기가 연출을 맡으면 안 되겠냐고 얘기를 꺼낼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강한성 감독 같은 영향력 있는 인물과 작업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그런 까닭에 고마운 제안을 거절해야만 했는데, 이렇게 강한성 감독을 도울 수 있게 돼 다행이었다.
“감독님. 그때 좋은 제안을 주셨는데 거절해 죄송했습니다.”
“아니에요. 배우님이 어째서 저의 제안을 거절했는지 잘 압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거든요. 정말 순수하게 나의 능력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
다행히 강한성 감독은 그날 일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듯 이야기를 했다.
확실히 경력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지 상황 파악 능력이 뛰어났다.
“무엇보다 이렇게 배우님이 커피 차도 보내 주고 우리 드라마를 돕기 위해 나서 줬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아니, 오히려 내가 감사하죠. 엄청난 도움이 될 텐데. 그보다 아직 형을 못 만났죠?”
“네. 어딜 갔는지 안 보이네요. 키도 큰 사람이.”
“아마 저쪽에 혼자 앉아서 연기 연습을 하고 있을 거예요. 피는 못 속인다고 어찌나 연습 벌레인지. 다른 사람이 옆에서 소리를 쳐도 잘 못 듣는다니까.”
나는 강한성 감독이 가리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형이 촬영장 한쪽에 앉아 귀마개를 낀 채 대본을 보고 있었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교복을 입고 있는 형의 모습이라…. 오랜만이네.’
형은 분장을 해서 그런지 확실히 나이가 어리기 느껴졌다.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내 입장에서는 묘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말 회귀자가 된 듯한 느낌.
‘아니지. 난 회귀자가 맞지.’
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은 뒤 형의 앞에 다가가 섰다.
형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생겼고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응? 왔냐?”
“응. 왔다. 커피 마셔.”
“원두 뭔데?”
“짜증 나게 굴래?”
“쏘리.”
형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커피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그 뒤를 따르며 물었다.
“촬영 어때?”
“카메라가 있고 날 찍어.”
“그야 당연한 거고.”
“그런데 그게 좋아.”
“…그래?”
“응. 재밌더라.”
형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확실히 형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정말 연기를 하는 일이 즐거운 것 같았다.
‘회귀 전 이런 사람에게 나는 연기를 하지 못하게 한 거구나.’
고의는 아니었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형이 이번 생에서 진정한 꿈을 이루길 바랐다.
‘그런 점에서 나도 오늘 더 힘을 내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형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받았다.
나 또한 그 옆에 서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았다.
묘하게 사람들이 우리 두 사람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닌 척했지만 너무 티가 났다.
“…왠지 익숙한 풍경이네.”
“그렇지?”
“촬영장에서 이런 일이 생길지 몰랐지만.”
“그러게.”
“그나저나 이따 괜찮겠어?”
“뭘?”
“나한테 존댓말 해야 하잖아.”
“어쩔 수 없지. 연기잖아.”
“오올. 프로 다 됐는데?”
“그래도 너무 싸가지 없게 하지 마라.”
“하는 거 봐서.”
그랬다.
나는 오늘 사실 단순히 촬영장에 들른 게 아니었다.
강한성 감독과 상의해 <러브 in 18>의 카메오로 출연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심지어 내 역할은….’
김훈의 반을 담당하는 체육 교사였다.
“스탠바이! 큐!”
* * *
벌컥.
수업 시작 종소리에 맞춰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쪽에 모여 떠들고 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학생들은 나를 발견하고 얼른 자리에 돌아가 앉는다.
나는 그쪽으로 잠깐 시선을 줬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을 맞닥뜨린다.
한 학생이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어떤 감상에 젖어 있는 것일까.
그런 건 궁금하지 않다.
나에게 오로지 중요한 것은 이 학생이 체육 수업을 들을 생각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학생 쪽으로 다가가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빼낸다.
그러자 학생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본다.
“김훈. 종소리 못 들었나?”
“…….”
“어쭈. 대답 안 하지?”
“…….”
“이것 봐라. 선생님 말이 말 같지 않아?”
내가 인상을 쓰고 나서야 김훈이 천천히 입을 연다.
“같습니다. 말.”
“근데 왜 대답 안 해?”
“그냥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무슨 느낌?”
“저희 언제 만난 적 없나요?”
잠깐의 정적.
나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만난 적 있지. 저번 주 체육 시간에.”
“아아.”
“헛소리하지 말고 교과서 펴라. 하여튼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놈들은 이런 게 문제라니까.”
내가 뒷말을 중얼거리자 김훈이 되묻는다.
“네?”
나는 대충 둘러댄다.
“이정호한테 전교 1등 뺏기고 싶지 않으면 교과서 펴라고.”
“…네. 알겠습니다. 전교 1등, 뺏기면 안 되죠.”
김훈이 심상치 않은 기색으로 뒷말을 덧붙인다.
이정호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 교탁 앞에 선다.
괜히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교실 밖으로 여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지난다.
“너 얘기 들었어?”
“왜? 무슨 일인데?”
“김훈. 임수지한테 까였대.”
“진짜야? 김훈이? 어쩌다가?”
“몰라. 짜증 나. 임수지 재수 없어.”
“역시 임수지. 나는 걔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러자 반 내부에 동요가 인다.
학생들이 서로 웅성거리며 정보를 교환한다.
그 사이에서 김훈은 화가 난 듯한 표정이다.
나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책상을 두드린다.
“자자! 다들 조용!”
그런 뒤 복도 밖으로 나가서 여학생들에게도 한마디 한다.
“너희 몇 반인데 이렇게 떠들어.”
“아…. 저희는 3반인데…. 선생님이 뭘 좀 가지러 오라고 하셔서….”
확실히 여학생들의 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다.
수업 자료인 것 같다.
“그럼 조용히 물건만 옮기면 되지 왜 떠들어? 다른 반 수업 힘들게.”
“죄송합니다.”
“얼른 반으로 돌아가.”
“네. 선생님.”
그렇게 간신히 상황을 정리한 뒤 김훈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김훈의 표정은 여전히 별로 좋지 않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김훈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로 마음먹는다.
“김훈.”
“네?”
“힘내라.”
내 이야기에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김훈의 얼굴은 벌겋게 변한다.
얼굴 천재 배우님 113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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