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15)
얼굴 천재 배우님-115화(115/200)
얼굴 천재 배우님 115화
기자와의 만남 이후.
강태남에게는 조금씩 윤세랑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윤세랑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또한 기자가 소문을 낸 것인지 지역에는 한호훈을 동급생이 살해했다는 얘기가 돈다.
그리고 결국 이 이야기가 경찰서장에게까지 들어간다.
경찰서장은 강태남을 불러서 따로 지시를 내린다.
“자네가 한호훈 사건의 다른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경찰서장의 물음에 강태남은 아직 용의자로 특정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을 못 박는다.
하지만 경찰서장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강태남을 압박한다.
“우리 경찰서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걸 자네도 알고 있을 거야. 어제 서울에서는 인력을 파견하겠다며 우리를 괴롭히더군.”
“…그랬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자네가 조금 더 힘을 내 봐. 주변 사람 모두가 그 학생을 의심하고 있다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을 거 아니야.”
강태남은 그 말에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먹이며 반박하려다가 만다.
자신 또한 윤세랑이 범인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에 윤세랑이 범인일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자신이고.
고민 끝에 강태남은 말을 바꿔 수사를 위해 추가 인력을 붙여 달라고 요청한다.
‘여기까지 오늘 오전의 촬영 분량이었지.’
그리고 이 장면이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분기점이었다.
강태남 또한 윤세랑을 범인으로 특정하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제 영화는 진실에 더 빠르게 근접하겠지만 그게 과연 어떤 결말에 도달할지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촬영은 나와 최서영 감독이 의도한 대로 잘 진행이 되고 있었다.
“스탠바이! 큐!”
* * *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CCTV 확보됐습니다!”
형사 한 사람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자 우리 모두 번쩍, 정신을 차리고 증거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인다.
확실히 CCTV에는 수상한 남자가 낚시터에 시체를 유기하는 모습이 잡힌다.
다만 그 화질이 좋지 않아 얼굴을 생김새까지 파악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도 이 정도면 용의자의 전체적인 신체 사이즈나 법보행 같은 것을 확보할 수 있다.
“키는 170 초반으로 별로 크지 않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용의자가 입고 있는 검은 패딩 학생들이 자주 입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러네? 이 동네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브랜드네?”
“역시…. 그럼 이 패딩을 가지고 있는 학생의 걸음걸이를 전부 확인해 용의자 특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좋을 것 같….”
“잠깐만요!”
하지만 나는 CCTV 속 용의자의 모습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몇 번이나 내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환청과 환영.
그것과 CCTV 속 용의자의 모습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묘하게 느낌이 달라. 그런데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 애초에 설득이 가능한 부분일까?’
아직 나 또한 모두가 의심하고 있는 그 아이를 만나 본 게 아니다.
환청과 환영 속에서 어떤 느낌을 받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내 생각이 깊어지고 있을 때.
참고인 조사를 나갔던 형사 한 사람이 급하게 들어오며 소리친다.
“큰일 났어요! 언론사에서 일제히 기사를 내기 시작했어요!”
다 함께 CCTV를 확인했던 것처럼 우리는 핸드폰을 꺼내서 인터넷 기사를 확인했다.
앞선 형사의 얘기대로 벌써 인터넷이 한호훈을 살해한 용의자가 동급생이라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심지어 용의자를 특정하고도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악의적인 내용의 기사가 섞여 있다.
그렇게 사람들이 다시 한번 경찰의 무능함을 손가락질한다.
‘야단났군.’
이것은 단순히 지역에 소문이 나는 것과 파급력이 다르다.
이 문제로 인해 경찰 전체의 위신이 깎이게 될 테니까.
자연스럽게 상부에서의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서장이 자기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오더니 직접 지시를 내린다.
“다들 안에만 있지 말고 당장 밖으로 뛰어! 한호훈의 같은 반 친구들의 걸음걸이부터 빨리 확인하라고!”
“네!”
상황이 워낙 다급했기 때문에 더 이상 CCTV를 들여다볼 수 없다.
나 또한 다른 형사들과 함께 경찰서 밖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경찰서 정문을 지날 때 문득 또 한 번 환청과 환영이 찾아왔음을 느낀다.
계절이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주변의 기운이 훈훈하게 바뀌고.
길 건너에서 어떤 아이가 누군가를 환한 목소리로 부른다.
누군가를 응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입가에 양손을 모은 채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입 모양만 보일 뿐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뛴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얼굴을 확인하기 직전, 아이의 모습이 사라진다.
‘너는 도대체 누구야? 정말 범인이 맞는 거야?’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지만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컷! 오케이!”
* * *
며칠간 우리는 촬영에 속도를 높였다.
메소드 마스크의 새로운 기능 덕분에 속도를 높이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또한 우정 출연이 필요한 장면을 앞쪽에서 모두 찍었기 때문에 더욱더 속도를 높이기가 편했다.
배우와 스케줄을 맞추느라 시간을 소모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화는 점차 마지막에 가까워졌고 그사이 강태남은 새로운 증거를 몇 가지 더 확보했다.
이와 관련된 촬영을 진행했다.
먼저 사건 현장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지문을 확보했다.
이것은 용의자가 미성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려면 반드시 지문 등록을 해야 하니까.
또 한호훈의 시신을 부검하는 과정에서 방어흔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호훈이 방어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용의자가 면식범일 가능성이 컸다.
또 한 번 학생 중 누군가가 범인일 거라는 가설에 한 걸음 다가간 셈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해 증거와 대조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일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명성고 학생의 모든 걸음걸이를 확인해 봐도 비슷한 사람을 발견할 수 없었다.
수사 대상을 2학년에 한정하지 않고 전교생을 넓혀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수사가 마지막 벽에 가로막혔을 때 마침내 강태남이 윤세랑의 이름을 듣게 되지.’
이게 오늘 찍어야 하는 우리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리고 나와 최서영 감독은 마지막 장면의 촬영을 마지막 날까지 미뤘다.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장면을 미리 찍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의 흐름대로 찍어야만 강태남의 감정을 온전히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은 시간의 흐름대로 영화를 찍는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촬영을 위해 분주하게 현장이 정리되고 있을 때.
최서영 감독이 입을 열었다.
“드디어 마지막 촬영이네요.”
“그러게요. 결국 끝이 찾아오네요. 그나저나 우리 편집 일정이 어떻게 된다고 했죠?”
“이틀 쉬고 두 달간 편집에만 매진할 생각이에요.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말 없이요?”
“네. 주말 없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쉬는 걸로 해서.”
최서영 감독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주말까지 반납하며 편집을 해야 하는 일정이 만만치 않은 듯했다.
나는 최서영 감독에게 좀 쉬면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려다가 말았다.
이런 얘기를 한다고 통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최서영 감독은 일할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함께 촬영을 하며 나는 그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최서영 감독이 한숨을 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자주 편집실에 찾아가도 괜찮을까요?”
최서영 감독이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저야 상관없죠.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지분은 배우님께 있으니까요. 그런데 배우님은 스케줄이 빡빡한 거 아니었나요?”
“막 여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편집실에는 자주 찾아가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편집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오….”
내 이야기에서 최서영 감독은 뭔가를 느낀 듯했다.
“설마 배우님은….”
“네. 맞아요. 그런 쪽으로도 욕심이 있습니다. 아직은 그저 욕심일 뿐이지만.”
그랬다.
사실 나는 언젠가 내 영화를 직접 연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은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대본이나 시나리오는 나에게 비교적 접근이 쉬웠다.
배우로서 수많은 작품을 읽고 분석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자로서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시나리오를 쓴 것이었다.
그러나 연출은 작품을 분석하는 능력만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촬영, 편집, 소품, 음악 등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룰 줄 알아야 했다.
특히 편집은 나에게 거의 미지의 영역이었다.
배우가 편집까지 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기회에 편집을 배워 보고 싶었다.
이미 이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한 상태였지만 실제 편집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편집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연출까지 생각하고 계시다니…. 정말 배우님의 열정이 대단하네요! 편집실에는 언제든 찾아오세요. 부족한 실력이지만 같이 편집을 해 보면 알아가는 게 분명 있을 거예요.”
최서영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안심했다.
내심 최서영 감독이 내 제안을 불쾌해하면 어쩌나 걱정했기 때문이다.
편집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었다.
경우에 따라 편집 감독을 따로 두기도 했지만, 결국 이와 관련해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최서영 감독이었다.
그런 까닭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내가 자신의 권한을 침범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
내가 이 작품의 주연 배우이자, 투자자이며, 작가였지만 감독의 권한을 함부로 침범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애초에 이 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 우리 두 사람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라는 작품을 마지막까지 끌고 올 수 없었다.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
나는 우리의 작업이 이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확신했다.
그런 까닭에 최서영 감독에게 이런 얘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이렇게 얘기가 잘 풀려서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
“감사하긴요. 오히려 저로서는 기쁜 일이죠.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직접 집필한 배우님과 함께한다면 편집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테니까. 그보다 이제 현장 준비가 끝난 것 같네요.”
“그렇네요.”
“그럼 이제 마지막 촬영을 시작해 볼까요?”
“네. 시작하죠.”
최서영 감독이 자리를 털며 일어났고 나 또한 걸음을 옮겨 카메라가 세워진 곳으로 이동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마지막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스탠바이해 주세요! 큐!”
마침내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마지막 촬영이 시작됐다.
얼굴 천재 배우님 11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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