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16)
얼굴 천재 배우님-116화(116/200)
얼굴 천재 배우님 116화
이 도시를 떠도는 망령처럼 초라한 행색을 하고 있는 남자.
그 남자를 통해 아이의 이름을 듣고 집이 어딘지 알게 된다.
나는 곧장 집으로 향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네. 강 형사님.
“지금 어디야?”
-낚시터 잠깐 나와 있어요. 여기에 오면 뭐라도 떠오를까 하고.
“거기 주민 센터 근처지? 내가 이름 하나 알려 줄 테니까 한번 찾아봐.”
-이름이요? 설마….
“아직 확실한 거 아니야. 일단 찾아보고 연락해.”
-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일게요.
그렇게 나는 동료 형사에게 윤세랑의 정보 확인을 부탁하며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마침내 윤세랑의 집을 발견한다.
죽은 나무와 풀 사이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집이 우뚝 서 있다.
‘이게 무슨….’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다.
내가 상상한 것과 전혀 다른 모양의 집이 등장했으니까.
잠시 그 자리에서 고민하다가 다시 걸음을 옮긴다.
누가 봐도 빈집이지만 혹시 이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내가 발을 내디디려고 할 때 동료 형사에게 전화가 온다.
-강 형사님. 알려 주셨던 이름으로 찾아봤는데 윤세랑 맞아요?
“왜?”
-윤세랑이라는 이름. 이 도시에 딱 하나뿐인데 실종 상태로 나오거든요.
실종이라고?
나는 동료 형사의 이야기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동안 내가 쫓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명성고 다녔던 것은 맞아?”
-네. 맞네요. 작년까지…. 잠깐. 왜 작년에 실종된 애를 아무도 몰랐지?
충격에 전화를 들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린다.
모든 퍼즐이 머릿속에서 맞춰진다.
나는 용의자가 아니라 실종을 당하고도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야 했던 한 아이의 환청과 환영을 보고 있던 것이다.
그럼 이 사건은 용의자가 누구일까.
나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을 향해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 집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곳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하지만 카메라는 더 이상 나를 쫓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새로운 환청과 환영을 보인다.
그렇게 학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부터 길 건너에서 힘차게 누군가의 이름을 외치는 모습까지.
내가 봤던 환영들이 떠오른다.
다만 이 환영에는 내가 보지 못한 그림이 섞여 있다.
책을 읽는 아이의 뒤에서 밝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동생.
나에게 아이의 이름과 집을 알려 줬던 남자가 멀끔한 모습으로 길 건너에서 손을 흔드는 장면.
아이가 어째서 그렇게 행복해 보였는지 그 이유가 전부 드러난다.
그와 동시에 허름했던 집이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가고 색감이 밝아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창문을 연다.
창문을 여는 내 모습은 왠지 살인자와 같은 느낌이다.
나는 천천히 파이프 렌치를 들려 올려 뭔가를 내리친다.
내가 파이프 렌치를 휘두를 때마다 끔찍한 파육음과 함께 내 얼굴에 피가 튄다.
그렇게 세 번이나 거칠게 파이프 렌치를 휘두른 나는 창밖을 바라본다.
화면은 명성고 교복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가깝게 비춘다.
조금씩 내 눈빛에 가까워지고 있던 화면이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한순간에 검게 변하고.
그 위로 이 영화의 타이틀이 떠오른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
그때 길가에서 소리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나 여기 있어!]* * *
결론적으로는 최서영 감독이 원하는 대로 윤세랑을 살리지 못했다.
윤세랑을 살리는 방식으로는 관객에게 내가 의도했던 충격을 주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서영 감독 또한 이 사실에 동의했고 그렇게 우리는 다른 방식을 찾았다.
중간중간 윤세랑의 환영을 넣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다만 나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수정했다.
먼저 강태남이 윤세랑의 집에서 누군가를 살해하는 모습.
이 장면에는 가난을 이유로 한 아이를 용의자로 지목했던 사람들에 대한 비판 의식이 담겨 있었다.
아이를 용의자로 지목한 사람들이야말로 일종의 ‘살인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태남이 명성고 학생의 교복을 입고 있는 것과 이 장면 뒤에 영화의 타이틀이 떠오르는 것 또한 이런 의도의 일부였다.
하지만 영화의 장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환영과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윤세랑의 대사.
이 대사에는 아직 윤세랑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영화 내내 강태남이 윤세랑의 환청과 환영을 듣고 봤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와 최서영 감독은 작은 불씨를 남겨 둔 채 마지막 장면의 촬영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틀 후 곧장 편집에 돌입했다.
아직 개봉 날짜를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집이 급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두 달이라는 나름의 커트라인을 잡았고, 이 기간에 맞춰 편집을 끝낼 생각이었다.
차후 일정을 위해서라도 두 달이라는 기한은 웬만하면 넘기지 않는 게 나았다.
“여기는 이렇게 화면을 잡아서 블러 처리를 하면 돼요…. 그럼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어요….”
나는 최서영 감독과 미리 이야기한 대로 편집실에 자주 들르며 편집 과정을 살펴봤다.
최서영 감독은 바쁜 와중에도 내가 궁금한 것을 물으면 그때그때 성심성의껏 설명해 줬다.
그 덕분에 나는 편집에 관한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넘게 편집실을 매일 찾았을 때.
“그냥 이럴 게 아니라 몇 장면은 배우님께서 직접 편집을 해 보는 거 어때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최서영 감독이 좋은 기회를 제안했고, 그렇게 나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편집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화면이 나오지 않아서 좀 헤맸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편집을 시작한 지 약 한 달쯤 지났을 때는 최서영 감독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와! 배우님은 정말 못 하는 게 뭐예요? 편집까지 이렇게 잘하고?”
“괜찮습니까?”
“그냥 괜찮은 게 아니라 정말 훌륭한데요? 너무 좋아요!”
최서영 감독은 미래에도 뛰어난 미장센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현재 실력은 미래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최서영 감독의 칭찬을 듣는 것이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편집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어려워졌다.
단순히 장면을 아름답게 꾸미고 의미를 극대화하는 게 편집의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흐름 안에서 작은 장면 하나가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단을 내리는 것.
이게 편집의 핵심이었다.
괜히 감독이 편집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장면이라도 컷을 새롭게 나누고 바꾸며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식으로 편집의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 또한 편집실이 아니라면 배울 수 없는 기술이었다.
편집을 시작한 지 한 달하고도 일주일의 지난 시점.
우리는 생각보다 조금 빠르게 대부분의 편집을 끝낼 수 있었다.
“배우님 덕분에 편집이 생각한 것보다 일찍 끝났네요!”
“다행입니다.”
“이제 슬슬 영화의 상영 날짜를 정해야 할 것 같은데 혹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얘기가 나온 게 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안 그래도 오늘 그 얘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해외 영화제 출품을 위해 프랑스에서 상영을 하려고 계획 중이거든요.”
그랬다.
우리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해외 영화제에 출품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와 영화 얘기를 처음 할 때부터 기획한 일이었다.
이왕 예술성이 뛰어난 영화를 제작할 거라면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노리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반드시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초청만으로도 의미 있는 이력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의 영화 상영은 이를 위한 초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이름이 높은 ‘칸 영화제’는 프랑스 전역에서 1회 이상 상영한 영화만 출품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가장 먼저 이 조건을 채울 생각이었다.
이후에는 다른 해외 영화제의 조건을 하나씩 충족해 영화의 가치를 최대한 증명하자는 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계획이었다.
“프랑스 상영이라니…. 확실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스케일이 다르네요. 우리의 계획대로 잘될까요?”
“글쎄요. 감독님 덕분에 영화는 무척이나 잘 나온 것 같은데…. 결과는 두고 봐야겠죠?”
“만약 해외 영화제 어느 곳에서도 초청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다시 리턴해 국내 영화제를 준비하거나 영화관 상영에 바로 들어갈 겁니다. 이후 OTT 플랫폼에서 영화를 찾아볼 수 있게 할 거고요.”
최서영 감독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계획까지 있다는 걸 확인하고 안심하는 눈치였다.
확실히 이런 계획이 준비돼 있지 않다면 해외 영화제 출품은 무리수였다.
초보 감독과 초보 시나리오 작가의 작품이 이름이 조금이라도 알려진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었으니까.
나 또한 정윤석 대표가 해외 영화제 출품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다면 이런 모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영화 작업을 잘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면 되겠네요.”
“네. 그러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아무리 길게 잡아도 2주 안에 편집이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 이후로는 짧지 않은 기다림이 필요했다.
해외 영화제 초청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이뤄지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제마다 조건을 충족하고 작품을 출품하고 초청을 기다리는 것.
이 과정은 올해가 끝나기 전에 결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꽤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다행히 나에게는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게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작품과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바로 팬미팅이었다.
* * *
일주일 후.
마침내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모든 편집 작업이 끝났다.
마지막 장면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컷 하나를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길어졌지만.
편집 자체는 일찍 끝이 났기 때문에 며칠 고민한 뒤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또한 그사이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프랑스 생테티엔에 위치한 한 영화관에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첫 상영 날짜를 잡았다.
3주 후 일주일간 영화를 14차례 상영하는 일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위한 여러 계획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홈 페이지와 시럽 공식 팬카페에는 새로운 공지가 올라갔다.
[배우 이시준, ‘제1회 오프라인 팬미팅’ 참여 안내]얼굴 천재 배우님 116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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