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
얼굴 천재 배우님-12화(12/200)
얼굴 천재 배우님 012화
어떤 작품이든 크고 작은 문제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체포>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PPL 상품 미리 세팅해 두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막내 스태프 중 한 사람이 실수를 하는 것 정도는 문제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오히려 하루에 한 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섭섭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현장 상황을 지켜보며 몰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오늘도 활기찬 시작이군.’
벌써 <체포>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체포>의 연출팀은 고등학생 역이 활약하는 3부까지의 분량을 찬찬히 소화했다.
경력이 짧은, 어린 배우들의 활약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좋은 그림을 만들어 보겠다는 강한성 감독의 욕심이 느껴졌다.
방영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컷! 다시 한번 가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한정 NG를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드라마는 장르적 특성상 편성된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으니까.
심지어 NG를 내고 있는 사람이 상습범이라면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 시작이네.”
“오늘은 얼마나 찍어 댈까.”
“아. 하루쯤은 빨리 퇴근해 보자.”
한쪽에서 스태프들이 작은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내가 비교적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위치해 있기에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가만히 밴 안에서 호출을 기다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매니저가 없다 보니 이런 위치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내 주위에는 배역의 이름조차 없는 단역이 함께하고 있었다.
“컷! 한 번 더!”
강한성 감독이 또 한 번 재촬영을 요구했다.
그와 함께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엇보다도 그 중심에 있는 안명현의 표정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그랬다.
바로 안명현이 NG의 상습범이었다.
“컷! 다시!”
벌써 같은 장면만 12번째.
하지만 강한성 감독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계속 재촬영을 요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안명현이 맡고 있는 배역의 중요도가 무척이나 높았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 신한재의 고등학생 역.
이 역할은 연기를 그럭저럭해 냈다고 해서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배역이 아니었다.
배역의 크기만큼 눈에 띄는 활약을 해야 하는 자리였다.
“연습 좀 안 하나.”
“애초에 캐스팅이 문제지. 무슨 저런 걸 배우라고.”
“감독님도 방법이 있었겠어. FQ에서 억지로 밀어 넣었을 텐데.”
“이런 게 대형 기획사의 횡포라는 건가. 짜증 난다. 진짜.”
화가 난 모양인지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그리고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표정이 살짝 굳는 걸 느꼈다.
과거의 나 역시도 비슷한 비난을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표정을 풀었다.
경각심을 가지는 것은 좋았지만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 때문에 자신감을 잃는 것은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안명현의 태도는 논란이 될 만했다.
‘몇 번이나 다시 촬영하게 만들고도 한마디 사과의 말조차 하지 않는다니….’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나조차도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안명현이 재촬영을 할 때마다 성심성의껏 사과를 했다면.
안명현 본인보다는 소속사에 대한 원망이 약간이나마 더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안명현의 뻣뻣한 태도는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확실히 안명현은 첫 만남부터가 심상치 않은 배우였다.
‘인사를 하자마자 초짜 티를 낸다며 핀잔을 줬지. 만약 그때 안명현의 매니저가 나서지 말리지 않았다면….’
분위기가 무척이나 싸해졌을 게 분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는 해가 될 것이 전혀 없었지만.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안명현이 조금 더 욕을 먹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어쨌든 첫 만남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풍겼던 안명현은 촬영장의 ‘공공의 적’으로 통했다.
미꾸라지처럼 분위기를 흐리니 누구 한 사람 좋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현장에서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심지어 이러한 일은 시청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조금도 영향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정수민 작가와 강한성 감독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범위였다.
사실 안명현이 <체포>의 유일한 위험 요소가 되는 일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때가 되면 한바탕 난리를 치르게 되겠지. 이번에도 무사히 고비를 잘 넘겨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내 강한성 감독이 계속된 재촬영 끝에 간신히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안명현이 돌아서자마자 한숨을 쉬는 게 연기가 마음에 들어서 오케이를 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냥 포기를 한 것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겠지. 당장 배우를 바꿀 수 있는 것도, 배우의 연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닐 테니까.’
심지어 안명현의 경우에는 메인 남주와 서브 여주의 출연 조건으로 FQ 측에서 들이민 카드였다.
그러니 명분 없이 지금 이 상황에서 안명현을 내친다면 FQ 측의 항의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남주 신한재의 고등학생 역이라는 가정일 때 안명현의 연기가 좋지 않을 뿐. 막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솔직히 그 정도였다면 정수민 작가와 강한성 감독도 FQ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안명현의 연기가 다른 배우에 비해서 아쉬울 뿐이었다.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이 으레 그러하듯 <체포>는 작가, 연출, OST, 배우 등 모든 것이 잘 따라붙은 케이스였다.
딱 하나, 안명현만 제외하고.
‘그러다 보니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강한성 감독이 욕심을 내는 거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 쓸모없는 일이 될지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현장에서는 다음 장면의 촬영을 고지했다.
이번에는 내가 등장하는 씬이었다.
나는 서둘러 마스크를 벗은 뒤 손거울을 확인했다.
현장에서는 머리를 쉽게 손볼 수 없었기 때문에 모자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마스크는 꼭 썼다.
괜히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내가 카메라 앞에 서자 스태프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재수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익숙한 반응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안색이 좋지 않던 강한성 감독의 표정도 조금 밝아진 느낌이었다.
“좋습니다. 배우 스탠바이 끝났으면 시작해 주세요.”
내가 먼저 준비가 완료됐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곧이어 상대 배우 측에서도 같은 사인을 보내왔다.
상대 배우 ‘양이듬’은 메인 여주, ‘정보라’의 고등학생 역을 맡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신호를 확인한 강한성 감독이 입을 열었다.
“레디, 액션!”
비 오는 날.
바닥에 웅크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나는 분홍색 운동화만 보고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정보라였다.
그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나는 또 한 번 무릎 사이로 고개를 파묻었다.
죄책감과 잘게 떨리는 살의가 몸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왜 여기 있어.”
“…….”
“왜 여기 있냐고!”
“…….”
울음을 머금은 채 말을 걸었던 정보라는 이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 황인섭은 사기꾼의 아들이었으니까.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보라의 아버지는 사기를 당한 뒤 실종이 된 상태였다.
“네가 뭔데 그러는데? 불쌍한 척하지 마! 당한 건 우리 아빠고, 사라진 것도 우리 아빠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고 있지 말라고!”
정보라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우산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우산의 뾰족한 끝이 내 발목을 스치고 지나가며 상처를 냈다.
작은 상처.
한 뼘밖에 되지 않는 크기였지만 그로 인해 내 마음의 상처는 크게 벌어졌다.
그러자 더 이상 그 자리에는 죄책감이 남아 있지 않았다.
강한 분노가 솟구쳐 내 몸을 휘감았다.
나는 내 몸이 참을 수 없이 부들거리는 걸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 뒤 정보라를 향해서 응축된 분노의 말을 내뱉었다.
“꺼져. 내가 널 죽이기 전에.”
그러자 정보라의 시선은 맹수에게 목덜미가 물린 야생 들짐승처럼 허공을 공허하게 맴돌았다.
그러더니 화들짝, 놀라며 그 자리에 허겁지겁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정보라의 뒷모습을, 아쉽게 놓친 먹잇감을 바라보듯 찬찬히 탐닉했다.
지금 이 순간 내 몸을 상쾌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정복감이었다.
* * *
“컷! 오케이!”
단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 뒤로도 꽤 오래 황인섭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황인섭이 진정한 악역으로 거듭나게 되는 장면을 찍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참 만에 감정을 누르며 현실로 돌아왔을 때.
“괜찮아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 자리에 조감독이 서 있었다.
나는 조감독의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괜찮습니다.”
조감독의 손을 맞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그러자 뒤쪽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한성 감독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나를 따로 칭찬하지 않았지만.
강한성 감독의 미소에서는 칭찬의 의미가 충분히 전해졌다.
나는 다른 스태프들의 긍정적인 반응까지 모두 읽어낸 뒤 생각했다.
‘잘 해냈구나. 다행이다.’
이 장면은 모든 씬을 통틀어 황인섭 고등학생 역의 연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 장면을 온몸에 새겨 넣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였다.
서명희에게 이만하다면 충분하다는 얘기를 듣고도 만족스럽지 않아서 어젯밤까지 연습을 늦출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장면의 연기를 잘 소화해 냈으니 나로서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이쪽은 괜찮은데…. 아직 저쪽은 그렇지 못한 모양인데요?”
조감독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그 자리에는 양이듬이 매니저의 부축을 받고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겁에 질린 듯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설마….’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강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강한 카타르시스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연기를 훌륭히 해냈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었고.
미안한 감정은 어쨌든 연기라도 나로 인해서 한 사람이 겁을 집어먹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었다.
나는 사과를 하기 위해서 양이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조감독이 곧장 내 발걸음을 제지했다.
“마음은 알겠지만…. 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오히려 역효과만 날 테니까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걸음을 멈췄다.
그사이 강한성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현장 수습에 나섰다.
“자. 시간이 남았으니 곧장 다음 씬으로 넘어갑시다. 준비해 주세요.”
그렇게 한껏 밝아진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속개됐고 다행히 양이듬 또한 정신을 차린 듯했다.
강한성 감독이 다음 씬을 양이듬이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양이듬과 눈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다행히 양이듬은 내 사과를 희미한 미소로 받아들였다.
확실히 이런 일 때문에 동갑내기 친구와 사이가 나빠지는 것은 좋지 않았다.
* * *
며칠 후.
마침내 고등학생 역이 활약하는 <체포>의 3부 분량까지 촬영을 마무리했다.
끝까지 안명현의 연기는 좋아지지 않았지만 강한성 감독은 완전히 포기한 것인지 촬영에 속도를 붙였다.
그렇게 <체포>가 본격적으로 4부 촬영에 들어갔을 때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넥스의 메인 보컬 안명현! 학폭 논란으로 시끌? 소속사는 사실 여부 확인 중….]얼굴 천재 배우님 12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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