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0)
얼굴 천재 배우님-120화(120/200)
얼굴 천재 배우님 120화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디자이너였다.
전임 수석 디자이너였던 버질 아블로가 워낙 대단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멋지게 모든 일을 해냈다.
특히 버질 아블로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리트 패션의 하이엔드화를 유지하면서.
루이비통 클래식을 재해석한 것은 큰 성과였다.
그 덕분에 최근 루이비통은 젊은 감각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모두 아우르는 특별한 명품 브랜드의 위치를 고수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여러 명품 브랜드 중에서 루이비통을 가장 선호했다.
형이 루이비통의 모델이 된 이후로는 호감이 더욱더 커졌고.
다만 이러한 호감과는 별개로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숙소까지 찾아올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곳은 파리에서 약 450km 멀리 떨어진 생테티엔이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대략 400km가 조금 안 되니 대충 거리가 얼마나 먼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생테티엔의 숙소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 말을 믿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호텔 전화기로 연락까지 도착한 상황.
믿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고 나는 여경찬과 함께 서둘러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기다리고 있다는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렵지 않게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 또한 내 모습을 발견하고 인사했다.
“Bonjo….”
하지만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그 자리에 우뚝, 서더니 멍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어찌나 표정이 멍한지 당장 입에서 침이라도 질질 흐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한참 만에 깨어나 속사포처럼 말을 뱉어냈다.
그러나 나와 여경찬은 그 말을 모두 알아듣지 못했다.
전부 프랑스어였기 때문이다.
여경찬이 내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통역사님 불러올까요?”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경찬이 떠나고 나서도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나한테 계속 말을 걸었다.
행복, 기쁨, 환희 같은 게 담겨 있는 표정으로 말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나로서는 난감할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통역사가 도착하고 나서야 나는 본격적으로 리장드루 메이에르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통역사의 입을 통해 확인한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말뜻은 이러했다.
“정말 잘생겼습니다! 너무 잘생겼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죠? 말도 안 돼요! 놀랍습니다!”
* * *
호텔 로비에서도 나와 리장드루 메이에르를 힐끔거리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호텔 내 마련된 미팅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사이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흥분을 가라앉힌 듯했다.
각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사과의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한 것 같습니다. 시준 씨.”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말에 답했다.
“아닙니다. 저한테는 익숙한 일이거든요.”
내 농담을 알아듣고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확실히 시환과는 느낌이 다르네요. 시환은 첫인상이 너무 차가워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는데.”
“형이 좀 그런 면이 있죠. 그래도 친해지면서 많이 편안해지지 않았나요?”
“네. 지금은 가장 친한 동료가 됐죠. 갑자기 연기에 도전하겠다고 파리를 떠난 것은 아쉽지만 종종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준 씨가 생테티엔에 오게 된 것도 시환에게 들었고요.”
형과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전화 통화를 하다가 우연히 내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았다.
확실히 형이 아니라면 내가 생테티엔에 있다는 사실을 리장드루 메이에르에게 전달할 사람은 없었다.
형 역시도 나한테 미리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도착할 거라는 얘기를 꺼낸 상태였고.
“안 그래도 형이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이곳에 올 거라고 하더라고요. 다만 그 이유는 듣지 못했습니다. 설마 저 때문에 생테티엔까지 온 건가요?”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은 휴가차 생테티엔에 들른 것으로 하죠. 만약 시준 씨가 저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저도 그렇게 생각할 생각이거든요.”
“제안이요?”
“네. 사실 루이비통의 이번 시즌 룩북의 모델이 갑자기 이탈하는 일이 발생했거든요. 그래서 시준 씨한테 모델을 부탁하려고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들어보니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생테티엔으로 온 모양이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처럼 바쁜 사람이 다른 교통수단을 이동했을 거라 생각하기 어려웠으니까.
다만 그래도 룩북 모델 제안을 위해 생테티엔까지 걸음을 한 것은 의외였다.
무엇보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나와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다.
“모델 제안이라…. 감사한 말씀이네요. 그런데 정말 그것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겁니까?”
그러자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하다는 듯 웃었다.
“하하…. 제가 좀 즉흥적으로 뭔가를 떠올리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서….
시환에게 전화를 건 것도 하루만 파리에 들어와 룩북 모델을 해 줄 수 없는지 부탁하려고 한 것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시준 씨의 이야기가 나왔고 예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는 시준 씨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러다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생테티엔이더군요.”
“아.”
대충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좋게 말해서 행동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나쁘게 말해서 대책이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무조건 제안을 받아 줄 거라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생테티엔으로 날아왔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나라면 그냥 연락처를 받아서 전화를 했을 거야….’
사실 이쪽이 상식적인 행동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 부분에 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생테티엔-부테옹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러면 된다는 사실을 떠올랐단다.
“…그랬군요.”
“하하…. 그랬죠. 조금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제가 그만큼 시준 씨를 모델로 모시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주면 안 될까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이곳에서의 스케줄을 3일로 잡아 놓은 상태라서 루이비통의 모델로 참여할 수 있을 거라 확답을 드리기가 힘드네요.”
“…그렇죠?”
“소속사 측과 상의해 스케줄을 조정한다면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진 촬영 날짜가 촉박하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것 같고요.”
루이비통의 모델이 되는 것은 확실히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내 경력에도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개봉 무대 인사를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하루 두 번씩 총 네 번, 무대 인사를 하기로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 스케줄을 취소하면서까지 루이비통의 모델로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나한테는 숫자가 많지 않더라도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이 부분을 설명했고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저 또한 시준 씨의 스케줄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루이비통의 모델로 데려오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이번 룩북 작업은 일주일간 진행이 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와 관련된 스케줄을 모두 끝내고 루이비통의 모델로 참가해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일정은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겠네요. 소속사 측과 상의해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
그렇게 나는 이틀간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의 무대 인사 스케줄을 소화했다.
예상대로 관객은 많지 않았다.
첫날에는 간신히 3분의 1가량의 객석이 채워졌을 뿐이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생테티엔 극장에 걸리는 오후 3시 타임과 저녁 6시 타임 전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은 최서영 감독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최서영 감독은 객석이 3분의 1이나 찼다며 기뻐했는데 일리가 있는 얘기였다.
보통 국내에서 개봉한 독립 영화는 이 정도의 객석을 채우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 상당히 만족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여유롭게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네 번의 무대 인사를 모두 종영 후 진행했는데 관객들의 표정이 대체로 밝았다.
단 한 명의 관객도 자리를 뜨지 않고 우리의 무대 인사를 지켜봤다는 것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 덕분일까.
개봉 두 번째 날에는 객석이 절반까지 채워졌고 우리는 한결 기쁘게 무대 인사 스케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저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네요. 무대 인사 스케줄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배우님.”
생테티엔-부테옹 공항에서 최서영 감독이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랬다.
나는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와의 상의 끝에 루이비통의 이번 시즌 룩북 모델이 되기로 했다.
나와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심지어 루이비통 측에서는 이번 모델 참여에 발생하는 경비를 모두 충당하기로 한 상태였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가 파리에서의 호텔비와 추가 발생된 항공비를 충당하지 못할 만큼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루비이통에서 이 비용을 부담하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최서영 감독과 이쯤에서 작별 인사를 나눠야 했다.
최서영 감독의 입장에서는 굳이 생테티엔에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감독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국에서 또 뵙기로 해요.”
그렇게 최서영 감독을 먼저 한국으로 떠나보낸 뒤 나는 리장드루 메이에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내가 찍었다는 영화를 보고 싶다며 하루를 더 생테티엔에 머물더니 이틀 연속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관람했다.
총 4번 넘게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관람한 셈이었다.
그러다 보니 파리까지의 여정에도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됐다.
“시준 씨! 여깁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관람한 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이전보다 나에게 친근함을 표시하고 있었다.
처음에 나는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대 인사 첫날 밤 간단히 함께 와인을 나눠 마시며 그 이유를 알게 됐다.
“혹시 시환한테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요? 제가 굉장한 영화광이라는 거?”
“아. 그랬습니까. 처음 알았네요. 설마…. 그래서?”
“네. 맞습니다. 그래서 시준 씨의 영화 개봉 얘기를 들었을 때 생테티엔에 하루 더 남기로 마음을 먹었던 거죠.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어땠습니까?”
“재밌었고 동시에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에 제가 봤던 어떠한 예술 영화와도 유사한 점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아. 나는 내일도 여기에 있겠구나.”
“극찬이네요. 감사합니다.”
“아뇨. 이건 극찬도 아닙니다. 저는 사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가 이보다도 더 잘될 거라 생각하는 중이니까. 두고 보세요. 꼭 그렇게 될 테니까. 그리고 시준 씨.”
“네?”
“앞으로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자신의 와인 잔을 내 와인 잔에 장난스럽게 부딪히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정말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거침없이 나에게 친근함을 표시했다.
나로서는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를 알게 되는 일이었으니 나쁜 일이 아니었다.
‘내일 시작될 룩북 촬영을 생각해 보면 잘될 일일지도?’
그나저나 기대됐다.
내일 파리에서는 무슨 일이 펼쳐질지.
얼굴 천재 배우님 12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