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1)
얼굴 천재 배우님-121화(121/200)
얼굴 천재 배우님 121화
확실히 파리의 분위기는 생테티엔과 사뭇 달랐다.
생테티엔도 분위기가 고즈넉하니 나쁘지 않았지만 파리는 공항에서부터 대도시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사람도 어찌나 많은지 걸을 때마다 발에 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한 한국인 관광객이 중간중간 놀라며 “오!”, “아!” 하는 등의 탄식을 내뱉는 경우가 생겼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은 내게 먼저 다가와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생테티엔에서의 일을 교훈 삼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했지만 워낙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파리 현지에서 유명인이었다.
그런 까닭에 내 쪽으로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었고 내 얼굴을 아는 사람도 생겨난 것이었다.
‘그나마 인파가 너무 몰리기 전에 공항을 빠져나가서 다행이야.’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미리 준비한 차량에 탑승했다.
우리는 잠시 루이비통의 패션 하우스에 들렀다가 촬영이 진행되는 스튜디오로 향할 생각이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호텔에서 하루 쉬고 촬영을 시작하는 것으로 일정을 제안했지만 내 쪽에서 거절했다.
너무 프랑스에 오래 머무르며 한국 음식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모든 촬영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닭한마리를 먹고 싶었다.
오늘부터 촬영을 시작해도 내일까지는 파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울 뿐이었다.
그렇게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을 때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놀란 기색으로 말을 걸었다.
“관광객들이 시준 씨를 금방 알아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시환보다 더 유명인이라더니 사실인가 봐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확실히 이제 한국에서는 내가 형보다 인기가 많다고 할 수 있었다.
회귀 전에는 메인 남주로 첫 드라마 주연을 했을 때조차 형보다 인지도가 높다고 얘기하기가 힘들었다.
꽃병풍, 예쁜 쓰레기 같은 좋지 않은 별명을 얻으며 많은 욕을 먹었을 때도 형이 더 유명 인사였다.
그만큼 톱급 모델로서의 형의 위치가 탄탄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는 형보다 나의 인지도가 더 높았다.
최근 <러브 in 18>의 카메오 출연으로 형을 도왔다는 것부터가 그것을 증명했다.
회귀 전 상황과 비교해 보니 이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한국에서는 제가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형이 저보다 유명하고요.”
내가 이렇게 대답하자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환은 자기 동생이 매우 겸손한 사람이라는 얘기도 자주 했죠! 왜 그랬는지 알겠네요!”
말끝마다 칭찬을 덧붙이는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태도에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런 생각을 할 뿐이었다.
‘형은 도대체 파리에서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닌 거야?’
* * *
그렇게 잠시 후.
우리는 루이비통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패션 하우스에 도착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뒤를 따라 패션 하우스에 입장하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나 장인은 물론, 루이비통에서 다양한 직무를 맡은 여러 직원이 모두 모여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이비통은 수석 디자이너가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이런 식으로 도열 행사를 하는 건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루이비통의 문화가 수직적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직원들의 시선이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아니라 내 쪽을 향해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숙덕거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는데, 내 옆에 서 있던 통역사가 몇몇 문장을 해석해 줬다.
“와! 저 사람이 이시준?”
“너무 잘생겼다! 시환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어!”
“시환이 자기보다 잘생긴 동생이 있다고 해서 분명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확실히 동생 쪽이 잘생겼네. 이제 내 마음의 순위가 바뀌었어.”
“말도 안 돼! 시환보다 잘생기면 어쩌자는 거야!”
“이미 시환부터가 세계 최고의 미남인데 더 잘생겼으면 어떻게 불러야 하지?”
“분명 사진으로 봤을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뭐지?”
통역사 덕분에 현장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루이비통의 직원들은 내 얼굴을 구경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또 한 번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형은 도대체 파리에서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닌 거야?’
왠지 목덜미가 당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내 표정을 확인하고 어색하게 웃더니 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왜 이렇게 모여 있어! 어서 일 시작해! 빨리!”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비둘기를 내쫓듯 손을 휘휘 내저었고 그제야 직원들이 입맛을 다시며 물러났다.
“미안합니다. 워낙 시환이 시준 씨의 이야기를 자주 해서 얼굴이 궁금한 직원이 많았나 봅니다.”
나는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심 두 번 놀랐다.
한 번은 형이 정말 내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는 사실에.
다른 한 번은 형이 이렇게 루이비통의 거의 모든 직원과 친하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하던 분이 무슨 일이래…. 파리에 친구가 너무 없어서 외로웠나?’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형이 그래도 파리 생활을 꽤 잘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습니다. 약간 놀라긴 했지만…. 그나저나 형이 제 얘기를 자주 했나요?”
“네. 무척이나. 물론 그 말을 직원들에게 옮긴 것은 저이지만.”
“아.”
대충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그려졌다.
형은 파리에서 친해진 리장드루 메이에르에게만 우연히 내 이야기를 했는데.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그것을 루이비통의 전 직원에게 퍼뜨린 모양이었다.
‘하긴 우리 단답맨이 그럴 리 없지.’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고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한 차례 헛기침을 하더니 나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이동하는 와중에도 나를 관찰하는 시선이 꽤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솔직히 나로서는 완전히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었다.
내 생각에 나와 형은 비슷한 수준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종종 이런 식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너는 너와 형 중에 누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해?’
그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둘 다 잘생기지 않았어?’
나는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대중성을 따진다면 내 쪽이 더 그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형은 형만의 개성이 무척이나 강했다.
형의 외모에는 본래 성격을 알지 못하더라도 곧장 느낄 수 있는 퇴폐미 같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형만의 이러한 개성을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그로 인해 내 외모가 너무 평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물론 다음 날 거울을 보자마자 그 즉시 이러한 생각이 달아나 버렸지만.
그렇게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패션 하우스의 안쪽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로비와 달리 조금 어수선하게 디자인 용품이 늘어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루이비통의 작품이 완성되는 장소인 것 같았다.
“아! 여기 있네요! 시준 씨가 소화해 주어야 하는 의상!”
의상은 총 세 가지 버전으로 매치가 되어 있었다.
먼저 데님 스타일의 ‘트렁크 원버튼 스트라이프 재킷’과 ‘치노 팬츠’였다.
루이비통 특유의 패턴이 가미된 이 매치는 ‘앵클 부츠’와 ‘크루저 백’을 함께 스타일링해 멋을 살리고 있었다.
또한 재킷의 깃을 따라 사선으로 꽂혀 있는 세 개의 핀은 루이비통 특유의 스트리트 느낌을 멋지게 표현했다.
다음은 ‘멀티체크 레더 재킷’에 ‘플록드 클래식 블랙 셔츠’와 ‘스트레이트 클래식 팬츠’를 매치한 의상이었다.
워낙 재킷의 패턴이 화려했기 때문에 밝은 노란색 ‘키풀 반둘리에 카우하이드 아세테이드 체인 백’을 포인트로 스타일링한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웨이브 컷팅 디테일 코트’에 ‘레드 그리드 패턴 재킷’과 ‘레드 그리드 패턴 셔츠’를 클래식하게 스타일링한 의상이었다.
역시나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스트리트한 패션만을 고집할 생각이 없다는 듯 클래식한 의상을 섞었는데 이게 바로 그중 하나였다.
심지어 의상에 매치한 소품도 루이비통에서 기프트 컬렉션으로 선보인 특유 패턴을 살려 낸 ‘포슬린 소재의 텀블러’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확인한 세 가지 의상을 보고 나는 한눈에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세 종류의 의상을 보는 순간, 형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상 속의 형은 특유의 눈빛으로 정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세 종류의 의상을 멋지게 소화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내가 형의 역할을 대신해 주기를 원하고 있어.’
사실 나는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었다.
모델 제안을 수락하기 전 내가 입어야 하는 세 종류의 의상을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미 전날 밤 메소드 마스크를 이용해 오늘 촬영 연습을 진행했다.
당연히 내가 연습에 중점을 둔 것은 형의 퇴폐미였다.
메소드 마스크를 통해 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원하는 대로 의상을 소화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정말 그냥 형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이 옳은 일일까.
나에게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고 해도 나는 형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존 인물이 없거나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배역을 연기하는 것과 달랐다.
버젓이 실존 인물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대체해야 했으니까.
이것은 아무리 뛰어난 연기자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루이비통에는 리장드루 메이에르를 비롯해 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러니 형의 퇴폐미를 연기하는 것은 더욱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해도 흠이 잡힐 게 뻔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뿐인가….’
그렇게 내가 한창 어떤 식으로 촬영의 방향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내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서 촬영을 시작해 볼까요?”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눈빛에는 이미 내가 어떤 식으로 촬영을 소화할까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다.
“스튜디오는 어디에 있나요?”
“이번 촬영은 외부 스튜디오를 잡았는데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넉넉하게 10분이면 도착할 겁니다.”
10분이면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
적어도 15분의 시간은 더 있어야 새로운 연습이 가능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리장드루 메이에르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혹시 15분만 시간을 더 주실 수 있을까요?”
얼굴 천재 배우님 12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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