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2)
얼굴 천재 배우님-122화(122/200)
얼굴 천재 배우님 122화
대뜸 15분을 요구하는 시준.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시준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15분 정도는 메이크업을 받으면 금방 흘러갈 테니까.
“15분이야 별거 아니죠.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하지만 말을 늘어놓던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시준의 눈빛을 마주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눈빛만으로도 시준이 원하는 게 단순히 메이크업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시준의 눈빛.
이 눈빛을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잘 알고 있었다.
시준의 눈빛은 영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에서 강태남을 연기할 때와 흡사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눈빛을 현실에서도 보게 되는군….’
시준을 처음 만났을 때.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잘생겼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 것은 진심이었다.
솔직히 놀랐다.
세상에 시환처럼 잘생긴 사람이 또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랬을 뿐 다른 사람들처럼 시준이 시환보다 잘생겼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 역시도 시환보다 시준이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패션 디자이너로서 선호하는 얼굴은 시환 쪽이었다.
시환 특유의 퇴폐미가 자신의 의상과 더욱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시준에게 모델 제안을 한 것은 마땅히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오늘 시준이 소화하기로 되어 있는 세 종류의 의상은 시환을 떠올리며 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환이 연기의 꿈을 품고 파리를 떠나며 세 종류의 의상은 주인을 잃었고 어렵게 다른 모델을 섭외했지만 중도에 하차했다.
시환이 이 의상의 원래 주인이라는 걸 알고 해당 모델이 부담감을 느낀 것이었다.
그만큼 루이비통에서 시환이 모델로서 차지하는 지분은 상당했다.
그렇게 갈 곳을 잃은 세 종류의 의상.
이제 이것을 그나마 시환처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시준뿐이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이런 생각을 품고 생테티엔까지 단번에 날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시준은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예상대로 시환의 느낌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맞았다.
첫눈에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시준에게 모델 제안을 했고.
이왕 생테티엔까지 날아온 김에 시준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으로 출연했다는 영화를 보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전임 수석 디자이너의 공백을 메우느라 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하루라도 이런 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혹자는 영화를 보는 게 어떻게 휴식을 될 수 있겠냐고 묻겠지만 리장드루 메이에르에게 이보다 달콤한 휴식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엄청난 영화광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음 날.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처음 극장에서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는 정말 엄청난 영화였다.
배우의 연기, 영화의 주제, 아름다운 화면 구성이 완벽하게 3박자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살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봤던 예술 영화 중 이 정도의 작품이 있었나, 잠시 떠올려 봤지만 잘 생각나지 않았다.
어렵게 몇 작품이 떠올랐지만 다섯 작품이 넘지 않았고 모두 영화계에 이름을 남긴 명작이었다.
사람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리장드루 메이에르에게 있어서만큼은 그 정도로 이 영화가 훌륭했다.
심지어 이 영화는 스릴러 구성 사이로 인간의 내면을 깊이 관조하는 기법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기존의 예술 영화와 차별화되는 강점이었다.
특히 중간중간 환영과 환청이 섞이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편집해 내는 것이 압권이었다.
강태남이 윤세랑을 죽인 범인처럼 그려지는 마지막 장면은 말할 것도 없었고.
‘훌륭해…. 딱 한 번만 더 보고 가자.’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이런 생각으로 네 번 연속 영화를 관람했다.
그 과정에서 시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은 단순히 시환의 대체자가 아니야.’
모델로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시준은 시환만큼이나 강한 존재감을 품고 있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영화의 깊이를 확인할수록 이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군. 이 만남을 예측했더라면 이번 작품을 시환의 스타일로 준비하지 않았을 텐데.’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진심으로 아쉬움을 느끼는 한편, 시준과 친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시준이 미래에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이미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기준에서 시준은 대단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영화광의 입장에서는 열렬히 동경할 수밖에 없는 대단한 시나리오 작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이 됐고 시준에게 세 종류의 의상을 보여 주면서도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내심 아쉬움을 계속 느꼈다.
이 작품으로는 시준이 시환을 따라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준의 연기력이라면 시환을 거의 100%에 가깝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고.
몇몇 대가를 제외하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패션 디자이너로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눈빛이라니….’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다시 한번 시준의 강렬한 눈빛을 마주하며 내심 당황했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서 기대감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강태남의 눈빛을 한 시준은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에서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 줬으니까.
‘혹시 이 사람에게 내가 발견하지 못한 퇴폐미가 있는 것일까? 아니야. 아닐 거야. 너무 기대하지 말자.’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 애써 기대감을 억누르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 뒤 시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15분이라…. 좋습니다. 그럼 스튜디오로 이동해 촬영 전 잠시 휴식 시간을 갖기로 하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시준과 함께 스튜디오로 이동했고 15분을 기다리며 긴장했다.
그사이 오늘 촬영을 담당한 사진작가 ‘숀 캐널리’가 리장드루 메이에르 쪽으로 다가왔다.
“오! 리장드루!”
“숀. 왔나?”
“그래. 괜찮은 모델을 구해 왔다며?”
“응. 시환이 동생이야.”
“시환의 동생? 정말이야? 맙소사. 드디어 그 얼굴을 확인하겠군.”
“너도 시환한테 따로 동생 칭찬을 들었나 보지?”
“말도 마. 그 자식. 어찌나 침을 튀겨가며 동생 칭찬을 늘어놓는지 혀를 내둘렀다니까.”
“평소에는 조용한 녀석이 어째서 동생 이야기만 나오면 그 모양인지.”
“그래도 덕분에 루이비통 관계자 모두가 시환과 쉽게 친해졌잖아.”
“그건 그렇지.”
유난히 미적 감각이 예민한 루이비통의 관계자들은 시환과 친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내가 굳이 말을 걸어야 하나 생각이 들다가도 시환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붙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누구도 시환과 쉽게 친해질 수 없었다.
시환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환이 동생 이야기를 시작하면 쉽게 이야기를 받아 준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발견했고.
그 방법으로 루이비통 관계자는 시환과 대부분 친해질 수 있었다.
극적인 변화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시환의 차가운 마음을 단번에 녹이는 시준이라는 자는 누구인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오늘 오전에 패션 하우스에서 사람이 엄청나게 모인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동생은 형이 그러고 다닌다는 것을 모르는 듯했어.’
그 사실을 눈치챈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자신이 직원들에게 시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상황을 얼버무렸다.
자신도 모르게 시환을 지켜 준 것이었다.
‘음…. 내가 시환을 지켜 준 게 맞나? 잘 모르겠군.’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이런 생각을 하며 숀 캐널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쨌든 이따 동생이 나오면 괜히 아는 척하지 말고 촬영에만 집중해.”
“왜?”
“그냥 그렇게 해. 그걸 시환이 원하는 것 같으니까.”
“그래? 뭐. 알겠어.”
숀 캐널리는 패션업계에서 알아주는 사진작가였지만 시환의 이름이 언급되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장에서도 어렵게 친해진 시환과 말 한마디 잘못해서 틀어지는 게 영 내키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기다림이 계속되고 있을 때.
마침내 시준이 모습을 드러냈고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시준이 시환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촬영을 소화하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 *
15분간 나는 따로 연습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좀 하겠다는 핑계로 대기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마사지 마스크에 메소드 마스크를 숨겨서 연습을 시작했다.
여경찬, 송진아, 통역사는 나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
그렇게 시작된 연습.
메소드 마스크는 내가 생각한 대로 새로운 세상을 펼쳐 냈다.
기존에 형의 퇴폐미를 흉내 내기 위해 진행했던 연습과는 모든 게 달라졌다.
메이크업은 물론, 의상을 소화하는 방식도 달랐다.
헤어스타일도 뭔가 더 스포티한 느낌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톤이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좋았어. 이대로 하면 되겠어.’
15분 후.
모든 연습을 끝마치자 대기실로 송진아가 들어왔고 본격적으로 스타일링을 시작했다.
원래는 이 과정을 루이비통의 스타일리스트가 주도해야겠지만.
나는 연습 시작 전 이 부분까지 나한테 맡겨 달라고 리장드루 메이에르에게 얘기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시준 씨가 원하는 대로 한번 해 보는 것으로 하죠.”
그렇게 송진아는 바쁘게 손을 움직였고 내가 원하는 대로 스타일링을 완료했다.
역시나 송진아의 실력은 뛰어났다.
내가 메소드 마스크에서 본 것대로 완벽하게 스타일링을 해냈다.
“배우님? 어떠세요?”
송진아가 약간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루이비통의 스타일리스트를 제치고 자신이 내 스타일링을 맡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기색이었다.
나는 송진아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완벽합니다. 이제 제가 열심히 촬영을 하는 일만 남았네요.”
그렇게 대기실을 빠져나와 스튜디오 중앙을 향해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사진작가로 보이는 사람이 가볍게 묵례를 해 보였다.
사진작가의 눈빛에는 내 스타일링이 전혀 의외라는 기색이 섞여 있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마주 숙였다.
그런 뒤 고개를 돌리자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굳은 표정을 서 있는 게 보였다.
‘혹시 마음에 안 드는 건가?’
하지만 아직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섰고 촬영을 시작했다.
내가 고민 끝에 오늘 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
그건 바로 형이 아닌 나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나는….
‘신념을 밀고 나가는 사람.’
그것을 보여 주기 위해 내가 한 걸음 카메라 쪽으로 다가갔고.
그와 동시에 리장드루 메이에르와 사진작가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22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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