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3)
얼굴 천재 배우님-123화(123/200)
얼굴 천재 배우님 123화
단순히 한 걸음 카메라 쪽으로 다가가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그런다고 해서 사진 속 내 모습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특히 얼굴만 찍는다면 걸음을 옮기기 전이나 걸음을 옮긴 후나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미묘하게 거리가 가까워지겠지만 이것은 카메라의 줌으로도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룩북 촬영이었고 반드시 사진에 전신이 담길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하체를 이용한 새로운 포즈를 취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고.
내가 사진에 찍히길 원하는 모습은 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이었다.
한 발을 떼고 다시 그 발을 바닥에 내려놓는 짧은 과정이 사진에 온전히 담기길 바랐다.
전신 샷으로.
다행히 사진작가는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듯했다.
찰칵, 셔터를 누르는 소리에 맞춰서 내가 계속 걸음을 옮기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리장드루 메이에르도 내 의도를 파악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내가 이런 식으로 촬영을 진행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본래 생각한 것은 굉장히 정적인 그림이었을 테니까.’
형의 퇴폐미는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은 정적인 포즈에서 나타났다.
그것은 꼭 ‘생각하는 정물화’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형의 사진을 보고 나면 진한 여운이 남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었다.
이번 룩북 촬영도 마찬가지였다.
형을 모델로 염두에 두고 의상을 준비한 만큼 정적인 포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뒤집어 놨고 역동성 있는 포즈 또한 이 의상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이 옷을 입고 가만히 서 있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메소드 마스크를 통해 새로운 연습을 진행했고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내 포즈가 나쁘지 않은 듯했다.
어느새 리장드루 메이에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사진작가 또한 흥이 나는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좋습니다! 너무 좋아요!”
내가 걸음을 떼는 순간을 확실히 포착하기 위해 아예 카메라 설정을 연사로 바꾸기까지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첫 번째 촬영이 끝났고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내 쪽으로 다가오며 손뼉을 쳤다.
“훌륭합니다! 정말 훌륭해요! 시준 씨!”
리장드루 메이에르는 정말 감탄한 듯 칭찬의 말을 늘어놨다.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괜찮았나요?”
“너무 좋았습니다! 처음 시준 씨가 15분을 달라고 했을 때만 해도 무슨 생각인지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는데…. 이런 포즈를 생각하고 있었군요?”
“네. 형의 포즈를 흉내 내는 것만으로는 100% 완벽하게 의상을 소화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죠. 시준 씨라면 99.9% 시환의 느낌을 살려냈겠지만 100%가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요. 솔직히 오늘 촬영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놀랍습니다.”
그사이 사진작가가 내 쪽으로 다가왔고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사진작가를 소개했다.
숀 캐널리라는 이름의 사진작가 또한 촬영에 만족한 듯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 * *
다음 날까지 촬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모든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리장드루 메이에르, 숀 캐널리와 저녁 식사를 했고 날이 밝는 대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리장드루 메이에르가 선물이라며 루이비통 의상을 캐리어 하나에 가득 채워 줬기 때문에 양손 무겁게 귀국할 수 있었다.
‘짐이 많아지니 꼭 어딜 놀러 갔다 온 것 같은 기분이군.’
귀국 후 나는 휴식을 가졌다.
생각한 것보다 프랑스 스케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사이 국내에서는 내가 루이비통의 모델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아버지는 소식을 접한 뒤 내 방을 찾아왔다.
“오! 작은아들! 어쩌다 루이비통 모델이 된 거야? 프랑스에는 무대인사 하러 간 거 아니었어?”
“그랬는데 어쩌다 보니 루이비통에서 룩북 촬영까지 하게 됐어요. 형이 제 이야기를 했나 보더라고요.”
“잘됐네. 서로 도움이 되면 좋지. 시환이는 어제 들어 보니 새 드라마에 들어간다더라? 제목이 뭐였지?”
“<악의 공식>이요. 법정 스릴러 드라마인 것 같더라고요.”
형이 최근에 출연한 <러브 in 18>은 시청률 9.49%로 종영했다.
아쉽게 10%를 넘기지 못했지만 케이블 방송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출연하는 작품의 제목은 <악의 공식>.
내가 기억하기로는 시청률 10%를 넘는 수작이었다.
그런 만큼 형의 입장에서는 또 한 번의 유의미한 성장을 거두는 작품이 될 가능성이 컸다.
“잘됐으면 좋겠네.”
“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아들은 다음 작품 안 들어가?”
“시간이 나는 대로 대본을 살펴보고 있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게 없네요.”
“그래. 천천히 해. 계속 열심히 했으니 조금 쉬는 것도 괜찮잖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가게 나가시는 거예요?”
내가 외출복 차림의 아버지를 보고 묻자 대답이 돌아왔다.
“가게도 나가야지. 그런데 병원에 먼저 가야 해. 오늘 건강검진 받기로 한 날이잖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버지의 건강검진 날이었다.
“아. 그럼 저도 같이 나가요.”
“같이? 왜?”
“계속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요. 운전은 제가 할게요.”
“그렇게 해 주면야 나는 좋지. 그럼 오랜만에 외출을 같이해 볼까?”
그렇게 나는 운전대를 잡았고 아버지와 함께 대학 병원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건강검진은 꽤 오래 진행됐다.
미래의 일을 알고 있는 내가 확실한 건강검진을 원했기 때문이다.
나는 미리 집에서 가져온 대본을 읽으며 아버지의 검사를 기다렸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뭐가 나올지도 모르겠군.’
작년과 재작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상하반기 두 번씩 검사를 진행했지만 따로 나온 게 없었다.
시기상으로도 그게 맞았다.
아버지는 회귀 시점에서 3년 후 췌장암 판정을 받았으니까.
‘부디 결과가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
만약 이번 결과가 좋게 나오더라도 나는 올해에 건강검진 횟수를 두 배로 늘려서 네 번 정도 진행할 생각이었다.
올해에 췌장암 전조 증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치료가 가능한 병이 발견돼서 조기에 췌장암을 막을 수 있다면 좋겠군.’
나는 마음이 초조해지는 걸 느끼며 아버지가 들어간 검사실 쪽을 바라봤다.
* * *
얼마 후.
아버지의 검사 결과가 전달됐다.
그리고 아버지는 급성췌장염 판정을 받았다.
잦은 음주가 아버지의 건강을 망쳤다는 검사 결과였다.
혹시나 췌장암이 아닌지 심층 검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아버지는 급성췌장염이었다.
“급성췌장염은 췌장암까지 발전할 수 있는 병이지만 아직 경증에 만성 단계가 아닌 만큼 식단 조절만으로 금방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다만 재발 방지를 위해 치료 후에도 음주는 최대한 피하십시오.”
아버지는 본인의 건강 상태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아무리 과음을 해도 다음 날 꼭 일어나서 아침 운동을 하는 분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회귀 전 아버지가 췌장암에 걸린 것은 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내가 배우 생활을 하며 힘들어하는 것을 늘 안타깝게 여겼다.
그리고 그 마음을 술로 달래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았다.
지금도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었지만 회귀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양이었다.
‘아마 그랬으니 아버지의 병이 더욱 빠르게 나빠졌겠지.’
심지어 그 과정에서 건강검진도 제대로 받지 않았으니 더 그랬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의 병을 조기에 발견했고 아버지 또한 건강에 경각심을 느낀 듯했다.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는데 급성췌장염이라니….”
“앞으로 조심해야겠어요.”
“그래야지. 투 아들이랑 술 한잔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아쉽구나.”
아버지는 진심으로 이 부분이 아쉬운 듯했다.
나 또한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에 아쉬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건강이었고 다행히 아버지는 금방 새로운 취미를 찾았다.
소식을 전해 들은 형이 아버지에게 뜻밖의 선물을 했기 때문이다.
“큰아들? 이게 뭐야?”
“우엉차예요.”
“우엉차? 이걸 왜?”
“술 대신 아침저녁으로 마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신디 선배님도 요즘 이걸 마신다고 하더라고요.”
형의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가 호기심을 보였다.
“신디 님이?”
“네.”
형은 최근 신디와 피자 CF를 찍었다.
원래 신디가 찍고 있던 피자 CF에 형이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러브 in 18>에서 형이 실연 후 눈물을 흘리며 피자를 먹는 장면이 꽤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러브 in 18>의 손꼽히는 명장면이었다.
그렇게 피자 CF를 찍으면서 신디와 친해졌는지 자주 연락을 하는 모양이었다.
단 하루 촬영을 했을 뿐인데 형과 친해지다니….
새삼 신디의 친화력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한번 먹어 봐야겠네. 괜찮으면 주변에도 소개해야겠어.”
아버지가 우엉차를 끓인다고 부엌으로 가 있는 동안 형이 내 쪽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요즘 집에 있지?”
“뭐. 거의 그렇지.”
“아버지 잘 지켜봐. 혹시 또 술 드시지 않는지.”
“설마…. 어쨌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가 잘 지켜볼게.”
확실히 술이라는 게 끊고 싶다고 쉽게 끊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버지는 금방 우엉차에 취미를 들인 듯했다.
아침저녁 우엉차를 끓여 먹는 것으로 모자라 망원동 신디의 팬클럽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우엉차 모임을 갖는 듯했다.
너무 많이 마시면 탈수 증상이 온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오장의 독소를 제거하는 데 유명한 우엉차인 만큼 충분히 좋은 취미라고 할 수 있었다.
괜히 우엉을 ‘땅속의 보물’이나 ‘모래밭의 산삼’ 같은 이명으로 부르는 게 아니었다.
‘아버지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네. 그나저나 신디 선배님이 정말 우엉차를 좋아했나?’
며칠 후.
나는 우연히 신디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됐고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는 살면서 우엉차를 먹어 본 적도 없는데?
신디가 우엉차를 아침저녁으로 마신다는 얘기는 아버지의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주기 위한 형의 거짓말이었다.
* * *
며칠 후.
급하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아 보니 김보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배우님! 놀라지 마세요! 칸 영화제에서 <나는 악당이 아닙니다>를 초청했어요!
칸 영화제의 초청이라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123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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